"언니한테 가고 싶어?"
"으응? 뭐... 아니야.."
"헹... 딱 보니 사흘 굶은 강아지 같아.."
"......"
미애의 말은 어감이 별루 였지만 딱 자신의 꼴이였기 때문에 대꾸도 못하고 찔린채침묵하는 주원이였다. 그런 오빠를 보며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은 미애가 말한다.
"오빠.. 오늘은 언니한테 가서 자도 돼."
"응? 아니야... 뭐 괜찮아.."
"헤에... 정말?"
"으응..."
"오빠 잔뜩 아쉬운 표정으로 그러면 나 좀 보내줘 그러는것 같아."
"........"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미애를 내려다 보며 불통한 표정의 주원이 무감각하게 어조로 묻는다.
"진짜 간다?"
"가라구 가."
"뭐 그렇다면야..."
"으구... 오빠는 얼굴에 표가 다 난다니깐..."
"......."
주원이 여전히 자신의 상공에서 노는 미애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 말을 한다.
"키스 해 줄까?"
"응? 응!!"
주원은 그래도 오빠를 생각해서 그러는게 기특해서 미애를 들어 마주보게 안아 올려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 간다.
'초옵..쫍!...쭙!..추웁...'
미애가 좀 과하게 오빠의 입술을 빨아 대는 탓에 주원과 미애가 키스를 하면 항상소리가 요란 했다. 미애는 실눈을 뜬채 작은 입을 열어 오빠의 혀와 마구 부딫히고 비비며 키스를 즐겼다.
'쪼옵.....하아....'
"오빠 키스 너무 좋다... 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
미영은 오빠의 품에 기대며 섹스를 상상해 보고 있다. 미애는 키스만 해도 아찔하고 기분이 붕붕뜨는데 섹스를 하면 더 좋을거란 생각만 머릿속에 꽉 찻다.
주원은 그런 미애의 등을 슬슬 쓸며 다시금 오늘의 결정을 확인해 보았다.
모처럼의 휴일인 오늘. 오전엔 미애와 같이 외할아버지 집에서 한껏 재롱(?)을 떨고 그리고 재투자를 지시(?)한 주원은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시내로 나갔다.
따라 오려는 미애를 겨우 설득시켜 떼놓고 왔다.
'어디보자... 그때가... 2호선 신두리 역이였던가.... 몇시 쯤이였지....?'
주원은 손목에 찬 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그리곤표를 사서 승강장에 들어섰다. 주위를 둘러 보니 몇명 되지도 않는 한적한 일반역같은 분위기 였다. 평소에 항상 붐볐는데 지금 시각엔 이상하게 승객이 적은 역이였다.
'그 여자는 아직인가......'
주원은 전생의 회귀후부터 몸관리도 하고 힘을 기르는 운동도 집에서 틈날때마다하기 시작한 덕분에 이젠 제법 몸도 그럭저럭 보기 좋아지고 힘도 훨씬 쎄졌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타이밍이기 때문에 신중해야만 했다.
주원은 자신의 시계와 전광판에 쓰여진 안내시각을 비교했다.
'흠..... 곧 인가...'
주원은 승강대 근처에 얼쩡거리며 입구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약간 허리가 굽어진 할머니를 부축한 누나 나이대쯤의 아가씨(?)가 조심 조심 할머니를 부축해 들어오고 있었다.
'저 여자인가... 전엔 별반 신경 안쓰고 얼핏봐서 몰랐는데.... 역시 다시보니 훨씬예쁘네..'
주원은 그들의 근처에 가서 곧 들어 올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늉을 했다. 알람 소리가 들리자 옆의 아가씨가 무언가라도 미끌어지듯 비틀거리더니 지하철 노선 아래로 툭 떨어졌다.
"악! 혜령아!"
옆의 할머니가 자신의 손녀가 지하철에 떨어져 선로에 머리를 부딫히자 안절부절하고 쩔쩔매며 손녀가 정신차리라는 듯이 마구 불러 댄다.
'허허.. 저 선로에 사람이! 아! 학생! 빨리!'
주원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여자가 떨어지자 말자 잽싸게 선로 아래로 뛰어 내렸는데 발을 잘못 디뎌 그만 삐끗 하고 말았다. 주원은 비틀거리며 이마가 찢어져 실피를 흘리며 기절한 여자를 안아 들어 힘차게 외치며 선로 바깥으로 던지다시피 내보냈다.
'웃쌰!! 아! 학생! 어서! 나와! 아! 열차가 오네!'
'웅성....웅성.... 저 학생 어째!'
주원은 폴짝 뛰어 승강장 각진 부분을 잡았지만 지하철이 예상외로 빨리 들어 오고 있었다.
주원이 젖먹던 힘까지 다 쮜어짜내어 자신의 몸을 힘껏 끌어 당겨 오르자 승강장에 안절부절하던 할머니가 다가와 주름진 손을 내민다. 급한겨를에 얼른 잡아 겨우 다빠져 나오는 순간!
[빠앙! 탁!]
"아악!"
주원이 균형을 잡기위해 뒤로 뺀 오른다리를 진입한 지하철이 치면서 주원은 승강장바깥쪽으로 팅겨 나갔고 할머니는 엉덩방아를 찟고 주저 앉았다.
널부러진 주원은 오른다리에 밀려 오는 격통에 내려다 보니 다행히 부러진건 아닌지 다리는 멀쩡한것 같았다.
'아이... 시발... 너무 쉽게 생각하다 내꾀에 내가 당했네....'
주원은 아가씨에게 미리 주위를 주거나 가까이에 서서 떨어지기 전에 잡아 줄수도 있었다. 하지만 떨어진것을 구해주는게 나중(?)에 그 예쁜 아가씨와 모종의 썸씽을 가질 수 있겠다는 흑심에 떨어지자 구해준것이였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주원의 사심의 인과응보일까... 결국 다리의 고통으로 돌아오고만 결과였다.
주원이 다리를 감싸 쥐고 앉아서 고통을 삭히고 있었다. 잠시후 바닥에 누은 아가씨가 꿈틀거리며 눈을 뜨고 이마에 피가 흘려 내려 미모를 다가린 몰골로 자신과 할머니를 멍하니 번갈아 보고 있다.
주원의 옆에서 할머니가 자꾸만 '총각 괜찮아?' 계속 물으며 안색을 살피며 여전히 안절부절인채다.
"아이구 이걸 어째! 우리 손녀 구해주려다 애먼 총각이 다쳤구랴!!"
"할머니 괜찮아요. 크게 다친건 아닌것 같아요.."
"정말 괜찮으이?"
"괜찮으세요?"
주원이 새롭게 들려운 고운 목소리에 올려다 보니 이마에 피가 묻은 아가씨가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한건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주원은 아가씨가 멀쩡한것에 안도를 했다.
주원은 가벼운 미소를 지은채 고통을 삼키며 아가씨에게 대꾸를 한다.
"네. 괜찮아요. 저기 이마에 피가 흐르는데 그런 누나는요?"
"...네.... 전 괜찮은것 같아요.. 다리가 많이 다치신건가요?"
혜령이라는 아가씨는 그제서야 이마를 만져보며 손에 묻어난 피에 흠칫 놀라다가 다시 주원을 살핀다.
"다리가 좀 아프고 힘이 안들어가긴 한데 부축 좀 해줘 보실래요?"
"네....."
예쁜 아가씨의 부축을 받아 왼쪽다리의 힘으로 일어섰지만 오른다리에 체중을 싣자 엄청난 격통을 느끼지고 주원이 아픔을 호소 한다.
"어흨!!! 부러진건가.."
"네에? 많이 아파요?"
"하하... 그런것 같네요.."
주원은 다시 아가씨의 부축을 받아 바닥에 앉자 아가씨가 떨어지기전 따로 떨어져승강장에 널부러져 있던 명품가방을 들어 핸드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건다.
"......네! 빨리 와주세요.. 전 괜찮아요.. 네.. 아빠요? 네에.."
전화를 급하게 하던 아가씨가 주원을 보며 말을 한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할머닌 괜찮으세요?"
"나야 괜찮지.. 별일도 없었구.. 저 총각이 전철에 치어서... 괜찮아야 할텐데.."
주원은 그렇게 앰블란스에 실려 졸지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링겔도 꼽고 오른다리엔 기부스를 한채 단독 병실에 누워 있던 주원은 눈을 뜨고 주변을 보자 일인실인 고급 병동임을 둘러 보았다.
'거참.... 그 아가씨가 이 종합병원의 원장 딸이라니...'
"오빠!!"
"원아!!"
미영과 미애가 놀란 얼굴로 나란히 들어와 기부스꼴을 한 자신을 보며 수선을 떤다.
괜한 걱정을 사서 안겨 준것 같아서 주원은 미안하고 마구 쑥쓰러워 졌다.
"도대체 넌 갑자기! 소식 듣고 얼마나 걱정 했다고!"
"오빠! 이게 뭐야! 흐엥.."
미애는 오빠의 꼴에 울먹이다가 울기까지 하고 미영은 동생을 나무라는건지 걱정을 하는건지 모르게 격양되어 있었다.
"아! 좀 시끄러! 아픈 사람은 나라구! 좀 조용히 해줘! 머리 아파!"
"미안해.. 원아.. 그래도...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훌쩍... 훌쩍..."
주원은 오늘 사건의 정황설명을 두 사람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자신이 이 일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것만 빼고... 뭐 믿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이가 크게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맞아!"
"뭐.. 그렇다고 그 여자가 꼼짝없이 죽게 생겼는데 어쩌라구.. 나야 튼튼하지만.."
"튼튼한 사람이 이렇게 누워 있어!! 정말 속상해!"
"언니... 진정해...."
이젠 미영이 더 열폭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속상해 하자 주원이 그런 누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며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꼈다.
"뭐 잘했다고 웃어!"
"하하... 그럼 울까?"
혜령의 아버지이자 병원의 원장이기도한 소두식은 딸을 구해준.. 아니 살려준 청년이 있는 병실로 직접 회진을 가는데 언성은 높지만 무척 듣기는 좋은 여자의 목소리가 복도에 다 들리게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자 잰걸음으로 주원이 있는 병실로 들어왔다.
"허허... 그만들 하게.."
"어맛!"
50대 후반의 지긋한 나이대의 의사가운을 걸친 풍채가 좋은 넉넉한 인상의 이 병원원장이 미영들들의 소란때문인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와서 흐뭇한 얼굴로 끼어 든다.
소원장은 무척이나 아름다우며 참한 아가씨가 볼에 눈물자욱을 새긴채 부끄러워하자 그 모습이 더욱 참해 보였다. 하지만 미묘하게 아가씨라 부르기엔 조금 앳된 모습도 남아 있어 보였다.
"아가씨..가 주원군의 가족인 모양이지?"
"네..."
"우리 딸이 이 청년이 아니 였으면 오늘 영영 떠나 보낼뻔 했다네.. 정말 고맙게도 저렇게 다치기 까지 하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용감하게 내 딸을 구해주어 이 애비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네.."
"네에..."
소원장에 말에 미영이 부끄러움이 커져 얼굴을 발갛게 상기하자 소원장이 더욱 보기 좋아 더 달래는 목소리를 한다.
"그러니 너무 그 청년에게 뭐라고 하진 말아주게나.. 허허.."
"전 단지 걱정이 되서...."
"암암... 자네들 마음 다 알지... 그래서 더 고마운거고..."
"죄송합니다...."
"아니야... 자.. 우리 주원군은 다리에 금간거 외엔 단순 타박상이니 뼈에 금만 다시 붙으면 정상으로 돌아 올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이리로 편안하게 앉게나.."
"네..."
원장 선생은 미영과 미애의 손을 한번씩 잡아주며 재차 감사를 하곤 곧 딸아이가 오면 서로 잘 지내 보라며 하고 병실을 나갔다. 참..... 점잖은 양반이였다..
원장이 나가자 미애가 와서 병실 한켠에 있는 매직을 들고와 하얀 기브스 여러곳에 '오빠사랑♡ 빨리 나아라!'라고 여러 곳에 적는걸 주원은 멀뚱히 쳐다만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