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하! 우리 미애는 메롱도 귀엽게 하네!"
"흥! 오빠! 갔다 올께에~!"
팔랑거리며 춤추듯 원피스 치맛자락을 나부끼며 가는 미애의 뒷모습을 보며 주원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크흠.... 정말 귀엽네.. 예쁘기도 하지... 흠 미애가 위험에 닥칠일은... 어디보자.. 일년사이엔 없나? 아니지.. 누나일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도 몰라.. 휴우. 알아도 걱정이군... 젠장...'
과보호의 끼가 생기기 시작하는 주원의 별나고도 특별한 재생애의 나날이 시작되고 있다.
"할아버지이!!!"
"어이구! 우리 강아지드을!!"
주원은 휴일을 맞아 누나의 손을 끌고 시내 외곽에 계시는 외할아버지댁으로 갔다.
주원이 무려 일주일을 끙끙대며 겨우 기억해낸 복권도 처리할겸 아직은 건재하신외할아버지와 더욱더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자자! 어여 들어가! 할애빈 손만 씻고 들어갈테니. 어서!"
"네!"
마당의 텃밭을 손질하던 주원의 외할아버지인 고종수 옹은 나이만큼이나 무수히 늘은 주름살을 묘하게 휘어 손주들에게 웃음지어 보였다. 주원의 외할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가는 손주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다.
누나의 손을 놓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간 주원은 방석을 두개 놓더니 누나를 끌어와 같이 앉는다.
"원..원아... 손 좀..."
"응? 손이 왜?"
주원은 능청스럽게 여태 잡고 왔었던 누나인 미영의 손을 놓지 않고 되물으며 이젠노골적으로 주물러 댄다.
미영은 그런 동생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 뱉더니 혼자서 소극적으로 손을 빼보려다가 자신의 반응에 이제는 두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손에 힘을 빼고 고개를 돌려 외면을 한다.
"누나 손 참 부드럽네. 가늘고 긴게 예쁘고. 예전엔 왜 몰랐을까..."
"....."
미영은 동생이 손등의 골을 따라 훝기까지 하자 짜르르 이상한 느낌이 와서 자꾸만 달아 오르는 얼굴에 손부채를 부쳤다. 애써 딴청을 피우는척하며 주원을 보지도 않은채 화제를 돌려 본다.
"외할아버지집에 꿀 바른것도 아닌데. 왜 자꾸만 같이 가재는거니?"
"흐흐흐.. 그건 다 일이 있어서지."
요근래 갑자기 속을 알수가 없어진 동생의 짓굿은 웃음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그제서야 조금은 붉어진 얼굴을 삭힌 미영이 의문어린 얼굴로 동생을 바라본다.
주원은 누나의 무슨 표정을 해도 예쁜 얼굴을 흐뭇하다는 표정으로 보며 설명을 해준다.
"그러니까... 외할아버지를 잡아야.. 우리 집안이 그나마 형편이 풀리거든."
"형편이라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누나는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음 돼. 나만 믿고!"
".....응.."
미영은 저번의 구출 사건이후 동생 보기가 부끄럽지만 가족이기에 외면도 할 수 없어 되도록이면 동생인 주원을 피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요즘들어 주원은 그 사건이후로 웬지 아저씨 같이 능청스럽기만 했고 순진한 미영은 주원이 갑작스레 불쑥불쑥 와서 해대는 동생의 막무가내 행동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서로가 지난 사건을 들추거나 되내이는 일도 없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내긴 하지만 미영은 갑자기 달라진 동생의 행태에 웬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의 진지한 눈빛으로 같이 일을 꾸밀때면 은근히 설레고 두근거리기도 해서 속절 없이 끌려만 다니는 미영이였다.
외할아버지인 고종수가 손을 다 씻고 들어오자 그제서야 누나의 손을 놓아 주는 주원이였다.
미영이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니 손이 하도 주물림을 당하여 발갛게 변해있기까지 했다.
"그래.. 오늘은 무슨일로 할애비집에 왔누?"
"아하하.. 할아버지집에 일 있어야 오나요? 그냥 뵙고 싶어서 왔죠."
고종수옹은 눈도 하나 안 깜빡이고 능청을 떠는 손주의 모습에 괜스레 손짓으로 꿀밤을 때리려는 손짓을 하자 주원이 태연히 가만이 있는다.
"옜끼! 녀석! 올때마다 일거릴 만들어 주고 가 놓구선! 능청하곤.."
"헤헤헤... 할아버지 밖에 믿을 사람이 없자나요.."
고종수 옹은 냉장고를 열어 반쪽짜리 수박을 꺼내어 쟁반에 담아 걸어온다.
자신의 손을 보고 한동안 멍해있던 미영이 퍼뜩 일어나 쟁반을 받아들어 수박을 예쁘게 쪼갠다. 그런 참하고 예쁜 손녀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던 고종수 옹이 주원을 보고 말한다.
"네 녀석 말대로 월마동 근처 부지를 매물이 나오는대로 사 놓긴 했는데. 정말 그땅이 다음해에 시청 이전 지역이 맞는거냐? 이거.. 어린 네말만 믿고 사긴 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었어. 이 녀석아."
"아이참! 할아버지 그거 분명하다니깐요. 제가 몰래 들은거긴 하지만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랑 광역의원인 김병구의원이랑 동창인데, 그들이 몰래 이야기하는거 똑똑히 들었다니깐요!"
예전 생애에서 시청 이전이 된후 땅시세가 엄청나게 올르자 외할아버지에게서 직접땅값이 오르기전에 자기가 삿으면 좋았을거라는 후회말를 들었었다. 덕분에 분명히 기억하고 주원이 이제는 거꾸로 고종수에게 알려 주는셈이였다.
현재 고종수옹의 재력도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요근래 계속 머리속을 뒤져 외할아버지에게 최대한 돈을 융통하게 해서 땅과 건물을 사게 하고 있었다.
"하긴... 네 말듣고 나도 따로 알아보니 그곳의 반쯤이 그 의원하고 그의 마누라땅이긴 하더라만은.. 진짜로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네가 말한 교장선생이 모두 다 살뻔 했구나?"
"네 맞아요.. 할아버지... 그 지역이 조만간 시의 중심이 되고 발전이 급격하게 될 꺼에요! 그리고.. 지금 할아버지처럼 통장에 거금 넣고 있어 보았자. 그거 썩는 돈밖에 안돼요. 재물은 그저 굴려야 불어 난다고 하잖아요. 참! 그리고 할아버지! 시청 이전전까진 절대로 파시면 안되요. 만약 무슨 불미한 있으면 제게 이야기 해주시고요."
손주의 말에 괜스레 흐뭇해진 고종수옹이 마지막 말에 반박하듯 말을 한다.
"흘흘흘... 불미? 쪼그만 녀석이 모르는 말이 없구나. 녀석아 무슨일 있으면 네가 해결할수나 있더냐?"
"아이참. 그건 모르는 거잖아요."
"흘흘흘.. 우리 손주가 예전 같지 않고 다 커버린듯 해서 재미가 없어...흘흘.."
"참! 할아버지! 이거!"
"그리고 저번에 이야기한 주식말인데요. 어떻게 생각은 해 보셨어요?"
"응? 아아! 그거? 네 계좌를 이 할애비가 법정대리인으로해서 개설해놓았다. 그런 자본금은 어쩌고 이 녀석아?"
"흐흐.. 저도 공부삼아 하는 거니 처음은 소액으로 해볼려고요."
"허.... 요즘의 너라면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다만은.. 큼.."
고종수옹은 주식계좌 서류와 위임장등이 든 서류봉투를 안방에서 가져와 손주에게 넘겨 준다.
그것들을 냉큼 받아 챙긴 주원은 오늘의 할 일인 복권을 할아버지에게 건네 주었다.
고종수 옹은 주원이 내미는 복권을 받아 들어 살펴 보더니 손을 들어 손주에게 꿀밤을 때려 준다.
[딱!]
"악! 할아버지! 아파요!"
"욘석아! 애들이 이런거 사면 안되는 거여.. 흘흘흘.."
곁에서 조용히 수박 한조각을 들고 둘을 보던 미영도 그런 주원의 엄살에 흐뭇하게 고운 웃음을 짓는다. 얄미운 동생이 맞자 조금 꼬셨다.
"흐흐.. 할아버지 제가 지난밤에 꿈을 꿨는데요. 제꿈에 웬 황소만한 복돼지가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꿈을 꿔서 이건 분명 요즘 유행하는 그 복권이 할아버지에게 돼지복을 안겨 주겠다 싶어서 오는 길에 한장 사왔어요 히히.."
고종수옹은 하나 밖에 없는 외손자의 과장된 표정과 손짓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자신도 자꾸만 손자와 재미있게 놀이하듯 익살 맞은 표정이 되어 간다.
"녀석.. 네가 복돼지 꿈을 다 꿨어?"
"네에! 그 큰 복돼지가 할아버지한테로 뛰어 들어 금돼지로 변하더라고요."
"금돼지? 허허! 그거참! 실랄한 꿈이로세.. 그래서 이 복권을 사왔다?"
"흐흐.. 할아버지는 원래 복권따윈 안 사시니 제가 살 수 밖에요. 뭐.."
[딱!]
"악!"
"욘석아! 아무리 돼지 꿈이라도 그런 헛돈을 쓰면 안되지! 녀석아.."
"아이참! 할아버지도.. 만약 당첨되면 제게 반 주셔야 되요?"
"허허... 우리 손주가 꿈도 크긴 하네. 알았다 녀석아. 당첨 되면 그냥 다 주마..
흘흘.."
"이번주 주말에 우황청심원 하나 드시고 신문 보셔야 되요. 아셨죠? 꼭 우황! 청심원요!"
"뭐라? 그게 무슨약인지 알기는 하고?"
"흐흐.. 할아버지 놀라실까봐 걱정되서 그렇죠.."
"흘흘흘.. 네 말만 들으면 사기만 하면 당첨되는 복권인줄 알겠다 녀석아. 이 할애비가 겉보기엔 이래도 강심장이니까 애먼 걱정도 하지 말그라. 우리 손주의 아기들까지 안아는 보고 죽어야지..흘흘흘"
"네.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그래.. 너도 공부 잘하고 오누이끼리 사이 좋게 지내야지?"
주원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누나인 미영의 손을 다시 끌어와 만지작 거리며 자신있게 말한다.
"그럼요. 우리가족은 제가 다 살피고 아낄꺼에요!"
"흘흘.. 그래. 내가 너희들 보는 재미로 산다. 요즘처럼 행복한 날이 없구나.."
고종수옹은 손주의 기특한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주들을 애뜻하게 바라 본다.
"할아버지...."
미영은 할아버지 앞에서 다시금 노골적으로 주물러 대는 동생의 손길에 얼굴이 붉어 졌고 행여나 자신의 영문모를 흥분을 눈치챌까 할아버지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하지만 사이좋은 오누이로(실제로도..) 바라 보는 고종수 옹의 눈은 흐뭇한 기색이였다.
요즘들어 예전같지 않게 기특하게 자주 들러줘 마음에든 주원에게 할아버지가 찔러(!)주는 용돈의 사양도 하지 않고 받아 챙긴 주원이였다. 외할아버지의 집을 나와 다시 누나의 손을 잡아 끌고 집과는 다른 방향의 길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동생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끌려가던 미영은 궁금함을 참지 못해 말을 한다.
"이번엔.. 또 어디 갈려고 그래? 집으로 가는거 아냐?"
"흐흐.. 누나! 우리끼리 데이트 하러 가자."
"뭐어? 데..데이트?"
"응! 데이트!"
미영은 난데 없고 뜬금없는 주원의 말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가 주원의 이끌림에 다시 끌려 간다.
"...미.미애는 안 가고?"
"미애는 저번주에 같이 갔었어. 그때는 누나가 학교에 있어서 같이 못가서 이번엔 누나랑 데이트 해야지. 흐흐흐.."
미영은 갈수록 대담한 짓을 하고 이럴땐 가끔 음흉한 웃음을 지어 대는 동생의 요즘 행태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마치 그 일 이후 자신때문에 동생이 변한것 같아 미안해지고 죄스러웠다.
하루에 한번은 자신에게 안기거나 끌어 안는 이상한 버릇까지 생긴 동생에게 당황스러웠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런 일을 미애에게 들킬때면 매일 주원에게 달라붙어 있는 주제에 미애가 자신에게 마구 짜증을 냈다.
자신이 그 꼴만 안 당했어도 동생이 변하지 않았을것 같다는 고민에 요즘 잠까지 못 이룬적도 있었다.
미영은 복잡한 자신의 마음만큼이나 동생에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런 누나의 고민어린 얼굴을 보고 주원이 불퉁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싫어? 나랑 데이트 하는게?"
"응? 아..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죽을상이야? 내가 가재니깐 억지로 끌려가는것 처럼?"
"아.아니야.. 뭐 좀 생각 할게 있어서 그래.. 미안해.."
"생각은 나중에 하고 오늘은 나랑 신나게 놀자!"
".....으응.."
머릿속은 능구렁이인 주원은 내심 누나의 속을 알만하면서도 요즘 재미 붙인 어릿광대짓에 재미를 느껴서 지금 나이대의 소년들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 했다.
그래야 가족들이 어색하지 않을것 같아서 더 그랬다. 하지만 은근히 자신의 치기를 가장한 스킨쉽이나 약간은 막무가내의 행동을 즐겼다.
미영은 청순한 외모처럼 쉽게 남에게 휘둘리는 성격인 탓에 이러한 주원에게 마냥휘둘리고 있었다.
친동생이니까 제대로 뿌리치지도 못하고 말이다.
"누나! 저기봐! 왕궁이다!"
"으응.."
"누나누나! 저기 놀러 갈까?"
"응? 안돼에! 저긴 아무나 못 들어가!"
미영은 올해에 새로 지은 겉은 근사한 왕궁처럼 꾸며진 모텔을 동생이 가리키며 말하자 기겁한 얼굴로 걸음도 멈추고 잡힌 팔을 당긴다.
"왜? 나 돈 많아! 가자!"
"안돼! 저긴 다 커서 가는데야.."
"뭐 어때? 구경만 하는건데.. 흐흐흐흐.."
"아앗! 천천히 가! 누나 넘어 지겠어.."
주원이 이끄는 중세시대 궁전의 외형을 갖고 있는 건물은 시내 외곽 작은 야산의 입구에 위치를 하고 있었다.
과거 한때 일본 야애니에 심취하였던 주원은 여교사와 학생의 사랑의 장소로 몇편나왔던 그림같은 모텔을 보자 장난끼가 돌아 누나를 손을 마구 끌며 데리고 갔다.
미영은 그런 동생에게 자세하게 저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도 못하고 말로만 듣던 이상한 숙박 시설에 끌려가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원아!"
"왜에?"
"...꼭 들어 가봐야 돼?"
"응!"
"휴... 아마 못 들어가게 할껄?"
"일단 가보자니깐!"
"아앗.. 원아!"
지금 멋들어진 궁전모양의 모텔의 뒷문쪽에선 17세가량의 소년과 18세의 미묘한 나이의 소녀가 손을 잡고 들어 섰다.
주원은 순진무구한척 전혀 모르는척 하면서 익숙하게.. 누나의 손을 끌고 냉큼 따로따로 주차식으로 된 차고가 비어 있는 여러개의 입구중 한 곳을 골라 잽싸게 미영을 끌고 갔다.
"흐흐흐.. 어디보자. 입장료가 사만원이네? 그 까이꺼! 내지!"
"어머어머! 원아 정말 들어 갈꺼야? 안돼안돼!"
"누나는 나만 믿으면 돼. 엇! 키 나왔다 들어가자."
무인식이라 돈만 있으면 되고 감시 카메라가 있지만 이곳 관리인이 미성년자라고 제지하지 않는다는걸 예전 생애에서 와봐서 아는 주원이였다. 주원은 누나에게 능청을 떨며 반항하지만 끌어 들이면 끌려오는 누나의 손을 당기며 열쇠로 모텔 방문을 따고 들어 갔다.
미영은 이제 끝났다 싶은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동생을 따라 들어갔다.
"와아! 누나 저기 침대 봐! 영화에서나 보던 그대로다! 크크."
"정말이네... 침대가 너무 크다.. 예쁘다.."
주원은 미영을 끌어 진분홍의 벨벳천의 침대에 앉히고 자신은 침대에 올라서서 마구 통통 뛰며 굴렸다.
그런 의도된 천진난만한.. 동생을 보는 미영도 경계심을 약간 버리고 웃는다.
"누나? 우리도 이런 침대 하나 사서 이렇게 뛰어 놀면 재밌겠다. 그렇치?"
"호호.. 침대가 뜀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