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7)

"다 왔습니다."

택시기사는 짜증난 음성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 왔습니다......"

보경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택시기사는 더욱 음성을 높여 말했다.

"................?"

기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보경은 기사의 눈과 마주치자 보기 싫다는 듯 얼른 시선을 택시 요금을 나타내는 곳으로 돌리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그에게 주고서 내렸다. 그런 보경의 행동에 기사는 더욱 화가 났는지, 보경이 문을 닫기 무섭게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그 곳을 떠났다.

동식이 살던 아파트 단지.

"................."

후회가 밀려들었다.

무슨 생각에 이 곳으로 향했을까?

보경은 그 곳에 서 있는 자신이 갑작스레 한심해 보였다. 더러운 인간들이 살고있는 곳...... 보경의 눈에 아파트 단지 전체가 더러운 벌레들의 집처럼 보였다.

[차라리.. 그의 곁에나 있을 것을.......]

보경은 홀로 누워 있는 동식을 떠올렸다.

홀로 아파하는 그를 위해 이 곳을 향한 그녀였지만,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보경은 발길을 돌렸다...

[나쁜 여자...........]

순간, 보경은 발길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동식의 옛 집을 바라보았다. 단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첫 번째 아파트.....

"............"

그녀는 그리고 발길을 다시금 돌렸다.

--딩동...딩동.......--

차일벨이 소리가 밤이라 그런지 요란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안고, 몇 번이나 더 눌렀다. 옆집에서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심리가 그녀를 강하게 엄습했다.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방문하고서 동식의 근황을 알리고, 그의 아내와 아들의 생각을 들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부탁을 하고자 했다.

조금만 동식을 돌아보라고 말이다.

그러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늦은 시간이 적기라 판단했다. 물론, 지금은 시간상으로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벌써, 밤 1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족히 3시는 될 것이다. 동식의 집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

집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혜는 신경질 적으로 몇 번 더 차임벨을 눌렀다. 그러한 그녀의 머리 속에 동식의 아내와 그의 아들이 알몸으로 정사 후의 노곤한 잠에 빠진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잘된 일....

바랬던 광경이 아니던가.

일일이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루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고, 자신과 동식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편하다.

"누구세요......?"

고운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김현수씨의 아내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보경은 벽에 있는 작은 기계에 대고 말했다.

"..............."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

지혜는 밝은 음성으로 보경에게 인사를 하였다. 3번 정도 본 일이 있는 여인이었다.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로 그녀의 기억 속에 보경은 상냥하고 정감 넘치는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밤늦게 죄송해요..."

보경이 인사를 하였다. 기죽이는 여자. 보경의 눈에 보인 지혜는 그런 여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미모와 음성을 가진 여인. 예전에는 그 품성도 그러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보경의 눈에는 그저 아들과 접 붙은 천박한 품성을 가진 여인으로 보였다.

"아뇨... 괜찮아요. 어서 들어오세요."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뒤, 지혜는 보경을 거실로 안내했다.

"차 드시겠어요?"

자리에 앉는 보경을 보며 지혜가 말했다.

"차보다는... 혹 술 있나요?"

".........?"

밤늦게 찾아온 손님이 술을 찾는 경우는 방송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그녀는 보경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없으면 괜찮아요."

"아니... 있어요. 위스키와 포도주가 있는데... 어떤 것으로 하실래요?"

남편이 남기고 간 술을 떠올리며 지혜가 말했다. 언젠가 남편 회사의 하청업체의 사장 2명이 고맙다는 인사의 표시로 잔도 들어있는 세트를 각각 사왔던 것이다. 남편의 극구 사양에도 불구하고, 결국 작은 쪽지와 함께 문 앞에 몰래 놓고 간 술이었다. 그 것이 몇 년 전... 소주 애호가라 할 수 있는 남편은 그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아, 그 술은 장식품처럼 집에 있었다.

"위스키가 좋겠어요......."

보경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살짝 미소를 짓고서 지혜는 주방으로 향했다.

선반 한 구석에 있는 위스키를 꺼내고, 냉장고에서 그에 어울릴만한 안주를 꺼내었다. 그러나 술에는 문외한인 그녀는 무엇이 위스키에 어울리는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가끔 찾아왔던 남편 회사 사람들에게 내어주던 소주 주안상을 차릴 수도 없는 노릇... 과일과 마른안주 그 것이 가장 무난할 듯 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탁자에 술과 안주를 내려놓으면서 지혜가 말했다.

"아뇨... 금방 내오셨는데요 뭐....."

지혜가 내려놓는 잔을 받으며 보경이 말했다.

"같이 드시게요?"

잔이 지혜의 자리에도 놓이는 것을 보며 보경이 말했다.

"혼자 드셔도 괜찮겠어요?"

"괜찮긴 하지만... 둘이 마시면 아무래도 더 낳겠죠...?"

술에 대해선 보경도 모른다.

남자들이 말하는 대작이 뭔지, 그게 즐겁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보경은 자신도 모르게 어떤 객기마저 부리고 있었다.

"자 한잔 받으세요..."

"어머.. 제가 먼저 드릴게요... 받으세요."

보경의 권하는 잔을 살짝 밀고서 지혜는 위스키 병을 집어들었다.

"그럴까요.....?"

보경은 지혜에게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 위스키를 받은 다음 지혜의 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어색함.

마치 술을 늘 즐기던 사람인양 행동하는 보경의 태도에는 부자연스러움이 묻어 났다. 아니 애초 지혜의 집에 찾아 온 것부터가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건배.... 할까요..?"

"예......"

--챙........--

부딪힌 유리잔에선 맑은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맑은 유리잔의 소리와 대조적으로 지혜는 지금 이 자리 자체가 탁했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늦은 밤 자다가 일어나 낯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술을 마신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러나 잔은 비워졌다. 무엇 때문에 건배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자... 술 받으세요....."

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보경은 지혜에게 다신 술을 권했다. 지혜는 잔을 받았고, 다시 보경의 잔을 채웠다.

"아들 이름이 민수던가요......?"

"..........?"

"어느 방에 있나요...?"

지혜를 빈말인 것처럼 보경이 말했다.

"안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멈칫하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요... 그렇군요. 깨울 수 있어요?"

"..........?"

그 말에 지혜는 무슨 뜻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 친구의 아내. 그녀가 집을 찾아왔다면 의당 남편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나 아들이나 그녀와는 구면이라 해도 처음 보는 타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까운을 입고 있군요. 설마하니... 그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은 아니겠죠? 꽤 시간이 걸렸는데......."

아직 술기운이 돌려면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술기운을 빌려 말하기에는 지금 보경의 기분은 비정상적으로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보경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 마냥 기분상의 취기로 말했다.

".............."

지혜는 당황하기보다는 기분이 상했다.

"이상하게 보시지 않아도 돼요. 지금 동식씨의 아파트에서 오는 길이에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말. 지혜의 시선은 보경의 안면에 고정되었다.

"................?"

"풋~~~ 아직도 모르시나 보군요. 동식씨... 다 알고 있어요."

"무슨........?"

"당신과 당신의 방에서 자고 있는 아들의 관계를........ 그리고 저도 알고 있죠."

".........!!!!!"

지혜의 머리는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기를 간절히 바랬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직 자신과 아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어쩌면 남편은 눈치를 채었다 느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곤...

"놀랐나 보군요.........?"

".............."

지혜는 보경의 눈을 응시하였다.

"놀랐다면, 마음을 진정시키세요. 그 것을 탓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

보경은 여유가 있었다.

칼자루를 쥔 자의 여유랄까...? 그러나, 보경의 시선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보경은 지혜가 한없이 더럽게 보였다.

천박한 여자...

하지만, 지혜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말하세요...."

나직하게 지혜가 말했다. 그런 그녀의 자세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남편이 말했던 마네킹 같은 모습. 그 모습에서는 여유가 풍겨져 나왔고, 외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보경을 압도했다.

"...............?"

보경은 지혜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사람도 아닌 듯 했다. 어찌 아들과 접 붙었으면서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보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록, 지혜의 비밀을 말하고서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지혜의 당당한 태도에 보경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것에 화를 낼 수는 없는 일. 시간은 많지 않은가. 할 말도 많고... 보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했다

"동식씨가 아파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지만, 내일 출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그 는 지금 몸뿐이 아니라 마음까지 상처받았어요. 조금은 그를 돌아봐 주세요. 아무리 그가 싫고, 아들이 좋다고 하여도 그는 당신의 남편이고, 당신이 남자로서 좋아하는 아들의 아 버지예요."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였죠?"

"...... 병원에는 가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오늘 오후에 전화를 해서 알았어요."

"식사와 약은 드셨나요...?"

"예........."

"내일 아침에 제가 갈게요... 오늘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지혜는 보경의 눈을 응시한 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보경은 멍청해 졌다.

너무나 간단한 상황. 그녀는 나름대로 많은 대화거리를 생각했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에 답변도 미리 논리 정연하게 준비를 하였었다. 하지만 막상 대화가 시작된 지금의 상황은 그 모든 것이 소용이 없었다.

"..............."

보경은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이제 진짜 취기가 오를 만도 하였지만 정신은 아주 맑았다. 왠지 모를 수치감이 밀려들었다.

[이 것이 아닌데.........]

이 묘한 상황... 도무지 보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손에 들었던 칼은 어디로 갔을까?

"저와 제 아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으셨나요...?"

보경의 태도를 주시하던 지혜가 말했다.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입이 가벼운 여자가 아니기에 이대로 보낸다고 해도 다른 곳에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 다른 이들에게 말할 여자였다면, 이렇게 자신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보다는 동식씨가 더 힘들어했죠. 언젠가 몇 일이나 제 집에 머물기도 했었으니 까 요.."

"..........?"

"그 때, 지혜씨에게는 출장 간다고 했다고 나중에 말하더군요."

지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인지 알 듯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힘들어 할 거예요. 지금 아픈 것도 그 것이 원인인지도 모르고... 물론 회사에 힘든 일이 있기는 하지만........"

"회사에 무슨 일이 있나요...?"

"자세한 것은 저도 몰라요. 그 회사에 간부로 있는 친구를 통해 얼핏 들었을 뿐이니까요.. 아마 동식씨가 곤경에 처해 있는 듯해요."

"그랬군요..."

"..............."

다시 대화가 끊겼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제는 대화를 풀어가야 할 사람이 보경 자신인 듯했다. 아니 그래야 될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듯한 태도, 무슨 말이든 다 이해할 것만 같은 지혜의 표정에 어떤 의무감 마저 보경은 느껴야 했다.

"아마.. 회사에 파가 크게 3개로 나뉘어져 있나봐요. 동식씨를 위주로 한 젊은 개혁세력과 회사의 창업 세력 2부류로... 물론 동식씨의 세력이 가장 약하죠. 그런데, 지금의 대표이 사가 적당히 각 세력들을 완충시켜 주던 역할에서 벗어나 동식씨를 지지하고 있나봐요. 그래서 나머지 두 세력이 결합하여 동식씨를 공격하고 있나봐요."

"이지석 대표이사가요...?"

"예... 아시네요...."

뜻밖이라는 듯 보경이 말했다. 동식에게서 들었던 이미지로는 그녀가 그를 알 리가 없었을 같았었다.

"예전에 남편에게서 들었어요. 아주 좋으신 분이라고요."

"예... 좋은 분이죠. 예전 제 남편이 살아 있었을 적에 동식씨와 종종 놀러오곤 했죠. 연세 가 많은 데도 옷 입는 센스는 아주 뛰어난 분이에요. 언젠가 한 번은 몸에 달라붙는 청 바지를 입고 오셔서 제가 주방에서 한 참이나 웃었죠.."

"많이 이상하시던가요..?"

"아뇨.. 잘 어울렸어요. 다만, 그 분의 연세를 생각하니까 우습더라고요."

"예... 그 연세의 노인 분들은 청바지는 잘 입지 않으니까요.."

"어디 잘 안 입는 정도인가요...? 저는 방송이나 영화를 제외하곤 실제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걸요.. 그런데 글세 그 분이 그날 입고 오셨더라고요. 더구나 청자켓까지 걸치시고... 정말 그 모습은 직접 봐야 제 심정을 알 거예요."

보경은 지금도 우스운지 혼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시장 같은데 가면 가끔 보지 않나요? 저는 몇 번 본 듯한데..."

"글세요... 기억에 없는데... 저는 시장에 가면, 물건 사기에 바빠서 사람들을 유심히 보지 않거든요.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러세요..."

"예.. 그래서 가능하면, 일반 가게를 이용해요. 잡다한 주방에서 쓸 물건들은 동네에 있는 슈퍼에서 사고, 그 외 옷 같은 것은 전문점에 가서 사죠. 그래서 백화점 같은 곳에도 잘 안가요..."

수다...

어느새 보경은 수다쟁이 아줌마가 되었다. 그녀는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때론 옛 기억을 떠올리고서 황당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고급 포도주를 거의 혼자 다 마셨다.

그녀가 찾아 온 목적이 이 것이었을까?

목적은....

적어도 그녀가 머리 속에 수많은 말들과 함께 정리했던, 명분(名分)이 있는 목적은 이미 오래 전, 대화의 시작 부분에 있었던 짧은 대화 속에 들어있었고, 달성이 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약간의 우월감을 가진다.

비관적 태도를 가지거나..

언제나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우월감은 타인과 나를 구분시킨다. 그리고 그 것을 확인함으로서 스스로의 존재를 안정시킨다.

--난 너와는 다르다. 그리고 나에겐 뭔가 더 낳은 것이 있다.--

단지, 그 것 뿐...

너무나 간단하기에 한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야할 정도로.....

"민수와는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

근 2시간에 걸친 수다 끝에 보경이 말했다. 그녀가 어쩌면 가장 궁금해했던 것... 아니 그 외에도 그녀의 머리 속에 떠도는 수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글세요... 어떻게 할까요.......?"

"..........?"

"..........."

"제게 물어보시면 안되죠... 당사자는 지혜씨 잖아요."

짐짓 자신은 그런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는 듯 정색을 하며 보경이 말했다.

"예... 저죠..... 저는 함께 하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힘들지 않을까요..?"

".........."

지혜는 답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 지금 보경 그녀도 이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가 말이다.

"3시네요....."

".........?"

"집에 아이들만 있지 않나요..?"

"괜찮아요. 애들 일어날 때쯤 들어가면 되니까요..."

빙긋 웃고서 보경은 과일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녀의 눈은 호기심에 불타고 있는 듯 했다.

"조심해야겠어요. 만약 사람들이 알면....."

보경은 취했다. 위스키 한 병의 그녀 혼자 다 마시지 않았는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당연한 말들을 그녀는 자꾸만 하였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들, 평소에 사색의 자료들이 되었던 말들이 있는 그대로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음...... 지혜씨... 말해봐요... 지금 그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죠...?"

".........."

지혜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어머......정말이구나... 어머... 호호~~~ 그럼 혹시... 방안에 있는 민수도....? 맞죠...? 그죠...?"

보경은 혼자 말하고, 혼자 웃었다.

술기운....술에 취하면,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기에 술을 아는 이들은 사람을 알고자 하면 그와 술을 마셔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몸도, 이성도 마비되고, 감정마저 무디어지는 상태에서 본성이 나올까? 그 것이 정말 본성이긴 한 걸까? 본성이란 것이 겨우 단순한 호기심 덩어리고, 욕망 덩어리일까?

본성(本性)

본래 타고난 성질, 혹은 하늘이 준 천성(天性). 본래 타고난 것이 그러하다고? 하늘이 준 것이 겨우 그런 얄팍한 것?

".............."

지혜는 자신의 잔에 있는 위스키를 입에 가져갔다. 독한 알코올이 코를 쏘았다.

그녀는 사람의 밑바닥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악몽 같던 옛 시절... 그녀가 얻은 것은 그 것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마음이 거부하고, 이성이 거부하고, 몸이 거부하고, 그 어느 것에도 그 것을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도 그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곁에 언제나 있었다.

마음속에, 이성 속에, 또 하나의 육체적 분신으로..

무엇인 본성이고, 무엇인 나 자신인가?

"지혜씨.. 민수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취기가 많이 올랐는지 보경은 혀 굳은 소리를 내었다.

"전부 다요...."

"전부 다...? 어머...호호...."

무슨 생각을 했는지, 보경은 눈을 굴리며 혼자 웃었다. 지금 그녀는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과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의 행동 그녀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한 상태...

지혜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아들의 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 그녀는 소주 2병에 취해있었다. 그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두 개의 소리..... 분열된 자신이었다.

만약, 누군가 있어 그녀의 행위를 막아 주었더라면... 그녀는 또 한번의 지옥은 보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

지금 보경을 지켜주려면 지혜는 그녀를 막아야 했다. 하지만, 지혜는 가만히 있었다.

삶에 대한 욕심.

그러기에 보경이란 여인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보증서가 필요했다.

"민수가... 그거... 잘 해줘요...?"

"무슨........."

"에....이... 그 거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기 아랫도리... "

보경은 자신의 음부를 가르친다는 것이 그만 손으로 직접적으로 누르며 말했다. 그 것이 자신에게는 자극이 되었는지 자기 손의 압박을 하복부에 느끼며 보경은 짧은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어머... 내가 취했나 보네... 호호.... 아무튼 어때요? 잘해 줘요...?"

".........."

지혜는 대답대신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끝내줘요.......?"

"예......"

"어머... 어머.... 호호..... 그럼 혹시... 빨아주기도 하나요? "

다시 지혜는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어머.. 어머 세상에... 민수가 지 엄마...그러니까... 지혜씨 보지를 빨아준단 말이에요?"

보경은 어느새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말하며 웃었다. 아주 어릴 적 동네 꼬맹이들이 킬킬거리며 말하는 소리를 듣거나, 화장실 벽에 낙서되어 있던 글자로 본 것이 전부였었다. 그런 단어. 그 것을 지혜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사용하였다.

무엇 때문에....?

아들과 섹스를 하는 천박한 여인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지금 그녀의 태도는 지혜의 집으로 올 때 타고 왔던 택시기사의 태도와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지혜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호호호.... 재미있어라... 아들이 지가 태어난 곳을 빨다니... 호호호호....."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실내에 퍼졌다.

"하긴... 지 엄마 보지에 자지를 찔러 넣는 아들인데... 빠는 것이 무슨 대수... 호호호.."

".........."

"하지만, 재미있겠는데요..? 민수는 재미있겠어요... 세상 어느 누가 자기를 낳아 준 친 엄 마의 보지를 빨겠어요? 어때요? 민수가 재미있어 하던가요? 꺄르르르......"

"..............."

"지혜씨도 아들에게 보지를 빨리는 것이 기분 좋은가요?"

천박한 말투. 지혜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보경이 할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지혜는 그저 웃는 것이나, 고개 끄덕임으로 답변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때요? 지혜시는 아들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기분이... 좋은가요...?"

"예........."

"정말.....요...? 아들의 자지가 그렇게 좋아요?"

반복되는 질문. 지혜는 보경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씨가 배아파 낳은 자식인데 도요?"

"예........."

"그런데... 저는 아들이 없어서 모르는데, 아들에게 다리 벌려서 보지를 내미는 기분이 어 때요? 짜릿 한가요?"

그렇게 말하는 보경의 태도는 마치 자신에게 아들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행해 볼 기색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술 취한 사람의 언행. 조금 전 정색을 하던 지혜의 태도는 온데 간데 없었다.

"예...."

"짜릿해요.....? 정말로.. 요? 어머... 어떻게 해... "

보경은 마치 자신이 경험한 마냥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한 손을 자신의 정장치마 호크를 열어 그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보경은 술에 취하고, 기분에 취했다..

지혜 앞에서라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 앞에서는 자신이 뭘 해도 그녀가 이해해 줄 것만 같았다. 아니 이해를 해야할 것이라는 믿음마저 생겼다. 천박한 여인 앞에서 자신이 그 어떤 추한 모습을 보여도 그녀 보다 낳을 것이다.

"민수가 보지를 쑤셔줄 때... 신음소리를 내나요? 아니면 다리를 더 크게 벌리고, 더 강 하게 쑤시라고 말하나요?.......아흑....."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 보경은 손이 움직이면서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

"흑......으음.. 아들과 매일 하겠네요? 거실에서도 하고.... 욕실에서도 하고.... 혹시... 주방에 서 음식을 만드는데 아들이 뒤에서 보지를 쑤셔주지는 않나요? 맞죠? 지혜씨... 주방에서 아들의 자지를 보지에 담고서 음식을 만들죠...? 그렇죠....?"

소파에 기대어 누워서 보경은 몸을 꿈틀거리며 이제는 단정적으로 말을 했다. 지혜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았고, 그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았다.

"아들에게 보지를 박히면서 음식 만드는 엄마라..... 아....아......아음....."

보경의 입에서는 말과 신음 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는 지혜는 조용한 시선을 바라보았다. 원맨쇼. 그녀는 원맨쇼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처음 보는 자위행위가 낯설고, 보기 흉했으나, 그녀는 태도를 흩뜨리지 않고 그 것을 바라보았다.

"혹시 제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는 아들의 자리에 다리를 벌려 주지 않았어요? 엄마 보지 에 들어와라 하면서...... 그랬죠...? 아...아음...... 그랬어... 이 자리에서... 엄마가 아들에게 보지를 보여주고... 아음...... 박히고.... 난... 몰라... 어떻게 해......"

"............."

"지혜씨.... 잘 해보세요... 절대 세상에 들키지 말고, 아들에게 보지를 박히세요... 뭐 어때 요? 아음...... 아들이 자지가 좋은데.... 으윽.......윽......."

절정에 도달하려는 듯 보경의 몸은 보다 격렬하게 움직였고, 그에 따라 스커트가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다 자유로워진 그녀의 손은 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보경은 속옷을 무릎까지 내렸다. 그리고 음부의 피부를 벗겨내려는 듯 강하게 문질렀고, 다른 한 손은 상의 속으로 밀어 넣어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투툭......--

상의 단추가 뜯어진 듯한 소리가 들렸다.

흥분.

보경은 지나칠 정도로 성적 흥분 상태에 빠져들었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성적으로 흥분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색(色)을 밝히는 여자라고 느끼기는 했어도, 이렇게 강렬하게 밀려오는 색욕(色慾)은 처음이었다.

몸이 달아올라 타 버릴 듯 했다.

조금도 참을 수 없고, 몸은 저절로 꼬이고, 풀렸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새 그녀의 하체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고, 상체도 옷의 단추가 뜯어져 반라에 가까워졌다.

"으음....... 아.........."

신음이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들의 자지..... 엄마 보지도 쑤시는 아들의 자지.... "

보경의 두 다리는 소파에 올라, 양옆으로 벌려졌다. 그리고 그 두 다리가 모이는 지점에 그녀의 손이 바삐 움직였고, 벌어진 다리는 날개 짓이라도 하는 듯 벌어졌다, 오므려졌다하는 행동을 반복하였다.

".......!!"

지혜는 보경의 음부를 보았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다른 여자의 음부. 보경의 음부에는 자신과는 달리 많은 털들이 있었고, 외음부는 다소 검었으며, 속살은 아주 붉었다.

신기하였다.

포르노테입에서 여성의 음부를 보기는 했지만, 그 것은 모두 서양 여인들. 지혜는 한국 여인들은 자신과 같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대중탕에도 가보지 않았던 터라, 여인의 음부를 본 것은 자신의 것이 전부였다.

"..........."

지혜는 소리 없이 실소하였다. 아들의 성기도 남편 것과 다르지 않던가. 음부에서 느껴지는 확실한 크기의 차이, 굵기의 차이, 힘의 차이....

사람은 비슷한 눈, 코, 입, 몸매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이 모습은 틀리지 않던가.

그런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혜는 여자의 음부는 모두 같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비너스 언덕에 약간의 털이 있고, 그 아래는 매끈하고, 통통하며, 다른 피부와 같은 색이며, 그 속은 분홍빛을 띠고 있다고 말이다.

"아들의 자지..... 으음........ 엄마 보지 속으로 박히는 아들의 자지..... "

보경은 손가락을 자신의 몸 속에 집어넣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제 환상 속에 있었다. 환상 속에는 한 여인이 남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 그 것이 자신인지, 아님 다른 사람인지 몰랐다. 그저 알 수 있는 것이라곤, 그 남녀가 모자(母子)이라는 사실 뿐.

"아... 박아 줘... 힘껏... 힘껏.... 엄마 보지에 박아...."

"............"

가관이었다.

보경 혼자 몸을 비틀고, 꼬며 그와 동시에 손가락을 자신의 몸 속에 집어넣었다 빼었다하는 모습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쇼라고 지혜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 행위가 지나쳤기에 지혜는 나중에 보경과 따로 대화를 해야할 것 같았다.

"아..... 아가... 엄마 보지에 박아.... 그리고... 몸 속에 싸.... 엄마 몸 속에........"

".........."

"내 몸 속에 싸..... 난 네 아기를 낳을 거야... 엄마가 아들의 아기를 낳을 거야......"

"........!!!!"

순간, 지혜는 흠칫했다.

[임신....!!!!!!!]

지혜는 벽에 걸린 달력에 시선을 옮겼다. 이상한 일이었다. 남녀가 관계를 가지면, 당연히 생각해야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혜는 한번도 아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음............"

낮은 탄식이 지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가임 기간.

지혜의 월경은 지극히 규칙적이었다. 마음과 생활의 안정을 찾은 십 수년 전부터 한 번도 그 규칙은 깨어진 적이 없었다.

"아들아... 엄마 보지를 찔러... 강하게... 강하게.... 니 씨앗을 엄마 몸 속에 싸거라.."

열락(悅樂)에 빠진 보경의 눈에 지혜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는 자신의 주체하지 못하는 쾌감에 쫓고 있었다.

"아윽....... 흐음...... 내가 낳아 줄게.. 니 자식을 내가 낳아 줄게... 이 엄마가 낳아 줄게..."

"............."

지혜는 눈을 감았다.

임신.

결혼 초기, 그녀의 남편은 정관수술을 했었다. 그녀가 아이를 학대하던 것에 충격을 받은 그는 바로 정관수술을 했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혜가 안정을 찾았을 때, 동식은 그녀에게 둘째 아이를 낳자고 제의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는 동의했고, 동식은 정관을 묶었던 실을 풀었다.

성공적인 수술로 동식의 생식능력은 회복되었다. 그러나 그녀와 남편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병원을 찾고, 이리 저리 좋은 약은 모두 구해 먹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단 한번의 피임도 하지 않은 체, 그녀는 남편과 관계를 가졌고, 지금은 아들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식은 정말 운명인가 보군......--

둘째 아이를 갖겠다는 생각을 체념하면서 그녀의 남편이 했던 말이다.

[그럴 거야.......]

지혜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길 아이라면 생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운명이란 것은 그녀의 삶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 것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 보다 더 확실한 지식이었다.

단 한번의 관계에서 발생한 임신, 10여 년을 관계를 해도 발생되지 않는 임신. 의학도 설명하지 못하는 그 현상을 '운명'이란 단어 외에 달리 설명할 문자가 있을까?

"내 남편은 내 아들.... 으윽.....하... 내 아들의 아이도 내 아이..... 으음......"

보경은 여전히 중얼거리며 신음을 토해내었다. 그런 그녀의 음부 속에는 손가락 두 개가 쉼 없이 들락거리고, 손바닥의 끝자락으로 음핵 부근을 강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아... 좋아... 음..... 그 아이의 아이도 내가 낳을 거야... 내 아들들의 아이는 모조리 내가 낳을 거야..."

"..............."

"아가야... 걱정 말아라... 네 아빠도 이해한단다... 네 아빠도 네가 이 엄마 보지를 쑤시는 것을 이해한단 말이야... 아윽.....끅......."

"................"

"어서... 어서... 아들아.. 네 아빠가 허락했어... 어서 이 엄마 보지 속에 네 씨를 뿌려...윽.."

".............."

"으윽..........끄윽............."

보경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벌어진 다리를 모으더니 앞으로 내리며 상체를 쭉 뻗었다.

"아윽.....................끅.........."

보경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보경이 절정을 느끼고 있음을 지혜는 직감하였다. 마치 죽어 가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 같았다. 그런 보경을 보며 지혜는 자신의 모습을 연상했다.

아들의 몸 아래에서 자신도 그러한 모습이었을까?

비슷한 듯.....

[축하라도 해야겠네.....]

지혜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보경을 응시하였다.

보경의 절정의 끝을 맞이하곤 이내 몸을 소파에 털썩 내려놓았다. 가끔 했던 자위에서도, 남자들과 관계를 했을 때에도 이 정도의 쾌감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의식을 붙잡을 힘도 사라졌다.

보경은 소파에 반라로 기댄 체, 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녀의 축축하게 젖은 음부에서는 많은 액체가 흘러 살을 적시고, 소파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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