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보경은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곤히 잠든 동식을 애써 깨워 식사를 하게 하고 싶지 않아,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것은 동식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
오후에 동식이 잠든 이후로 보경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동식의 아내와 그의 아들이었다. 지나치리만큼 보경은 그 생각에 매달려 있었다.
[왜..........?]
그 하나의 질문..
보경은 동식의 아내인 지혜가 아들과 관계를 왜 가지게 된 것인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들인 민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든가 하는 각종의 심리학적 지식(知識)과 지혜가 가지고 있는 강한 여성의 성적 매력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지혜...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성적 불만족...
그 것이 원인이 되어 여성들이 남편이외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보경도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녀 자신도 여자이니...
하지만, 동식과 잠자리를 같이 해본 보경으로선 동식이 아내에게 성적인 불만족을 줄 정도로 무능한 존재라고 생각지 않았다.
[심리적인 문제.........?]
그런 이유로 인해 특정 남자에게 성적인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례를 잡지 등에서 보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찌 아들과 섹스를 할 수 있었을까?
지혜를 떠올리며 보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는 것이 너무 없으니......]
"코팅을 해야 하겠어요..."
지혜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민수가 말했다. 그런 민수의 머리는 젖어 있었고, 그의 몸에는 까운이 걸쳐져 있었다.
"코팅........?"
"예...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요."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워 했던 지혜의 기분은 어느새 풀려있었다.
"... 조심 해야죠......."
빙긋 웃으며 민수가 말했다.
"풋~~ 그 보다는 밖에서 보아서 안될 행동을 네가 자제하면 안될까?"
"어.........?"
"왜... 내 말이 틀렸니?"
지혜의 얼굴에 장난기가 서렸다. 그러나 농담 속에 진담이 있는 법. 지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아들에 대한 어떤 거부감이 있었다. 마음의 한 구석에 언제부터인가 자리잡고 있는 죄책감 같은 것.
"................"
민수는 답하지 않았다.
그 농담 같은 말에 어찌 답변을 하랴. 지금까지 배워왔던 당연한 말을 하는 것에 무슨 말을 할까..? 만약, 그 말을 엄마가 아닌 세상사람들이 했다면, 항변이라도 할 것이지만, 지금은 그들이 아닌 당사자인 엄마의 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가벼운 말이었건만, 지혜는 스스로도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예전처럼 생활 할 수 있을까?
지혜나 민수 모두 이 질문에 있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지혜, 민수 본인들이었다.
한번의 실수는 병가지상사.
그 말처럼 잊어버리고 살아가기에는 그들 사이에 일어난 사건은 엄청난 것이었다. 우연히 발생한 성적인 충동으로서의 성관계 그 이상의 것.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고, 그에 대한 이성(異性)적 사랑의 감정마저 가지고 있는데 어찌 태연한 척 잊어버리고 세상이 요구하는 부모자식의 관계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안하구나......."
나직하게 지혜가 입을 열었다.
"내가 괜한 말을 했지....?"
"아뇨... 괜찮아요."
민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푹신한 오리 털 이불의 감촉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풋~~ 우리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
"그러게요...."
자신의 손을 만지며 민수가 답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해보았어...."
".........?"
"우리가 더 이상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 이대로...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 다면 어떨까 하는..."
"..............."
"저번 한 주... 그리고, 오늘 낮 시간까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로 지낸 것 같아... 이 것이 행복이란 것이겠지...?"
민수는 조용히 엄마를 바라보았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 것은 그 역시도 느끼고 잠시나마 생각해 보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던 그였다.
"저는 자신 없어요."
".............."
"엄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자신 없어요. 지금의 엄마를 그대로 느끼며 얼마나 지속 할 수 있을지.. 그렇게 노력도 해보기 전에 도망가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거든요..."
민수에게 있어 엄마의 문제는 흑과 백의 문제였다.
아직 자아가 그리 성숙하지 못한 민수. 그는 스스로 도저히 흑과 백을 섞어 회색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무 것도 모르던 처음, 그리고 예전의 관계를 그리워하며 교회를 찾던 나중.... 그 둘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같이 민수에게 존재하였다.
그런 그의 고민은 지혜가 제시한 "신(新)모자관계"로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성을 결부시키지 말자고...? 그러기에는 욕망의 공격에 대한 민수의 방어력이 너무 떨어졌다. 서로에게 성을 개방시킨 지금에도 충동적인 욕망을 제어하기가 벅차지 않은가? 언제든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 욕망을 달래는 것마저도 벅차지 않은가 말이다.
"친구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엄마.... 그 모습을 들을 때마다, 혹은 세상이 말하는 어머니의 들을 때마다 저는 아직도 가슴이 뜨끔거려요. 죄스럽고, 나 자신이 추해 보이고..."
"............."
"그 뿐이 아니라.. 친구들이 때때로 자신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적마다.. 왜인지 모를 소 외감 마저 느끼죠... 특히 순수한 사랑을 하는 그들을 볼 때면..."
"............."
"순수한 사람들.... 어쩌면 그들 중에서도 저처럼 자신의 엄마에게 욕망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실현되지 않은 욕망으로..... 그저 한 번 꿈꾸어보는 공상정도지요. 저와 같은 실현된 현실이 아니...... 꿈과 현실의 차이.... 그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지난 시간 뼈가 아프도록 느끼어야만 했어요. 저는.... 그들같이 될 자신이 없어 요."
지혜는 아들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잠시... 생각났다가 사라지는 거예요."
자신의 이야기가 무거웠다는 것을 느끼고 민수는 대수롭지 않은 체 빙긋 웃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지혜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들려 준 유머 하나 해 드릴까요?"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듯 민수가 말을 꺼내었다.
"무슨.......?"
"음.... 조금 음란한 건데..."
"재미있는 거니...?"
"제가 듣기에는 그랬어요..."
지혜는 대답 대신에 궁금하다는 듯 아들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단칸방에 5살 난 아이와 어느 가난한 부부가 살았대요.. 그런데, 그 부부는 금실이 너무 좋아서 매일 밤마다 아이가 잠이 들었을 적에 방 바로 옆에 있는 부엌에서 그 짓을 했대요."
여기까지 말하고 민수는 엄마의 반응을 살폈다.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있는 지혜의 눈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 짓......?"
".......?"
엄마의 반문에 민수는 멀뚱하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 짓이 뭐니?"
지혜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미디 프로는커녕, 신문에 가끔 실리는 우스갯소리도 보지 않은 그녀였다. 그런 그녀이기에 부부사이의 다정함을 이르는 금실지락(琴瑟之樂)의 준말인 금실에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그 짓'을 유추해 내기란 그리 용이하지 않았다.
"예...?"
"밤마다 부엌에서 무엇을 했다는 거야?"
"아.... 그러니까... 부부가 관계를 맺는 거 말 이예요..."
"음.. 그렇구나.."
"하하..."
민수는 쑥스러운 듯 뒷목을 긁었다.
"그런데... 이거.. 엄마가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계속 해야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 지.."
"계속해..... 정신 차리고 들을 테니까.."
지혜는 정신차린다는 다짐이라도 한 듯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런 엄마는 민수는 다소 어이없게 바라보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날도 부부는 열심히 그 짓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꼬맹이가 그 소리에 잠이 깨서, 그만 문을 열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어요. 그때 그 부부의 자세는 음......."
민수는 말을 끊었다.
"........."
"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이야기 흐름상 아들이 말하려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 듯 했지만, 난처해하는 아들을 보며 지혜는 그만 둘 것을 요청했다.
"하하... 그러니까.. 왜 있잖아요.. 남자가 여자 뒤에서 하는 자세...."
"뒤에서.....?"
"예.. 뒤에서..."
그러나 지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지혜는 남편과 언제나 정상위로만 관계를 해왔었고, 남편의 강요에 의해서 잠깐 본 포르노테입에서도 언제나 남녀의 체위는 정상위였었다.
".............?"
지혜는 이해가 안 되는 듯 아들을 바라보며 조금 더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민수는 엄마의 그런 눈빛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니까... 음... 혹 아버지랑 포르노테입 본 적 없어요?"
너무나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에게 설명하기가 곤란한 민수는 돌연 엉뚱한 말을 했다.
"있어...."
"그럼 알겠네요..."
"뭘...?"
"왜.. 여자가 엎드려 있고, 남자는 그 뒤에 있고......."
"............?"
"...........!"
설명이 소용이 없었다.
"그런 것을 본 적 없으세요?"
"못 보았는데......."
난감한 일이었다. 민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설명을 하든가, 아님 대충 넘어가던가. 어느 쪽이 되었든, 이야기는 계속 진행하기 어려워 보였다.
설명을 하려면, 적나라한 표현을 해야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순진한 엄마는 외려 그 설명에 충격(?)을 받아 우스갯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민수는 판단했다.
"........"
지혜는 여전히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음............ 엄마!!"
"응.......?"
"언젠가 저와 백화점에 갔을 적에 거리에서 서명을 하신 적이 있었죠?"
"응.....? 음... 그래 있었어... 그건 왜...?"
"그때 엄마가 서명할 때의 자세 기억 나세요? 왜 허리를 굽히고 서명을 했잖아요."
"그래.. 그랬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듯 지혜가 말했다.
"왜.. 여자들은 그 자세가 되면, 그 곳..... 여자의 음부가 뒤로 밀려나잖아요."
"........."
지혜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당연한 현상. 그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은 어색했다. 비록 서로 몸을 섞었을 지라도 말이다.
지혜에겐 성관계를 가지는 것과 성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었다.
"............"
민수는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다소 경직된 엄마의 얼굴. 그러나 그 것은 성기에 대한 자신의 표현 때문이지 자신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라 생각했다.
"만약, 옷을 입지 않고 그런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마가 서명을 할 때 그 자 세 말이에요. 물론, 엄마는 그때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계셨지만, 만약 그 자세에서 약 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면, 음부는 보다 확연하게 드러나 보일 거예요. 게다가 허리를 약간 낮추고 엉덩이를 위로 든다면 여자의 음부는 충분히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일 수 있 을 거예요."
민수는 단숨에 말을 이어나갔다.
"..........."
지혜는 아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녀의 볼에는 빨간 홍조가 띠었다. 민수는 얼른 엄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민수의 가슴으로 몰려왔다.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니....?"
한참 만에야 지혜가 먼저 입을 떼었다.
"비디오요..."
"비디오? 포르노라는 거?"
"예....."
"내가 본 것에는 그런 것이 없던데....."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지혜는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 외에도 다른 자세들이 많아요..."
"다른 자세...?"
"예......"
민수는 엄마를 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것을 많이 보았구나..."
"..........."
"그런 것... 보지 마라..."
"풋... 저는 적게 본 편에 속하는 걸요."
".........?"
"친구들은 저 보다 그런 비디오를 더 많이 보아요. 그리고, 어디 비디오만 있나요. 사진도 있고, 소설도 있고...."
".......?"
지혜는 놀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외려 엄마가 이상한 걸요...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엄마만 모르고 있고, 또 보지 못한 듯도 하고...."
"내가.......?"
"예........"
민수는 살짝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지혜도 어색하게 아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분명 아들의 설명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놀랐는데, 그 외에도 많은 자세가 있으며, 그 것을 모르는 자신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듯 말하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35년....
그 세월 동안 무엇을 하였기에, 겨우 18년을 산아들 보다 더 모르는 것일까? 신문도 보고, 방송도 간간이 보고, 수많은 책도 읽었는데 무엇이 부족하였던 것일까?
지혜는 스스로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런 것을 좋아하니....?"
고개를 숙인 체 손으로 턱을 만지며 지혜가 물었다.
"아마도... 그렇겠죠. 그런 부류가 끊임없이 시중에 흘러 다니는 것을 보면....."
"그래....."
"하지만, 좋아하는 것일 뿐... 모두 그 것을 실행하지는 않을 거예요."
분위기를 개선시키려 민수는 가볍게 말했다.
"............?"
"좋아하는 것과 그 것을 행하는 것은 다른 거니까요."
아들의 말에 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싶으세요? 그럼 제가 구해 드릴 수 있어요."
"아.. 아니... 괜찮아."
다시 둘의 대화는 끊겼다.
한 집에서 십 수년간 살아온 사이건만 둘의 정서는 정말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데, 어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부부 무촌(無寸), 부모자식 1촌(1寸)
1촌이라는 차이만큼의 다른 점일까?
아니면 세대차이일까?
흔하게 촌수 계산은 멀고 가까움이라는 친밀도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표시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라 한다. 그러기에 한없이 친밀한 관계인 부부는 촌(寸)이란 개념 자체가 필요 없고, 그 다음으로 친밀한 것은 1만큼의 거리가 있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왜 1만큼의 거리가 있는 것일까?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고, 죽어서도 그 관계가 지속될 것 마냥 떠들다 못해 거의 신성하게 하려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어째서......?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기에....?
"우리... 많이 다르구나...."
다시 침묵을 깬 것은 지혜였다.
"개인차겠죠......"
"개인차......? 그럼 다른 엄마와 아들은 서로 비슷할까?"
아들에게 지혜는 시선을 던졌다.
"어쩌면........"
"그러니.........?"
"..........."
"그럼... 그들이 우리처럼 성관계를 맺으면, 우리와 같은 차이는 느끼지 않겠구나..."
민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바보 같아......."
"아..아니예요.. 엄마... "
민수는 당황하였다. 그런 아들을 보며 지혜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민수는 이마를 손으로 만지고서 손을 머리 뒤로 넘겼다.
그런 아들을 보며 지혜가 말했다.
"너도... 나와....... 그렇게 하고 싶니.....?"
"............."
민수는 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강렬하게 욕정이 치밀어 오를 때면 그런 생각은 절로 머리 속에 떠올랐다. 어디 그 뿐이랴. 치밀어 오르는 욕정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수음을 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바로 그 저께만 해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
".........!!"
"다만...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길 바래..."
무엇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지혜의 말에는 다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어쩌면 거부의 뜻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 하지만 그녀의 표정과 시선에선 거부보다는 이해의 뜻이 깊었다.
"알았어요..."
민수로서는 달리 답변할 말이 없었다.
억지를 부릴 처지도, 무엇인가를 엄마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수도 없었다. 예전처럼 엄마에게 칭얼거릴 수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을 민수는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다.
새로운 엄마와 자식의 관계...
민수 자신과 엄마의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출발하였었다. 그저 막연하게 출발하였던 그 것은 점차 민수에게 그의 역할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봐요... 불편한 걸요.."
민수가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그러니..? 그래 그만 자자......."
살짝 웃으며 지혜는 일어나서 방의 불을 끄는 스위치 쪽으로 향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방에는 형광등이 꺼지고, 스탠드 불이 켜졌다.
"저 먼저 누울게요....."
이부자리의 한 쪽을 들치고 들어가며 민수가 말했다.
"까운을 입고 잘거니.....?"
"예......? 아.. 아뇨... "
엄마의 말에 민수가 짧게 실소를 내며 까운을 벗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지혜도 까운을 벗고서 곱게 개었다.
"저 먼저 누워요..."
대충 까운을 접어서 옆으로 밀어 놓고, 민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
손에 자신의 까운을 들고서 지혜가 답했다. 그리고 아들의 까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깔끔한 성격 때문일까? 아님 오랜 습관에서 오는 것일까? 그녀는 아들이 누워있는 이부자리 옆에 속옷 차림으로 앉아서 아들이 접어놓은 까운을 다시 개었다.
"그냥 두시지 그래요......"
"습관이 되어서.........."
".........."
"예전엔 이런 것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어.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고, 그 반복되는 것 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부었었지..."
"아버지 때문인가요.....?"
민수는 엄마의 선이 고운 몸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세.... 한 때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
"그럼.. 지금은.......?"
"...........나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려운 말이었다.
엄마의 마음에 대한 지식이라곤 엄마가 오래 전에 썼던 일기장의 내용이 전부인 민수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란 여자는 모두 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일까? 예전, 아무 생각 없이 엄마를 바라볼 때는 멍청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어려워요......"
"풋~~ 나도 잘 몰라... 그냥 느낌일 뿐이야...."
지혜는 아들을 향해 살짝 웃어 주고는 자신과 아들의 까운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식의 개인 서류함이 놓여져 던 곳이었다.
"..............."
"왜 그렇게 보니?"
"엄마....정말 예뻐요...."
민수의 눈은 지혜가 속옷 차림으로 자신의 옆에 앉아 있을 때부터 황홀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것은 언젠가 샤워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볼 때와 흡사하였다.
"그거 아세요? 제가 언제 엄마에게 사로잡혔는지...."
"..........?"
지혜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성욕을 느낀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전에 들었었다.
"작년 가을의 어느 날... 우연히 엄마가 샤워하는 모습을 엿보았었어요. 보려고 본 것은 아 닌데, 정말 우연이었죠."
"알아............."
"그 때부터였어요. 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죠."
언젠가 얼핏 엄마에게 이야기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민수는 한 번 미소를 짓고서 말을 이었다.
"몸이 아파서 학교 수업을 조퇴하고 집에 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 로 갔다가 보았어요."
"..... 문이 열려져 있었나보구나.."
예전 아들의 말로서 자신이 그려보았던 상황이 맞는지 확인이나 하려는 듯 지혜가 말했다.
"예... 아주 조금... 하지만, 그 조금의 틈은 제가 엄마의 몸에 시선을 사로잡히기에는 아무 런 장애도 되지 않았죠. 죄송해요.."
"아냐.. 내 실수인 걸...."
지혜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문은 고쳐야겠다..."
"........."
"다른 사람도 너처럼 넋을 잃으면 안되니까..."
"핏~~~~~"
엄마의 말에 민수는 짧게 웃었다.
"정말 그래야 될 걸요... 엄마의 몸을 본 사람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려면..."
"지옥 같은 시간......?"
"예... 엄마의 몸을 옆 본 이후로 저는 정말이지... 힘든 시간을 보내었거든요."
".............."
지혜는 잠시동안 말없이 멀뚱하니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를 가지고 싶었니...?"
그런 엄마의 말에 민수는 대답대신 엄마의 손을 당겨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약한 비누 향이 코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흔한 스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