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
시계는 그렇게 알려주었다.
민수는 날아갈 것 같은 가뿐함과 개운함을 느끼며, 여느 아침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멀뚱허니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너무 좋은 것에도 사람이 멍청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민수의 17년 생에 있어서 이렇게 상쾌한 아침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치원 다닐 적에 처음 소풍가던 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소풍과 운동회 날...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까지 모두 하나같이 중학교 입학 이전의 것들이 전부였다.
중학교 입학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상쾌하게 아침을 맞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가벼운 몸, 상쾌한 정신, 편안한 마음....
[어제 밤의 일 때문일까?]
민수는 어제 밤에 엄마와 가졌던 정사를 떠올렸다.
[단지..... 그것 때문일까?]
엄마와의 성행위 때문에 이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아마도 지금의 이 기분은 모든 것의 복합작용이리라. 숙면을 취했고, 걱정이 잠시 자신을 떠나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에 어제 밤에 미리 준비하였던 속옷과 잠옷을 입었다. 원래는 이렇게 아침에 입으려고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와의 행위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때, 입으려 준비한 것이었다.
--딸깍.....--
지혜가 들어온 것은 민수가 막 이부자리를 걷으려할 때였다.
"일어났니?"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
지혜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소에 보아오던 모습 그대로...
"내버려 둬... 내가 할게..."
지혜는 아들 곁에 앉으며 아들이 잡고있는 이부자리를 잡았다.
"아뇨.. 제가할게요."
"세탁을 해야하기에 그런 거야..."
"세탁요?"
"그래......"
"깨끗한데....."
"아니야 더러워 졌어..."
"....."
민수는 영문을 몰라 이불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도무지 더러워진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깨끗한데...."
민수는 위에 덮혀진 이불을 걷으려 하였다.
"그러지마...."
지혜가 아들을 제지하였다.
".....?"
"어제 밤의 흔적이 있어서 그래...."
"흔적요?"
"그래.... 흔적...."
지혜는 말하기 곤란한 듯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 엄마의 눈을 마주 응시하던 민수는 그제야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불현 듯 엄마에게 물었다.
"부끄러운 가요?"
"아니...."
"그럼 왜?"
"굳이 볼 필요는 없잖아."
"......"
민수는 말없이 엄마를 잠시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거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민수의 몸에는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는 아침마다 이렇게 했나?]
민수는 자신이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늘 자신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던 엄마를 떠올렸다.
"어... 미역국이네요?"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앉은 민수가 말했다. 아침의 상쾌함으로 인해 민수의 음성은 가벼웠다.
"그래...."
"무슨 날이예요? 오늘 식탁이 장난이 아니네요."
".........."
"왜요?"
"생일 축하해.."
아들의 시선과 마주치길 기다렸다가 지혜가 말했다.
"예....?"
"오늘 네 생일이잖아."
"아....!!"
민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자신의 생일을 한 번도 자신이 미리 알은 적이 없는 그였다.
"여기 선물.."
지혜는 의자에 놓여있는 작은 종이가방을 들어서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그 속에는 최신형 휴대 카세트가 들어있었다.
"우와.....!!"
"마음에 드니?"
아들이 기뻐함을 보며 지혜도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예... 마음에 꼭 들어요. 안 그래도 가지고 싶었던 거예요."
"네 아버지 생각이야."
"아버지가요?"
"그래..."
"어째든 정말 감사합니다."
민수는 엄마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건 편지인데, 너 혼자 있을 때 읽어보라고 하셨다."
"예...."
민수는 엄마가 전해주는 편지봉투를 전해 받고서 선물과 함께 종이 가방에 넣었다. 일진이 좋다고 하는 말은 아마도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고 민수는 생각했다.
식탁에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음식만 놓여있었다. 미역국만 제외한다면, 어느 것 하나 민수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 음식이 없었다.
"우와 맛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몇 가지 음식을 집어 먹어보던 민수가 얼굴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말했다.
"그러니.. 다행이다."
"예.. 정말 맛있어요."
"어서 많이 먹어라."
"예....."
기분이 좋아서일까? 아님 음식이 너무 맛이 있어서 일까? 음식은 민수의 입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 민수를 바라보며 지혜는 미역국을 먹었다.
지혜에게 미역국은 특별했다.
17년 전 오늘... 지혜는 민수를 낳았다.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산골자기 기와집. 동식의 집안에서 나온 지혜와 그녀의 부모가 생에 마지막 거처였던 그 곳에서 지혜는 엄마를 산파로 하여 아들인 민수를 낳았다. 20시간이나 되는 지리한 산고 끝에 낳은 아들...
기절하기를 몇 번...
그녀 생에 가장 처절한 육체적 고통 속에 아들을 낳았다. 뱃속에 든 아들을 죽이려 몇 번이나 자해행위를 하였건만, 아들은 세상에 태어나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그녀의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잡고서 알렸었다.
한기가 뼈 속까지 스며드는 너무나 추웠던 그해 겨울...
지혜의 아버지는 딸과 손자가 혹여 그 추위에 노출될까 걱정이 되어 밤낮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지혜의 어머니는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그녀에게 주었었다. 자신들은 겨우 불의 온기만 살짝 묻은 방에서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를 못하면서도 그렇게 그녀를 돌보며 손자를 얻었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동식의 집안에서 완전히 빈손으로 옷가지 몇 벌만 가지고 쫓겨나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다가 한겨울이 되어서야 겨우 차량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의 빈집에 거처를 잡았다. 주민이 30여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임신한 어린 지혜에게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 그리고 그런 딸을 둔 부모에게 보내던 달갑지 않은 시선이었지만, 그 작은 마을은 그들을 그래도 받아주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빈집을 주었고, 약간이지만 입에 하루 한끼 풀칠할 정도의 음식도 나누어주는 마을의 인심은 있었다.
그 인심에 부탁하여 얻은 미역으로 지혜에게 끓여준 미역국.
아무런 간도 없고, 고기 조각하나 없는 정말이지 미역만 삶은 것에 불과하였지만, 지혜에게 그 국은 너무나 맛있는 진수성찬이었다. 너무나 깨끗하게 씻은 그릇 둘에 하나는 국, 하나는 밥 그 것이 전부였건만, 부모님의 사랑이 있기에 그 것은 더 없는 식사였다.
부모의 웃음이 베어있고, 부모의 사랑이 담긴 그런 식사였다.
그런 부모에게 그녀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받기만 할 뿐, 그 무엇도 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죽이려하였던 아이, 조산으로 인해 죽을 것 같았던 아이도 그녀의 부모가 정성으로 살렸다.
수유하기를 거부하였던 지혜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아이에게 엄마 젓을 먹이거나, 마을에 하나 있던 아이의 엄마에게 동냥 젓도 물리면서 노심초사하여 살렸다. 어디 그 뿐이랴. 지혜가 목을 메려한 이후로는 그녀의 곁을 번갈아 지키기도 하였었다.
자신들의 노력을 일순간에 망쳐버린 딸과 손자에게 그들은 너무나 헌신적이었다.
그런 분들을 보며, 결국 지혜는 살아있는 죽음을 택하였다.
그 것은 발악이건만,
그녀는 그때나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상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 지혜의 보상을 그 분들은 채 5년도 누리지 못했다. 동식이 마련해 준 논과 밭을 일구어 살아가던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던 그 해에도 어김없이 자신들이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 등을 가지고 딸을 보러가던 도로에서 두 분의 생을 마감하였다. 딸과 손자를 보러간다는 들뜬 기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엄마...."
미역국 맛을 본 민수가 지혜를 불렀다.
"응?"
"왜 제 생일 미역국은 항상 이래요?"
"글세...."
"아버지 생일에는 맛있게 끊이더니...."
"......."
지혜는 아들에게 인위적으로 조작된 미소를 보이곤 미역국과 밥만을 다시 입에 가져갔다.
"참... 저는 몇 시에 태어났어요?"
"글세... 시계가 없었어서 잘은 몰라..."
"예...?"
"새벽이었어.... 네 외할머니 말로는 새벽 6시쯤...."
"6시?"
"그렇다고 해..."
다시 지혜는 미역국과 밥만 조용히 먹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던 민수는 조금 전 방에서 바라보았던 안방의 시계가 생각났다. 묘한 감흥이 민수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 * * * * *
3일 장 내내 동식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친구의 빈소에서 출근을 하고, 그 곳으로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친구가 남기고 간 그의 가족을 위로하고, 상주노릇도 해주었으며, 화장을 하여 강에 뿌려질 친구를 위해 한 야산에 묘자리를 샀다.
그리고 오늘....
동식은 일꾼 몇 명과 친구가 남기고 간 3명의 가족만을 대동한 채 친구를 묻으러 산을 올랐다. 자신의 지위로 인해 찾아오던 사람도, 고인이 된 친구가 정을 주었던 사람도, 친구의 처가댁 사람들도... 아무도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오지 않았다.
가는 해의 마지막 일요일....
그들 모두는 그 52번째 일요일을 즐기고 있을 터였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동식 자신도 지금 마지막 길을 가는 이가 김현우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를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러웠다. 가슴에서 억눌러지지 않은 감정이 서서히 소용돌이 쳐졌다.
"................"
지금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일까. 동식은 스스로 회의가 느껴졌다. 차라리 친구의 가족들이 말했던 대로 화장을 하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
"......."
눈이 오려는 듯 하늘은 아주 무거웠다.
"감사해요."
동식의 이 복잡한 심정을 읽었는지, 친구의 아내인 이보경이 곁에 다가와 말했다. 자신의 아내와 달리 세월의 깊이를 그대로 간직한 여인이었다. 선한 눈매는 친구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이렇게 밖에 못하는 제가 외려 죄송하네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늘이 무겁네요. 눈이 올것같아요."
동식은 화재를 돌렸다. 그리고는 뒤따르는 친구의 두 딸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친구는 허무하게 땅에 묻혔다.
3명의 유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앞에 일꾼들의 손에 의해 쉽게 묻혔다.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였을까? 그의 가족들도 멍한 표정이었다.
일이 끝나자 일꾼들은 이내 산을 내려갔다.
"..........."
동식은 묘자리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베어물었다.
"후~~~~~~~~~!"
담배 연기가 길게 뿜어져 나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친구의 부음을 접했을 당시의 허무함이 다시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겨우 사람의 생이 이런 것인가 하는 공허함.
지난 3일. 잠시의 허무감을 느꼈을 뿐... 장례식이라는 절차로 인해 줄 곧 바빴던 탓에 미처 진정한 슬픔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 밀어닥치는 문상객으로 인해 친구의 아내도 그런 슬픔을 느끼기에는 정신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
"흐흐흑............"
흐느끼는 소리에 동식이 돌아보았다.
보경이었다.
남편의 무덤 앞에 앉아 어깨를 떨고 있었다. 뒤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그 동안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집애들의 소리는 점점 커져가더니, 절규로 변하여 산을 울렸다.
지난 3일 동안 무엇이 발생하였나...
장례식이란 절차는 가버린 자의 남은 가족들이 미처 슬픔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유족들의 슬픔마저 유린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동식이 친구의 집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문상객들은 집안의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친구의 부하직원들이 병문안 차 그를 찾았을 때에 그가 죽어버렸기에 그들의 연락으로 동식보다 먼저 망자의 빈소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모두가 동식의 부하직원이기도 하기에 그들은 동식의 등장에 인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그러나, 망자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는 망자의 11살 먹은 어린 딸이었다. 상복을 입고서 놀란 눈을 뜨고 망자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눈으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영아..."
동식은 친구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친구의 딸을 부르며 다가갔다.
"아저....씨............."
주영이 동식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그런 주영의 눈에는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동식은 주영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엄마는......?"
"엄마와 동생은 부엌에 있어요..."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동식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화를 낼 수 없는 자리. 동식은 어린 주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망자에게 예를 갖춘 후에 부엌으로 친구의 부인을 만나러 갔다.
"어떻게 된거죠?"
"아.. 어서 오세요..."
눈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저 친구 언제 저렇게 된 겁니까?"
"오늘 오후에요..."
"그럼 시간이 꽤되었을 텐데... 왜 주영이 혼자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겁니까?"
".........."
보경은 동식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식은 보경의 뒤에서 설것이를 하고 있는 8살 주희에게 잠시 시선을 보내고는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북적이는 문상객들... 이미 한편에서는 술판이 벌어졌고, 다른 편에서는 화투를 치고 있었다.
"어.. 이사님 오셨습니까?"
자신에게 친구의 부음을 알렸던 이기욱 과장이었다. 그는 평소에 죽은 자신의 친구와 그런대로 교분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래.. 어떻게 된건가?"
"저도 집에서 식사 도중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사님도 아시겠지만, 오늘 최이사님과 마 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서요. 저도 김부장님의 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놀랐던지. 그래서 오늘쯤 이사님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장 이사님께 연락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사님이 집에 도착해 계셨지요...."
이기욱 과장은 무슨 소설을 쓰는 듯 묻지도 않은 상황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평소라면 그의 말을 다 들어주겠으나 지금 동식은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다. 공연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되었네..."
동식은 다소 거친 음성으로 이과장을 말을 제지하였다.
"예?"
이과장은 동식의 반응에 놀란 표정이었으나, 동식은 그런 이과장 곁을 지나 빠르게 문 밖을 나섰다. 부엌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늦은 시간에 사람 구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꽤 오랜 시간을 동식을 돌아다녀야 했다. 아내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하였고, 친구의 처가댁에 전화를 할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어느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외출을 싫어하는 아내였지만, 그가 부른다면 올 것이지만, 자신의 부하직원들의 아부성 발언들에 시달릴 것이 싫었고, 친구의 처가는 처음부터 그 친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토록 친구가 도움을 주고, 노력을 하였음에도....사람이라면, 친구의 처가에서 사람들이 와있어야 했었다. 그런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굳이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동식은 내일부터 일할 사람들을 겨우 구하고서 곧장 집으로 향했었다.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무겁던 하늘은 잠시 비를 뿌리는가 하더니, 이내 눈으로 변했다.
하얀 눈송이가 세상을 덮었다.
[올해에는 눈이 많이도 내리는군.]
아직 동식의 귀에는 고인이 된 친구 가족들의 흐느낌이 들렸다. 너무나 긴 시간을 울어서 인지 그들의 흐느낌은 마치 숨넘어가는 소리 같았다.
동식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고, 곧 그의 단단한 어깨가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