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7)

* * * * * * *

"얌마... 너 요즘 좋은 일 있냐?"

자신의 얼굴 앞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한 것은 상현이었다.

"사람 좀 놀라키지 마라..."

"하하......."

시원한 웃음소리. 상현의 웃음소리는 사람을 시원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놀랬니?"

"그래..."

"너 솔찍하게 말해봐... 너 요즘 좋은 일있지?"

상현의 눈에는 그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역력하게 쓰여있었다.

"없어....!!"

민수는 무시하고서 잘라 말했다.

"어라... 너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어쩔건데?"

"어쩌긴 뭘 어쪄냐... 네가 내 속을 태운 만큼만 응분의 보상을 해 주어야겠지."

"협박이냐?"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알았어... 점심시간에 보자."

"정말?"

"그래......"

"야 뭔데...?"

민수와 상현의 대화를 멀뚱 허니 듣고 있던, 민수의 짝이 끼어 들었다.

"애들은 몰라도 돼는 거란다. 이건 형님들만의 이야기니까... 그렇지 않냐 민수야?"

"......"

민수는 상현을 한번 처다 보고는 짝을 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몸짓을 해보였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어이.. 똥씨... 화났니?"

상현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민수의 짝에게 말했다.

"에이... 씨발... 제발 그렇게 좀 부르지 마!!"

"그럼 뭐라 부를까?"

"이름 부르란 말이야 이름..."

"그게 니 이름이잖아... 이동변, 이동변소, 이똥변소, 이똥... 똥..... 맞는데 뭘 그러냐?"

".........."

동변은 그새 좀 전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잊어버리고서 상현을 흘겨보았다.

"아유... 요 귀여운 녀석...."

상현은 갑자기 체구가 작은 동변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어이구.. 화났쪄? 우리 아기?"

"왜... 왜이래... 얼굴 부비지마....!!!!"

"아.. 구여워라... 난 너만 보면 구여워 죽것다. 우리 아기...!!!"

"지...징그러워.....!!!!!!"

동변이 소리를 질렀으나, 반 학생들은 키득거리며 웃기만 할뿐이었다. 게 중에는 그만 괴롭히라는 소리들도 들렸지만 그들도 웃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야.. 상현아... 그만해..."

옆에서 웃고있던 민수가 질색을 하는 동변이 안타까워 상현을 제지하였다. 그러나 그런 상현의 장난은 수업종이 울리고서야 끝을 내었고, 덕분에 동변의 얼굴은 상현의 턱수염에 긁혀 벌겋게 되었다.

"하하.. 동변아.. 너 네 말대로 전학을 가든지 해야겠다."

"가.. 갈 거야."

"하하... 농담이야. 네가 가면 나는 어떻게 하니? 내가 상현이에게 잘 말해볼게. 걱정하지 마."

"......."

동변은 뾰루퉁 한 얼굴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뾰루퉁한 얼굴은 수업시간 내내 지속되었고, 그런 동변의 반응을 읽은 국어선생님이 상현에게 주의를 주었으나, 그건 매번 그때뿐이었다.

"야..이제 이야기 해봐.... 어떻게 되었냐?"

옥상에 올라오자 마자 상현이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민수는 말하려다 말고 순간, 말을 삼켰다. 그녀와 잘 안되었다고, 헤어졌노라고 말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세상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알아서도 안 되는 자신과 엄마의 사랑.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거쳐 겨우 이룬 사랑을 이렇게 쉽게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 민수는 순간적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하였다.

스스로 신의 저주로까지 치부했던 사랑이었다.

그에 굴복하듯, 이렇게 쉽게 자기 스스로 모순적 발언을 하기는 싫었다.

".........."

민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지금 상현은 자신이 유부녀랑 사귀고 있다는 것만 알지, 그녀가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은 없다. 단지 다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야...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

"알았다."

"그래 어떻게 되었어?"

"잘 되었어. 우리 지금 서로 사랑한다. 정말로.....사랑해...."

민수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홀가분하게 말했다. 친구에게 자세하게만 말하지 않으면, 그는 거짓말하지 않고서 자신의 사랑을 확실하게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엄마와 자신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지 벌써 5일...

그 동안 황홀하기 그지없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을 사랑이라는 것이 한편으론 마음을 무겁게 하였는데, 지금 이 순간 민수는 그 무거운 마음을 속 시원히 털어 버렸다.

세상에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우와... 이 녀석.... 야 임마 축하한다."

상현은 마치 제일인양 기뻐하였다.

"고마워...."

"뭘.... 너 그 동안 힘들어한 보람이 있구나... 짜식이 맨 날 우거지상을 하고 있더니만..."

"......."

"그래.. 나 소개시켜 줄 수는 있는 거냐?"

"그러길 바래?"

"....뭐... 없음 말고..."

상현은 쉽게 포기하였다.

[좋은 녀석....]

민수는 상현을 보며 자신이 상현을 제대로 보았으며, 그가 좋은 친구란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랑... 사랑이라.........."

"......"

"그래 사랑을 해보니 어떠니?"

"좋아..."

"......."

"......."

"그게 다냐?"

"응..."

"겨우 그거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좋다는 말 외에는....."

"무진장 썰렁하군.."

상현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 옥상 난간에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사랑은 어떻게 확인한 거냐? 혹시 키스?.... 아님.........."

상현은 응큼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나머지 질문을 형상화하였다.

"키스로.. 확인했어.."

"오....!!! 키스... 아.. 부러워라... 유부녀와의 환상적인 키스라....."

상현은 홀로 몸짓까지 해가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엥...? 유부녀?.... 그러고 보니.. 유부녀였잖아..."

"그게 왜?"

"그럼 너 아줌마랑 사귀는 거 아냐?"

"그래서..?"

"내가 아는 아줌마는 전부 다... 이러...이러... 하거든...."

"아냐... 젊고, 날신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야..."

"휴~~~~~~!"

"네가 왜 한 숨을 쉬니?"

"아까 상상 속에서 아리따운 여자가 갑자기 푹 퍼진 아줌마로 변했었거든..."

"하하.. 녀석..."

"그나저나... 너 무진장 부럽다. 아름다운 유부녀랑 사랑을 속삭인다니... 그럼 앞으로 종종 키스도 하고, 잘 하면..... 그것도 할텐데...... 우와...."

"..........."

민수는 그런 상현을 보며 그저 미소만 지어보였다.

"너 아줌마들은 그런 경험이 많아서... 아주 남자를 죽인데... 그 현란한 몸 동작에 남자는 무조건 뻑간데... 더구나 우리 같은 애송이들은 말해 뭐하겠냐.. 아주 천당과 지옥을 왔다 리 갔다리 할게 뻔 하쟎냐... 아.. 나두 예쁜 아줌마랑 사귀고 싶다."

상현은 혼자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현을 보며 민수의 얼굴은 점점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 것을 하려고?"

"응?"

"그 것만 하고 싶어서 아줌마랑 사귄다는 말을 한 거냐고 묻는 거야!!!!!"

민수의 어조는 거칠었다.

"그 것만..?"

상현은 민수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책임질 자신은 있는 거야?"

"하하.... 당연히 없지. 야야... 장난이야... 화 풀어라....."

".........."

"미안해... 너의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 아니야... "

"알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해..."

상현에게서 시선을 뗀 민수는 멀리 있는 산을 응시하였다. 그런 민수를 보며 상현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가벼움에 대하여 자책하며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성욕.........]

발단은 분명 그 것이었을 것이다. 미처 날뛰는 성욕으로 인해 시작된 사랑. 어쩌면 그 것이 지금 민수가 믿고있는 사랑의 본질일지도 몰랐다. 지금 민수 자신이 느끼는 이 사랑은 그 단 헌 번의 제어불가능 했던 성욕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그 강렬했던 느낌도.... 겨우 그런 것에 불과했나.......]

민수는 엄마와의 첫 키스를 떠올렸다.

처음 엄마의 방으로 들어가 엄마의 몸을 유린했을 때에 자신이 느꼈던 무아지경의 절정과는 달랐던 그 키스. 강렬한 성욕처럼 자신을 지배하였던 것처럼 자신을 지배하였던 그 느낌도 성욕을 기본바탕으로 한 것일까?

"........."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었다.

"야...야..."

상현이 민수의 어깨를 흔든 것은 그때였다.

"내 말에 그렇게 충격을 받았냐? 왜 그래?"

"......"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상현은 다시금 친구가 예전의 심각함으로 돌아간 것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냐.... 너 때문이 아냐.."

"......."

"나 때문이니까"

민수는 당황해하는 친구의 어깨를 툭 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게 성욕이란 것이 없다면 과연 그녀를 사랑했을까 하고.."

"성욕?"

"그래... 성욕!!"

"......?"

"우리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그 성욕 때문일 수도 있거든. 아니, 어쩌면 그게 다 일 수도 있지."

민수는 잠시 말을 끊었고, 상현은 뭔가 이해가 되는 듯하였다.

"민수야..."

"아니.. 상현야... 우리 조금은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

"....?"

"난 사실 그 동안 여자를 예쁘고, 예쁘지 않고로 분류했었어,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성적 인 매력이 있나 없나로 구분했다고 보아야겠지."

"........."

"내가 바라보는 여자는 그랬던 것 같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네... 하지만 상현아... 나에게는 다른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

"나는 아까도 괴롭혔다고 하는 동변이 녀석을 좋아해. 그러나 그 녀석에게서 성욕을 느끼 지는 않아. 또한 예쁜 여자라고 해서 반드시 성욕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

"성욕은 뭐랄까... 성욕을 느끼게 하는 여자에게만 느끼는 것 같아."

"그러니?"

"... 응"

"그럼 상현아... 만약 네가 성욕을 느끼지 않는 어떤 여자가 네 앞에서 나체로 서서, 여성 의 그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면....?"

"너... 너무 확대하는 게 아냐?"

"그런가?"

"그래... 너무 지나치게 한가지에 집착하여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는 것 같다."

".....!"

순간, 민수는 어쩌면 자신이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봐.. 나에게는 순수한 마음과 본능이 공존하고 있어. 어느 것이든 나에게 있는 것 인 이상, 어느 한쪽으로 무엇인가를 좋아한다고 하여도, 그 대상이 다른 하나, 즉 본능이 발생하는 조건을 조금이라도 충족시키면 본능으로서도 그 대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

민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런 외부적 충격이 없었건만, 그의 머리 속에는 굉음이 울렸다.

"이제서야... 민수 너에게 말하는 거지만... 나 사실 짝사랑에 빠진지 오래다. 처음에는 정 말 순수하게 좋아했어. 다른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무작정 그 애가 좋았지."

민수의 귀에는 이미 다른 말이 들리지 않건만, 상현은 그런 민수를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는 길이 그 여자애로 인해 얼마나 즐거웠는지. 매일 아침이 상쾌했 어. 그게 얼마나 좋았는가 하면, 내게는 일요일이 악몽 같았을 정도였지. 이제 겨우 초등 학교 5학년 꼬맹이에게서 그런 엄청난 선물을 매일 비밀스럽게 받았어. 하하........."

상현은 자신이 말하고도 쑥스러운지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나 참 우습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좋은 걸 어떻게 하겠냐. 그렇다고 초등학교 5년 꼬맹이에게 사귀자며 접근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그냥 매일 아침 혼자 은밀하게 엿보기만 했지. 안다 알어.. 네가 나를 어 떻게 생각할는지..."

"........."

민수는 제 정신으로 돌아와 친구의 충격적이 고백을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민수 스스로도 친구의 이 고백을 자신이 왜 황당한 표정으로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황당한 표정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나도 나 자신이 한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더구나 내 막내 동생의 같은 반 친구이니 내 가 얼마나 복잡한 심경이었는지 너는 모를 거다. 11살 짜리 여자 애를 좋아하게 내 심정 을... 그런데 나를 더 황당하게 미치게 했던 것은, 그 꼬맹이가 내 꿈속에 빨게벗고 나타 난 거야. 나는 그런 그 애를 끌어안고 꿈속에서지만 그 짓을 해버렸고..."

"........."

"꿈에서 깨고 난 다음에 얼마나 황당하던지. 더구나 팬티까지 축축해져 있는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쪽팔렸는지.... 내가 아주 미치는 줄 알았다. 베라 벨 생각이 다 들더라. 유아 에 집착하는 정신병이니 뭐니... 내가 옛날에 욕을, 욕을 했던 초등생 강간 신문기사가 떠 오르고..."

민수는 이해가 된다는 듯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현은 그런 자신의 말에 어떠한 부끄러움도, 수치스러움도 얼굴에 내비치지 않았다.

"난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게되었을까 하고 생각했어. 쉽게 떠오르더라. 그 꼬맹이가 여름 날에 입고있던 나시와 반바지 옷차림. 그때는 그냥 조금 성숙한 꼬맹이구나 하고 넘겼는 데 내 마음 저 깊은 곳은 그게 아니었나봐. 또 동생과 그 꼬맹이 그리고 내가 함께 등교 하는 길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던 꼬맹이의 치마 밑 뽀얀 종아리.... 어디 그 뿐이겠니.. 볼록한 가슴도, 내 눈에는 아주 매력이 넘치는 눈매, 얼굴, 입술......."

순간, 말하던 상현은 코웃음을 쳤다.

"조금은 무심하게, 혹은 나 스스로를 탓하며 억제하며 넘겼던 그 모든 것이 다 떠오르더 라. 그리고, 이제는 그 꼬맹이의 모든 것이 나의 성욕을 자극하고..."

"......."

"난 내가 미치는가보다 하고 생각했어.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더라. 난 미친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랑'라고 있는 거라고....."

"사랑?"

"그래.. 사랑... 난 지금 사랑하고 있어. 그러기에 그 꼬맹이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고, 그 꼬맹이가 꼬맹이로만 보이지 않고 여자로 보이며, 여성으로서 안고싶은 거야."

"그럼 그렇게 할거야?"

"하다니 뭘?"

"현실로 표현할 거냐고..?"

민수의 말은 진지했다.

"당연하지... 당연히 그렇게 할거야. 다만, 지금이 아닐 뿐. 그 꼬맹이가 나를 사랑하게 되 었을 때 할거야. 내가 그 애를 사랑하기에 난....... 그 때를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상현의 눈은 희망으로 빛났다.

"만약에... 그 때가 지금이라서, 그 애가 지금 너를 한 남성으로서 사랑한다면?"

"하하... 너 왜 당연한 질문만 하니?"

"당연한 질문?"

"그래 임마... 지금 그 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당장 달려 갈거야."

"하지만 너무 어리잖아."

"하하... 무슨 말인지 알아. 세상이 인정하지 않을 거란 말이지? 그 애와 나에게 조금의 시 간이 더 필요할 거란 것을 내가 왜 모르겠냐. 잘 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한다고?"

"응... 세상이야 이해를 시키면 되는 거지만, 그 애에게서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그 애를 설득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거든. 사랑은 머리보다는 마음이니까... 아니 사람의 전부니까. 육체, 정신, 마음.. 그 모든 것이 함께 잘 어우러졌을 때에나 가능한 거야. 그 것이 얼마 나 힘이 드는데, 개인에게도 일생에 몇 번 오지 않고, 남녀 두 당사자간의 그런 몸과 마 음과 정신의 일치는 평생에 걸쳐 한번 올까 말까 인데.. 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고 그 래...?"

마치 장난하듯 상현은 쉽게 말했다. 지금 민수에게는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없는데, 상현에게는 그 것이 아주 쉬운 듯 보였다. 사랑의 정의도 너무나 쉽게 내리는 상현...

민수는 상현에게 놀라는 한편 그라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세상이 이해해 줄까?"

"응.. 당연히 이해를 해주지. 아니 내가 이해를 시켜."

"이해를 시킨다고?"

"응... 어차피 세상이 타인의 사랑을 확인할 길은 단 하나 뿐이잖아. 당사자가 행하는 행위 로만 알 수 있을 뿐. 따라서 보여지는 나와 그 애의 행위를 약간만 통제하면 그 뿐."

"그건 세상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속인다구?"

민수의 말에 상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가 속이는 거야?"

"네 말은 세상에 들키지 않게끔 행동한다는 것도 포함된 것이 아니었니?"

"맞어!!"

"그게 세상을 속이는 게 아니냐고."

"전혀..... 하하하......"

상현은 재미있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웃지만 말고 이야기 해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100가지라 하자. 그 중에 10가지를 못한다고 하여 100가지 모두 를 억압받는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 애와 내가 속삭일 수 있는 사랑의 행위가 100 가지라 할 때, 10가지 정도 못한다고 하여도, 설령 99가지를 못한다고 하여도 나에게는 할 수 있는 행위가 소중해. 그 애와 내가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단 한가지의 것만 있어 도 상관없어."

"........"

"그리고 세상이 억압하는 것은 표현되는 행위이지 마음이 아냐. 헌법에도 양심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잖냐. 그리고 세상은 세상의 눈으로 보이는 행위만 통제해. 안 보이는 것까지 간섭하지 않는단 말이다. 즉, 안 보이는 행위는 용납한다는 말도 되지."

".....?"

상현은 민수의 의문 가득한 표정에 보며 빙긋 웃었다.

"민수야.. 세상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질서만 요구해. 가령 초등생과의 사 랑을 나눔에 있어서 몇 가지 금지를 하는 것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약자이고, 미성숙한 초등생이 피해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 이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

"도덕, 윤리, 법... 그런 질서들은 혼란이 있을지도 모르니 함께 지키자는 것이지, 해서는 안된다라고 하는 건아니라 생각해. 만약 내가 질서를 반드시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철저 하게 믿고 있었으면, 내가 어찌 너의 사랑에 축하를 해주겠니? 너야 괜찮을지 몰라도, 네 가 사귄다는 여자 쪽은 분명, 남편 몰래하는 "불륜"에 해당할 텐데 말이다."

순간, 민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넌........"

"...?"

"참 생각이 쉽고, 명확하구나... 부럽다."

"하하... 이제야 알았냐?

"아니 알고있었지만, 새삼 느껴....."

"어이구... 이 친구가... 왜 부담을 주고 그랴?"

"그랬나? 하하하.........."

"하하하..........."

민수는 친구인 상현과 어떤 동질감과 시원함을 느꼈다. 비록 자신은 솔찍하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았지만, 상현이 했을 고민에서 동질감을 느꼈고, 그의 말에 시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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