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잃어버린 자아(自我)의 회귀
첫 눈이 내렸다.
겨울을 알리는 찬 기운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었건만, 겨울의 상징인 눈은 12월 중순인 지금에서야 내렸다.
"함박눈 이예요."
"그래.."
까페의 가장 좋은 창가자리에 앉은 지혜와 민수는 조금 전부터 흩날리던 눈이 함박눈으로 변하자 그 풍경을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 걸어요."
민수가 불현듯 말을 꺼내었다. 아직 식사도 하지 않은 상태이건만 감상에 젖은 민수는 그 것을 까맣게 잊었다. 아니 잊었다기보다는 무시하였다. 어차피 오늘의 식사는 엄마와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었으니.
"그래..."
지혜는 아들을 잠시 응시하다가 승낙했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저마다 첫눈에 들뜬 모습이었다. 젊은 연인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그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낯선 여자가 지혜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
지혜는 그 여자를 향해 말없이 먼저 인사를 하였다. 민수도 엄마를 따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 짓으로 인사를 하였다.
"그 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예.... 부장님 댁도 무고 하신가요?"
"그럼요. 저희야 잘 지내죠. 이사님 덕분에요."
"......."
지혜는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그냥 이 애를 따라 나왔어요."
지혜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어머...그럼 애가 민수예요?"
"예..."
"세상에나... 이렇게 자랐어요? 그런데 갈수록 사모님을 더 닮아가네요."
"민수야 인사드려라. 아버지 회사 동료의 부인되신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서있기만 하던 민수는 엄마의 말에 따라 제대로 인사를 하였다.
"그래... 반갑다. 2년만에 볼라 보게 자랐구나. 키가 180cm는 되어 보이는구나."
"아님니다. 176cm정도입니다."
"어머? 그래? 우리 아들과 같은 키네... 그런 왜 이렇게 커 보이니? 체격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
민수는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냥 웃음으로 대체하였다.
"그나저나.. 사모님은 어떻게 갈수록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네요. 어디 가서 20살 처녀 라고 해도 믿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전형적인 아줌마 스타일이었다. 고상함이라든가, 품격 혹은 나이에서 오는 성숙된 인격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정말 아줌마였다. 더군다나 너무나 수다스러워 듣는 이로 하여금 질리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는 도중에 그 여자의 남편이 자식들과 함께 왔는데, 마치 잘되었다는 양 이번에는 부부가 합동으로 지혜와 민수에게 눈에 뻔히 보이는 아부성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정한 곳이 없으면 저희랑 같이 가세요."
"그러세요. 저번에 얻어먹은 것도 있고 하니... 함께 가시죠?"
민수도 그들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아버지가 외국으로 출장 가기 전, 우연히 새해 초에 있을 인사이동에 대한 전화통화 내용을 귓전으로 들은 바 있었다. 그 것이 기억나자 순간 민수는 그들이 측은하게 보였다.
"감사합니다만, 저희는 갈 곳이 있습니다."
짧고 간결한 어조로 지혜가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 것 뿐이었다. 그리고, 지혜는 잠시 아들에게 눈길을 주어 무언의 말을 한 다음 다시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
엄마의 곁에 서서 걸어가던 민수는 아쉽다는 듯한 그 중년부부를 처다 본 후 엄마에게 눈길을 주었다.
곱고, 약해 보이는 여자.
지금 민수의 눈에는 엄마가 그렇게만 보였다. 하지만, 뒤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부부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은 듯했다.
".....!"
언제부터 엄마를 약하게 보았던가? 민수는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다.
"왜 그렇게 보니?"
아들의 시선을 느낀 지혜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다소 놀라서요."
".....?"
"저 자신에게...."
민수는 멀리 보이는 공원으로 시선을 보내었다.
"예전에 엄마는 강한 분이셨는데...."
"......"
"지금의 제 눈에는 약해 보이거든요."
"......"
"눈이 점점 더 많이 오네요."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아 조용히 내려앉는 눈을 보며 민수가 말했다. 그리곤 어린아이처럼 달렸다.
한참을 달리던 민수는 우뚝 멈추더니 주차된 차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손으로 뭉쳤다. 그리곤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엄마에게 가볍게 던졌다.
"어머......"
지혜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눈덩이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무슨 짓이니?"
"하하.... 재미있잖아요."
민수는 다시 뭉친 눈덩이를 가볍게 던졌다.
"어머...."
"하하........"
"왜 그래... 그만해."
"싫은데요...."
말과 동시에 민수는 또 다시 눈덩이를 던졌다. 눈덩이는 허공을 가르며 지혜의 근방으로 떨어졌다. 어차피 맞출 생각이 없는 눈덩이. 그러나 매번 지혜는 몸을 움츠리며 '어머'를 연발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계속하여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느새 민수 가까이 왔고, 민수는 다시 달려서 공원 속으로 들어갔다. 공원 안에는 이상하게 사람들이 없었다. 겨우 공원 저 편으로 빠져나가는 연인 한 쌍만이 보일 뿐이었다.
[하긴.... 눈이 오는데....]
민수는 조금 전에 지나온 시내의 북적이는 사람을 떠올리며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 근처로 가서 눈을 다시 뭉쳤다.
10개 쯤 눈을 뭉쳤을까. 지혜가 공원으로 들어섰다.
"여기예요."
민수가 손을 흔들었다. 지혜는 민수를 발견하곤 곧장 민수에게로 다가왔고, 목소리가 들릴만큼의 거리가 되었을 적에 말을 하였다.
"같이 거리를 산책하자 더니...."
"지금부터 같이 있으면 돼죠 뭐."
"어머... 너 그 눈덩이로 뭐하려고 그래?"
"던지려고요. 이렇게...."
말이 끝나지 무섭게 민수는 엄마에게 눈을 던졌다.
"어머...."
지혜는 또 다시 몸을 움츠렸다. 아들이 자신을 맞출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는 눈덩이에 놀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해..."
"싫은데요..."
눈덩이는 또 날아갔다.
"......."
이번에는 '어머'란 말이 지혜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냥 몸을 자신도 모르게 한 번 움츠리곤 벤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 이제는 피하지 않을 거야."
"왜요?"
"......."
"재미없나요?"
"그래.."
"..........."
민수는 잠시 엄마를 응시하였다. 그러다 말고 순간적으로 다시 눈덩이를 가볍게 날렸다. 이번에는 엄마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툭......-
"어머......."
눈은 정확하게 지혜의 가슴팍에 떨어졌다.
"하하...... 저는 재미있거든요."
"......."
"그래서 계속할래요. 아들과 놀아주는 것은 엄마들의 의무잖아요."
민수는 말을 마치자 곧 미리 만들어 놓은 눈을 약간의 틈을 두고 계속해서 던졌다. 그리고 다시 만들어서 던지고....
힘주어 뭉치지 않았고, 더구나 약하게 던지기에 맞아도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아들에 의해 계속 날아오는 눈덩이들은 대부분 지혜의 몸에 맞았고, 그 것들이 부셔지면서 더러는 목을 통해 몸 속으로 스며들기도 했다.
"민수야..."
"왜요?"
"차거워......"
"저는 잘 모르겠는데...."
"눈을 맞는 것은 난네... 네가 어떻게 알어.."
"그런가...?"
"그래...그러니까 그만 하란 말이야. 어맛...."
이번에는 지혜의 목에 정확하게 눈덩이가 떨어지면서 지혜는 그 차거움에 깜짝 놀랐다.
"하하........."
민수는 황급히 목의 눈을 치우는 엄마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에 잡힌 영상들이 종종 보여주는 눈싸움. 그것을 하며 행복해하며 즐거워하는 연인들을 예전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 민수는 조금 이해가 될 듯하였다.
그때였다.
-턱........-
"앗......."
자신이 눈덩이를 맞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던 민수는 자신의 이마에서 느껴지는 차거움에 깜짝 놀랐다.
"어머..."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지혜의 음성.
"정말 맞았네....!"
스스로 감탄해 마지않는 음성이었다. 그리고 눈을 치운 민수의 눈에 엄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말하고 던져야지..."
"호호... 너는 언제 말한 적 있니?"
"좋아..."
민수는 재빨리 자세를 잡고는 눈을 뭉쳤다.
"잠깐...."
지혜가 황급히 말했다.
"우리 공정하게 하자.."
"공정하게...요?"
"그래.. 공정하게..."
"어떻게....?"
"너도 오른손으로 던져고, 나도 오른손으로 던지고...."
"예? 저는 왼손잡이인데..."
"그러니까... "
"좋아요."
"아냐... 또 있어..."
"또요?"
"너는 한때 촉망받는 육상선수였으니 내가 너무 불리하잖아."
"...?"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그리는 이 원 밖으로 나오면 안돼..."
말과 동시에 지혜는 어디서 구했는지 작은 빗자루로 둥그렇게 민수 주위에 원을 그렸다.
"흠... 그럼 제가 너무 불리한 것이 아닌가요?"
"싫음 말구..."
튕기는 듯한 자세로 지혜가 말했다.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모습. 그 모습이 민수의 문에 너무나 보기 좋았다.
"좋아요."
"그래.. 그럼 시작..."
그 말과 동시에 민수에게 눈덩이 하나가 날아와 부딪혀 부서졌다.
"이런...."
민수가 자신의 몸에 묻은 눈을 터는 사이 지혜는 벌써 멀찍이 도망가 있었다. 그리고 손을 위로하여 흔들어 보였다.
"엄마... 비겁해요..."
민수는 소리를 쳤다.
"뭐라구?"
"치사하다 구요."
"안 들려...."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아악............"
지혜의 비명소리였다. 자리에 앉아 눈을 뭉치던 민수는 비명소리가 조금 전 엄마가 사라진 쪽에서 났음을 인지하고 황급하게 그 쪽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그 곳에 엄마는 없었다.
순식간에 민수의 마음은 급해졌다.
"엄마........!!!!!"
민수는 큰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왜 부르니?"
민수가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 쪽으로 반색을 하며 돌아보는 순간, 눈 뭉치가 그의 얼굴을 덮쳤다.
--퍽.....--
"윽.......!"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한 벌이야."
지혜는 장난스런 음성으로 그 말을 하고는 곧 큰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에이... 사기꾼.."
얼굴의 눈을 닦은 민수는 목소리가 들렸던 곳을 향해 말했다. 그리곤 주변 형세를 살폈다. 엄마가 숨을 곳이라곤 둥근 원의 형태로 낮은 동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 군락이 전부였다.
민수는 그 나무 군락 속으로 들어갔다.
-- 퍽.......--
"너 왜 규칙을 안 지키니?"
다시 눈덩이와 함께 엄마의 음성이 들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빨리 피하여 눈뭉치를 맞지는 않았다. 또한 엄마가 숨은 나무를 정확히 파악한 민수였다.
그의 입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그런 엄마는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민수는 눈을 뭉치며 말했다.
"........"
"하하........ 위치를 들킬까봐 말을 안 하는 거죠?"
"......."
"좋아요. 그럼 저는 여기서 꼼짝도 안 할거예요."
민수는 그렇게 말하곤,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엄마가 숨은 나무 가까이 다가갔다.
".........."
".........."
지혜는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즐기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아들의 기분에 맞추어주려 했던 것뿐이었는데, 지금 그녀는 즐기고 있었다. 처음 아무렇게나 던진 자신의 눈 뭉치가 아들의 이마에 정확히 맞는 그 순간부터...
지금 아들은 자신의 서있는 나무 반대편에 있음을 지혜는 알고 있다. 나무가 있는 이 곳은 낙엽으로 인해 아무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고 해도 작은 소리는 나게 마련이었으니...
지혜의 손에는 지금 두 개의 눈 뭉치가 들려 있었다.
어차피 모험이었다.
지혜는 나무 한 쪽으로 눈을 던지고, 재빠르게 반대편을 돌았다.
"...!!"
지혜의 예상대로 아들은 눈이 날아왔던 쪽을 보고 있었다.
"너 왜 왼손에 눈 뭉치를 들고 있는 거야?"
"앗..... 속았다."
--퍽......--
지혜는 눈이 돌아보던 아들의 목에 맞는 것을 보고는 다시 다른 나무 뒤로 숨었다.
"우리 이제 휴전하자!!"
지혜가 말했다.
"하하.... 야비해."
"야비..?"
"그럼요. 이제 자신이 당할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어머.. 어떻게 알았니?"
"하하... 절대 이대로는 안돼요."
"엄마 좀 봐 주라...."
"싫어요...!!"
"좋아.. 그럼 협상하자!"
"협상?"
"그래... 이대로 밤새 눈싸움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어느 쪽이 되든, 한 번만 맞으면 이번 게임은 끝내기로 말이다."
"좋아요!! 분명 이번엔 엄마가 맞을 거니까."
"너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니?"
이 말을 할 때 이미 지혜는 자신의 나무 뒤에 서있는 또 하나의 나무로 거의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민수는 엄마가 숨었다고 생각하는 그 나무 가까이 가있었다.
"천만에요.. 그럼 시작할까요..."
민수는 아까 엄마가 썼던 방식 그대로 한 쪽을 향해 눈을 던지고, 반대쪽으로 달렸다. 어차피 나무 하나를 두고 싸움을 하려면 두 가지의 방법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 민수는 엄마가 자신에게 사용했던 방법을 쓴 것이다.
".....!!"
그러나, 민수의 눈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너 또 왼 손에 눈 뭉치를 쥐었구나!!"
"......!"
민수는 자신의 뒤에 있는 엄마를 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항복!!"
"항복?"
"예... 저는 지금부터 전쟁포로니, 엄마는 비엔나 조약을 준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 호호호호......."
아들의 시치미 뚝 뗀 말에 어이가 없어진 지혜는 큰 소리로 웃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시원하게 마음놓고 그녀는 웃었다.
"배고프지?"
한참을 웃던 지혜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눈을 바닥으로 던지며 말했다.
"예..."
민수 역시 눈을 던지곤 엄마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지혜는 다가온 아들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아들의 목에 둘러주었다.
"많이 차가웠지?"
"아뇨... 괜찮아요."
"엄마 완전히 야구선수네요."
"운이 좋았던 거지."
지혜는 아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신보다 6cm나 더 큰 데다가, 높은 지대에 서 있는 체격 좋은 아들의 모습은 지혜에게 사뭇 위압감을 주었다.
"오늘은 더 커 보이는구나.."
"엄마는 더 예뻐 보여요."
"...!!"
순간 지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네온사인의 적절한 조명과 여전히 내리는 함박눈의 정경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예쁘다고 하는 아들의 말에 지혜는 사춘기 소녀시절에나 느껴보았던 두근거림을 느꼈다.
"누구라도 지금의 엄마를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
지혜의 가슴은 더욱 두근거렸다.
그 것은 민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며 민수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며 상체를 숙였다.
".....!!!!"
아들의 얼굴이 다가옴을 응시하는 지혜의 가슴은 이제 터질 만큼 크게 울렸다, 그녀의 얼굴은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붉어졌고, 가늘게 몸이 떨렸다.
[어...어떻게 해야하지......??]
지혜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키스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 자신에게 키스하려는 이가 자신의 아들이기에 그러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 당황해 하는 것은 거침없이 다가오는 낯선 감정 때문이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 거역할 수 없는 느낌.
너무 좋은 것이기에 두려움 마저 드는 손님이었다.
".....!!!!!!"
아들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았을 때, 지혜는 모든 것을 알았다.
잠이 오듯 눈이 감겼고, 너무나 익숙하게 찾아온 손님을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찾았던 삶의 희망을...
생각은 필요 없었다.
그저 운명이 알려주는 대로 행할 뿐. 지혜는 아들의 목도리 근처에 어정쩡하게 있던 손을 빼내어 아들의 등을 안았고, 민수는 엄마의 어깨에 있던 손으로 엄마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언제부터 시작된 사랑이었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찾아온 사랑이 소중하기에 이 순간이 행복할 뿐.
곧 지나버릴 순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