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클럽 1
민아는 Z 클럽 지배인의 연락을 받고 토요일 오후 그곳을 찾았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장님 방으로 가시지요."
"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굳이 안내해 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럼. 다녀오시지요."
접대용 존댓말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지배인 권달수 씨를 뒤로하고 민아는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
"아 민아씨 왔어? 그쪽에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요."
사장은 전화 통화 중이었다. 민아는 한쪽 의자에 앉아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그럼요. 천천히 잘하고 있습니다."
사장의 사무실은 별다른 장식품이 없었다. 횅해 보일 정도였다.
"사람이 한 번에 변하면 망가집니다. 네. 그렇죠."
민아가 앉아있는 의자 뒤로 골프 연습대가 놓여있었다. 민아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을 실제로 보니 무척 신기했다.
"그래서 단계가 필요한 거죠. 네. 걱정 없으시도록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맞은편 벽에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다. 풍경화인데 나름 잘 그린 것 같다. 미술을 잘 모르는 민아는 그것이 모조품인지 유명 화가의 그림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네. 곧 결과물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사장은 통화를 끝내고 민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장님. 제가 뭐 실수 한 거라도...."
"어? 아냐 아냐 아냐. 아 잠깐 전화 통화한 거 생각한다는 게 내가 민아씨 쪽을 보고 있었네. 어 신경 쓰지 마요. 다른 일이니까."
"근데 왜 갑자기 주말로 일정이 바뀐 건가요?"
"응 그래. 일 얘기 해야지. 거참 내 정신 좀 봐라 이거 미인이 앞에 있으니까 아주 정신이 나갔네 흐흐흐. 그거 바뀐 게 아니고 지난번이 테스트였던 거야. 아니 그게 뭐더라. 그 맞다. 인턴! 그래 채용하기 전에 인턴! 하하하. 그거야 그거. 민아씨가 이해해. 나 원래 무식한 놈인데 사채로 돈 좀 벌어서 이러고 있는 거거든. 크크."
너스레를 떠는 사장을 바라보며 민아는 저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닳고 닳은 능구렁이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3일 해봤잖아? 근데 손님들 반응이 좋아. 으흠, 뭐 예상은 했지만 아주 좋아. 그래서 주말에 나오라고 연락한 거야. 그러니까 오늘부터 제대로 해보자고. 자 이거 민아씨 옷. 저기서 갈아입고 나와봐요."
사장은 옷 상자 하나를 건네며 방에 딸린 화장실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민아는 옷상자를 집어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민아가 나오지 않자 사장은 예상했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책상 서랍에서 돈다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나!"
"뭘 놀래. 여기 사장실이야 누구 들어올 사람도 없고 잠금장치 같은 것도 없어. 내 이러고 있을 줄 알았어. 그거 들고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야?"
화장실 안에서 민아는 얇은 슬립과 망사 속옷을 펼쳐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분명 처음부터 말했지? 옷 벗고 피아노 치면 된다고. 근데 그 정도 옷을 들고 그렇게 울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엉! 사람이 좋게좋게 대해주니까 내가 사람처럼 보이냐? 나 사.채.업.자.야. 넌 돈 갚아야 하는 채.무.자.고."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뀐 사장은 민아 앞에 돈다발을 던졌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제일 좋은 게 있지. 크크. 그건 돈! 자 그거 네 일당이야. 네가 그 옷 입고 나오면 그 돈은 네 거가 되고 일자리도 계속되는 거야. 그런데! 내가 이 문을 닫고 나가고 나서도 지금처럼 질질 짜고 서 있기만 하면! 뭐 난 본업으로 돌아가서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야. 니 엄마한테 가서..."
"아니요! 알았어요. 할게요. 할게요. 그냥. 아. 너무 창피해서. 그래서 그런 거에요. 할게요. 할 거니까 엄마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
사장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민아는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벗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은 스스로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선물. 평생 자신의 외모에 감사하며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자신의 몸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랬다면 사채를 감당할 일자리를 얻지 못했을 텐데, 생각이 복잡했다.
망사로 된 팬티를 다리에 끼워 넣었다. 역시 망사 재질의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거울에 비춰보니 거뭇한 아래쪽 털과 젖꼭지가 그대로 비쳐 보였다.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을 다잡고 슬립 형태의 원피스를 걸쳤다. 어깨는 끈으로 되어 있고 겨우 엉덩이를 가릴 정도의 길이였다. 또 한 번 크게 숨을 쉬고 거울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난 지금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니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마음이 약해진 거야. 살아야 해. 엄마도 동생도 있잖아. 내가 힘내서 살아야 해. 할 수 있다. 그냥 나가서 피아노만 치면 된다. 옷이 좀 짧고 비치는 거 그게 뭐 어때. 보려면 보라지. 이것도 내 몸이 예쁘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 당당해지자. 어차피 해야 할 일. 하자. 할 수 있다. 민아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저녁 10시. 시간이 됐다. 민아는 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그곳으로 민아가 걸어 들어가자 웅성웅성하며 소란스러워졌다. 민아는 일부러 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모델처럼 걸어갔다. 봐라 너희가 부러워할 만한 아름다운 몸이다. 난 부끄럽지 않다. 자랑스럽다. 속으로 되뇌며 무대에 올라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러나 조명이 들어오자, 당당하려 그렇게 애썼건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창피했다. 엉덩이를 겨우 가리던 슬립 원피스는 그녀가 의자에 앉자 당겨 올라가며 그 속에 있던 팬티를 조명에 드러나게 했다. 망사 팬티는 강한 조명 앞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의 눈높이가 그녀의 다리 사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녀는 마치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 갑자기 문이 열리고 수많은 사람이 오줌을 쏟아내고 있는 자신의 비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무대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정신을 차린 그녀는 건반 위에 손을 올려 연주하기 시작했다.
Z 클럽의 홀. 아름다운 피아니스트의 몸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그녀의 연주에 감동한 사람들의 흥분이 합쳐져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홀 한쪽 벽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커튼이 젖혀졌다. 철봉 운동기구 같은 것이 놓여있는 작은 무대가 나타났다. 홀 전체의 조명이 꺼지고 민아가 연주하고 있는 곳과 철봉이 놓여 있는 무대의 조명만이 밝게 유지됐다. 무대 위로 온몸을 검은 망토로 가린 두 명의 사내가 속옷 차림의 여성 한 명을 데리고 나와 철봉에 손을 들어 묶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여성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건지 아니면 정신이 없는 건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검은 망토의 사나이가 헝겁 채찍을 손에 들고 여자의 등을 내려쳤다.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등 가리지 않고 내리쳤다. 여자는 잠깐씩 몸을 움찔할 뿐 그다지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검은 망토가 가죽 채찍으로 바꿔 들었다. 홀 안이 잠시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채찍 소리. 여자의 비명. 밝은 조명 아래에서 헐벗은 여자의 몸에는 붉은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일어났다. 붉은 자국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좌중은 소란스러움으로 반응해 주었다. 철봉에 손이 묶인 여자의 온몸이 붉게 변해갈 즈음 검은 망토는 채찍을 내려놨다. 그리고 여자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를 거칠게 찟어 벗겼다. 드러난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려쳤다.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 청중은 환호로 답해주었다. 여자의 가슴에 빨래집게가 물려졌다. 가슴이 온통 빨래집게 투성이가 될 때까지 검은 망토는 집요하게 손을 놀렸다. 여성이 기절한 듯 힘이 빠져 축 늘어지자 검은 망토는 손을 들어 연주하고 있던 민아 쪽을 가리켰다. 좌중은 손뼉을 치고 휘파람을 불며 그에게 화답해주었다. 검은 망토가 무대를 내려와 민아쪽으로 다가왔다. 민아는 급변한 상황에 당황해서 연주를 멈추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일어나서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어찌해야 하나 판단하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그사이에 다가와 키보드 옆으로 올라선 검은 망토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말했지. '옷 벗고' 연주하는 거라고. 그것만 기억해. 다른 건 없어."
사장의 목소리였다. 그는 덜덜 떨고 있는 민아의 습립 원피스 어깨끈을 거칠게 끌어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브래지어를 잡아 뜯어냈다. 22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맨 가슴이 많은 사람 앞에 드러났다. 검은 망토는 가슴을 드러낸 채 떨고 있는 민아 옆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자의 포즈를 취했다. 청중은 커다란 박수와 환호로 반겨주었다. 검은 망토가 다시 그녀에게 속삭였다.
"내가 저쪽 무대로 올라가면 넌 다시 연주를 시작하는 거야. 정신 차려. 지금 일하는 중이야."
자신의 시간이 끝나 대기실로 돌아온 민아는 벌벌 떨리는 몸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무대에서 여자를 괴롭히던 검은 망토의 모습은 민아의 상상 바깥세상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그렇게 물건 취급하며 괴롭힌다는 거 그것도 사람들이 주목하는 무대 위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걸 민아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간 검은 망토가 정신 잃은 여자의 뒷구멍으로 꼬리를 쑤셔 박아 개의 모습을 만들어 냈을 때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민아는 자신도 저 여자와 마찬가지로 구경거리일 뿐이라는 생각에 비참함을 느꼈다. 그리고 학대당하는 여자가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껴져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파왔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사장과 지배인이 들어왔다.
"민아씨."
"네.... 네?"
민아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창백해진 얼굴로 지배인을 올려 봤다.
"민아씨 괜찮아요? 이런 추운가 보네요. 몸을 많이 떠시네요."
그제야 민아는 자신을 돌아봤다. 슬립 원피스는 허리에 돌돌 말려 걸쳐있고 상체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알몸이었다. 망사 팬티 한 장 걸치고 있는 아랫도리도 벌거벗은 거나 다름없었다. 아까 무대를 내려와 이곳 대기실로 오는 통로에서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대던 남자들의 손길도 생각이 났다. 추위 때문인지 젖꼭지도 오뚝 솟아 있었다.
"이봐. 오늘 잘했어. 흠. 보통 그쯤 하면 계속 연주하지 못하고 울면서 내려오든지 난동을 부리든지 하는데 민아씨는 오늘 참 잘해줬어. 끝날 때까지 계속 연주도 하고 말이야 프로 정신이 아주 좋아."
"사장님. 지금 대화할 상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라도 좀 덥히게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흠. 그래 보이네. 그럼 내 방으로 데려와. 따뜻한 욕조에 좀 담가두면 정신 차리겠지."
지배인 권달수 씨는 몸을 가릴 생각도 못 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민아를 부축하여 사장실로 이동했다. 복도를 걸어가다 마주친 클럽에서 빠져나가던 손님들이 헐벗은 민아의 모습을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바라보았다. 그중 짓궂은 몇 명의 남자 손님들은 민아의 오뚝 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튕겨보기도 했다.
사장 방 화장실 욕조에서 민아가 정신을 차렸다. 몸이 따뜻해지고 피가 돌자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사장이 화장실 문을 열고 말을 했다.
"이제 정신 좀 들었나? 그럼 옷 입고 나와봐. 아니 뭐 그냥 나오면 나야 더 좋지. 키킥. 흠 농담이고 거기 옷 가져다 놨으니까 챙겨입고 나와."
조금 시간이 지나 민아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말쑥한 모습으로 사장실 의자에 앉았다.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온 거 같네. 아까는 완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니."
"네. 좀 괜찮아졌어요."
"오늘 소감이 어때? 제대로 처음 일 시작한 소감."
"... ... ... 무서웠어요."
"그러네. 그럴 수 있겠네. 이거 내 생각보다 너무 순진했나 보네. 민아씨 말이야. 난 대학생쯤 되면 알 거 다 알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아까 충격 받는 거 보니까 참. 거."
"... ... ..."
"그래도 난 약속 지켰어. 생각해봐 민아씨는 그냥 옷 벗고 피아노 친 것뿐이야. 안 그래?"
"네..... 그건 .. 그래요."
"그럼 이제 가봐. 내일 밤에도 또 와야지. 혹시 안 올거면 미리 연락해. 그럼 민아씨 엄마한테..."
"올거에요! 올거니까... 그러니까 엄마 얘기는 하지 마세요."
사장실을 나가는 민아의 뒷모습을 보며 철성은 입맛을 다셨다. 거의 평생을 뒤 세계에서 보낸 그가 보기에도 저 여자는 특별했다. 그냥 이쁘다는 차원이 아니라 뭔가 청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아까 대기실에서 거의 알몸으로 오돌오돌 떨던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던지 철성은 그만 덮쳐버릴 뻔했다. 아마 그녀가 단순한 채무자였다면 오늘 이 사무실을 저렇게 걸어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철성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알아보니 남자친구도 있고 민아 저년도 어차피 처녀는 아닐 것이 뻔한데 배 한 번 더 지나간다고 누가 알겠는가. 철성은 다음을 기약하며 부푼 바지춤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집에 돌아온 민아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공연을 본 기억과 밝은 조명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알몸을 노출한 수치심에 울다 흐느끼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일요일 오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던 민아는 결국 다시 Z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지 않는다면 발생할 그다음 일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엄마 신변의 위협과 갚을 수 없는 돈. 만약 다시 간다면 자신만 창피한 거 참으면 되는 일이었다.
오늘은 아예 처음부터 속옷만이 민아에게 주어졌다. 붉은색 레이스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얇기는 했지만 다행히 속이 비치는 재질은 아니었다. 민아는 눈을 질끈 감고 그래 수영장에서 비키니 입는다고 생각하자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어제와 같이 10시가 되어 홀에 입장했다. 사람들의 시선과 조명을 받으며 연주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벽의 커튼이 열렸다. 그리고 무대 외의 조명은 모두 암전됐다.
오늘은 커다란 소파가 무대 위에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곧이어 가면을 쓰고 검은 삼각팬티를 입은 근육이 우락부락한 덩치 큰 남자가 역시 가면을 쓰고 가운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여자의 뒤에서 근육남은 가운을 거칠게 벗겨냈다. 여자는 완전한 알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관객이 바라보는 소파 위에서 하나가 되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관객들은 조용히 바라봤다. 환호나 박수는 없었다. 민아도 어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이 섹스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제처럼 과격하거나 거칠지도 않았다. 민준 오빠가 가끔 휴대폰으로 보여주던 야동이 저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사람을 때리고 학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민아는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공개적인 섹스가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클럽에 적응해버린 건 가라는 놀라움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무대에 다른 커플이 등장했다. 곧바로 서로 옷을 벗겨주며 알몸이 된 두 사람은 그곳을 내려와 민아가 연주하고 있는 중앙무대로 걸어왔다. 민아는 혹시나 하는 걱정에 고개를 흔들며 생각하지 말자. 연주만 하자. 그러면 되는거야를 속으로 되뇌였다. 중앙 무대로 올라온 벌거벗은 두 남녀는 다행히 민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바로 서로 키스하며 애무하기 시작했다. 민아는 바로 눈앞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자지를 입에 넣고 빨아먹는 장면을 보면서 자신이 민준 오빠의 자지를 빨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자가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쩝쩝 소리를 내며 핥아먹는 것을 보면서는 민준 오빠가 자신의 씻지 않은 보지를 빨아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남자가 여자를 개처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찔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잡고 흔들던 민준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섹스라는 가장 은밀한 행위가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곳의 모두가 몽롱한 분위기에 빠져들어 갔다. 민아조차도 눈앞에서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저 여자가 마치 자신인 것 같아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자가 거칠게 펌프질할 때마다 여자의 입에서는 환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민아는 민준 오빠가 자신을 사랑해줄 때 자신이 토해내던 기쁨의 소리가 바로 저 소리인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로 간에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관계를 하고 있는 몇몇 커플들이 보였다. 지금 이 공간에서는 섹스라는 행위만이 정상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모두가 원하는 저 행위에 자신도 동참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먼저 등장했던 무대 위의 근육남이 절정을 맞이하여 여자의 배 위에 정액을 뿌리고는 무대 뒤로 퇴장했다. 그리고 그 무대의 조명은 꺼졌다. 이제 중앙 무대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제까지 조용하던 관중들이 웅성웅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 고! 고!'을 외치기 시작했다. 민아 앞에서 여자의 배를 찍어 누르고 있던 남자가 관객들의 함성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뭔가 더 원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본 관객들은 탁자를 내려치며 'go! go! go!'를 더 힘차게 외쳤다. 그 함성에 민아의 연주는 멈췄다. 남자는 민아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 일으켰다. 민아는 그 손을 잡고 취한 사람처럼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일순 커다랗게 함성이 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홀 안의 모든 사람이 민아와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남자는 민아의 뒤에 서서 그녀의 한쪽 다리를 잡아 올렸다. 강한 조명 아래에 활짝 열린 민아의 가랑이 사이. 붉은 팬티는 흥건하게 젖어 검은 음모를 훤히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를 다시 내려놓은 남자는 민아의 얇은 팬티를 거침없이 내려버렸다. 분위기에 취해 몽롱해진 민아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팬티를 벗겨낸 남자는 그것을 관객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잡았다'라며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두툼한 손바닥으로 민아의 가랑이 사이를 쓱 훑었다. 흥건히 흘러내린 애액이 사내의 손바닥을 적셨고, 그는 조명을 받아 번들거리는 손바닥을 관객들을 향해 추어올리며 보여주었다. 다시 민아의 비부를 손으로 문질러 애액을 잔뜩 묻힌 그는 옆에서 개처럼 엎드려 있던 여자의 엉덩이 사이에 그 액을 발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두꺼운 손가락을 민아의 보지 속으로 집어넣어 휘저으며 고여 있던 애액을 끌어냈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여자의 엉덩이 구멍으로 그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민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무대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앞에서 남자의 자지가 여자의 항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남자는 민아의 애액을 윤활유 삼아 여자의 항문을 유린했다.
모든 시간이 지난 후, 민아는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사장실에 앉아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돌이켜 생각하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묘한 상황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사장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 있으니까 보기 좋네. 흐흐."
민아는 무대에서의 마지막 모습 그대로 사장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브래지어만 착용하고 아랫도리는 벌거벗은 기묘한 모습이었다.
"거기서. 왜 거부하지 않았지?"
"... ... ..."
"네가 거부했으면 그 사람은 널 내버려 뒀을 거야. 그게 나랑 약속이었으니까."
민아는 멍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봤다. 위에는 양복 차림이고 아래는 흰색 팬티를 입은 기묘한 차림이었다.
"그런데 넌 순순히 따라 나왔지. 왜 그랬지? 왜 조금도 거부의 몸짓이라도 하지 않았지?"
"... 모르겠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넌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거야. 내가 비밀 회원제 클럽이라고 소개했을 때, 옷을 벗고 피아노를 치는 거라고 소개했을 때. 넌 이미 지금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거야. 그렇지 않아?"
"... ... ..."
"너 자신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네 가족의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내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이미.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도 예상한 거지. 어때 내 말이 틀려?"
민아는 사장의 말을 들으며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 예상하였기에 아까 그 분위기에 녹아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장은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가랑이를 벌리고 앉아있는 그녀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민아의 눈앞에 사장의 삼각팬티가 보인다.
"지금 네가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게 그 증거야. 넌! 지금 이 순간도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네가! 몸으로! 빚을 갚게 되리란 것 말이야."
사장은 민아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하체를 들이밀었다.
"여기 돈 보이지? 300만 원이야. 넌 고급 창녀야. 한 판 하는 데 300만 원짜리지."
민아의 눈에 오만 원 권 뭉치가 보인다.
"지금 니가 네 눈앞에 있는 팬티를 끌어 내리면 이 돈은 네 것이 되는 거야. 빚에서 자유로워 질 날이 좀 더 가까워 지는 거지."
민아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멍했다. 그저 사장이 한 말을 되뇌고 있었다. 난 정말 이런 상황을 예상하였을까. 이렇게 옷을 벗고 앉아 있는 이런 상황까지 예상했을까. 몇 번을 되뇌자 정말 자신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손을 들어 사장의 팬티를 잡았다. 그리고 아래로 끌어내린다. 잔뜩 튀어나온 배 아래 늙은 자지가 검은 번데기 모양으로 파묻혀있다. 사장의 손이 민아의 머리를 잡고 끌어당긴다. 검은 번데기가 그녀의 입술을 비비며 파고들었다.
그날 사장실에서는 새벽녘 까지 남녀의 신음이 그치지 않고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