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청담동 여왕벌 (1)
나에겐 아주아주 예쁜 사촌 언니가 있다.
내게는 친 언니 이상이었다.
이름도 아주 비슷하다.
민예린!
민혜린!
나는 언니를 좋아해서 항상 졸졸 따라 다녔다.
언니도 나를 귀여워해 주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니는 내 우상이었다.
세상에서 젤로 예뻤다.
아직까지도 나는 예린 언니보다 예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도 크면 예린 언니처럼 예뻐 질 수 있을까?
언니보다 더 예뻐지는 것은 어렵겠지?
그래도 비슷하게는 되지 않을까?
우린 사촌 자매지간이니까...
예쁜 예린 언니는 영화배우가 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오래지 않아 언니가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배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예린 언니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고 엄마는 내가 언니 집에 놀러가는 것을 마뜩찮아 했다.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 따위에 구애받을 나 민혜린이 아니다.
공공연히, 때로는 몰래몰래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
나는 예린 언니가 좋았으니까······.
언니는 혼자 살았지만 가끔 언니 집에 어떤 아저씨가 놀러오곤 했다.
엄청난 부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그 아저씨가 구해준 집이란다.
예린 언니를 영화배우로 만들어 준 사람도 바로 그 아저씨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화장품 회사 사장님이란다.
아저씨는 나에게도 용돈을 주었다.
자기앞 수표를 용돈으로 주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나보고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며 칭찬도 해 주었다.
대학생이 되면 내가 예린 언니보다도 더 예뻐질 것 같다고 말이다.
괜히 우쭐해졌다.
그리고, 혹시 연예인이 되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만약 연예인이 되고 싶으면 아저씨한테 말하라고 하며 명함까지 주었다.
예린 언니에게는 비밀이라고 하면서······.
언니가 자리를 비우자 아저씨는 나를 무릎에 앉혔다.
무슨 다리가 이렇게 늘씬하냐고 하면서 크면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보란다.
다리가 정말 길고 예쁘다며 자꾸 손으로 만진다.
미스 코리아에 나가려면 다리가 길어야 한단다.
내 다리 길이를 재어 주겠다면서 발에서부터 손으로 잰다.
허벅지까지 아저씨의 손이 올라오더니 자꾸 치마 속으로 손을 넣으려 한다.
언니가 돌아왔고 치마 속 팬티 위를 어슬렁거리던 아저씨의 손이 황급히 빠져 나간다.
언니에게는 절대 비밀이라고 하면서 용돈을 더 주신다.
예린 언니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아저씨와 말다툼을 한다.
언니가 아저씨에게 뭐라고 한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그런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이 나 때문인 거 같아서 불안하다.
***
학교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는 분명 나를 심하게 야단 칠거다.
집에 들어갈 마음이 아니다.
이런 날에는 예린 언니의 아파트로 가야 한다.
언니는 학교 성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나를 달래 줄 것이니까······.
언니의 아파트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마침 예린 언니는 집에 있었다.
그리고 그 돈 많은 사장님도 함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예린이 언니는 화를 내었고, 사장님은 더 크게 화를 내었다.
사장님이 휘두른 손이 언니의 뺨을 철썩 때렸다.
너무 무서워서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그 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린 언니는 영화배우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돈 많다는 사장님 아저씨와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 아저씨가 보영그룹 회장 최대갑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영화배우를 그만둔 언니는 카페를 차렸다.
최대갑 회장은 그 후로도 언니를 만나러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언니가 만나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
아니 정리되었다고 믿었다.
배우 생활을 청산한 언니는 카페 일에 집중했다.
나도 가끔 놀러갔다.
중학생인 내게는 아이스크림이며 커피, 케이크 등을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카페에서 얻어먹은 아이스크림 덕분일까?
키가 무럭무럭 자란다.
가슴도 제법 여물어 간다.
내가 봐도 제법 숙녀 티가 나는 것 같다.
남학생들이 자꾸 따라붙는다.
길에서 마주치는 남자들의 눈길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동네를 활보하면 모든 남자들의 눈이 내 다리에 꽂힌다.
나는 남자들의 그런 반응을 즐겼다.
왜 여자 어른들이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학생들도 생겼다.
손에 꽃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리는 남학생들이 늘어 간다.
또래 중학생만이 아니다.
이웃 고등학교 학생, 드물게는 대학생 오빠들도 보인다.
사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까봐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있었다.
예린 언니도 학교 다닐 때 그랬다고 들었으니까······.
미인의 숙명 같은 것이다.
미녀는 괴로운 법이다.
"저를 아세요?"
"너, 너무 아름다우셔서······.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설마 사귀자는 건가?
농담이시겠지······.
멀쩡해 보이는 남자들이 어린 여자 중학생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나더러 눈이 높단다.
하지만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 않는걸 어쩌란 말인가?
아무나 사귀고 싶지는 않다.
한 눈에 봐도 견적이 나온다.
누구는 너무 못났고, 누구는 키가 너무 작고, 누구는 너무 살이 쪘고, 누구는 약간 멍청해 보인다.
나 민혜린과 사귈 남자는 완벽해야 한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는 나와 사귀려면, 남자도 완벽해야 하지 않을까?
고입 연합고사가 끝났고 이제 좀 한가하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니까 열심히 공부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감시를 피해 예린 언니의 카페로 놀러 왔다.
남자 하나가 눈에 자꾸 밟힌다.
카페에 놀러 갔다가 몇 번 본 적이 있는 남자다.
나보다 겨우 세 살이 많다고 했던가?
양아치 학교, 똥통학교로 유명한 광산상고를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싸움인지 운동인지 경계가 모호한 권투라는 운동을 한다고 했나?
예린 언니의 눈빛이 수상쩍었다.
저런 볼품없는 사내에게 왜 그렇게도 다정한 눈빛을 보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자꾸 카페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왜?
내가 못 올 곳을 왔나?
내가 있으면 안 될 일이라도 있다는 건가?
궁금한 것을 참으면 병이 된다.
아는 것이 힘이라며?
순순히 집에 가는 척 하며 카페 한편에 있는 다용도실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숨어 있으면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한다.
밤은 깊어가고 카페에는 두 사람 밖에 없다.
틈 사이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여기서 훤히 보인다.
나 민혜린의 촉은 못 속인다.
두 사람은 지금 사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그 증거를 잡고야 말 거다.
어쩌면 두 사람은 연인일지도 모른다.
괜히 지켜보는 내 가슴이 뛴다.
어쩌면 저 둘은 키스를 할지도 모른다!
언니가 카페의 문을 잠근다.
나는 침을 꼴딱 삼키며 다용도실 문틈으로 눈이 뚫어지게 보고 있다.
세상에나!
역시 내 촉이 맞다니까?
두 사람이 다정히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입술을 살짝 가져다 대는 뽀뽀가 아니라 키스 말이다!
키스란 것이 이렇게 야한 건 줄 몰랐다.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농도가 짙다.
두 사람은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다.
불이 붙은 두 사람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에 이른다.
저것이 어른들의 사랑이다.
망측해라!
나도 모르게 내 눈을 가릴 뻔 했다.
언니가 남자의 초라한 운동복을 하나씩 벗긴다.
푸른 조명에 물든 남자의 벗은 몸이 내 시선을 빼앗는다.
예쁘다!
세상에! 남자의 벗은 몸을 훔쳐보고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 근육질의 몸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 조각상을 내 눈 앞에다 가져온 것 같다.
예린 언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불빛 아래 꿈틀거리는 남자의 가슴 근육을 입술로 더듬고 있다.
언니의 붉은 입술이 오늘따라 더더욱 요염해 보인다.
붉은 입술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온다.
어느새 남자는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어른 남자의 성기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커다란 방망이 같은 그것은 마치 별개의 생물인양 머리를 치켜들고서 몰래 훔쳐보는 나를 질타하는 것만 같다.
징그럽다.
무섭다.
하마터면 다용도실 문을 열고 카페 밖으로 도망칠 뻔 했다.
예린 언니는 그 징그러운 물건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오만하게 서 있는 남자 앞에 시녀처럼 꿇어앉아서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쳐들고서 사랑스러운 듯 키스를 한다.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슬쩍 뒤로 넘기는 언니의 모습이 고혹적이다.
언니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있다는 것은 내 기분탓일까?
괜히 기분이 나쁘다.
저런 볼품없는 남자가 공주님 같은 예린 언니에게 저런 짓을 시키다니!
내 마음과는 달리 언니는 지금의 상황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핏줄이 파랗게 선 징그러운 남자의 성기기 언니의 붉은 입술 틈으로 조금씩 사라진다.
그 커다란 것을 언니는 목구멍 깊숙이 기꺼이 받아들인다.
지켜보는 내 목이 다 매어온다.
언니가 자신의 입 속 깊이 머금고 있던 남자의 그것을 천천히 토해낸다.
나도 모르게 언니를 따라서 한숨을 토해낸다.
남자의 성기가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다.
남자의 손길이 예린 언니의 옷을 벗긴다.
언니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아니, 잠시 몸을 돌리더니 스스로 자신의 팬티를 벗는다.
윤기가 흐르는 언니의 검은 음모가 요염하다.
언니가 남자의 품에 안긴다.
남자는 자신의 품에 뛰어든 언니를 사랑스럽게 보듬어준다.
언니의 커다란 가슴이 출렁인다.
남자의 손과 입술이 언니의 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지켜보는 내 몸이 가렵다.
아니 뜨거워진다.
마치 내 몸을 저 짐승 같은 남자가 주물럭거리는 것만 같다.
예린 언니가 소파 위에 엎드린다.
마치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말이다.
언니의 높이 쳐든 엉덩이가 불빛 아래서 출렁거린다.
내 머리도 출렁거린다.
예린 언니의 농도 짙은 사랑놀이를 지켜보는 내 머리가 어지럽게 빙빙 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아보아도 소용이 없다.
내 몸 속 깊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몰려온다.
내 몸이 불에 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