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거미 여인 사토미의 꿈 (3 )
"프로모터 돈 킹(Don King)은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야. 페더급, 주니어 라이트급, 라이트급, 주니어 웰터급, 웰터급을 석권할 슈퍼 챔피언 말이야."
"......"
"네 체급, 다섯 체급을 제패하며 세계 복싱의 판도를 바꿀 슈퍼스타를 탄생시켜 보겠다는 거지."
"그게 나 강석현이라고? 나를 너무 대단하게 보는 거 아냐? 뭐, 나로선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 세계 복싱계에는 무서운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넘쳐나고 있어. 프로모터들이 눈독을 들이는 선수는 강석현 너 만이 아니야. 스타의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될 거야. 거기서 살아남는 단 한명의 선수가 새로운 복싱 황제로 등극하는 거니까...“
“난 카오스 갤럭사이와 싸울 수 있으면 돼. 다른 선수들에겐 관심 없어.”
“갤럭사이가 무적의 챔피언이란 건 분명해. 하지만 왜 갤럭사이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아!"
"내 관심은 오로지 갤럭사이야. 다른 놈들은 그닥..."
"페더급만해도 현 WBA 챔피언인 링 위의 독재자 카오스 갤럭사이, 제2의 살바도르 산체스라 불리는 WBC 챔피언 멕시코의 라울 곤잘레스, 석현이 너에게 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마이크 레이놀즈',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소련의 드가예프까지! 강자들이 득실거린다구. 그들을 모조리 한 무대에 몰아넣고 싸움을 붙여보겠다는 거지. 거기다가 주니어 라이트급 챔피언인 로베르토 조차도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페더급 선수와도 싸울 뜻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을 했어."
"그래? 내 조국인 대한민국에서는 복싱 세계챔피언이 파이트머니로 많아야 일억 원 정도를 받아. 그 중 절반 이상은 프로모터가 때 가고! 백만 달러의 파이트머니는 과분하게 들리는 걸?"
"거긴 한국이니까. 게다가 주니어 플라이급, 플라이급 같은 최경량급 복싱은 돈이 되지 않아. 물론 최경량급이라도 K.O 퍼레이드를 거듭할 수 있는 강타자가 출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
"......"
"그래서 나 사토미처럼 능력있는 프로모터가 필요한거 아닐까? 아직 늦지 않았어. 강석현이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몇 백만 달러의 계약금을 손에 쥐어줄 수 있어! 결국 돈을 벌어다 주는건 팬들이야. 미국 복싱팬들은 라스베가스를 주 무대로 삼지 않는 선수의 시합을 보기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구. 석현이 네가 돈을 벌 생각이라면 미국무대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거야."
"······."
"왜 대답이 없어? 지금 고민하고 있는거지? 강석현 너도 오까네(錢)가 필요하잖아? 응?"
"저어······."
"삼백만 달러! 만약 카오스 갤럭사이와의 대결을 포기하고 내 제안대로 주니어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린다면 오백만 달러!"
이것이 나 사토미의 최종 제안이다.
더 이상은 내 자금력 밖이다.
순간적으로 강석현의 얼굴에 비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을 읽었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 남자 내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것이다.
어떡할거냐 강석현! 삼백만 달러냐?
아니면 오백만 달러냐?
"사토미 상, 손 좀 치워줄래? 거길 너무 세게 잡았어! 아프다구. 거기는 운동을 해도 단련이 안 되는 곳이라..."
내 손에 뭐?
이런!
열변을 토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내 손에 잡힌 강석현의 남성이 잔뜩 성이 나서 꿈틀거리고 있다.
이 나쁜 놈에게 이 짧은 순간에 두 번이나 모욕을 당했다.
비즈니스 적으로, 그리고 여자로서도······.
"아,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사토미 상! 난 지금 오백만 달러보다도 사토미 상의 몸이 더 필요해. 하던거 계속하자!"
나쁜 놈!
병을 주고 약을 준다.
사토미의 자존심을 구겨 놓는다.
하지만, 지금 자존심을 찾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남자가 분명 내 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망설이지 않고 남자의 성기를 내 입안에 집어넣는다.
사토미의 혀와 입술이 뜨거운 남성을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햝고 맛본다.
내 엉덩이를 남자의 얼굴쪽으로 가까이 가져가본다.
이 남자도 뜨거워지다 못해 완전히 녹아내린 내 아랫도리에 키스를 해 주기를 기원하면서······.
이 남자가 내 엉덩이를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모르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고 있다.
심술쟁이!
내가 지금 얼마나 젖어있는지 알면서도 나를 내버려 두다니!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걸까?
드디어 남자가 내 엉덩이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내 볼기짝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더니 내 허벅지를 잡아당겨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남자의 가슴위에 엉덩이를 올려놓고는 이왕에 하고 있던 일을 계속한다.
마치 막대사탕을 놓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내 손은 그의 물건을 꼭 쥐고 놓지 않는다.
그토록 나를 감질나게 하던 심술쟁이가 드디어 내 엉덩이를 자신의 얼굴로 끌어당긴다.
내 매끈한 엉덩이에 황송하게도 입술을 맞춰준다.
심통이 잔뜩 났던 내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내 화가 완전히 풀리려면 좀 더 화끈한 키스를 보다 뜨거운 곳에 해 주어야 한다.
어쩌면 이 남자, 나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감미로운 키스를 내게 해 줄 수 있을까?
그의 키스에 내 은밀한 곳이 버터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혓바닥이 물이 오를대로 오른 내 아랫입술의 주름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진다.
그의 혀가 내 클리토리스를 더듬는다.
그의 입술이 진주알 같은 그 곳을 부드럽게 빨아 당긴다.
내 아랫입술이 그의 입술 틈으로 모두 빨려들어가고 있다.
내 엉덩이가 춤을 춘다.
발정난 암캐처럼 헐떡이는 내 숨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이 시간이 계속되면 절정에 오를 것이다.
눈 앞에 일곱빛깔 무지개가 펼쳐진다.
나는 구름 위로 떠올라 무지개 다리 위를 나는 듯이 걷는다.
구름이 나를 감싸 안는다.
나는 나를 휘감아오는 구름에 몸을 온전히 맡긴 채 눈을 감는다.
탄력이 넘치는 젊은 근육이 내 몸 위를 이불처럼 덮어준다.
나는 이 매력적인 육체가 나를 버려두고 날아가기라도 할까봐 두 팔로 꽈악 끌어안는다.
두 다리로 휘어 감는다.
불덩어리 같은 남성이 용광로같이 달아오른 내 성기 속 깊이 들어온다.
사토미는 강석현을 놓아주지 않을 거다.
낙지처럼 두 다리로 그의 다리를 사정없이 휘감고 빨판 같은 속살로 내 몸속에 들어온 그의 몸을 조이고 당긴다.
이 남자에게 오늘 잊을 수 없는 밤을 선물해야 한다.
이제 강석현이 사토미의 살내음만 맡아도 나를 덮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세상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아아!
남자의 단단한 육체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의 잘빠진 몸이, 내 몸속을 꽉 채운 단단한 남성이 내 속살을 휘젓는다.
그가 나를 유린하고 있다.
사토미는 그의 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러지 않으면 저 바다 깊은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그의 매끈한 몸에 내 살을 조금이라도 더 밀착시키려 안간힘을 써본다.
몇 번이나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고 또 까무러쳤는지 모른다.
남자는 내 귀에다 한국말로 뭐라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내 대답이 흡족했는지 그는 내 입술을 그의 뜨거운 입술로 빨아당긴다.
내 입술은, 내 혀는 지금 이 남자의 것이다.
아니, 남자의 몸에 달아올라버린 사토미의 몸을 그가 맹수처럼 뜯어먹으려했어도 기꺼이 몸을 내 주었을거다.
남자가 내 몸 위에서 미친 듯이 질주한다.
나는 그를 내 몸 위에 태우고 힘겹게 버티고 또 버틴다.
오색의 무지개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그 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에게 무슨 소리를 질렀는지...
******
초조하다.
시합이 오늘이다.
그런데 계체량을 코앞에 두고서 선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WBC 세계 페더급 타이틀전에 앞선 오픈 게임이지만 충분히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이다.
페더급 랭킹 11 위인 미국의 '제이슨 키츠'는 강석현이 세계 랭킹 진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챔피언도 아니고, 세계 탑 10에도 들지 못한 선수에게 10만 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개런티를 주고서야 어렵게 성사시킨 시합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선수란 놈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는다.
역시 한국에 보내는 것이 아니었어!
후회해도 소용없다.
강석현이 공항으로 출발하고 한참 뒤에야 그 소식을 직원들에게 들었다.
내가 늦잠을 자는 사이에 출국수속까지 마친 그와 겨우 통화를 했지만 그의 말이 더욱 나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사토미 상이 그랬잖아! 한국에 잘 다녀오라고!"
내가 그와의 잠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다는 거야?
침대에서 관계를 갖는 도중 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놈이 나쁜 놈이다.
그 순간에는 나 사토미에게 전 재산을 내어 놓으라고 했어도 그러겠노라고 대답했을 테니까!
화를 내어보아도, 달래고 얼러 보아도 소용없었다.
그 나쁜 놈은 나 사토미의 말 따위는 애당초 들을 생각도 없었을 거니까.
"걱정 마! 시합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약속하고 한국으로 떠났으면 적어도 시합 일주일 전에는 돌아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까지 내 속을 태운다.
이렇게 무책임한 놈이 어디 있을까?
싼 값에 계약 했다고 좋아했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각종 위약금으로 돈 들어갈 곳이 태산이 되게 생겼다.
아니, 위약금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기회라는 것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이기고 바로 세계 탑10에 드는 선수와 또 시합 일정이 잡혀있다.
그래야 강석현이 세계 랭킹에 진입이 된다.
그것이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일정을 잡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나쁜 놈이 알기나 하는 걸까?
나타났다.
그가 한국에서 돌아왔다.
강석현이 돌아와서 계체량을 하겠다며 체중계 앞에 서 있다.
한국에서 몸 관리는 제대로 했을까?
그래도 명색이 프로인데 관리 했겠지?
로드웍(Road work)은 빠지지 않고 했을까?
설마 감량에 실패해서 한계체중 초과로 실격당하는 일은... 없겠지?
강석현 실격!
페더급 한계체중 미달!
아아!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하다니!
그런데 무슨 소리지?
체중 초과가 아니라 미달이라고?
세상에! 프로 복싱의 세계에서 이런 경우도 있나?
체중 미달이다.
122파운드에서 126파운드 사이인 페더급 체중을 벗어나고 말았다.
"물 한 컵만 주세요!"
강석현이 생수 한 병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저울 위로 올라간다.
"강석현 체중 122.5 파운드! 계체량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