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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화 〉거미 여인 사토미의 꿈 (2) (83/88)



〈 83화 〉거미 여인 사토미의 꿈 (2)

"석현이가 원하는 계약 조건을 말해봐. 계약금 액수는 최대한 맞춰 줄테니까."

"계약금? 나는 계약금 같은 건 필요 없어."

"계약금 없는 계약이 어디 있어? 그러면 애초에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구."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얼마 동안? 일주일? 한 달? 아니면······."

"한국으로 아주 돌아가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무척······."

"그럼 복싱은 어떡하구?"

"시합은 해야지. 시합  해외원정 다니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하아! 그런 조건이라면 어떤 프로모터도 받아들이지 않을 걸? 강석현이 비싸게 팔릴 곳은 미국이란 말이야. 다른 곳에선 돈이 되지 않아!"

"그러니까 계약금이 필요 없다고 했잖아."

"너무 무모해. 강석현 너는 돈이 필요 없단 말이야?"

"돈? 좋지. 돈 싫다는 사람 있을까? 객지에서 몇  뒹굴다보니 돈이 얼마나 좋은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더라구. 그래도 해야 되는 일은 해야지. 난 사람 새끼니까······."

"일단 돈이 되는 일을 해. 복서의 전성기는 석현이 네가 생각하는  보다 훨씬 짧아!"

"······."

어르고 달래 보아도 소용없다.

 남자,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절대 고집을 꺾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내가 양보를 하는 수밖에...

최선이 안되면 차선, 차선이 안되더라도 최악만은 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니까.

"한국으로 가도록 해. 대신 계약금은 많이 줄 수 없어!"

"그리고, 다른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이야기 해. 들어는 볼께."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가 있어. 한국에서 수술을 하긴 했는데 거동이 불편하데. 그것도 많이. 재활이든 재수술이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병원을 알아봐줘. 미국도 좋고, 일본도 좋아. 그리고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내가 모두 부담할거야."

"가족이야?"

"가족 같은 분이야."

"알았어. 그것도 계약 조건에 포함시킬게."

"그리고, 사람을 하나 숨겨줬으면 해. 1년 정도······.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서 데려올 생각이야. 한국에서는 얼굴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니까 각별히 신경을 써야  거야."

"가족이야?"

"가족 아니야."

"여자야?"

"······."

"대답이 없는 거 보니 여자구나. 맞지? 애인이야?"

"나 때문에 곤경에 빠진 여자야. 내가 신세를 졌으니 갚아야지."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드문 의리네? 아니 사랑인가?"

"의리야."

"그 여자 몇 살이야? 나보다 예뻐? "

"······, 알았어.  묘령의 여자 건도 계약서에 넣도록 하지. 내 능력을 모두 동원해서 강석현이 만족할  있도록 처리할게."

"고마워. 나머지는 사토미 상 알아서 해."

"그럼 계약이 성립한 거다. 계약서 작성해서 내일 중으로, 아니 오늘 안으로 서명을 하도록 하자. 설마 나중에 딴 소리 하는 건 아니겠지?"

"난 약속은 지켜."

이제 되었다.

이것으로 강석현을 내 선수로 묶어둘 수 있다.

강석현이 고집을 피워서 미국을 주 활동무대로 삼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정도면 나 사토미에게 유리한 계약이다.

아니, 유리한 정도를 넘어 불공정 계약에 가깝다.

내가 계약을 위해 최종적으로 제시하려고 했던 액수를 듣는다면  남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라서 까무러칠까?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나에게 애원을 하며 매달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강석현이니까······.

불공정한 계약이긴 하지만 엄연한 계약이다.

마음이 약해진대서야 거미여인 사토미가 아니다.

내가 받아낼 것은 철저하게 받아내야 한다.

"나와의 계약에 응해줘서 고마워!  보답으로 선물을 줄게. 2년 안에 '카오스 갤럭사이'에게 복수할 기회를 만들 거야. 물론 그때까지 한 번도 지지않아야 하겠지만..."

"그건 고마워. 진심으로! 갤럭사이와 싸우기 전에 내가 지는 일은 없을 거니까 안심하고 그놈과의 대결을 추진해도 좋아!"

"사과하고 싶었어. K-1 대회에서 쌍둥이 동생 갤럭사이를 '카오스 갤럭사이'라고 속인 건 미안해."

"괜찮아. 속은 놈이 바보인거야. 나도 많이 배웠으니 됐어."

"그럼 이제 나를 미워하면 안 돼! 알았지?"

"사토미 상을 미워한 적 없어."

"그런데 왜 나를 멀리해? 내가 매력 없어? 너무 늙어서?"

"사토미상은 매력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증명해 봐! 응?"

내가 왜 이러는 걸까?

남자에게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다니!

아무래도 내가 남자를 너무 오래 굶었나보다.

강석현의 곁으로 가서 딱 붙어 앉았다.

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안아줘!  말대로 사토미에게 매력이 있다면... 응?"

이러는 사토미가 불쌍하게 보인 걸까?

남자가 나를 안아준다.

그리고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말이다.

"그렇게 말구! 좀  거칠게!"

남자는 내가 부탁한대로 좀 더 세가 나를 끌어안는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내 유카타 속으로 손을 넣어 내 속살을 만지지도 않고, 나를 번쩍 쳐들어 안고서 침실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나도 여자다.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뭐가그리 분한지 눈물이 흐른다.

나보다 훨씬 어린  한국 남자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다.

남자가 내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놓는다.

이제서야 나를 여자로 대해 주려한다.

이것은 사랑일까?

욕정일까?

아니면 동정일까?

아무래도 좋다.

지금 내 몸은 이 사내를 원하고 있다.

이제는 이 사내의 몸을 내 몸  깊이 받아들이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남자의 손이 사토미의 유카타를 벗긴다.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다.

지금껏 추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남자가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내 팬티를 벗기려 한다.

남자는 내 몸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나혼자 달아올라 있었다.

아마 내 팬티 속에서는 홍수가 났을 거다.

이 남자의 애무도 받지 않고서도 흠뻑 젖어버린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괜히 자손심이 상한다.

"아이! 손 좀 치워 봐. 팬티는 내가 벗을게. 응? 어머! 아아!"

이 심술쟁이는 절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토미의 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팬티를 거칠게 벗겨버린다.

완전히 젖어 버린 음부를 이 남자에게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

다리를 오므리고 손바닥을 펴서 남자의 눈길로부터 달아나고 싶다.

남자는 내 손을 가볍게 밀쳐버리고는 손바닥으로  사타구니 사이의 털을 쓰다듬는다.

두 다리 사이에 힘을 꽉 주고 조가비처럼 입을 앙 다물고 있던 사토미의 아래쪽 입술이 남자의 부드러운 애무에 녹아 버린다.

남자가  두 무릎을 나누어 잡고서 슬쩍 힘을 주자  다리는 맥없이 활짝 열린다.

다시 오므렸으면 좋으련만 두 다리는 활짝 열린채로 닫힐줄을 모른다.

괜한 저항을 하다가 남자가 마음이 바뀌어 내 몸을 탐하지 않게되면 어떡하라구...

남자의 손이 내 음부를 다시 만져준다.

그의 손가락이 여린  속살을 헤집더니 이번에는 선홍색 클리토리스를 만진다.

그의 손길에 닿은  속살들은 달궈진 프라이팬 위의 버터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사토미의 몸이 너무 뜨거운 걸까?

아니면 그의 손길이 너무도 감미로워서일까?

남자의 손놀림 만으로도 내 몸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린다.

내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는지,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의 손이 내 몸을 버리고 떠날까봐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부여잡고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다행히도 이 남자는 나를 홀로 버려두지 않는다.

내가 절정에 다다른 뒤에도 내 다리 사이에 머무르며  몸을 사랑해 준다.

나도 남자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힘차게 발기한 그의 남성이 오만하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팬츠가 찢어질 것만 같다.

그의 남성을 손에 쥐고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이제는 사토미를 버려두고 도망가지 못할 거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석현이 너는 내가 계약금으로 얼마를 준비했을 거 같아?"

"누가 그러더라구. 일단 일백만 불! 내가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하면 이백만 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삼백만 불이라고."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토미와 계약금 없이 계약하겠다는 거야?"

"누가 상세하게 알려주더라구. 그리고 자기와 바로 계약을 하면  자리에서 오백만 불을 주겠다고..."

"그, 그게 누구야?"

"자기 이름이 '돈 킹(Don King)' 이라고 그러던데? 아, 명함도 주더라? 여기······."

"······."

 말이 없다.

그것이 사토미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모터 돈 킹이 이렇게 빨리 강석현에게 접근하다니!

그런데 내 제시액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산업 스파이라도 고용을  걸까?

아니면 회사 내부의 누군가가 돈 킹에게?

하긴, 그러지 않고서도 파악이 가능하긴 하다.

내 자금력을 파악한다면 베팅액 정도는 대략 유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마음이 심란해진다.

역시 미국 프로복싱계는 듣던 대로 살벌하다.

좋은 상품이 나오면 주저없이 풀 베팅을 한다.

상대방이 콜을 하며 따라갈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제안을 듣고도 나에게 왔단 말인가?

"정.말.이.야? "

"아, 비즈니스 카드(명함)도 주더라? 여기······."

강석현은 순수한 전사(戰士)다.

블러핑(Bluffing)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런 엄청난 제의를 받고도 나에게 돌아온 그의 결정이 믿어지지 않아서다.

생각할수록 섬뜩하다.

강석현에 대한 내 첫 제시액과 맥시멈 제시액을 정확하게 파악하고는 감히 따라가기 어려운 액수의 과감한 베팅을 한다.

역시 최고의 프로모터 '돈 킹'이다.

돈을  줄 안다.

혹시나 내가  킹을 따라 베팅액수를 올렸으면 어떻게 될까?

돈 킹은 주저하지 않고 베팅액을 올릴 것이다.

칠백만불, 아니 천만불까지 부를지도 모른다.

강석현이라고 그걸 모를까?

그걸 알면서도 내가 묻기 전에는 돈 킹의 이름도 꺼내지 않았다.

나 사토미 같으면 그러지 않았을 거다.

사토미와 돈 킹 사이를 오가며 경쟁을 붙일 거다.

누가 얼마를 불렀는지 정보를 슬슬 흘려가면서...

아니 세상 어느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한 사람 강석현을 빼고서 말이다.

"난 아직도 모르겠어.  같은 권투 선수에게 왜 그렇게 큰돈을 주겠다는거야? 내가 진짜 돈이 되는거 맞아?"

 사내, 진짜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체 하고 있는 걸까?

저 소년 같이 해맑은 얼굴만 보고서는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강석현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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