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1990년, 반도의 흔한 어느 여배우의 생존투쟁 (3) (66/88)



〈 66화 〉1990년, 반도의 흔한 어느 여배우의 생존투쟁 (3)


"저, 저는 진짜 몰라요!"


"어허! 이년이 진짜 불행해지고 싶은가 보구나! 진짜 비련의 여인으로 만들어 줄까?"

"사, 살려주세요! 나는 정말······."

"2년 전 보영 그룹 회장님 자택에 난입을 했던 강석현이란 놈이 회장님 가족을 협박했지. 민예린이라는 계집애가 썼다는 일기장을 가지고 말이야. 그 난리를 치고나서 강석현이란 새끼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어. "

"······."

"설유연! 너 강석현이란 새끼 알아? 몰라?"

"······."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톱스타 설유연 양께서는 이 자칼의 말이 우습나보다. 좀 거칠게 다루어 드려야 말을 들을 모양이다."

"아악! 사람 살려!"


자칼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흔들더니 바닥에 내팽개친다.

극도의 공포에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자, 다시 한 번 묻지! 강석현이란 새끼 알지?"

"아, 알아요."

"강석현이란 놈을 설유연 네가 숨겨 줬지?"


"······."


"다 알고 묻는 거야!  아파트에 놈을 숨겨주고 떡도 치고 그랬잖아!"

"······."

"얘들아! 이 년이 그렇게 신나게 떡까지  놓고는 강석현이란 놈이 기억이 안 나는 눈치다. 빤스 한 장 남기지 말고 홀딱 벗겨드려라! 그 새끼랑 떡 칠 때처럼 알몸이 되고 나서야 기억이 날 모양이다."

"모, 몰라요! 정말 몰라요! 아악! 이, 이러지 마세요! 말 할게요. 전부  할게요!"


"어허! 낙장불입 몰라? 나 자칼은 일단 입으로 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놈이야! 애들아! 너희들도 여배우 속살 한 번 봐야지?"


"예! 형님!"

하이에나 같은 사내들이 달려들어서 내 옷을 찢어발기듯 벗긴다.

하얀 내 알몸이 남자들의 눈앞에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히야! 우리끼리 보기 아깝구나!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닌데 기념 촬영이라도 해 둘까? 어때?"

남자들은 이런 섬뜩한 말을 장난처럼 내뱉는다.

"안돼요! 그, 그것만은!"

"하긴, 그건  그렇겠다. 명색이 쪽이 팔린 여배우가 옷을 홀딱 벗고서 사진을 찍기는 죽는  보다 싫겠지? 그렇지?"

"네! 그것만은 용서해주세요!"

"그럼 이건 어떨까? 혼자서 사진 찍기가 쪽팔리다면 우리도 같이 찍어 줄게. 그러면 되겠네! 이왕 인심 쓰는 김에 우리도 아예 홀딱 벗어 버리자. 다 같이 알몸으로 찍으면 쪽팔릴거 없잖아! 그렇지?"

설상가상이다.

이 짐승 같은 사내들이 나를 희롱하고 있다.


하도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다.


"말 할게요! 뭐든지 다 말할 테니까 사진만은 찍지 마세요! 네?"


사내들이 주섬주섬 자신들의 허리띠를 풀어헤치기 시작하자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강석현 어디 있어? 한국에 있는 거야? 아니면 밀항이라도 한 건가?"

"이, 일본이에요."

"역시, 그랬군. 그러니까  잡듯이 뒤져도 놈을 못 찾은 거지.    자칼이 무능해서 그런  아닌지 걱정했지!"

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칼이라는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옷이라도 입게  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다.

"민예린의 일기장은?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도. 넌 그게 어디있는지 알지?"


"그건 몰라요. 진짜 몰라요!"

"어이, 설유연 양! 난 일기장이랑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오라는 명령을 받았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필요하다면 무슨 짓이라도  작정이거든?"


"모, 모르는 걸 어떡하란 말이에요? 지, 진짜에요!"

"아그들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카메라 가져와라! 특별히 준비해 둔 일제 소니 카메라 있지? 오늘 영화  편 찍자!"

"사, 사람 살려요! 사람!"


여기는 이 양아치 놈들의 아지트다.


아무리 소리쳐도 도와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양아치  놈이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는다.


"어, 어마! 이러지 말아요!"

"자칼 형님! 이 여배우년 파닥거리는 거 좀 보슈. 아주 감칠맛이 대단한데요? 킥킥!"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양아치 놈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고는  젖가슴을 주물럭 거린다.


사내 놈들은 그런 내 꼴을 보고 킥킥거린다.

우악스러운 손에 잡힌 내 유방이 너무 아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짐승 같은 놈들의 눈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수치심을 견딘다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아, 아파요! 제발! 이것 좀 놓아줘요! 네?"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나 보다.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이놈들은  짖궃게 나를 괴롭힌다.


"강석현이 일본 어디에 있지?"


"그건 몰라요."

"그 말을 믿으라고?"

"······."


"설유연! 무사히 나가고 싶으면 숨기는 거 없이 다 불어야지. 그까짓 애송이 놈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여배우님께서 발가벗은 몸으로 기념촬영이나 하고 그래서야 쓰나? 안그래?"

자칼이란 놈이 날이 시퍼런 재크나이프로  턱을 건드린다.

놈은 민예린의 일기장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


"왜 말이 없어? 대답이 없는걸 보니 고민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


"소문으로 듣기에는 돈만 주면 아무한테나 다리를 벌려주는 걸레 년이라더니! 제법 의리를 아는 년이네? 하긴 너 같은 년한테는 이렇게 다루어 주는 게 벌이 아니라 상이 되는 셈인가? 클클클!"

"······."

"이상해!  정도 겁을 주면 보통은 아는 이야기든 모르는 이야기든  털어 놓거든? 그런데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수상한데? 뭔가 있어! 혹시 강석현이란 놈이 일본에 없는 거 아냐?


"아, 아니에요!"


"흐흐흐! 역시 나 자칼의 생각이 맞았어! 설유연! 너 뭔가 알고 있구나! 그렇지?"


"아무것도 몰라요, 난!"

"나, 영등포의 자칼이야, 자칼! 너도 내가 어떤 놈인지 소문 정도는 들어봤을 걸?"

영등포의 자칼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돈이 되는 일이면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그 잔혹한 놈이다.


아마 보영 그룹의 최욱을 등에 업고 세력을 넓히려고 하는 거다.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더니 잔혹한 놈이 잔혹한 놈을 만났다.


그 불똥이 나에게 튄다.



"나는 보영 그룹의 최욱 실장과 손을 잡았어. 솔깃할만한 제안을 해 주시더군! 강석현이란 놈을 최욱 실장에게 잡아다 주면 나에게 무교동을 넘겨주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어. 조직의 보스도 아닌 애송이 아마추어 복서 따위에게 걸린 현상금 치고는 너무도 과했으니까 말이야."


 목을 겨누고 있던 재크나이프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온다.


"어어! 움직이지 마! 다쳐! 내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쓰긴 하지만 네년이 갑자기 움직이고 그러면 살을 푹 찌를 수도 있어. 흐흐흐! "

나는 숨도 제대로  수가 없다.

놈의 말대로 시퍼런 칼날이  살갗을 찢어버릴 것만 같다.


"이야! 이년 젖통한번 봐라! 여배우라서 그런지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졌네."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온 칼날이  가슴을 배회하더니 내 유두를 툭툭 건드린다.


마치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 젖꼭지를 주저하지 않고 싹둑 잘라버릴 것만 같다.

 막힐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이건 하늘이  자칼을 도와주는 것 아니겠어? 별로 착하게  기억도 없는데 말이야. 강석현 그놈만 최욱에게 넘겨주면 돼. 살려서 가도 되고 죽여서 가도 된다는군. 아! 우리 여배우님께서 좀 도와주셔야 숨어있는 강석현을 찾아낼 수 있는데······."


"......"

"도와줄거지? 아닌가? 아직도 결심을 못하셨나? 기어이 뜨거운 맛을 보고 싶은 거구나?"

"사, 살려주세요!"

칼날이 젖가슴을 지나 배에 이른다.


그리고는 배꼽 주위를 빙빙 배회한다.


그가 갑자기 칼로 내 배를 찌르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칼날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힘을 주고 살짝 튀어나온 배를 집어넣어보지만 소용없다.

"강석현의 행방을 불기가 곤란하면 민예린의 일기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도 돼. 그것도 어디 있는지 몰라?"

"······."

"이년이 완전히 춘향이네, 춘향이! 강석현 그놈이 이 도령이라도 되냐?"

"......"

" 야! 다리 확실하게 벌려 봐. 보지  보이게! 시킨 대로 안하면 이 칼을  아래 구멍에 집어넣어버릴 거야! 그럼 이제 사내놈들에게 몸도 못 팔게 될걸? 너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어떡할려구 그래?"

놈의 시퍼런 칼이 내 아랫배를 배회한다.


내 다리를 활짝 벌리고는  음부가 활짝 드러내 보인다.


치욕적이다.

하지만 아무런 저항을  수가 없다.


"얼굴은 청순하게 생긴 것이, 아랫도리에 수염은 아주 무성하구나! 면도 좀 해 주랴? 흐흐흐!"

자칼의 칼날이  음모를 깎는다.

마치 양털이라도 깎는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내 고막을 긁어대는 것 같이 소름끼친다.

"최욱 실장도 진작부터 설유연 너를 의심했던 모양이야. 경찰에 줄을 대서 통화내역도 조회하고 별 짓을  했다는데 증거를 잡지 못했나봐. 그러니 나에게 부탁을  것 아니겠어?"

"......"

"난 설유연 널 좀 거칠게 다룰 생각이야. 네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때까지! 그러니 순순히 털어놔. 참, 면도할땐 미끄럽게 비누칠을 하거나 거 뭐시냐, 세이빙 포옴? 그게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아, 요걸 대신 쓰면 딱이네! 가만있어 이년아! 한번만  다리 오므리면 밑구멍에 씹창을 내 놓는다!"


자칼의 무지막지한 손가락이 내 은밀한 곳으로 들어온다.

구멍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우악스럽게 휘젓는다.


수치심을 느낄 여유 따위는 없다. 아프다.


그리고 그보다는 무섭다.


"이 여배우년 밑구멍 젖은 것 좀 봐! 아주 홍수가 났네, 홍수가! 너, 흥분했냐? 지금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아그들아! 뭐 하냐? 빨리 사진 박아! 특히 얼굴하고 아랫도리가 잘 나오도록 해!"

아랫도리를 가려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얼굴이라고 가려보려고 했지만 놈들이 기어이 내 얼굴과 아랫도리를 카메라 앞에 완전히 노출시킨다.

카메라 플래시가 펑펑 터진다.

수치심에 혼이 나가고 말았다.

"이 기회에 아주 화보집을 찍자! 밑구녕 내 놓은 사진 수백 장을 뽑아서 광화문 사거리 앞에다 뿌려 버릴거야. 어떡하냐? 낯짝 팔린 여배우가 쪽팔려서 어떡하실려나?"

"아, 안돼요. 그, 그것만은! 다, 다 말할게요. 뭐든지 말할게요."

여기까지가 한계다.


나는 이들에게 저항할 아무런 힘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다.


"강석현 어디 있어?"


"하, 한국에 있어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한국 어디? 서울? 부산?"


"그것까지는 몰라요."

"전화번호 불러봐!"


"전화번호는 몰라요."

"이년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아, 아악!"

자칼의 손이 우악스럽게 내 음부를 움켜쥔다.


서늘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삼 초 안에 강석현이 전화 번호 말하지 않으면 이 칼을 네년 밑구멍에 집어넣어버린다. 하나! 두울!"


"마, 말할게요. 전화번호는 모르지만 연락할 방법이 있어요."


"그게 뭔데?"

"처, 천리안으로 쪽지를 보내면 되요."

"천리안? 이년이 무슨 아라비안나이트 쌈 싸먹는 소리 하고 있어?"


"PC 통신이에요. 강석현의 천리안 아이디를 알아요. 그걸로 연락할 수 있어요."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던 자칼이 부하들에게 천리안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조직폭력배들이 PC통신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거듭되는 내 설명에 조금은 이해가 되는 눈치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만! 하긴 그러니 최욱 실장이 도청을 하고, 통화내역을 조회해도 알아내지 못한 거겠지? 어린 년놈들이 생각보다 고단수야, 고단수! 그러니까 컴퓨터랑 전화선만 있으면 강석현이랑 연락을  수가 있다는 말이지? 아그들아! 컴퓨터 한  빨리 구해오너라!"



강석현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놈이 내 몸을 훑어대던 칼을 주머니에 넣는다.

대충이나마 다시 옷을 걸치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된다.


누구에게 어떻게 겁을 주었는지 오래지 않아서 컴퓨터  대가 내 눈앞에 공수된다.

"최신형 286 컴퓨터입니다. 16비트에다가 하드디스크 용랑이 40Mb 나 되는 뛰어난 성능입니다. 모뎀 속도는······."


자칼의 부하가 인상을 쓴다.

미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던 컴퓨터 대리점 직원이 뒤늦게 험악한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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