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거미 여인의 키스 (5) (50/88)



〈 50화 〉거미 여인의 키스 (5)

"죄송하지만 나는 어디에도 얽매이고 싶은 생각이······."

"지금 이 업계에는 경량급 주축 선수들이 네 명 정도 필요해요. 그들이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어야겠지요. 궁금하지 않나요?"

"......"

"한 명은 전 WBC 라이트 급 챔피언 메데로프! 무지막지한  훅을 주무기로 하는 하드 펀처지요. 오늘 강석현 선수에게 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강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비밀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토미가 내 귀에다 속삭인다.

그녀의 더운 입김이  귀를 간지럽힌다.


마치 나와 친한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요염한 여인이다.


일본 여인 특유의 비음이 묘하게 사람 신경을 자극한다.

"다른 한 명은 일본 최고의 파이터 세군도 다타야마에요.  선수가 한 번 이겼던 마에다가 지는 해라면 세군도는 뜨는 해라구요. 앞으로 이종 격투기 대회의 핵심이 될 선수지요. 무에타이를 기본으로 하지만 복싱 스킬도 빼어나답니다. 강해요. 그는!"

세군도 다타야마에 대한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가 강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가 얼마나 터무니 없이 많은 파이트 머니를 받고 있다는 것도 소문으로는 들은 바 있다.

같은 링에서 함께 싸운다고 같은 급의 선수가 아니다.

선수의 클래스란 것은 한 번 정해지고나면 극복해 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실력에 앞서 인기와 국적 같은 것이 파이트 머니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냉엄한 현실이다.

"강 석현 상은 세군도와 링에서 맞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나요? 내가 도와 줄 수 있는데······."

사토미의 가느다란 손이 내 가슴팍을 더듬는다.

마치 파이터로서의 내 근력을 손으로 더듬어 알아보려는  같다.


"좋은 몸이에요. 근육이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워요. 아아!"


사토미가 자신의 몸을 나에게 밀착해 온다.

물컹한 그녀의 가슴이  팔꿈치에 닿는다.

어쩌면 이 여자는 내 육체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니 뭐니 하는 것들은 핑계일 뿐이다.

그녀의 덧니와 야릇한 비음이  신경을 긁는다.

"나는 복서 외의 상대는 관심 없습니다. 괜찮은 파이트 머니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싸울 용의는 있지만 누군가에게 소속되어서 그 사람을 위해서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은 매몰차게 나에게 몸을 붙여오는 사토미를 밀어내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토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화가  것일지도...

격투가들 사이에서 그녀는 여왕이다.


돈과 권력을 쥔 그녀에게  보이기 위해 남자들이 그녀에게 과잉 충성을 바쳐온 모양이다.


그녀를 담담하게 대하는 내 태도가 그녀를 불쾌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여왕을 모실 생각이 없으니까.

"잠깐만요! 강석현 상!"


호텔 방을 나가려는 나를 그녀가 다급하게 부른다.

"세군도 다타야마 외에도 강석현 선수가 매력을 느낄만한 상대가 이미 일본에 들어와 있는데! 듣고 싶지 않아요?"


"······."

"메데로프, 세군도, 강석현, 그리고 나머지  선수로 4강을 완성시킬거에요. 어쩌면 강석현 선수도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태국 선수에요. 무에타이 출신 복서. 아니, 복서 출신 무에타이 선수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호텔 방을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토미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다.




"링 위의 폭군 갤럭사이! 그가 4강의 나머지 한 축이에요."




꽉 막혔던 가슴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모든 어긋남의 시작이었다.


태국 킹스컵 복싱 대회에서 내가 갤럭사이를 이겼다면  인생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내가 갤럭사이에게 무참하게 패배하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복싱계로 돌아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갤럭사이와 다시  번 싸우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갤럭사이가 일본에 왔다는 것 아닌가?


그와 싸우고 싶다.


아니, 싸워야만 한다!


사토미는 내가 거부  수 없는 제안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갤럭사이를 미끼로 나를 유혹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여자라면 나는  유혹에 기꺼이 넘어 가 줄 것이다.


붉고 촉촉한 사토미의 입술이  입술에 와 닿는다.

 심장 고동소리가 커진다.


흥분한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갤럭사이와 싸우는 것은 내 일생의 소원이었다.

복싱에서 패배를 당한다는 것은  년의 퇴보를 의미한다.

한  진 상대와 다시 싸울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기를 쓰고 다가가면 상대는 다시 한 걸음 달아나기 일쑤다.

더구나 나는 아마추어 복서 자격도 박탈당했고, 프로 복서로는 데뷔도 하지 못했다.

이종 격투기라는 허울 좋은 도박판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신세에 불과하다.

그런 내가 태국의 떠오르는 복싱 영웅 갤럭사이와 시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복싱 룰로 싸울 수 있다면 더  나위 없겠지만 이종 격투기 룰도 상관없다.

상대가 태국의 영웅 갤럭사이라면 말이다.

온 몸의 피가 들끓는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다.


오늘의  상대는 태국의 갤럭사이가 아니라 일본 여인 사토미다.


"기다렸어! 화가 잔뜩난 남자를 안는 것은 흥분돼... 아아!"



그녀의 입술이 내 목덜미를 뱀파이어처럼 깨문다.

그 뜨거운 입술이, 그 부드러운 혓바닥이 뱀처럼 거미처럼 내 육체를 휘감는다.

그녀의 손이 차츰 아래로 내려오면서 내 옷을 하나씩 벗긴다.

"나를 안아 줘! 그래야 나도 그쪽을 도와줄 거니까!"


사토미의 팔이 내 목을 휘감는다.


그녀는 자신의 뜨거운 몸을 내 몸에 밀착시키고 체온을 나누어 준다.

내 남성이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한다.



"나는 강한 남자를 원해! 가장 강한 남자만이 나를 안을 자격이 있어!"

웃기는 여자다.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 여자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다.

여자의 입술이 가슴을 거쳐 내 복근에 이른다.

마치 내 근육을 검사라도 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입술과 혓바닥으로 더듬는다.

"아아! 멋있어!"

작은 신음 소리가 사토미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내 하복부를 간지럽힌다.

도톰한 입술을 내밀어 불덩어리로 변해 가는 내 남성에 살짝 키스를 한다.

내 뜨거워진 몸뚱이가 그녀의 키스에 반응을 보인다.

 몸이 마음에  것일까?

아니면 원래 뜨거운 육체를 가진 여인이어서일까?

사토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는 내 남성을 두 손으로 받쳐 든다.


내 물건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 사이로 사라진다.


그녀의 입술은 불 속처럼 뜨겁고, 그녀의 입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혓바닥이 뱀처럼 움직인다.


내 물건을 입에 물고는 마치 퉁소라도 부는 것처럼 현란하게 기교를 부린다.

살짝 치켜뜬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와 내 눈이 마주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항복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요염한 눈빛은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이 여자는 나를 굴복시키고 싶은 모양이다.

나를 침대에서든, 링 위에서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충직한 노예로 만들고 싶은 거다.


이 여자,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어쩌면 이 여자의 질문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인지도 모른다.


이 여자는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이 여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돈도, 권력도 맛을 본 여자다.

푼돈이나 의미 없는 권력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 나한테도 해줘! 응?"

사토미가  물건을 아플 정도로 꽉 잡은 채로 헐떡이며 이야기한다.


이 여자의 마음  깊은 욕망까지는  수 없지만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몸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내 머릿속은 한없이 차가워진다.


이것은  여자의 말대로 비즈니스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한다.


다행히도 이 여자는 내가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 온 나에게 이 여자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우습다.


"아! 오늘밤은 나를 거칠게 다루어도 좋아! 특별히 허락하지!"

내가 여자를 번쩍 들어 올리자 여자가  목소리로 내뱉는다.

 몸을 애무하면서 여자의 몸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있다.

내 손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물고기처럼 꿈틀거린다.

사토미를 안아 들고서는 호텔 침실의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내동댕이치듯 내려 놓았다.


여체가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꿈틀거리며 자신의 풍만한 몸을 쓰다듬는다.


어서 자신의 몸을 사랑해달라고 몸으로 말하고 있다.

빈틈없이 차갑게 차려입은 그녀의 옷이 하나씩 침대 아래로 던져 진다.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자 하얀 젖가슴이 쏟아지듯 출렁거린다.

검붉은 유륜이 도발적이다.


두 손 가득 잡히는 사토미의 유방을 주물럭 거려본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진다.

"키스 해 줘!"

사토미의 붉은 입술에 내 입술을 부딪쳤다.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술이  입술을 흡입한다.


혓바닥과 혓바닥이 서로를 희롱하며 엉킨다.

놓아주지 않으려는 뜨거운 입술에서 벗어나 아래로 내려간다.

커다란 유방이 내 입술을 기다리고 있다.

내 입술 틈에서 그녀의 유두가 딱딱해진다.


여자의 두 다리가 내 허리를 휘감는다.


어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라고 보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완벽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내가 거래 상대방에게 해 줘야 할 것은 빠짐없이  줘야 한다.

여자는 내 뜻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성미가 급한 여자다.

내 몸을 휘감는 하얀 두 다리를 완력으로 때어 놓았다.

내 두손에 그녀의 가는 발목을 잡고는 다리를 활짝 벌렸다.


검은 수풀로 둘러싸인 사토미의 음부가 잘 익은 복숭아처럼 갈라져서 붉은 속살을 드러낸다.

그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촉촉한 속살이  입술을 적신다.


마치 수밀도(水蜜桃)를 한 입 가득 베어문것처럼 과즙이 흘러 넘친다.

여자의 엉덩이가 꿈틀거린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혀를 받아들인다.


"이제 해 줘! 응? 빨리!"

사토미가 보챈다.


어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라고 독촉한다.

내 머릿속은 아직도 차갑다.

어쩌면 이 여자와 주고받아야  계약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 없는 섹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여자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의 섹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나누는 악수와 같은 행위다.

"어헉!"

딱딱하게 굳은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사토미의 속살을 헤집고 들어간다.

 부풀어 오른 몸을 사토미의 조갯살이 꽈악 움켜잡는다.


마치 계약서에 어서 도장을 찍자며 서로의 손을 꽈악 잡으며 악수를 나누듯이 말이다.

사토미의 두 다리가  엉덩이를 휘감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마치 자기의 허락 없이는 영원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질  없다고 말하는  같다.

나는 내 육체로 이 여자의 욕망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품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여자의 입술에서 달뜬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는 여인의 풍만한 알몸 위에서 헤엄치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와 사토미의 허리가 천천히 합을 맞추어 간다.

여자의 교성이 차츰 고조된다.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뜨거워진 피가 대뇌에 이르는 순간 차갑게 식어간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내 영혼이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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