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등잔 밑이 어둡다. (40/88)



〈 40화 〉등잔 밑이 어둡다.



"설유연 같은 톱스타가 나 같은 놈 소식을 어떻게 알아?"


"지금 난리도 아니야. 뉴스에만 안 나온다 뿐이지 한국에서 힘 좀 쓴다는 놈들은 전부다 뒤집어 졌을 걸? 혹시 이 스캔들이 자기에게 불똥이 되어 튈까봐 말이야. 우리 아저씨도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는 걸?"


설유연이 말하는 아저씨는 미래일보 사장님이신 언론계의 거물 박상영이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설유연을 찾아와서는 잠자리를 가진다고 한다.

"원래  바닥이 그래. 뒤를 봐줄 실력자가 없으면 버티지를 못하거든? 받은 만큼 주고,  만큼 받는 거야! 민예린  여자는 운이 없었어. 하필이면 최대갑 같은 놈을 만나서······. 하긴, 내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나도 당장 어떤 일을 무슨 이유로 당할지 모르는 거니까! 오늘이 될지 아니면 내일이 될지..."

설유연은 그 사이에 톱스타가 되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스폰서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스폰서만 있다고 누구나 톱스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임을 나 같은 놈도 안다.

그녀 나름의 재능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 설유연이 나를 잡아들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 최대갑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설유연은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다.

함부로 외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집을 찾는 이는 매니저를 맡고 있는 친언니와 미래일보 사장 박상영 뿐이다.

그 박상영 조차도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자주 드나들지 못한다고 한다.


설유연의 말대로  강석현에게는 가장 안전한 곳인지도 모른다.

나 같은 놈과 톱스타가 그런 인연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보영그룹 회장 최대갑도, 미래일보 대표 박상영도.

설유연의 2층 침실 안쪽에는 꽤 큰 다락방이 있다.

그녀는 나를 이 은밀한 곳에다 숨긴다.


그녀가 외출할 때는 방문을 꼭 잠근다.


그녀를 제외한 누구도 그녀의 침실 문을 열수는 없다고 한다.




내가 그녀의 집으로 숨어든  일주일 쯤 지났을까?

미래일보 박상영이 설유연을 찾아 왔다.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지난주에 오시기로 하고선...!"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또라이 한 놈이랑 돌대가리 한 놈 때문에 대한민국이 아주 난리야, 난리!"


이 다락방에서는 그녀의 침실에서 나누는 대화소리가 선명하게도 들린다.


박상영이 말하는 또라이는 아마 나를 가리키는 듯하다.

돌대가리는 최대갑인 모양이다.


"보영 그룹 최대갑 회장께서 사고 쳤다면서요?"


"이런! 유연이도 알고 있었구나!"

"대강은요. 자세히는 모르구요."


"원래 최대갑이가 지네 회사 광고모델들 건드리는거야 공공연한 비밀이잖아? 그러다가 연예계 때가  묻은 애 하나를 데려다가 일찌감치 첩을 삼았던 모양이야. 민예린이라고... 고등학교 1학년짜리를 말이야."


"피이! 사장님도 어린 여자 좋아하시면서...! 제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키워주셨잖아요!"

"나는 최대갑이 처럼  여자에게 몸을 팔게 하는 놈은 아니야! 유연이 너도 알잖아? 설마 내 공을 모르는 건 아니지?"

"알죠!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사장님을 모시는 거죠. 제가 누구덕이 이렇게 컸는지는 명심하고 있답니다! 후훗!"

"그래야지! 키워준 은혜를 모르면 그게 바로 짐승이지. 아니, 강아지도 키워준 은혜를 아니까 개만도 못한 거지. 안그래?"

"그럼요! 아이, 목욕부터 하세요. 더운  받아놓을게요! 어마! 짓궂게  이러셔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오늘따라  이렇게 부끄러워 해? 꼭 초야라도 치르는 숫처녀처럼 말이야!"

설유연은 다락방에 숨어있는 내 존재가 껄꺼로운 모양이다.

괜히 그녀에게 미안하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인생이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그녀의 치부를 들여다 본 모양이 되고 말았다.


설유연은 자꾸 박상영의 입을 열게 해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내려 한다.


고마운 여인이다.

댓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다.


나는 과연 그녀의 호의에 보답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그런데, 민예린  여자의 일기장은 찾았데요?"

"아휴! 말도 마! 도대체 몇 부나 복사를 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찾아도 찾은 것이 아니지!"


"그런데, 민예린 그 여자는  그런 짓을 벌인 거에요?"


"바람이 난 거야! 강석현이란 양아치 놈에게  빠진 모양이야! 하긴 최대갑이 놈이 무심하긴 했지. 민예린을 이용만 해 먹으려드니 젊은 놈이랑 눈이 맞아버린 거지 뭐!"

"······."

"아무튼 민예린이 독한 년이야! 자기가 최대갑이 손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준비를 철저히 해 두고 죽었어. 강석현 그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 바로 일기장과 비디오테이프가 외신 기자들 손에 들어가게끔 세팅을 해 놓은 모양이야. 아주 열녀가 났어, 열녀가!"

"아직 못 찾은 거에요?"


"못 찾았어! 다들 그것 때문에 끙끙거리고 있어. 덕분에 청와대만 신이 났지! 정재계 인사들의 큰 약점을 손에 움켜쥐게 되었으니까! 두고 보면 알거야. 다들 청와대에 인사 한 번은 해야 할걸?"

"······."

"원래 세상일이 그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거지!"

설유연 덕분에 알게 되었다.

놈들이 아직은 일기장과 테이프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사장님도 민예린이랑 잤죠?"


"······."


"피이! 잤구나? 하긴 우리 호색하시는 사장님을 최대갑이가 그냥 넘어갔을리가 없죠!"

"원래 그런 거야! 사내들 세계라는 게!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야. 그래야 서로 곤란할 때 돕고 그러는 사이가 되는 거지!"

"치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독한 술을 서로 권하는 법이야! 담배도 같이 피워야 맛이고! 몸에 안 좋고 나쁜 일일수록 서로 권하는 법이야! 보약 나눠 먹는 놈들 본 적 있어?"

"······."

"서로 못  꼴을 보이고 치부를 드러내고 해야 친해지는 법이야. 그래야 사업 이야기도 잘 풀리고, 청탁도 뻔뻔스럽게 하고 그러는 거지! 설유라 네가 여자라서 남자들 세계를 모르는 거라고!"

"······."


"어허! 얘가  또 토라지고 그래? 자, 대신 다음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있게 내가 이야기 해 놓을께!"

박상영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설유연의 신음소리가 점점 높아져간다.

두 남녀가 서로를 물고 빨고 서로에게 엉켜드는 소리가  귀에 따갑게 들린다.



***




"나, 이제 떠날 거야! 그동안 고마웠어! 진심이야!"

"가긴 어딜 가? 석현 씨 찾는 놈들이 한둘이 아닌데!"


"언제까지 네 신세를 지고 있을 수야 없지."


"난, 괜찮아! 내 집 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다고? 걱정말고 여기 있어!"

"나, 밀항 할 생각이야!"


"밀항?"

"일단 일본으로 가려고!"

"내가 도와 줄거 있음 말만 해! 뭐든지  줄게!"


"돈이 필요해! 꼭 갚을 생각이지만 장담은 못 하겠네.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난 돈은 많아. 아니, 돈만 많아!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돈이라도 많으니 다행이지 뭐!"

설유연이 밀항에 필요한 돈을 주겠다고 한다.

 돈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고 밀항을 하란다.


낭만검객 이상훈이 도와 줄 것이다.


"돈은 내 돈만 써! 당장 편하다고 괜히 조폭들 돈 쓰지 마! 나중에 그 의리 갚느라고 석현  목숨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






"일단 부산으로 가! 거기서 배를 타면 규슈 하카타 항까지는 금방이야!"


사실 망설였다.


내가 범죄자인가?

사람을 죽인 놈은 따로 있는데 도망은 내가 쳐야 한단 말인가?

"죄 지은 놈이 도망가는 게 아니고,  없는 놈이 도망가는 거야! 일단 살아야 해!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야!"


"······."


낭만검객 이상훈은 나에게 늘상 호의를 보인다.

남자 대 남자로 주먹을 맞댄 사내에 대한 의리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그 순수함이 이 사내의 매력이다.

"죄는 얼마든지 가져다 붙일  있는 거야. 도망칠 수 있을때 일단 튀고 봐야 하는 거라구! 후쿠오카에 가면 나랑 호형호제 하는 남자가 있어!"

"야쿠자입니까?"

"그래, 야쿠자야!"

"싫습니다. 일본 말고 다른 곳은 없습니까?"

"허이구! 우리 아우님이 아직 배가 부르시구만! 배 타고 미국이라도 가려고?"


"······."

"야쿠자긴 하지만 재일교포야!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잖아?"


결국 가기로 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외통수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이상훈의 말이 맞다.

"밀항  돈 정도는 내가 내 주고 싶은데, 굳이 거절하는 이유가 뭐냐? 섭섭하다!"

"낭만 검객 형님도 몸조심 해야죠! 형님 돈으로 내가 밀항했다는 걸 놈들이 안다면 형님도 그냥두지 않을 겁니다. 잘못하면 내 뒤를 따라 일본으로 와야 할지도 모르죠!"

"그런 눈치까지 다 보면 사내새끼가 아니지! 괜찮아!"


"걱정 말아요. 밀항할 돈 정도는 있습니다!"

돈은 설유연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어차피 누군가의 신세는 져야  팔자지만 여기저기 손을 벌리는 것 보다는 한 사람에게 빚을 가지는 편이 그래도 마음이 편할  같다.



설유연은 왜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일까? 나는 가진 것도 없고, 뭔가를 가질 일도 없게  팔자인데 말이다.

"우린 서로 돕기로 했잖아?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석현 씨는 나를 도와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도와야지!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해!"

"의리도 좋지만 나를 숨겨준 걸 알면 박상영이나 최대갑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우리가 의리만 있는 사인가 뭐? 우린 살도 섞었잖아? 나만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이야? 설유연이 사나이 강석현에게는 기억할 가치도 없는 그런 여자야?"


"······."


"나 석현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헤픈 여자 아니야! 설유연이 아무한테나 몸을 주는 줄 알아?"

이 여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무 걱정 없이 성공의 탄탄대로만을 달리는 줄 알았던 설유연에게도 아픔은 있었나 보다.

내가 무심했다.

나는 타인의 아픔은 헤아리지 못하는 못난 놈이다.


"미안해!  마음은 그런  아니라..."


"아니라면 키스해 줘!"

그녀가 도톰한 입술을 살짝 내민다.

도발적이다.

그리고 요염하다.

그 입술에  입술을 맞추었다.


"그런 뽀뽀 말고, 진짜 키스를 해 줘야지! 이렇게!"


내 입술을 설유연이 덮쳐온다.

그녀의 입술이 뜨겁게 내 입술을 빨아들인다.

세상에서 제일 의리 있는 여자 설유연이 내 옷을 벗긴다.


내 조그만 젖꼭지를 자신의 혀로 자꾸 괴롭힌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 거야. 난 돈이 무서워!"

돈이 무섭다는 설유연의 말에 공감한다.

돈도 무섭고, 그  앞에 알아서 굴복하는 세상 사람들은 더 무섭다.


최대갑이 내 목에 몇 푼의 돈을 걸어놓았다면  목을 노리고 지옥까지 쫓아올 놈들이 세상에는 몇 백명이나 있을 것이다.

불안한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것인지 그녀의 손이 내 성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강석현! 우린 친구지? 친구 맞지?"

"응. 친구 맞아."

"나 이상하지? 난 이제 사랑고백 같은 건 믿지 않아. 하지만 의리를 지켜 줄 친구 하나 쯤은 있었으면 좋겠어. 남자든 여자든······."


설유연도 외로웠나 보다.


사람들에게 파묻혀 사는 줄 알았는데 그 와중에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톱스타께서 그 그리움을 나에게서 찾으려 든다.

터무니없이 위험하고 가진 것 없는 남자에게서 말이다.

그녀가 자신의 붉은 입술에  성기를 머금는다.

잊고 있었던 욕망이  아랫도리에서 스멀스멀 피어난다.


설유연의 혀가 내 불기둥을 휘감았고 내 욕망의 덩어리는 팽창을 거듭한다.


그녀는 나와의 우정을 내 팽창한 몸뚱아리에서 확인하려 한다.

그녀의 뽀얀 볼기짝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갈라진 다리 틈에 맑은 이슬이 맺혀 있다.


 같은 내 혓바닥이 그녀의 은밀한 곳을 탐닉한다.


내 불기둥을 물고 있는 설유연의 입술 틈으로 간드러진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녀도 나도, 심한 갈증에 몸부림친다.

서로의 몸을 가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별이 멀지 않은 것을 알기에 느끼는 목마름일 것이다.


"석현아! 이제 해 줘! 들어와! 응?"


설유연의 다리 사이에 붉은 장미꽃이 활짝 피어난다.

여인의 붉은 꽃잎이 흉칙한  성기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설유연의 몸과  몸이 하나가 된다.

뜨거운 화염이 우리 둘의 몸을 불태운다.

우리게 내일은 없다.

오늘만이 존재한다.



설유연이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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