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올림픽 대표 선발전 - Begin Again.
응?
웬 꼬마 아가씨 하나가 내가 앉은 테이블에 냉큼 앉는다.
자기가 마시던 파르페 잔을 들고 와서는 말이다.
손에 든 크리스탈 컵의 작은 종이 우산이 예쁘다.
마치 그 종이 우산같은 귀여운 꼬마 숙녀다.
"아저씨는 누구야? 우리 예린 언니랑은 무슨 관계야?"
"......"
기자님이 가시고 나더니, 또 다른 기자님이 행차를 하셨다.
다짜고짜 나에게 질문을 쏟아붓는다.
"아! 내 소개부터 해야 하나? 난 민혜린이야. 예린 언니 사촌 동생! 청담 중학교 3학년이고."
"나, 난 강석현이다. 권투 선수!"
"학교는 어디 다녀?"
"광산상고"
"응? 대학생 아니었나? 광산상고라면, 그 유명한 깡패학교 아니야? 서울시내에서 꼴통들만 간다는... 아얏! 왜 때려?"
민예린이 와서 민혜린이라는 이 맹랑한 아가씨의 머리에 알밤을 먹이고 간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라는 예비 숙녀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신다.
"예린이 언니가 요즘 좀 이상한 거 같아서, 애인이 생겼다고 생각했어. 언니 애인이라도 구경할까 해서 오늘 하루종일 여기서 죽치고 있다보니 왠 잘생긴 오빠가 보이더라구! 왠지 오빠가 좀 의심스러워서 말이야! 혹시 둘이 애인 사이 아냐?"
"......"
"하긴! 예린 언니 애인이라기엔 너무 어린가?"
"......"
"얼굴을 봐서는 잘생긴 대학생 오빤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서 좀 실망했어. 오빠가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
"그러면 여자 친구는 있어?"
"......"
"나는 남자 친구 엄청 많은데!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한 트럭이야!"
좋은 동네에 산다는 이 예쁜 꼬마 숙녀와 나 강석현 사이에 '한 트럭' 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린 둘 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한 트럭이다.
나를 쫓아다니는 남자들 쪽에는 살의(殺意)를 가지고 있다는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권투 선수면 싸움 잘 하겠다! 나는 강한 남자 좋아하는데! 오빠는 어떤 여자 좋아해? 참! 오빠라고 불러도 되지? 나보다 세 살 많으니까! 아얏!"
나보다 세 살 어리다는 예비 숙녀님께서는 결국 사촌 언니의 손에 끌려 나가고 말았다.
야무진 알밤 한 대는 덤이다.
"석현 씨! 미안! 혜린이 쟤가 워낙 버릇이 없어서..."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혼을 쏙 빼놓은 버릇없는 숙녀님께서는 기어이 카페에서 퇴출을 당하고 말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
"혜린이는 내 사촌동생이야! 다들 오냐오냐하다 보니 너무 버릇이 없지! 계집애가 지가 예쁜줄을 너무 잘 알아서 어른들 알기를 우습게 안다니까?"
"......"
"석현 씨한테 실례가 될 만한 말 많이 했지? 내가 사과할게!"
"......"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민예린은 괜히 미안해한다.
어쩌면 혜린이란 친구의 말에 상처를 받은 것은 민예린인지도 모른다.
그 꼬마 아가씨가 한 말 중에 기분 나쁜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다들 두 손 두발 다 들었어! 오늘은 무슨 꿍꿍이인지 내 남자 친구를 봐야겠다면서 카페에 와서는 하루 종일 파르페를 몇 잔이나 먹으면서 죽치고 있었는지 몰라! 하여튼 요즘은 아이들이 더 무섭다니까?"
"......"
그래도 그 작은 숙녀님 덕분에 할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오랜 침묵이 우리 사이에 흐른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녀는 무슨 이야기든 거리낌 없이 했고, 나는 조용히 웃음만 짓고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이젠 바뀌었다.
침묵이 부담스러운 관계가 되어 버렸다.
***
카페엔 이제 아무도 없다.
그녀와 단둘만이 남았다.
여섯 달 만에 만났는데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도 막상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야 원래 말이 없는 놈이니까 그렇다 쳐도 민예린까지 나에게 전염이 되었는지 말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가 변했다.
도도하고 매혹적인 그런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눈빛이 온화해졌고 좀 더 부드러워졌다.
여인이 아니라 이제 진짜 누나 같이 느껴진다.
그런 느낌이 좋기도 하고, 약간은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어렵다.
"나 이제 지방으로 내려려구 해! 이 카페도 곧 정리할 거고. 오피스텔도 부동산에 내어 놓았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겠네? 석현이 한테 순살코기 스테이크 만들어 주는 것도...!"
"......"
그녀의 말을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민예린은 화려한 서울이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자다.
그런 그녀가 지금 서울을 떠나서 멀리 작은 지방 소도시로 간다고?
말이 안된다.
"나 모든 것을 다 정리하려구 해! 카페도, 질긴 악연도 모두!"
"......"
"아! 석현 씨는 절대 악연 아냐! 혹시 오해할까봐..."
"......."
그런가?
그래도 그녀에게 내가 나쁜 존재는 아니었나 보다.
다행이다.
아니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아닌가? 석현 씨한테는 내가 악연일 수도 있겠네? 괜히 나 때문에 그런 놈들이랑 엮여가지고..."
민예린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 눈앞에 그녀가 있는 것보다는 옆에 있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온기를 다시 느끼고 싶다.
내 가슴이 다시 콩닥거린다.
그녀도 나와 같은 것일까?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녀와 키스를 하고 싶다.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뜨겁게!
몸이 기억한다.
아니 마음이 기억한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혀와 혀가 서로를 갈망한다.
여섯 달의 공백은 이미 마음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녀와 나는 공백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마음이 안다.
그리고 몸이 이를 확인한다.
누나는 이 자리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내 연인 민예린이다.
그녀의 가슴이 내 손길에 반응한다.
딱딱하게 굳은 민예린의 젖꼭지 내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내 손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팬티 속으로 파고든다.
그녀의 속살은 이미 젖어 있다.
그녀도 나를 원하고 있다.
나만큼이나...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응?"
"아니! 괜찮아! 나는 빨리 누나의 몸을 안고 싶어!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래도! 여긴 불편하잖아? 아아! 너무해!"
말이 필요 없다.
나는 민예린의 치마를 벗긴다.
그리고 스타킹을 우악스럽게 아래로 내린다.
내 힘을 못이긴 스타킹이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스타킹 찢어지는 소리가 내 귀에 청량하게 들린다.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팬티마저 벗긴다.
어느새 민예린의 아랫도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오랜만에 나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일까?
그녀가 두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린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마치 이것이 우리가 처음으로 나누는 사랑인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손을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아랫도리에서 떼어 내었다.
이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가리던 방해물은 남아있지 않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다.
그녀의 은밀한 속살 곳곳을 남김없이 다시 이 눈에 담아두고 싶다.
그녀도 내 마음을 아는 걸까?
그래서 더더욱 부끄러워 하나 보다.
자꾸만 숨기려고만 한다.
자신의 벗은 몸이 예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민예린 답지 않다.
잠시 서로가 떨어져 있던 사이에 여자는 부끄러움이 늘었고, 남자는 짓궃어졌다.
여자가 부끄러워하는 곳만 골라서 나의 눈 앞에 환하게 드러낸다.
덕분에 여자의 얼굴을 불게 물들었다.
덕분에 여자의 은밀한 곳은 더욱 촉촉하게 젖어 든다.
내 눈길 한번에도, 내 손짓 하나에도 민예린, 그녀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무희가 내 앞에서 관능적인 춤을 추고 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선홍색 진주알을 건드리고 나자 그녀의 춤이 격렬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의 관능적인 춤을 더 보고 싶다.
그녀가 부르는 에로스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
나만이 그녀의 춤을 계속하게 할 수 있다.
나만이 그녀의 노래가 멈추지 않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
내 혀가 그녀의 진주알을 건드린다.
검은 숲 아래의 속살 속에 숨어있던 진주알이 내 혀의 노크에 놀라 수줍은 얼굴을 내민다.
내 혀는 부드럽지만 집요하게 그녀를 건드렸고 이제 진주알은 자신의 귀여운 모습을 완전히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내 혓바닥이 멈추지 않고 진주알을 사랑했고, 이제 그녀가 내 사랑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고양이처럼 간드러진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아! 석현 씨! 나 좀 어떻게 해 줘! 제발! 응?"
나도 그녀를 이렇게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다.
민예린 그녀가 바라는 데로 어떻게 해 줄 생각이다.
아니 그전에 여자도 자신의 욕망을 표현한다.
자신의 오감으로 남자의 몸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남자의 운동복부터 속옷까지 모든 옷조각을 조심스럽게 벗긴다.
검붉은 불기둥이 바야흐로 자신의 커다란 욕망을 여자의 코앞에 드러낸다.
그 끝 모를 욕망을 여인이 자신의 입에 받아들인다.
남자의 눈에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되풀이하는 자신의 욕망 덩어리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여인의 붉은 입술만이 보인다.
바르르 떨리는 여인의 속눈썹이 고혹적이다.
내 하체에 머물고 있던 여인의 입술이 다시 위로 향한다.
여섯 조각으로 갈라진 복근을 거쳐 가슴까지 올라온다.
볼품없는 내 젖꼭지가 이 여자의 눈에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것일까?
한참 동안을 내 가슴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촉촉한 입술로, 그리고 부드러운 혀로 귀여워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나도 귀엽다.
사랑스럽다.
그녀가 내게 전한 쾌감과 열락이 내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그녀를 원하고, 그녀도 나를 원한다.
손으로 민예린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그녀의 왼쪽 다리를 내 허리 높이만큼 치켜 들었다.
마치 발레리나처럼 민예린 그녀가 다리 하나로 우아하게 버티고 서 있다.
치켜든 다리는 곧 내 허리를 감싼다.
덕분에 예린의 다리 사이가 활짝 열린다.
촉촉한 속살이 그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는 내 손가락을 맞이한다.
뜨거운 이슬방울이 내 손가락을 타고 흐른다.
"아아! 석현 씨! 이제...!"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한다.
내 목을 끌어안고는 거친 숨을 내 목덜미에 내뿜기만 한다.
그녀는 충분히 젖어 있고 나는 진작부터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민예린의 손에 내 물건을 쥐어 준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 동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녀석이 예린의 손이 인도하는 곳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좁고도 좁다.
하지만 그 끝은 달콤하고 달콤하다.
내 몸을 받아들인 예린의 몸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마치 나를 질식이라도 시키려는 듯 내 목을 감은 투 팔에 힘이 들어간다.
"석현 씨! 이제 소파로, 응? 내가 석현 씨 위에서 하고 싶어!"
누구의 말씀이라고 거역할까?
지금 그녀는 여신이고 나는 그녀의 충실한 종이다.
충성스러운 종은 튼튼한 두 팔로 여신을 안아들고는 큼지막한 소파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런 나를 예린은 놓아주지 않는다.
나를 잡아당기더니 기어이 나를 소파 위에 눕히고 만다.
그리고는 내 몸 위에 그녀가 올라온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는 성이 잔뜩 난 내 물건을 자신의 은밀한 속살을 향해 인도한다.
이슬을 잔뜩 머금은 그녀의 은밀한 구멍이 조금씩 조금씩 내 물건을 삼킨다.
그 부드러움에, 그 뜨거움에 내 입술에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여신의 아랫배가 긴장감으로 팽팽해진다.
여신과 나는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서로의 손에 깍지를 끼고선 여신의 허리가 요염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기 좋게 올라 붙은 팽팽한 젖가슴이 춤의 리듬을 타고 출렁인다.
여신의 통통한 엉덩이가 내 아랫배를 기분좋게 두드린다.
천천히, 천천히 시작된 춤이 점점 빨라진다.
내 가슴도 그녀의 가슴도 뜨겁게 뛴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여신과 나는 열락의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내가 민예린이고 민예린이 나다.
우리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