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La donna e mobile (여자의 마음) (2)
내 똘똘이 구석구석을 혀로 애무하던 설유연의 고개가 점점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통통한 엉덩짝을 자꾸 내 곁으로 들이댄다.
여인의 향기가 내 코끝에 알싸하게 퍼진다.
흔들리는 머리를 따라 궁둥이도 함께 춤을 춘다.
자신의 속살을 만져달라는 것이다.
내 손에 설유연의 엉덩이가 착하고 감긴다.
내 손은 그녀의 찰떡같은 찰진 살결의 감촉을 즐기고 그녀도 내 행동을 좋아한다.
최욱이란 개차반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박선호란 괴물같은 놈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최욱은 박선호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나는 박선호가 거느리고 있는 낭만자객 이상훈의 저렴한 대체재에 지나지 않는다.
최욱은 박선호를 벤치 프레스, 아니 벤치 마킹하려는 것이다.
나 강석현은 오늘 그 괴물 같은 박선호의 적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에 대한 작은 보답일까?
내 주제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미모의 인기 여배우께서 지금 나와 사랑을 나누고 계신다.
상을 먼저 받았으니 언젠가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상식이다.
여배우께서는 더욱 과감해지셨다.
내 똘똘이를 입에 문 채로 자신의 궁둥짝을 내 코앞에 흔들어 댄다.
이제 그녀의 가슴에는 부끄러움 같은 거추장스러운 감정은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나, 아까 놈들에게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어. 더러운 몸 아냐! 그러니까, 응?"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이 예쁜 여자의 몸이 더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 눈앞에 하얀 엉덩이가 흔들리고, 그 가운데 갈라진 틈에서 빨간 속살이 보인다.
촉촉한 속살이 마치 여인이 입술처럼 입을 살짝 벌리며 나를 유혹한다.
붉은 입술의 끝단에 맑은 이슬이 맺혀 있다.
"석현아! 키스해 줘! 입술말고 거기에... "
"......"
"아! 천천히! 부드럽게! 너무 좋아! 석현이 너도 내가 좋아서 이렇게 해 주는 거지? 그렇지?"
***
설유연의 말이 맞다.
사랑스럽지 않은 여자를 어떻게 품에 안을 수가 있을까?
오늘 이 여자는 사랑스럽다.
무려 재벌 3세이신 최욱을 뿌리치고 내게로 달려온 여자다.
지금 이 순간 이보다 섹시한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나는 최욱을 잘 안다.
그놈이 순순히 이 여자를 보내 주었을 리가 없다.
그놈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용기를 짜내어서 지키고 싶어한 여자다.
그런 놈을 마다하고 가진 것 없는 내게로 왔다.
나에게는 이런 여인을 거부할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도하기 짝이 없는 이 여배우께서 얼마나 겁이 많으신지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을 협박해서 무참히 짓밟으려 했고, 지금도 그럴 힘이 있는 박선호란 놈에게 다시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구하고자 달려온 여자다.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면서도 말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면 사내가 아니다.
그러나 나도 알고 그녀도 안다.
치기 어린 사랑은 이제 끝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사랑은 여기까지다.
"아! 너무 좋아! 좀 더! 멈추지 마! 응?"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일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도 아는 것일까?
그래서 이 와중에도 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그녀가 내 몸 위에 올라탄다.
손에는 다시 잔뜩 성이 난 내 물건을 쥐고 있다.
마음이 급한지 한 번에 자신의 몸 속에 밀어 넣지 못한다.
튕겨 나온 내 성기가 그녀의 배꼽을 찌른다.
설유연이 민망한듯 멋쩍게 웃는다.
다시 한 번 더 시도했고, 이번에는 아귀가 딱 맞았다.
허공에 끄덕 거리던 내 성기가 그녀의 음부 속으로 쑤욱 박힌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그녀가 불타 오른다.
내 몸 위에서 그녀가 날뛴다.
마치 야생마를 탄 것처럼 그녀의 몸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아름답다.
마치 내 몸에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그녀의 은밀한 속살이 내 성기를 꽉 쥐고 있다.
아니, 꽉 물고서 놓아주지를 않는다.
이제 내 차례다.
내 몸 위에서 날뛰다 지친 야생마 같던 그녀를 내 몸 아래에 깔았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몸을 찍어 누른다.
그녀는 온몸으로 자신의 몸에 다시 들어온 내 몸을 반긴다.
내 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그녀도 내 몸 아래에서 지지 않고 쥐어짜듯 매달린다.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끝이 보인다.
조금만 더 달리면 천국에 도달할 것 같다.
말 그대로 'Stairway to Heaven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다.
전력으로 그 계단을 뛰어 오른다.
그녀가 내 목에 매달려 몸부림친다.
함께 천국에 오르고 싶다.
그리고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
쉴 새 없이 종알거리던 그녀가 말을 잃었다.
나는 원래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앙증맞은 붉은 색 프라이드 자동차 안이 정적에 쌓인다.
"나, 저기 내려주면 돼."
"그.럴.까?"
예정된 작별이 왔다.
"오늘 고마웠어! 그럼!"
하마터면 다음에 또 보자고 할 뻔했다.
부질없는 말이다.
아니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괜한 미련은 건강에 좋지 않다.
차에서 내리는 나에게 그녀가 손짓을 한다.
내가 무엇을 잊고 내린 것인지 긴박하게도 나를 다시 부른다.
차창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보드랍고 촉촉한 것이 내 입술을 덮는다.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그것이 마지막이다.
******
최 관장님에게 혼이 났다.
여기저기 다쳐서 돌아다닌다고, 몸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끝이다.
혼이 나야 할 일이 그것만이 아닐 텐데 더 이상은 묻지도 않으신다.
관장님도 알고 계신다.
내가 최욱이란 놈과 좋지 않은 인연으로 얽히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탓이라며 안타까워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연이 있으면 악연이 있다.
뭐든 하기 나름이다.
최욱이 놈과의 관계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곧 보복이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하다.
박선호 말이다.
최욱의 말로는 사건이 너무 커져서 박선호가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역시 이왕 사고를 치려면 화끈하게 쳐야 하는가 보다.
어찌되었건 시간은 벌었다.
단지 시간을 벌었을 뿐이겠지만 말이다.
나중에야 알았다.
박선호에게 우선순위는 최욱이다.
나 같은 피라미는 안중에도 없었다.
낭만자객 이상훈이 최욱을 끌고 갔다.
광풍회 놈들이 최욱과 함께 있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최욱의 아버지 최 회장님께서 직접 조폭들을 대동하고 납시어서 구해 오셨단다.
그것이 어른들의 싸움이든 아이들의 싸움이든 원래 싸움의 속성이 그러하다.
유치하고 치사하고 그렇다.
양가의 회장단을 모시고 박선호와 최욱이 악수를 하고 화해주까지 마셨단다.
최욱은 아주 기고만장했다.
이제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자신 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졌던 박선호와 화해를 한 것이 크다.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미국으로 대학생이 되어 떠날 예정이다.
이번 여름만 지나면 그와의 인연은 모두 끝이 난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놈과 내가 얽힐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올림픽이 여덟 달도 남지 않았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체력을 키워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코앞이다.
나는 반드시 국가대표가 될 것이다.
메달을 따면 연금도 나온다.
그리고, 프로 복서가 될 것이다.
나는 내 주먹을 제외하고는 가진 재주가 없다.
민예린과는 조금씩 조금씩 거리가 생긴다.
그것이 옳다.
그녀에게는 나보다도 훨씬 강한 남자가 어울린다.
나란 존재는 너무도 미약하다.
그리고 어리다.
이왕이면 똑똑한 남자가 좋겠다.
그래야 그녀를 지킬 수 있을 거다.
나같은 돌머리는 곤란하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최욱이란 놈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손만 뻗으면 최고의 미녀들이 그놈에게 안길 것인데, 왜?
최욱이 자꾸 민예린을 집쩍인단다.
워낙 청개구리 같은 놈이라, 건드려서는 안되는 여자가 놈을 더 흥분시키기라도 하는 걸까?
민예린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왜 최회장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지 않는 것일까?
역시 돈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하긴 아무것도 아닌 나조차도 최욱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으니까!
가진자들은 집요하다.
민예린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
나에게는 항상 친절한 누나이니까!
동생으로서 그녀를 도와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
페더급은 만만치가 않다.
밴텀급과는 주먹의 세기가 확연히 차이 난다.
프로처럼 주니어 페더급이 있으면 딱인데, 아쉽다.
더구나 국가대표 선발전의 상대는 실업 선수들과 대학생들이다.
아직 나는 부족한 것 투성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나의 페더급 데뷔 무대가 되고 말았다.
첫 시합은 말 그대로 고전했다.
국내 랭킹 8위 권의 선수여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오판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한 클린 히트에 상대가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다 그만 정통으로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
첫 경기부터 다운을 당했다.
바닥에 고꾸라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페더급 참가자는 16명이다.
단 네 번만 이기면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단 네 번이란 말을 입에 담은 것이 실수였을까?
코앞에 올림픽 출전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 앞섰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이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복싱에서 체급을 올린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상대의 체격이 달라진다.
키가 커지고, 파워가 훨씬 강하다.
상대의 키가 커지면 거리 조절이 우선 부담스러워진다.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거리까지 상대의 잽이 날아온다.
그래서 그 거리를 의식하다 보면 자꾸 무게 중심이 뒤로 빠진다.
펀치에 파워가 실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내 펀치에 상대가 충격을 받지 않는다.
내 펀치가 먹혀들지 않으면 대신 내 멘탈이 충격을 받는다.
악순환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몰골사납게 바닥을 뒹굴고 말았다.
"석현아! 당황하지 마! 서둘지도 마! 천천히 일어나! 시간 충분해!"
코치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벌떡 일어났다.
코치님은 카운트 8에서 싸울 의사를 표하라고 가르쳤지만 나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빨리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해야 한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가 둔하게 움직인다.
현란한 풋 워크로 상대의 사정거리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들어갈 때 들어가고 빠질 때 빠져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본의 아니게 난타전을 펼치고 말았다.
관중석에서 함성 소리가 터진다.
관객들이 보기엔 좋을지 모르지만 다운 당한 선수가 취해야 할 옳은 태도는 아니다.
나도 안다.
그리고, 1라운드 종료 후에 관장님에게 따끔하게 혼이 났다.
"왜 이렇게 서둘러? 석현아! 아무리 급해도 하나씩 하나씩 해야 해!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