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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사랑에 관한 짧은 보고서 (2) (16/88)



〈 16화 〉사랑에 관한 짧은 보고서 (2)

밖에 있는 놈들도 이제 지쳤나 보다.

아주 가끔 문을 두드릴 뿐 고함도 지르지 않는다.

내 몸 아래에는 눈을 꼬옥 감고 닥쳐올 환난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여인이 있다.


나보다 여섯 살이 많은 이 여인이 오늘 따라 귀엽게만 여겨진다.

누나가 아니라 여동생인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옷을 대충 입혀준다.

여자의 얼굴이 굳어진다.


나는 굳이 옷을 줏어 입지 않는다.

대신, 수건 하나를 물에 적셔서 몸을 닦고는 그것을 허리에 휘감았다.

굳게 닫혀 있던 오피스텔의 현관문 시건장치를 하나하나 풀고는 오피스텔 문을 활짝 열었다.



"뭐 해? 안 들어 오고!"

내가 너무 당당하게 나가자 놈들이 당황해한다.


한심한 놈들이다.

최욱은 낯선 남자 둘을 앞세우고야 겨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온다.


딱 봐도 알  있다.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낯선 남자 둘의 눈빛이 매섭다.

나이는 20대 초반 혹은 중반이다.


와이셔츠 소매 틈으로 퍼런 용이 몇 마리 보인다.

아마 폭력 조직에서 빌려온 자들일 것이다.


'찰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재크 나이프가 칼집에서 튀어나온다.

남자 둘은 칼잡이들이다.


손에 든 재크 나이프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다시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는 묘기를 선 보인다.

이제야 후방에 서 있던 최욱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흐른다.

"아주 두 년놈이 신이 났구나! 민 마담!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고 그래? 우리 꼰대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몰라?'


"그 사람은 이제 나하고 상관 없어! 완전히 끝난 사람이야!"


"누구 마음대로? 진짜 괜찮다면 이 사진 우리 꼰대한테 보내 줄까?"


최욱에 몇 장의 사진을 바닥에 뿌린다.


사진 속에서 나와 민예린이 입을 맞추고 있다.

민예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마음대로 해! 너네 아빠한테 보여주든 말든 상관없어! 그보다는 최욱 네가 나한테 할려고 했던 짓이나 이야기 하지 그래?"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놈이 나를 겁탈하려고 했잖아! 기억 안나면 기억 잘 나게 도와줄까?


"이런 쌍년이!"

용감한 재벌 3세 최욱 씨가 민예린의 얼굴을 때리려 손을 휘두른다.


그런 최욱 놈을 내가 막아선다.

재벌3세 께서는 포기가 빠르시다.


나하고 일 대 일 싸움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잽싸게 간파하고는  걸음이나 물러선다.

최욱의 앞선으로 재크 나이프 2인조가 자리를 잡는다.

"저놈에게 칼침을 놓아! 뒷 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역시 돈이 좋기는 한가 보다.

사람 하나 죽이거나 병신 만들어 놓아도 돈이면 된다는 말이다.

불빛에 반짝이는 칼날을 보고는 민예린의 몸이 얼어 붙어 버렸다.

그런 그녀를 내 몸 뒤로 숨겼다.

"덤벼!"


사실 예상을 하고 있었다.

칼을 든 놈들이  것이라고.


설마하니 주먹으로 나한테 이기려 하겠는가?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스트립쇼를 해야 한다.

 허리에 두른 젖은 수건을 풀었다.

내 물건이 불빛 아래 덜렁거린다.


칼을 든 놈들도, 최욱 놈도 얼굴이 일그러진다.

복서들은 손에 수건을 들고 쉐도우 복싱을 하곤 한다.


예리하게 끊어치는 펀치를 다듬기 위함이다.

제대로 스냅이 들어간 주먹은 파워가 배가 된다.


손목의 스넵이 제대로 실리면 수건은 주먹의 연장선이 된다.

물에 젖은 수건에 내 손목 스넵이 제대로 실렸다.

뱀처럼 꿈틀거리는 수건이 채찍처럼 칼잡이들의 얼굴을 때린다.

물보라가 튄다.


놈들이 비틀거린다.

수건이 이번에는 칼을 휘두르는 놈들의 손목을 노린다.


재크 나이프가 수건 자락에 엉기었고 그 틈에 내 원투 스트레이트가 놈의 턱에 꽂힌다.

크게 위빙을 해서 다른 놈이 휘두르는 칼을 피했다.


그러고는 회심의 어퍼컷을 놈의 턱에 올려 붙였다.


'쩌억!'

'퍼억!'

사기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놈이 수수단처럼 쓰러진다.


 녀석 모두 턱이 깨진 것이리라.

앞으로 몇 달간은  밖에 먹지 못할 것이다.


내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최욱이가 병원비는 줄 것이니까!

칼을 들고 장난을 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칼을 들고 해코지를 하려던 놈은 신체의 일부를 내어놓아야 하는 것이 뒷골목의 불문율이다.

칼로 손모가지를 자르는 대신 턱을 아작내어 버렸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한 놈에 한 방씩!

칼을 든 놈들에게 두 번씩이나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

치명적인 급소에 체중에 실린 주먹을 먹여야 한다.

오늘 최욱은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모양이다.

놈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기를 바랬는데 아쉽게 되었다.


"깡석현! 나하고 이야기 좀 할까?"


"할 이야기 없는데? 주먹으로 이야기하면 안될까?"

"그건 내가 많이 불리하지! 올림픽대표 선발전에 나갈 놈하고 주먹싸움을 할 수야 있나? 잘못하다가 선수 생활 쫑 나기라도 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그래?"

"......"

"어? 선수 생활에  미련이 없나 보구나!  정도면 타협이 될 줄 알았는데 내가  못 생각했어!"

"할 말 있음 해 봐! 들어는 줄 게!"

"너랑 민예린 사이를 입 다물어 주지! 괜찮지 않나? 둘이서 우리 꼰대 모르게 떡도 계속 칠 수 있고... 좋잖아?"


"......"

"야! 내가 그래도 선배인데 계속 반말할 거야? 사실 저번에도 얻어맞은 건 나잖아? 그것도 일방적으로! 계집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씨발!"

"......"


"그리고 깡석현 네놈 물건 큰건 충분히 알았어! 민 마담이 홀딱 빠질만 해! 그러니까 이제 팬티라도  입지?"

그건 최욱 녀석이 말이 맞다.

이제 팬츠를 입는 편이 좋을 거 같다.


"깡석현 네가 쓰러뜨린 칼잡이들이 누군지 알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놈들은 한 트럭을 끌고 와도 겁내지 않수!"

"이 놈들 독사파야! 영등포 독사파! 뒷감당 할  있겠어?"

"독사든 전갈이든 상관없습니다!"


"너는 그렇다 치고 민 마담은? 민 마담은 어떡할 거야?"


"......"


"좋은 게 좋은 거야! 우리 화해하자! 응?"

"......"


"어!  민망하게! 악수  받아줄 거야?"

최욱 이 놈!

많이 컸다.


 주먹이 강해진 거보다도 더!


이쯤에서 화해하는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민예린을 위해서라도.


"원 터치  번만 뛰어 줘! 당연히 인건비도 준다. 얼마면 되냐?"

"이백만 원!"


내가 생각하는 한도에서 제일 큰 액수를 말했다.

최욱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흐른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너무 싸게 불렀다는 것을!


최욱이 지갑에서 수표 두 장을 꺼낸다.

"자! 화해의 악수! 이건 수고비!"


엉겁결에 악수를 했고 수표를 받았다.

"일주일 안에 연락할거야! 몸 만들고 있어!"

"어떤 놈입니까?"


"걱정 마! 칼 쓰는 놈은 아니니까! 원터치는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그래?"


최욱이 씨익 웃는다.

놈은 그동안 거물이 되어 있었다.


아니 이제서야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힘을 자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석현 씨! 미안해!"


민예린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가슴이 축축해진다.

이 여자!


어쩌면 눈물이라도 흘리고 있는 걸까?


"누나가 뭐가 미안해요? 다친 데는 없는 거죠?"

진짜 나는 모르겠다.

민예린이 왜 나한테 사과를 하는지 말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잘못은 내가 하지 않았나?


괜히 내가 최욱이 놈을 두들겨 패는 바람에 그놈이 누나의 오피스텔 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린 것이 아닌가?


무려 유명 조직폭력배 칼잡들을 둘 씩이나 대동하고 말이다!

역시 놈이 체육관으로 찾아왔을 때 참았어야 했는데!


하긴 최욱이 놈이 그 지랄을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명색이 광풍회(狂風會)의 회장이라는 놈을 후배 놈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쥐어박았으니 말이다.


아참!


그때 여자들도 함께 있었지!

여자 앞에서 폼 잡는 재미로 광풍회 회장질을 한다는 평까지 듣는 최욱이다.

그런 놈이 새파란 후배 놈 앞에서 두들겨 맞고, 토하고, 빌고,...!

내가 너무한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조금은 미안해진다.

그 흉악한 최욱 놈이 말이다.


"나, 석현 씨한테 진작에 말하려고 그랬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어..."


"......"


이젠 이 여인이 뭐가 미안하다고 하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같기도 하다.

"최 회장 말이야. 최욱 그놈 아버지! 그 사람이 내 카페 차려준 거야!"

"......"

나도 귀가 있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번이나 들었다.

20대 초반의 새파란 여자가 무슨 돈이 있어서 저런 카페를 차렸겠냐고 했다.

뒤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는 아닐 거라고 입방아를 찧어대는 소리를 말이다.

"나 원래는 연기자 지망생이었어! 배우가 꿈이었거든? 배우하려고 별 짓 다하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네... 나 바보같지? 한심하지?"


"......"

한심하긴!

별소리를 다한다.

원래 세상은 한심한 사람들이 바보같이 살아가는 거다.


"석현 씨! 왜 아무런 말이 없어? 아직  안 풀렸어?"

"......"


민예린에게 화가 난 적이 없으니 풀리고 말고 할 무엇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말이 없냐구?

내 부족한 말주변으로 이 상황을,  감정을 설명할 자신이 없기에 침묵을 선택한 것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민예린이 괜히 내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꼼지락 거린다.

"괜찮아요! 내가 재벌 회장님하고 삼각관계인 거네? 재미있네 뭐!"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어야 했다.

하여튼 이놈의 입이 항상 방정이다.


그래서 조심하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말 한마디로 기어이 여자를 울리고 말았다.

사과의 의미로 나는 내 입에 자체적으로 재갈을 물렸고, 민예린은 말없이 울기만 한다.


"미안해요. 내가 실수했어. 내 뜻은 그게 아니구..."

"미안해! 괜히  때문에... 석현  난처하게만 하구! 앞으로도 자꾸 최욱이 놈이 협박하고 그러면 어떡해!"


여자는 어렵다.

더구나 우는 여자는 더더욱 어렵다.

내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꼬옥 안아 주었다.

시간이 약이다.

조금씩 울음이 잦아든다.


내가 실없는 우스개소리를 다시 시도했고 다행이 이번에는 먹혀들었다.


여자가 웃다가 울다가 그런다.


"누나! 돈 필요해요?"

"무슨 돈?"


"아까 최욱한테서 받은 돈 말이야! 누나 필요하면 그 돈 줄까?"


"피이! 내가 무슨 염치로 석현이 너한테 돈을 받니? 너 쓰고 싶은데 써야지!"

그런가? 이 돈은 내가 써도 되는 돈인가? 이백만 원이면 엄청 큰돈인데?

"생각해  게 있나 보네?"

"백만 원은 할머니 가져다 드릴 거고, 백만 원은 관장님 드릴거야."


"음! 잘 생각했어! 석현이 다운 결정이야!"


민예린은  팔을 베고 누워있다.


 몸을 만지는 그녀의 손이 땀으로 촉촉하다.


가끔 그녀의 입술이 토해내는 한숨이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


"무슨 걱정 있어요? 웬 한숨이야?"

"최욱이가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지 걱정이 돼서!"

"난 또 뭐라구! 걱정 말아요. 까짓거 싸움 한  해 주면 되지! 돈도 주잖아요? 이백만원이면 한국 챔피언 정도는 되야 받는 게런티라구요!"


"그건 스포츠잖아! 이건 싸움이야, 싸움! 잘못되어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그리고 상대가 다쳐도 문제가  수 있어! 폭력혐의로 고소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잘못하면 교도소 가고, 그날로 전과자 되는 거야! 복서로서 선수 생명도 끝장 날거고!"

"그런가? 나는 그런  생각 안해 봤는데! 어떡하지?"


내가 놀란  했더니 민예린이 더 놀란다.

걱정이 되는지 또 울상을 짓는다.


"걱정 말아요.  될 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서울 올림픽에 나가야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지! 맞죠?"

민예린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린다.


"나빠! 누나를 놀리구!"

"아파요! 아까 시합 때 맞은 곳을! 으윽!"

"어떡해! 괜찮아?"


민예린의 얼굴이 다시 사색이 된다.


놀려먹는 재미가 있다.

오늘 이 여자가 어쩐지 나보다 어린 동생같이 여겨진다.


귀엽다!

"못됐어. 자꾸 놀리구! 그래도 아팠지? 미안!"


민예린이  가슴에 '호!'를 해 준다.

그 더운 입김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손으로 멍이든 곳을 살살 어루만져 준다.

따뜻하다.


그리고 야릇하다.


또 여자의 몸이 그리워진다.


내 마음도 모르고 여자의 손가락이 내 작은 젖꼭지를 빙빙 돌리며 쓰다듬는다.

"시합에서 어디 다쳤어? 몸통에 몇 대 맞았잖아! 얼굴에도 두어대 맞았구!"

"어? 시합 보러 왔었어요?"


"그럼! 보러 갔지. 누구 시합인데!"

"그런데 왜 끝나고 나서는  보였죠?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석현이가 K.O 시키는 거 보고는 바로 나왔어."


"왜?"

"석현 씨 얼굴 볼 자신이 없어서! 나 같은 나쁜 년은 석현 씨 곁이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게 맞을  같아! 관중처럼, 팬의  사람으로..."

"괜히 바보같이 왜 그래요? 기분 우울해지게!"

"미안! 석현 씨 우승한 날인데 나 때문에..."


"잘 들어요! 오늘 일은 누나 때문에 일어난  아냐! 내가 자초한 거야! 모든 일은 내가 별였고, 그 책임도 모두 내가 질 거야!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마! 한 번만 더 그러면 화낸다!"


민예린이 내 품속을 파고든다.


어깨가 들썩 거린다.

 울고 있는 걸까?

괜히 내가 화를 내서 그런 건가?


그녀의 어깨를 보듬어 준다.

여자가  품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을 보고 싶은데,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내가 또 실수를 한 걸까?

나는 단순한 놈인가 보다.

아니 어쩌면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놈인지도 모르겠다.


내 가슴에 꼭 붙어있는 여자의 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고, 내 아랫도리는 또 팽창을 한다.

그놈이 벌떡 일어나서는 여자의 배꼽 아래를 찌른다.

성난 물건의 대가리를 보슬보슬한 민예린의 털이 간지럽힌다.


내 손바닥에 가득 찬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가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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