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사랑에 관한 짧은 보고서 (1)
세계 챔피언이 된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고, 누군가가 승리의 소감을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그것도 기자가!
짧은 스포트라이트와 긴 허탈감!
내가 느낀 우승의 소감이다.
승리는 달콤하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모양이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의 나에게는 우승이 그닥 기쁘지 않다.
빨리 다음 대회가 기다려질 뿐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해서일까?
아직 프로 세계 챔피언이 아닌 기껏 아마추어 고등부 우승이라서 그럴까?
가슴이 텅 빈 것만 같다.
혹시 내가 원하는 것은 우승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격투기 자체인지도 모른다.
너무 싸움꾼 같아서 남들에게는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말이다.
내 체급이 밴텀(Bantam)급이라서 그런가?
때로는 나 자신이 한 마리 싸움닭(Bantam) 같이 느껴진다.
오직 싸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런 놈 말이다.
"어이! 강석현 선수! 아직도 배가 고픈 거야? 표정이 왜 그래? 국내 아마추어 대회 우승으로는 아직 만족을 못한 거야?"
고일상 기자가 나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넨다.
"아, 아뇨! 그냥 허탈해서..., 그리고 기자님 말씀대로 배도 고프구요!"
"응? 하하! 내가 말한 배가 고프다는 건, 밥이 먹고 싶다는 뜻이 아닌데? 강 선수 유머 감각이 있네!"
맞는 말씀!
난 배가 고프지만 밥 따위를 먹고 싶지는 않다.
고기가 먹고 싶다.
스테이크 말이다.
지방 한 점 없는 살코기 스테이크 말이다.
나만을 위한 그 부드러운 육질을 씹어 먹고 싶다.
그 농밀한 육즙을 빨리 맛보고 싶다.
"강 선수가 약속대로 멋진 K.O 승을 보여줬으니 나도 약속 지켜야지? 기다려! 내일 아침 스포츠 신문에 강석현 선수 기사가 나갈 거야! 기대해도 좋아! 내가 기가 막히게 썼거든!"
"감사합니다."
내 편이 있다.
세상에는 내 적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일상 기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내 편이다.
조금 더 정답게 인사를 할 걸 그랬다.
괜히 미안하다.
그런데, 지금 내 팬클럽 회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시합 때는 본 것 같은데, 착각이었나?
그녀의 카페로 찾아갔다.
그냥 배가 고파서 간 거다!
정말로!
그녀는 카페에도 없다.
오늘 출근하지 않았단다.
어디에 있을까?
내가 체육관에서 본 것은 환영이었나?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나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민예린은 자신의 오피스텔에 있었다.
다행히 나를 피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것은 아니었다.
헐레벌떡 달려온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니,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미세하게!
나는 원래 둔감하니까 그런 건 잘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플 뿐이다.
아니, 그녀가 고프다!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녀도 내 목에 매달린다.
그리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내 가슴에 전해진다.
참을 수 없는 갈증에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말았다.
여전히 그녀의 입술은 달콤하다.
그리고 내 갈증은 그 달콤함 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내 입술은, 내 몸은 더 뜨거운, 더 농밀한 것을 원한다.
하늘하늘한 그녀의 옷을 조금은 거칠게 벗겨내고는 뜨겁게 달아오른 내 입술로 그녀의 몸에 낙인을 찍는다.
눈같이 하얀 여인의 속살 위에 내 입술이 붉은 발자욱을 남긴다.
내 손이 집요하게 움직여서 그녀의 옷을 모두 벗겨버렸다.
조금은 익숙해진 여인의 나신이 내 눈앞에 모두 드러난다.
은밀한 둔덕 위의 소복한 음모가 내 가슴에 불을 지핀다.
내 손가락에 닿는 그녀의 방초가 부드럽고 촉촉하다.
오늘따라 민예린이 이상하다.
내가 은밀한 둔덕을 쓰다듬을 때면 그녀도 항상 내 움직임에 호응해서 내 성난 아랫도리를 쓰다듬는데, 오늘은 내 몸뚱이에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 내 몸을 애무하기는커녕 내 손을 밀어낸다.
괜히 화가 난다.
내가 싫어진 걸까?
오늘 내 시합이 시원치 않았었나?
조금 더 화끈하게 이겼어야 했나?
쓸데없는 심통이 내 행동을 거칠게 만든다.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안고서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던지듯 내려 놓았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다.
서둘러 나도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덮치듯 껴안았다.
보드라운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며 입안에 그녀의 젖꼭지를 삼키듯 밀어 넣었다.
거친 신음소리가 말 한마디 없던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다.
내 입술에 눌려 있던 그녀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젖꼭지는 딱딱하게 굳는다.
그 딱딱한 포도알을 입속에서 혀로, 이빨로 한참을 괴롭혔다.
내 몸뚱이 아래 깔린 그녀의 나신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내 입술이 아래로 움직이고 그녀의 몸도 내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을 한다.
내 입술이 민예린의 검은 풀숲에 다다른다.
그녀의 풀숲에 얼굴을 파묻고는 털 한올한올의 느낌을 음미했다.
그녀의 향기가 내 코 끝을 자극한다.
"석현아! 이러지 마! 여기서 빨리 나가야 돼!"
웃기는 소리다.
누가 여길 온다는 말인가?
괜히 내가 싫어진 거다.
내 두 손 각각에 날렵한 그녀의 발목을 잡고는 민예린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여인의 부끄러운 부분이 날개를 펼친 나비처럼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그녀의 말에 대한 내 대답이다.
나는 지금 이 오피스텔에서 나갈 생각이 조금도 없다.
민예린이 손바닥을 펴서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가려보려 했지만 내가 좀 더 빨랐다.
내 입술이 그녀의 검붉은 아랫입술을 먼저 점령한 것이다.
잠시 내 얼굴을 밀어내려던 그녀의 노력은 허사에 그친다.
이제는 포기했는지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엉덩이를 움찔거린다.
그녀의 은밀한 구멍에서 뜨거운 액체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와서 메마른 내 입술을 적신다.
내 두 손은 꿈틀거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는 몸 가까이 잡아 당긴다.
갈증에 지친 내 혀는 그녀의 옹달샘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정신없이 마신다.
내 손에서 풀려난 민예린의 두 다리가 내 목을 뱀처럼 휘감는다.
이제 나도 안다.
그녀가 내 성난 불기둥을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잔뜩 성이 난 내 아랫도리의 불기둥도 그녀의 뜨거운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을 하고 있다.
"석현 씨! 오늘은 안돼! 다음에, 응?"
"난 지금 누나를 원해. 내일이 뭔지 나는 무식해서 몰라!"
"예감이 안 좋아! 제발! 응?"
민예린이 손으로 내 불기둥을 잡고는 나를 달랜다.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입으로는 나에게 나가라면서 손은 내 불기둥을 꼬옥 잡고서 놓아주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내 살기둥을 지금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놈을 자신의 몸 속 깊숙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난 예감 같은 거 믿지 않아! 내 몸을 믿을 뿐이야. 누난 최욱 그놈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렇지?"
"......"
내 물건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스스륵 빠진다.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불기둥이 제 멋대로 끄덕거린다.
이제 내 뜻대로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아무도 두렵지 않다.
불기둥이 끝단이 뜨겁고 미끌거리는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 닿는다.
내 고집을 못 이긴 것인지, 아니면 그녀도 나만큼이나 내 몸을 원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빨리 끝내야 돼! 응?"
"싫은데?"
"아앙! 약속해 줘! 제발!"
이 아름다운 여자가 애원을 한다.
나 같은 놈에게.
괜히 미안하다.
"알았어! 누나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귀에다 속삭이고는 그녀의 달콤한 입술을 덮쳤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내 입술을 빨기 시작한다.
민예린의 부드러운 손이 내 몸을 그녀의 뜨거운 구멍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고는 매끈한 두 다리를 내 허리에 휘감는다.
나도, 민예린도 뜨겁게 달아있었나 보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격렬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열락의 끝자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민예린은 내 몸 아래에 깔려 몇 번이나 하이톤의 비명을 질렀는지 모른다.
아무리 들어도 싫증 나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다.
'쿵쾅쾅! 쿵쾅쾅!'
누군가 나의 고요한 평화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
"야! 강석현! 민예린!"
"......"
"깡석현! 민 마담! 안 들려? 너네들 안에 있는거 다 알고 왔어! "
"......"
"쿵쾅쾅! 쿵쾅쾅!"
"......"
"야! 너네들 지금 떡치고 있지? 빨리 문 열어! 앙? 안 그러면 죽는다?"
"시끄러! 조용히 못해?"
버럭 고함을 지른 건 나였다.
지금 나는 민예린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
민예린과 얽힌 내몸을 풀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다.
내 밑에 깔린 체 내 등짝을 부등켜안고 있던 민예린이 어쩔 줄 몰라 한다.
보통 일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그녀도 지금의 사태는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이것들이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강석현, 민 마담 너네들이 물고 빨고 하는 사이라는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시간 보니 떡 다쳤겠네! 빨리 문열어! 깡석현 거시기 덜렁거리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옷은 입고 나와! 참, 민 마담은 옷 안 입어도 괜찮아! 홀딱 벗고 나오면 더 좋고!"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밖에 있는 놈은 열 놈 정도?
낯선 목소리도 들린다.
광풍회 놈들로는 역부족이니 누군가를 데려왔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다려! 아직 안 끝났어!"
"응? 깡석현 저놈 뭐라는 거야?"
놈들이 웅성거린다.
"귀가 먹었어? 아직 떡 다 못 쳤다고! 기다려! 끝날 때까지!"
"미친 새끼! 강석현 저놈 또라이 아냐?"
놈들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일에, 아니 나와 함께 있는 여인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몸뚱아리 아래에 깔린 이 귀여운 여자가 파랗게 질려있다.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부끄러운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내 책임이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누나! 나 믿지? 응?"
파랗게 질린 여자가 고개만 까닥거린다.
"그럼 됐어. 내가 누나 하나는 지켜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 하던 거나 마저 하자!"
민예린의 얼굴이 이번에는 빨갛게 달아오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안 끝내도 되는 거지?"
겁에 질려 울지도 웃지도 못하던 민예린이 내 탱탱한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기분이 조금은 풀린 모양이다.
뭐라고 나에게 말을 하기 전에 민예린의 입술을 덮쳤다.
곧 그녀도 체념을 하고 내 입술을 받아들인다.
내 물건은 아직도 그녀의 뜨거운 구멍 속에 박혀 있다.
그녀의 몸 깊은 속살이 다시 촉촉해진다.
그리고 뜨거워진다.
나는 그녀 위에서 다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예린도 이 미친놈의 행동에 호응해 준다.
내 불기둥은 달아오르고, 그녀는 자신의 뜨거운 속살로 그놈을 꽉 물고는 놓지 않으려 한다.
밖에서 무슨 난리를 치든, 문이 부서져 나가든 우리 둘은 서로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몸속으로 깊이 깊이 필사적으로 파고들었고, 그녀는 내 열정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움직임이 난조를 보인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엉덩이를 부들부들 떤다.
촉촉한 입술 틈으로 짐승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런 그녀를 나는 놓아주지 않고 더욱더 거세게 허리를 놀린다.
"서, 석현아! 이제 그만! 아니, 좀 더! 어, 엄마! 으앙!"
그녀의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온다.
나는 멈추지 않는다.
여자의 입에서도 신음 소리가 멈추지 않고 터져 나온다.
이제 오피스텔 밖이 조용하다.
"석현아! 살살! 이제 그만 해! 제발!"
나는 연장전에 돌입한 격투기 선수처럼 여자를 밀어붙인다.
넉다운이 된 듯한 그녀가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것처럼 늘어져 있던 여자가 다시 살아나 내 몸에 엉겨 붙기 시작한다.
내 엉덩이는 쉬지 않고 격렬하게 그녀를 몰아친다.
이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다.
이 여자의 뜨거운 몸 속에다 말이다.
여자도 이제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마치 산낙지처럼 내 몸을 휘감는다.
두 팔로 내 목에 매달리고, 두 다리를 내 두 다리에 얼기설기 휘감는다.
내 리듬에 맞춰 그녀도 자신의 허리를 움직이며 내 열정을 남김없이 받아 낼 준비를 한다.
때로는 간드러지게, 때로는 흐느끼듯 쉴 새 없이 흘러나오던 민예린의 신음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기를 몇 차례!
금붕어처럼 입술만 뻐금 거리며 소리를 내지 못하더니, 이윽고 참아왔던 신음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 소리를 신호삼아 나는 미친 듯이 질주한다.
그녀의 뜨거운 몸속으로!
그런 내 움직임을 여인은 온 몸으로 받아내고는 완전히 연소하고 만다.
그녀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