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 대회 ( 2 ) - K.O 퍼레이드
이제서야 비로소 알 것 같다.
나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입술이다.
그리고 부드러운 여인의 살결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 이가 바로 내 곁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품에 안겨 있다.
민예린의 입술은 촉촉하다.
그리고 달콤하다.
내 품에 쏘옥 들어와 안긴 그녀의 몸이 부드럽게 꿈틀거린다.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나긋나긋한 몸뚱아리다.
아직 시합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너무 경기기 일찍 끝이 나서일까?
내 몸의 에너지가 남아돈다.
아니 남아돌다 못해 흘러넘칠 지경이다.
민예린, 그녀의 손이 내 몸을 건드릴 때마다 힘이 넘쳐 흐른다.
그녀의 손에 가득 잡힌 남자의 상징이 그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꿈틀거린다.
그녀도 내 흥분을 알아챈 것인지, 아니면 그녀도 나만큼 흥분을 한 것인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녀의 얇디얇은 겉옷을 하나씩 벗겼다.
나비의 날개 같은 옷자락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지고 뽀얀 맨살이 드러난다.
내 입술을 그녀의 살결에 밀착시켰다.
그 부드러움을 내 입술로, 내 손가락으로 확인하고 싶다.
가슴을 가리고 있는 얇은 천 조각을 벗긴다.
보기 좋게 가슴에 달라붙은 반구가 내 눈앞에서 출렁인다.
검붉은 포도알이 탐스럽다.
입술에 머금고 있으니 포도알이 조금 더 딱딱해진다.
혀에 놓고 살짝 굴려 본다.
여인의 입에서 나즈막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부드러운 젖가슴 두 개가 온전히 내 손에 들어온다.
이 보드라움이, 이 따뜻함이 나에게 전해진다.
"아아! 석현아! 아! 팬티도 벗겨 줘!"
이는 내가 바라는 바다.
부탁하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감싸던 천 조각을 벗겼다.
이제 이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위치한 검은 수풀이 내 눈을 아찔하게 만든다.
그 검은 수풀 밑으로 붉은 입술이 살짝 입을 벌린다.
그녀가 부끄러운지 등을 돌린다.
덕분에 민예린, 그녀의 엉덩이가 내 눈앞에 드러난다.
그 통통한, 탄력 있는 살덩어리가 내 손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엉덩이가 내 손가락을 튕겨내는 것만 같다.
그녀의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그녀의 앞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다.
잠시 저항하던 민예린도 순순히 몸을 내 쪽으로 돌려준다.
손으로 그녀의 무성한 음모를 쓰다듬어 본다.
부드럽다.
그리고, 촉촉하다.
손끝에 미끌거리는 액체가 느껴진다.
내 손가락이 수풀 아래에 위치한 그녀의 붉은 입술을 쓰다듬는다.
여인의 입술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어 본다.
마치 용암처럼 뜨겁다.
그리고, 그 입술에서 용암보다 뜨거운 액체가 흘러넘쳐 내 손가락을 적신다.
문을 닫은 카페의 천정에는 샹들리에 하나만 그 빛을 흘린다.
그리고, 그 샹들리에 아래 테이블 위에 민예린이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는다.
편한 자세를 찾아 자신의 늘씬한 다리를 꼬았다가 편다.
민예린, 그녀의 눈빛이, 그리고 입술이 요염하다.
그리고, 다리 틈으로 살짝살짝 엿보이는 아래쪽 입술은 더더욱 요염하다.
나는 그녀의 뇌쇄적인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의 항복을 그녀가 받아 준다.
자신의 다리를 내 눈앞에 활짝 벌린다.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았다.
민예린이 자신의 다리를 내 목에 휘감는다.
나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더 깊이 몰입한다.
내 혀가 그녀의 하얀 허벅지를 핥는다.
내 혀가 그녀의 살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 떨림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민예린의 은밀한 부분이 내 눈앞에 그 바알간 자태를 드러낸다.
내 혀가 닿자 그 붉은 조갯살이 살짝 미세한 경련을 일으킨다.
그 민감하고 은밀한 살에 입술을 맞추었다.
촉촉하다.
그 비릿함이, 그 향긋함이 나를 들뜨게 만든다.
마치 조금 전에 내가 펼쳤던 난타전처럼 말이다.
뜨거운 키스가 향긋한 여체에 행해진다.
내 입술과 그녀의 아랫입술이 만난다.
내 혀가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파고들어 휘젓는다.
그녀는 다리를 활짝 벌려 내 입술과 혓바닥을 받아들인다.
내 정성스러운 키스에 감동이라도 한 것일까?
그녀의 엉덩이가 조금씩 들썩거린다.
내 목을 휘감은 다리가 내 목을 세차게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내 얼굴을 더욱더 그녀의 달콤한 옹달샘에 파묻는다.
"석현아! 이제 올라와! 아이, 빨리! 응?"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가 나를 자꾸 끌어잡아 당긴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손이 내 물건을 서둘러 움켜잡는다.
너무 약하지도 않고, 너무 세지도 않게 그녀의 손이 잔뜩 성이 나서 벌떡이는 놈을 교묘하게 자극한다.
이번에는 민예린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성이 난 그 놈을 달래주려는듯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녀석은 화를 풀지 않는다.
민예린은 마치 아기를 달래듯이 녀석을 받쳐들고는 자신의 뜨거운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녀석의 부풀어 오른 대가리를 여자의 보드라운 혓바닥이 토닥거리며 달랜다.
"이제, 들어와! 내 몸 속으로... 빨리! 응?"
나는 달아오른 내 육체를 민예린의 나긋나긋한 몸 위에 실는다.
내 몸 아래에 깔린 여체가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꿈틀거린다.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싼다.
그녀의 두 다리가 내 두 다리에 덩굴처럼 얽힌다.
내 물건은 용암처럼 뜨거운 민예린의 몸속에서 녹을 것만 같다.
내 엉덩이가 서서히 움직이고 그녀가 내 움직임에 호응한다.
조금씩 내 엉덩이가 빠르게 들썩인다.
민예린도 기다렸다는 듯 내 움직임에 박자를 맞춰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석현 씨, 살살! 부드럽게 해 줘! 응? 아아! 그래! 그냥 마음대로 해! 석현 씨 마음대로! 아앙!"
민예린의 입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 힘이 넘쳐나고, 이 여자의 몸은 뜨거우니까...
***
"강석현 오늘 멋있었어!"
"뭐가요? 오늘 시합?"
"응, 시합도 멋있었구! 그리고, 방금 섹스도...!"
"......"
"좀 바꿘거 같아! 강석현이!"
"응? 나는 바뀐 거 없는데?"
"아냐, 분명히 바뀌었어! 거칠어졌어."
"뭐가 거칠어 졌다는 거죠?"
"몰라! 아무튼 그래."
"......"
그런가? 오늘 내 시합이 좀 거칠었던가?
그러고 보니 오늘 내 시합은 평소 스타일이 아니긴 했다.
초반 탐색전도 없이 바로 치고 나가서 난타전을 벌였다.
결과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내 가슴이 뛰는 시합이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내 가슴은, 내 심장은 인파이터의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관중들도 좋아한다.
민예린, 이 여자도...
******
"와아! 와아!"
복싱 체육관이 함성으로 들끓는다.
상대 복서가 바닥을 기고 있다.
내 어퍼컷이 녀석의 턱에 꽂혔고 그대로 무너져서 저러고 있다.
아마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강석현, 잘했어! 정말 잘했어! 네가 최고다!"
나도 안다.
내가 꽤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이로써 4 연속 K.O 승이다.
지난 네 번의 시합에서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단 한 걸음도 말이다.
이제 나 강석현을 아웃복서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큰 키에서 뿜어대는 원투 스트레이트로 상대방의 혼을 빼놓는다.
근거리 타격전에서는 짧은 훅에 이은 어퍼컷으로 상대를 침몰시킨다.
이것이 나 강석현의 스타일이다.
나는 인파이터다.
이대로 간다.
이대로 가서 우승을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다.
아직 그러기에는 많은 시합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
세상은 변덕스럽다.
그것도 아주!
조금만 잘 하면 그 성과를 부풀려서 갑자기 열광을 해주기도 한다.
지금의 내 경우다.
[ 파죽의 4연속 K.O 승! 무서운 고교생! ]
[드디어 등장한 밴텀급의 신성! 한국의 카를로스 사라테! ]
나 강석현을 두고 쏟아진 스포츠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내가 비록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주 바보는 아니다.
이런 칭찬이 나에게 과분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첫 번째 고비가 닥쳐온 준결승전이라는 것도 잘 안다.
준결승전 상대는 중학교 때부터 유명한 강타자 권순찬이다.
중학교 대회 결승전 상대였던 그 권순찬 말이다.
녀석은 S체고로 진학을 했고 아마 나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알폰소 사모라' 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자신을 무참이 쓰러뜨린 나를 잊을 리가 없다.
그리고, 부담스러운 상대가 하나 더 있다.
권순찬의 뒤에 있는 아마추어 복싱의 대부 S체대 김 교수 말이다.
그 사람 역시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애송이한테 모욕을 당했다며 벼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두 사람과의 승부가 이번 준결승전이다.
승부의 부담을 제외하고는 행복한 나날이다.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사회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실업계 고교생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대단한 환호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런 함성과 격려를!
팬도 생겼다.
나의 1호 팬인 민예린 사장님이시다.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무척 예쁘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도 잘 만들어 준다.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라고 순 살코기만으로 만든 비프 스테이크를 시합 전에 구워준다.
나에게는 지나친 호사다.
그리고, 그 외에도 틈틈이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 관장님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시합을 앞두고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특히 S체대 김교수에게 뭐라고하는 소리를 들으신 건지 하루종일 우울해 보인다.
"강석현! 이 경기는 판정으로 가면 안 된다! K.O 로 이길 수 있겠지?"
"이깁니다! 그것도 K.O 로!"
나는 자신 있다.
한 번 이겨본 상대다.
또 다시 못이기는 편이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사실, 김교수가... 아니다. 석현이 너는 모르는 편이 좋을 거다."
관장님이 우울해하시던 이유를 결국 알아내었다.
김 교수가 승부조작을 제의했단다.
권순찬과의 경기를 서로 살살 하잖다.
판정으로만 가주면 보답을 하겠단다.
"심판들은 다 매수가 된 상태라는 거지! 판정으로 가면 권순찬이가 이기도록 손을 써 두었다는 말일 거야."
"......"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돈 없고 힘 없으면 줄이라도 잘 잡아야 한단다.
나는 그 줄을 자발적으로 놓아 버린 거고, 그러하기에 작은 불이익은 감수하는 편이 좋단다.
내 대답은 단순하다.
'좆 까!"
결코 판정으로 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권순찬이를 반드시 3 라운드 안에 눕혀 버릴 것이다.
김 교수가 반드시 앙갚음을 할 텐데?
'지랄! 난 신경 안 써!'
나는 무식하다.
그리고 개인주의자다.
그래서 무식한 개인주의자다!
조직의 논리?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그딴 거 나는 모른다.
나는 나 밖에 모르는 놈이다.
그런 나를 누구는 이기주의자라고도 부르더라.
악의적인 모함이다.
하지만 굳이 거기다대고 언성을 높이는 추태를 부릴 생각은 없다.
그런놈들에게 일일이 해명하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 강석현은 평범한 개인주의자이자 평화주의지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