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민 마담 (1)
김정필은 킥복싱을 오랫동안 연마해온 모양이다.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발차기가 의외로 날렵하다.
그리고 복서로서도 나쁘지 않다.
자세는 안정되어 있고 수비도 빈틈이 없다.
체중을 실어서 뻗는 스트레이트는 묵직해 보인다.
녀석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놈의 전략이 이제 보인다.
놈은 내 몸통에 딱 한 번의 발차기를 맞히려는 것이다.
녀석은 가드 위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체중 차이 때문에 나는 균형을 잃을 것이고 그 때 내 몸 위에 올라타고서 무자비한 펀치를 퍼부을 것이다.
스피드와 풋워크로 승부한다!
누구나 나름의 작전은 있는 법이다.
한 방 얻어맞기 전에는 말이다.
이 순간 김정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 심장이 끓어오른다.
싸움의 시작 신호와 함께 김정필이 주먹을 크게 휘두르며 돌진한다.
크게 휘두른 녀석의 펀치는 모두 빗나갔다.
링 주변의 인간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이들은 누구를 응원하는 것일까?
그 중에서도 딱 한 명의 관객만이 내 눈에 들어온다.
카페의 젊은 여사장인 민예린이다.
저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를 응원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훅을 크게 휘두르며 녀석이 들어온다.
살짝살짝 몸을 틀어 녀석의 주먹을 흘려 버린 후 원투 스트레이트를 깨끗이 녀석의 얼굴에 적중시켰다.
클린 히트(Clean hit)!
복싱 시합에서라면 분명히 포인트로 연결될 주먹이다.
보기에는 좋았지만 녀석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닐 거다.
놈의 키가 커서인지 체중을 제대로 실어 때리지 못했다.
"정필아! 킥을 써! 녀석의 다리나 몸통을 노려!"
김정필이 작전을 바꾼다.
발차기(Kick)를 위주로 공격해 온다.
뒤로 훌쩍 물러났다.
발차기는 조심해야 한다.
저런 덩치 놈의 미들킥을 몸통에 맞으면 중심을 잃을 수 있으니까...
"화이팅! 김정필! 저 놈은 쫄았어!"
김정필이 자신감을 조금 찾은 눈치다.
역시 킥복서는 상대하기 만만한 놈은 아니다.
더구나 놈은 슈퍼 헤비급이다.
놈이 나를 빗자루로 쓸듯이 코너로 몰아가려 한다.
좋은 작전이다.
하지만 딱 한방이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놈은 맞을 듯 맞을 듯 맞지 않는 나에게 기를 쓰고 킥을 날린다.
녀석의 발이 허공을 갈랐고 슬쩍 몸을 돌려 그 발을 피했다.
그리고는 녀석의 턱밑으로 파고 든다.
내 발놀림은 현란했고 내 눈앞에 녀석의 턱이 정확히 보인다.
이번엔 제대로 들어갔다.
내 훅이 녀석의 아구통을 완전히 돌려 버렸다.
체중이 아무리 많이 나가도 소용없다.
턱에 제대로 주먹이 꽂히면 천하장사라도 버티지 못한다.
더구나 글러브도 끼지 않은 맨주먹이다.
서울시내 고교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타고난 스트리트 파이터 김정필이 고요히 잠이 든다.
체육관에 함성이 터져 나온다.
가장 좋아하는 놈은 광풍회 수장 최욱이다.
광풍회 회장님께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주먹을 불끈 쥐며 어퍼컷 세레머니까지 펼치신다.
광풍회 놈들이야말로 웃긴다.
최욱을 얼싸않으며 좋아한다.
그에게 헹가래까지 쳐준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아부에 능한 김광수가 최욱을 자신의 어깨위에 올리고 목말을 태운다.
할 수 있는 지랄은 다 해볼 모양이다.
최욱이 고대 로마인 이었으면 백마를 타고 개선식까지 치렀을 기세다.
"최욱 회장님! 회장님의 애마인 흰색 스포츠카를 타고 시내 한 바퀴 어떠십니까?"
"좋아! 기분이다! 그렇게 하지! 하하하!"
"저희들도 감히 타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내가 오늘 기분이 무척 좋다니까? 으흐흐!"
할 말이 없다.
로마 황제가 여기 계셨다.
마치 자신의 주먹으로 김정필을 쓰러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특유의 어퍼컷 세레머니를 연출한다.
진짜 웃기는 놈들은 광풍회 회원놈들이다.
최욱을 둘러싸고 그의 이름을 아직도 연호한다.
아무튼 이제 끝이다.
싸움을 마친 검투사는 조용히 퇴장을 하면 된다.
나로서도 소득 없는 싸움은 아니었다.
김정필을 이긴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게 명예도 아니지 않나?
내가 조직폭력배를 할 것도 아니고.
최욱이 하얀 봉투를 내게 준다.
이번에도 민예린이 받아서 내 손에 쥐어준다.
이건 예정에 없던 수입이다.
이 여자가 최욱에게 뭔가 말이라도 해 준 모양이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좋은데 쓸 것이다.
"강석현! 다친 데는 없어?"
환호하는 광풍회 놈들과 최욱을 뒤로하고 체육관을 나서는 나를 민예린이 부른다.
"어머! 피! 괜찮아?"
싸우다 살짝 긁혔다.
김정필 녀석의 가죽 장갑에...
녀석은 나와 싸울 때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고 그 장갑에는 쇠붙이를 붙여놓았었다.
"괜찮아요. 조금 긁힌 것뿐이에요. 이 정도는 자고 나면 금방 나아요. 괜찮아요."
"그래도 치료해야지! 덧나면 어쩔려구?"
"괜찮은데..."
"우리 가게에 잠깐 가자. 약이 있을 거야. 참! 배고프지 않아? 아까 밥도 안 먹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갑자기 배가 고픈것 같기도 하다.
"따라와. 누나가 고기 구워 줄께."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서 발이 움직인다.
상처가 따가와서 그랬을까?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내게 돈을 챙겨줘서 고마워서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너무 예뻐서 그랬을까?
******
"백만 원권 수표 한 장 들어있네! 최욱이 준 봉투에..."
큰돈이다.
기껏해야 십만 원쯤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재벌의 손자님은 통이 크시다.
"쪼잔한 놈! 한 장만 더 넣지! 내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도... 속상해라!"
"이정도면 큰 돈이에요. 사장님 덕분에 받은 거니까 절반씩 나눠요."
"깔깔! 내가 한 게 뭐 있다구 그래? 이건 석현이가 번 돈이야. 다 가져야지."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야? 석현이가 피 흘려가며 번 돈이잖아? 이런 돈 탐내면 죄 받아요!"
"......"
"난 괜찮아. 그보다 오늘 석현 씨 너무 멋있었던거 알아?"
"멋은 뭐! 그냥 싸움이었죠. 사내놈들끼리 투닥거리는..."
"아냐, 내가 남자들 투닥거리는 것은 지겹도록 봐 왔는데 석현이는 달랐어. 싸움을 그렇게 우아하게 하는 남자는 처음 봐!"
"......"
살다 보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별로 오래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칭찬인 것 같기는 한데 할 말이 없다.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맞장구를 치는 것도 우습고...
그래도 내 복싱 스타일이 인정을 받은 것인가?
우리 관장님 말고도 내 복싱 스타일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니.
더구나 이렇게 예쁜 여자가.
"아! 내 정신좀 봐. 약을 가져올께. 석현 씨는 여기 앉아서 기다려! 어디 가면 안돼요!"
내가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하지만 그 말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나더러 여기서 나가지말라는 거지?
"따갑지 않아? 이제 괜찮아?"
상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가드를 올린 팔이 녀석의 장갑에 달려 있던 쇠붙이에 긁혔고, 그 바람에 살점이 조금 떨어진 것뿐이다.
"네. 괜찮아요."
"김정필이 그 놈이 비겁하지? 흉기나 다름없는 그런 장갑을 끼고 맨주먹인 사람과 싸우다니..."
"아니에요. 사실 복서가 일반인하고 싸우는 게 더 비겁한 거죠, 뭐."
"김정필이 일반인은 아니잖아? 말이 학생이지 걔는 깡패라구! 조직 폭력배!"
"깡패라도 일반인이에요. 내 눈엔..."
"그래? 대단한 자신감인걸? 우훗! 매력 있어!"
민예린이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격투가에게는 무엇보다도 눈 싸움이 중요한데, 나는 이 여자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야겠다.
무서운 눈이다.
"석현 씨는 왜 그렇게 내 눈을 피해? 내가 못생겨서? 아니면 늙어 보여서?"
그녀의 눈빛이 강렬하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감에 차 있다.
이 여자, 자기가 예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아뇨, 사장님은 아름다우세요!"
"깔깔! 싸움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석현 씬 아부도 잘하네?"
"......"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마! 석현 씨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광풍회 놈들은 사장님을 민마담이라고 부르던데, 그렇게 불러야 하나요?"
"아이! 내가 민마담이란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냥 누나라고 해, 응?"
민예린이 손으로 내 가슴을 툭 친다.
손이 맵다.
아주 묵직하다.
내 가슴에 충격이 사정없이 전해진다.
"다른데 아픈 곳은 없어? 그런데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 김정필이한테 얼굴도 맞은 거야?"
"......"
그럴 리가!
김정필 녀석의 주먹은 내 얼굴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쑥맥이네? 석현 씨는... 보기와 다르게..."
응?
내가 어떻게 보이길래?
사람 잘 못 보신겁니다.
나는 양아치 새끼가 아니라 선량한 학생...
머리속에 준비하고 있던 말을 잊어버렸다.
어느새 내 입술에 말캉한 것이 와닿는다.
여자의 입술이다.
너무도 보드라운...
나는 그만 얼어버렸다.
부드러운 여자의 입술이 내 입술을 감싼다.
촉촉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도 모르게 여자를 끌어안았다.
여자는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내 몸을 밀어내지도 않는다.
아니, 그녀도 나를 꼬옥 끌어안는다.
나에게 안겨서 내 입술에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을 가져다 댄다.
여자의 몸이 따뜻하다.
아니 뜨겁다.
꿈같은 일이다.
나도 모르게 그 보드라운 입술에 내 입술을 밀착시켰다.
여자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그 틈으로 촉촉하고 뜨거운 살덩어리가 나오더니 내 입술을 핥는다.
나도 모르게 그 살덩어리를 내 입술에 머금었다.
혀와 혀가 서로를 휘감고 희롱한다.
정신이 아득하다.
여자가 자신의 손을 내 셔츠 속으로 집어넣는다.
맨 살에 와닿는 그녀의 손이 서늘하다.
그리고 뜨겁다.
싸움판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내 가슴 근육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내 입술을 탐닉하던 그녀의 입술이 이제 내 가슴으로 내려온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이 내 가슴 근육을 풀어준다.
여자의 입술이 말라비틀어진 내 젖꼭지를 지분거린다.
촉촉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내 가슴을 간지럽힌다.
가슴을 어루만지던 여자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내 운동복 바지 속으로 그녀의 손이 쑤욱 들어 온다.
"어머나! 세상에나!"
그녀의 장미꽃잎 같은 입술에서 나즈막한 탄성이 터진다.
나는 그녀의 손길에 무방비 상태다.
바보 같다.
나는 격투가로서 실격이다.
하체 수비가 전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커져 버렸네! 이런 건 처음 봐. 어휴!"
부끄럽다.
내 검은 마음을 적나라하게 들킨 것 같다.
"설마!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지?"
"......"
"석현 씨 눈에는 내가 이쁘게 보이는 거야? 혹시 너무 늙어 보이는 거 아니지?"
늙어 보이다니!
그럴 리가!
당신은 너무 아름답다.
마치 천사 같다.
"아름다우세요! 정말로..."
내 말이 힘이 된 것인가?
여자의 가느다랗고 매끈한 손가락이 내 셔츠를 벗긴다.
그리고는 운동복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모두아래로 내려 버린다.
잔뜩 성이 난 내 물건이 허공에서 끄덕거린다.
놈을 달래주려는 것일까?
여자는 자신의 보드라운 손으로 놈을 잡고 어루만진다.
"석현 씨! 괜찮아! 가만히 있어."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덕분에 내 물건이 여자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놈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자의 눈 앞에서 벌떡거리고 있다.
그녀가 두 손으로 그놈을 움켜잡고 진정시킨다.
그리고는 자신의 촉촉한 입술을 놈에게 가져댜 댄다.
흉폭한 놈에게 너무 과분한 대접이다.
여자는 황송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놈을 자신의 입술로 살포시 머금는다.
"아!"
내 입술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카페인지, 아니면 사각의 링인지, 그것도 아니면 천국인지...!
여자는 내 물건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리고 촉촉한 혀가 내 불기둥을 샅샅이 뒤진다.
이제는 입 속 깊이 내 물건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길고 보드라운 머리칼이 내 사타구니에 와닿는다.
간지럽다.
그리고, 부드럽다.
여자의 혀가 내 물건을 휘감는다.
덕분에 내 몸의 모든 혈액이 하반신으로 모여든다.
녀석이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여 터질 것만 같다.
이제 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여자의 입술을 녀석에게서 때어놓고 싶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놈을 괴롭힌다.
내 분신을 자신의 뜨거운 입술에 물고 있는 이 여자는 격투가인 나보다도 훨씬 강하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민예린!
그녀의 입술은 뜨겁고, 그녀의 혓바닥은 집요하다.
이 여자, 기어이 내 한계를 볼 작정인가 보다.
더 이상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
나는 그만 그녀의 뜨거운 입속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세상이 황금빛이고 그 황금빛 천둥번개가 내 몸에 내려 꽂힌다.
아찔하다.
제 아무리 강한 인간도 천둥번개를 이길 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