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ex wife-75-
김선생, 그러니까 김도영 비뇨기과 전문의는 타고난 바람둥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확히는 학창 시절 찐따처럼 공부만 하다가 의사가 되고나서 환골탈태한, 진화형 바람둥이였다.
처음엔 의사가 그렇게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직업인 줄 스스로도 몰랐다. 과락을 피하기위해 날밤 새워가며 의대 공부를 할 적에는 눈 코 뜰세 없이 바빠서 여자를 못 만났고, 외모를 꾸밀 여유도 없었다.
그런 도형은 국시에 붙고 나자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특히 부동시로 군 면제를 받는 바람에 인턴부터 전문의까지 스트레이트로 달려 나가는 사이, 수많은 여자들의 대시가 이어졌다.
평소엔 꿈도 못 꿀 것 같았던 미인들이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한편,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도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숙맥 같던 김도형은, 여자를 계속 만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절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김선생은 결코 결혼을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남자는 40대가 되어서도 돈만 많으면 띠동갑 아래 여자와도 결혼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였다.
이후 그는 젊은 시절을 통째로 즐기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손댄 것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었다.
간호사라고 무조건 의사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의 중에선 나이가 어린 축인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간호사들의 호감을 샀다.
얼굴도 평범, 키도 평균이었지만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의사이면서 잘생기기까지 한 알파 메일들은 경쟁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역에서만 잘나가면 그만이었다.
도형은 점차 패턴을 정형화시켰는데, 적당한 핑계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나누면서 호감을 키워가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자취방에 초대하는 방식이었다.
제법 괜찮은 와인이 있다는 핑계로 여자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기만 하면 백이면 백, 자빠뜨릴 수 있었다.
마치 한 번 자고 나면 의사 남친이라도 생긴 줄 알고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여성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물론 도형은 그들과 전혀 사귈 생각이 없었다.
차일피일 사귀기를 미루면서 질질 끌다가 여자가 먼저 지쳐서 떨어져 나가도록 유도했다.
결혼 전 최대한 많은 여자를 섭렵하려는 그에게, 여자친구의 존재는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봉꾼처럼 여러 여자를 건드린 끝에 병원 내에 지저분한 소문이 돌았고, 도형은 기회를 틈타 대물 비뇨기과로 소속 병원을 옮겼다.
명분은 더 높은 연봉을 좇는 이적 계약이었지만, 사실 더 이상 새로운 여자를 만나지 못할 정도로 평판이 나락까지 떨어지면서 다른 병원으로 도피한 꼴이었다.
대물 비뇨기과에 와서도 군면제인 서른 초반 총각 전문의의 주가는 여전했다.
그리고 그는 이전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여자들을 공략했다. 소문이 너무 안 좋게 퍼지면, 오히려 장기적으론 바람둥이 생활이 불리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는 반쯤 사귀는 방식의 문어 다리 전략으로 선회했다.
한 번 따먹었다고 바로 질리는 티를 내면, 여자들이 앙심을 품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
대물 비뇨기과의 미녀 코디 은정 역시 그런 도형의 수많은 문어 다리 중 하나였다.
은정은 다른 간호사들보다 훨씬 공략이 쉬운 편이었는데, 따로 병원밖에서 만난 첫날 바로 술을 마시고는 모텔로 데려간 것이었다.
물론 은정 역시 도형을 향한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대준 것이기도 했지만.
본색을 숨긴 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오던 은정은, 도훈을 만난 이후 확실히 깨달았다.
조건은 김선생 쪽이 더 나을지 몰라도, 섹파로서의 역량은 비교조차 민망한 현격한 격차라고.
무엇보다 남자 경험 많은 은정에게 도형의 평범한 좆은 시시할 정도였다. 관계시 흥분한 척 신음을 잔뜩 내보았지만, 솔직히 반쯤 연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리 도형이 바람둥이 행세를 하며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지만, 타고난 사이즈만큼은 어찌할 수 없는 것.
심지어 도훈은 도형과 비교도 안 되는 많은 여자를, 단기간에 따먹고 다닌 진정한 포식자였다.
은정이 그 차이를, 대물을 넣자마자 깨달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길고 짧은 걸 대볼 필요조차 없었다.
길이부터 굵기까지 무조건 도훈의 승이었다.
심지어 얼굴과 몸매까지도 상대가 안 됐다.
체력이나 테크닉은 말할 것도 없고.
"하아, 하아···. 지, 진짜 꽉 채워졌어요."
"···씨팔년. 좋냐?"
특히 은정은 도훈의 상스러운 말투에 매료되었다. 도훈에 비하면 도영은 너무 매너를 따졌다.
배운 사람이라 그런지, 점잖고 듣기 좋은 말만 했다. 그러면 무조건 여자가 좋아할 줄 안 것이다.
하지만 은정은 이미 그런 사탕발림 같은 말들은 졸업한지 오래였다. 학창 시절부터 양아치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쌍욕을 주고받으며 섹스를 해온 그녀에겐 차라리 도훈처럼 막 대하는 남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을 거칠게 다뤄주는 사람만이, 자신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도훈은 완벽한 사내였다.
"더, 좀 더···."
"뭐?"
"조금만 더, 욕해줘요. 나를 모욕해 주세요!"
스스로 뒷방아를 찧어대며 은정이 울부짖었다.
위로도 울고 아래로도 울었다.
도훈이 욕을 할 때마다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스스로 쌍년임을 자각하는 그녀에게, 매도와 응징은 속죄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부여했다.
자긴 당해도 싼년이었다.
떠받들고 사랑스럽게 대해주는 게 아니라, 온갖 조돌림을 받으며 걸레 취급을 받는 게 마음이 더 편했다.
도훈은 곧바로 은정의 취향을 깨닫고는 뒷머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머리채가 붙잡힌 은정이 천장쪽으로 목이 확 꺾였다.
"하악!!"
"뭐? 나보고 욕 해달라고? 이 씨팔년이 누구보고 이래라저래라 명령질이야? 뒤질래?"
"하, 하읏!"
"너 같은 걸레년은 카운터에 다리 벌려 앉혀놓고 오는 손님마다 한번씩 박을 수 있도록 밧줄로 꽁꽁 묶어놔 버려야 하는데. 그치? 그러려고 너 병원에 고용한 거잖아."
"아, 아앙!"
은정은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물이 터질 것 같았다.
막상 다른 여자들이 자신을 걸레같다고 험담하면 기분 나빴지만, 남자들이 자신을 걸레 취급 해주면 어딘지 모르게 흥분되었다.
도훈은 마치 은정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것처럼 그녀를 계속 몰아붙였다.
"너 그 총각 의사한테 몇번이나 대줬어?"
"아, 아앙··· 몇 번 안 대줬어요."
"니가 먼저 벌렸지? 좆나 의사 남편 갖고 싶어서?"
"마, 맞아요. 제가 원했어요."
"좆같은 년 보소? 그렇다고 의사가 미쳤다고 너 같은 걸레년을 만나주겠어? 어디서 굴러먹다온 양아치 같은 년이 주제도 모르고!"
"하, 하아악!"
"넌 그냥 나 같은 양아치한테 걸레처럼 따먹히는 게 제일 어울려. 왜 그런 줄 알아? 넌 애초에 그런 남자한테는 절대 못 느끼니까."
"아앙, 아아앙 맞아요! 사실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너 같은 년은 어쩌다 운 좋게 의사 남편 만나서 결혼해도 결국 좆 큰 새끼 찾아서 바람이나 피울 거야."
"아, 아아앙!"
"내 말 맞지? 이 좆갈보 같은 년. 남편이 돈 벌어다주면 몰래 서방질하면서 다른 새끼한테 다 퍼다 바칠년 같으니!"
"아앙, 아아앙! 미, 미칠것 같아!"
"좋덴다, 미친년. 나랑 임선생이랑 하는 소리 듣고 좆나 젖었지?"
"흐, 흐응!"
"대답 안 해 이 씨팔년아?"
도훈이 갑자기 그녀의 젖가슴을 밑에서 위로 올려쳤다.
마치 뺨을 때리듯 젖을 때리는 동작에 짝- 하는 찰진 소리와 함께 젖탱이에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아, 아아아앙!"
"얼른 대답해 씨팔년아."
"마, 맞아요! 흥분했어요! 저도 임선생님처럼 도훈씨한테 박히고 싶어서!"
"그래서 나 여기로 따로 부른 거지? 솔직히 임 선생한테 직접 말해도 되는데, 나 협박해서 어떻게 좆물 한 번 받아 보려고."
"흐, 흐아아앙!"
"근데 어쩌냐? 오히려 내가 널 따먹고 있는데 지금?"
"아앙, 아앙! 조, 좋아요!"
"안에 존나 싸서 임신시켜 버릴 줄 알아."
"하, 하악!"
"임신시켜놓고 배부르면 또 불러서 따먹어 버릴 거야."
"흐앙, 흐아아앙!"
팡팡팡팡!
도훈의 뒷방아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속도를 올리더니 마지막까지 잦이를 빼지 않고 안에 듬뿍정액을 뿜어냈다.
부와?!
"으아아아아앙!"
정액을 모두 토해낸 도훈이 은정을 잡고 있던 허리를 놓아주자, 그녀가 바닥으로 주르륵 미끄러지더니 널부러졌다.
그녀의 하얀 다리 사이에선 진득한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뇌까지 정액에 절여진 것처럼 몽롱해 보였다.
* * *
"검사 결과는 깨끗합니다. 핸드폰으로 '알유클린' 어플을 다운 받으시면 상세 결과를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실컷 따먹은 은정을 병실에 버려 두고(?)온 도훈은 접수처에서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어플이요? 요샌 그렇게도 바로 확인이 돼요?"
"네. 이도훈씨의 폰 번호로 인증하시면 언제든 열람이 가능합니다. 타기관에서 서류로 증명하시는 것과 똑같은 효력을 발휘하고요."
"오, 편해졌네요."
"아, 그리고 특별 검진자의 결과는, 제 3자 정보활용에 자동 동의되는 거 아시죠?"
"제 3자 정보활용이라는 게···."
"도훈씨의 검진을 요청하신 업체 쪽으로도 결과가 실시간 전송된다는 뜻입니다. 검진비는 의뢰한 쪽에서 미리 계산하셨으니, 그냥 돌아가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도훈이 핸드폰 어플을 다운받으면서 병원을 나오는데 뒤에서 직원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나저나 은정 코디 어디 갔어? 아까부터 계속 안 보이네?"
"화장실에 간 거 아니야?"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없더라고."
"다른 층으로 갔나 보지."
"흐음, 일하는 중에 자릴 비우고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는 건지 ···. 도저히 안 되면 원무과장님한테 한 소리 해야겠어. 아무리 얼굴마담이라도···."
도훈은 병원 직원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피식 웃었다.
도훈에게 신나게 털린(?) 은정이, 정신을 차리고 나오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그나저나 좋은 세상이구나. 검사 결과를 서류로 따로 받을 필요도 없다니."
인증을 마친 어플에서는 도훈의 성병 검사 항목 내역이 떠올라 있었다. 에이즈, 매독, 임질 등등 각종 검사 결과에 대한 음성 판정 여부와 더불어 예방접종에 대한 기록도 한눈에 보였다.
'근데 이 어플 혹시 김희재 그 새끼가 만든 걸까?'
[네?]
'왠지 그럴싸하지 않아? 그 새기 천재 프로그래머라며. 혹시 자기 회원들 관리하려고 만들어서 병원에 뿌린 거 아니냐고.'
[흐음, 개발자 항목을 보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작품같은데요?]
'아 그래? 혹시나 했지.'
두 번의 섹스를 마치고 나온 도훈은 검진 결과를 확인하면서 길거리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스스로도 오랫동안 불특정 다수와 섹스를 하고 다녔기 때문에 성병에 대한 불안감이 살짝 남아있는 상태였다.
* * *
"하아, 애인만나서 실컷 뒹굴고 싶은 날이네."
"작작 좀 해, 미친년아. 너 어제도 만났다며?"
"최사장? 늙어빠져가지고 이젠 좆도 잘 안서더라. 혼자 샤워할 때 슬쩍 보니까 지갑에 비아그라 챙겨 왔더라?"
"비아그라? 그거 발기부전치료제 아니야?"
"응. 알고보니 나랑 만날 때마다 한 알씩 꺼내 먹었나 보더라고."
"애쓰네, 늙은이."
"그러게. 용쓰는 모습이 안쓰럽긴 한데, 피부가 축축쳐져서 이젠 그만 만날까 싶어. 약을 먹어도 맥아리가 전혀 없는게, 이젠 거의 끝난 거 같아."
"하여간 너는 진짜···."
"왜? 윤하 너도···, 아 미안 개명한 이름으로 부르랬지? 지안이 너도 한창때는 요일마다 남자 바꿔가면서 만났잖아. 누가 누굴욕하니?"
"그게 대체 언젠데? 나 지금 몇 달 째 개점휴업인거 몰라? 그놈의 재판 때문에···."
"휴업은 무슨? 엊그제 간만에 기름칠 좀 했다면서? 그 얘기 좀 들려줘 봐."
"됐어. 병원 거의 다 도착했어. 너 혹시라도 피부과 가서 쓸데없는 소리나 마."
"왜?"
"전에 내 전담의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었잖아. 최대한 조신한 척 보여야 한다고."
"크크크! 욕심도 많은 년. 어차피 거기 클럽 회장님인가 뭔가 하는 사람 꼬시고 싶다면서? 희재 오빠라고 했나?"
"맞아. 그렇긴 한데, 혹시나 모르니 보험 하나쯤 들어 두는 게 좋지 않겠어. 나이 어린 의사면, 나름 괜찮으니까."
"스페어 타이어 치고는 너무 과한 거 아니니? 세컨드를 너보다 어린 의사로 두겠다고?"
"그게 뭐? 남자도 한 살이라도 어린놈이 더 좋지."
"저기 저 사람처럼?"
"응? 누구?"
"저기 길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애 말이야. 쌔끈하게도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