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95화 (1,975/2,000)

1995. ex wife-70-

[네? 희경양이요?]

'아니 의사 말고, 밖에 엿듣는 쥐새끼.'

[아직도 엿듣고 있습니까?]

'엿듣는 정도가 아니라 진동도 함께 느끼는 중이야.'

[예? 진동을 함께라뇨?]

'내가 일부러 보란듯 문에 밀쳐 벽치기로 박는데, 귀를 바짝 붙여서 듣더라니까?'

[헐!]

'김희재 끄나풀 뭐 이런게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 희경에게 왔다가 안에서 섹스하는 상황을 깨닫고 몰래 훔쳐 듣는 것 같아.'

[그, 그건 완전 변태 아닙니까? 관음증 같은.]

'그래서 변태라고.'

"아, 아아앙! 이, 이제 팔이 너무···."

매달린 채로 박히던 희경은 완전히 기진맥진해진 상태였다. 들박을 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들박을 당하는 사람도 일반적인 체위보다 체력이 빨리 소진될 수 밖에 없었다.

"저도 거의 끝이에요."

"끄, 끝이라니? 설마···."

"네. 이대로 안에 쌀게요."

"아, 안 돼!"

희경이 놀라서 울부짖었지만, 어차피 임신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거리낄 게 없었다. 애초에 들박자세에서 마무리를 할 땐 질외사정이 불가능했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옷에 다 튀는 게 더 문제였다.

"아니 안에는 절대···. 하, 하읏!"

나는 희경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안에 싸버렸다.

부욱-!

"흐, 흐아아아앙!"

희경은 너무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정액을 다 토할 때까지 고분고분 매달려 있었다.

"미안요.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혹시 위험한 날이에요?"

"모, 몰라···."

희경은 원망과 애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임신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하는 걸까?

[아쉽군요. 무정자증 스킬을 해제했으면 뻐꾸기 둥지 업적도 가능했을 텐데요.]

'에이, 그건 아니지. 병원에 진료 온 환자랑 그날 눈 맞아서 임신까지 가버리면 너무 심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애초에 해당 미션은 유부녀를 임신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그건 진짜 아니다. 나는 뭐 양심도 없는 줄 아나?'

[죄송합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 봤습니다.]

뻐꾸기 업적은 사양이다.

차라리 육보시로 할카스를 먹고 말지, 나의 아이이기도 한 생명을, 업적을 위해 함부로 싸지를 순 없는 일이다.

"파, 팔 아파. 이만 내려줘."

"아, 죄송해요."

들박자세를 풀고 희경을 내려주자, 그녀가 다리에 힘이 풀린듯 그래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그녀의 다리 사이에선 진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급작스러운 섹스를 마친 희경은 겨우 채혈과 소변 검사를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다리가 풀려서 안 되겠어. 난 휴게실에서 쉬었다가 올 게."

"네."

"최대한 빠르게 부탁했으니 검사 결과는 1시간 안에 나올 거야."

"고마워요."

"···내가 더 고맙지. 도훈 학생 대신 오늘 일은···."

"절대 누구한테도 말 안 할게요."

"···미안해. 나 정말 이런 사람 아닌데, 여자친구한테 미안해서 어떡하지?"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선생님은 지금 남편한테 미안해요?"

"···약간?"

"저도 딱 그정도에요. 뭐, 남녀가 지내다가 눈 맞으면 떡도 한번 칠 수 있지."

"아. 아···. 너무 창피해 그런 말."

"암튼, 쉬세요. 금방 쓰러지실 것 같아요."

"으, 응. 미안해. 데스크 직원한테 말해놓을게."

"네."

섹스로 진을 뺀 희경이 휴게실로 사라지자, 곧이어 데스크에서 있던 코디직원이 도훈에게 다가왔다.

"이도훈 환자분이시죠?"

그녀의 눈빛은 처음 도훈을 봤을 때와 달라져 있었다. 도훈이 희경과 섹스하는 걸 엿들은 탓에 그를 보는 눈이 변한 것이었다.

"네."

"검진 결과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 혹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게 불편하시면 비어있는 입원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입원실이요? 여기 입원실도 있어요?"

"네. 저희 병원 이름이 대물 비뇨기과잖아요. 저흰 원래 확대 전문 수술 병원입니다. 수술하신 환자분들이 짧게 입원해 있다가 나가시거든요."

"아하. 네. 그럼 입원실이 좋겠네요. 대기실엔 손님들이 자꾸 드나들 것 같아서."

"네. 따라오세요."

"저, 환자복은 그럼···."

"일단은 입고 계세요. 혹시나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네."

앞서 걷는 코디를 보며 도훈이 씨익 웃었다.

'저 여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꿍꿍이라뇨?]

'굳이 나를 입원실로 데려가는 거 보니까 말이야.'

[데려가요? 메뉴얼에 따라 안내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메뉴얼은 무슨. 검진 결과 기다리는데 입원실로 보내는 메뉴얼이 어딨어? 다른 속셈이 있으니 나를 끌고 가는 거지.'

[호오, 정말로 그럴까요?]

'두고 봐. 분명 뭔가 있다 저 여자.'

층을 옮겨 입원실로 안내한 여자가 방을 소개했다.

"저희 병원은 아무래도 프라이빗한 수술을 주로 하다보니, 입원실이 모두 독실입니다."

"오히려 좋죠. 여기서 쉬면 돼요?"

"네. 혹시 쉬시는 동안 마실 차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물을 많이 흘리셨을텐데."

"물을 많이 흘리다뇨?"

"아아, 채혈도 하시고 소변도 보셨으니까요."

"뭐. 그렇긴 하죠."

"잠시만요. 금방 음료 준비해 드릴게요."

레이싱 모델을 닮은 미녀 코디가 입원실을 떠나자 도훈이 대놓고 웃었다.

"푸하하. 저 여자 뭐지?"

[주인님한테 뼈있는 농담을 던지걸 보니 뭔가 있긴 있는것 같은데요?]

'설마, 나랑 임희경이랑 오피스에서 떡 좀 친 것 가지고 협박이라도 하려는 의도인가?'

[협박요? 감히 주인님을요?]

'그러니까 내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지. 한번 당해줘 봐?'

[당해주다뇨?]

'아니. 너무 웃기잖아. 나를 그런 걸로 협박하려는 게.'

[흐음.]

'만약 내가 안 들어주면 혹시 임희경을 협박할지도 모르니까, 내 선에서 처리해 줘야겠어.'

도훈이 결심을 하고 입원실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데, 코디가 오렌지 주스를 잔에 담아왔다.

"역시 수분을 보충하는 데는 오렌지 주스가 좋겠죠?"

"감사합니다. 마침 목 말랐는데."

도훈이 주스를 받아 마시는데, 코디가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었다.

"왜요? 저한테 혹시 무슨 할 말 있으세요?"

"할 말은 뭐···."

도훈은 그제야 코디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확인했다.

'조은정?'

은정이 허락도 없이 병상 침대에 걸터 앉았다.

"할 말 많죠."

"네?"

"이도훈 환자분, 우리 병원 처음 아니죠?"

"아뇨. 오늘 처음인데요?"

"그럼 임선생님과 구면이신가요?"

"임선생님이요?"

"방금 도훈씨 검사해주신 의사 선생님이요. 임희경 선생님."

"근데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도훈이 일부러 말을 돌리자 은정이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며 말하는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여간 의사들이란 남자나 여자나 죄다 섹만 밝히는 변태들 뿐이니. 쯧쯧."

"갑자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도훈이 당황한 척 되묻자 은정이 도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반말을 하는 것이었다.

"야. 너 임 선생 애인이지?"

"애인이라뇨?"

"내가 모를 줄 알아? 참나, 진짜 임선생 그렇게 안 봤는데, 뒤로 호박씨는 다 까고 다녔네. 감히 특별진료를 핑계로 병원에 애인을 불러들여?"

"아니 갑자기 무슨 소리시냐고요. 그리고 왜 반말이세요?"

"반말? 왜? 기분 나빠? 내가 확 그냥 병원에 다 소문 내줘? 임선생이 자기 애인 병원에 불러들여서 떡쳤다고?"

[아···. 이건 무슨 급전개죠?]

'씨발 나도 모르겠는데?'

도훈이 일부러 대답을 안하고 기다리자 은정이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몰랐지? 둘이서 안에서 떡치는 동안 내가 문밖에서 엿듣고 있던 거."

"무, 무슨···."

"발뺌 할 생각마. 핸드폰에 다 녹음시켜 놨으니까."

은정이 녹음 파일이 담긴 폰을 들이밀며 도훈을 협박했다. 도훈은 당장이라도 폰을 빼앗아 박살내 버릴수도 있었지만, 은정이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해서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노, 녹음이라고요?"

"그래. 이렇게 발 뺌할 줄 알고 아까 다 녹음해놨어. 누가 들어도 두 사람 목소리인 줄 알걸? 이거 확 병원 단톡방에 뿌려줘?"

"아, 아니 잠시만 진정하시고···."

"왜? 아까처럼 왜 반말하냐고 따져보시지? 감히 나를 우습게 봐?"

"죄, 죄송합니다."

도훈이 꾸벅 사과하자 은정은 다시 폰을 집어 넣더니 협박을 계속했다.

"너희 두 사람 언제부터 붙어 먹은 거야?"

"그, 그게···."

"똑바로 말해. 병원까지 불러서 떡칠 정도면, 생각보다 깊은 사이라는 거잖아?"

"······."

"됐어.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간단히 할게. 넌 딱봐도 개털처럼 보이니까, 너한테 볼일 없어."

"그럼···."

"임선생한테 전해. 현찰 1억만 주면 못 본척 해주겠다고. 녹음파일도 지우고."

협박의 내용을 들은 도훈은 기가 차서 하마터면 실소를 할 뻔했다.

'뭐야? 변태가 아니라 돈 뜯어내려고 녹음하고 있던 거였어?'

[어이가 없군요.]

'무슨 저런 양아치 같은 년이···.'

[근데 갑자기 돈은 왜 요구하는 걸까요?]

'뻔하지. 월급쟁이 주제에 되지도 않는 명품 긁느라고 마통이라도 끌어 썼을 걸.'

[아니 그렇다고 어떻게 남의 약점을 잡아서 협박을···.]

'그러니까 양아치라는 거야. 이 쌍년이 누굴 진짜 홍어 좆으로 아나.'

도훈이 어이가 없이 말문이 막힌 사이 은정이 협박이 이어갔다.

"너도 이미 알겠지만, 임선생은 부부 의사야. 남편도 큰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있을 걸? 그 사람들한테 1억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잘 전해. 원하는 돈만 주면 아무일 없을 거라고."

"근데 왜 저한테 그러시는데요? 임선생님한테 직접 말하면 되잖아요?"

설마 도훈이 따질 줄 몰랐다는 듯 되묻자, 은정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뭐, 뭐?"

"아니, 그렇잖아요. 제가 개털이라는 거 뻔히 아시면서 왜 저한테 그러시냐고요. 희경샘을 직접 협박하세요. 결혼도 한 유부녀니까 이혼당하기 싫어서라도 금방 돈 구해다 줄텐데요."

"그, 그거야···. 임선생님이 내가 누군지 몰라야 앞으로 계속이 병원에 다닐 거 아니야? 고작 1억 받고 이 좋은 직장을 그만두라고? 너 멍청하구나? 내가 왜 너를 통해 협박하는 줄 정말 모르겠어?"

급조한 변명이 티가 났지만 도훈은 계속 말을 되받았다.

"그럼 제가 희경이 누나한테 누구한테 협박당했는지 다 밝히면요? ···조은정씨?"

갑자기 이름을 호명하자 놀란 은정이 뒤늦게 손으로 명찰을 가렸다.

"이게 감히···. 너희들 진짜 혼쭐 나 볼래? 내가 증거 다 지워 준다니까? 1억만 주면 입 싹 닦는다고!"

도훈은 결국 터져나오는 실소를 참지 못하고 쪼개고 말았다.

"크큭, 어이가 없네 진짜."

"뭐,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은정의 얄팍은 의도를 모두 파악한 도훈이 갑자기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며 대꾸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양아치년이 건수 하나 잡았다고 바로 협박을 해? 내가 진짜 협박이 뭔지 보여줘?"

도훈이 은은히 살기를 발휘하자 병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 졌다. 이제껏 도훈을 몰아세우던 은정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바짝 쫄았다.

"뭐, 뭐야 갑자기···."

"지금이라도 실수했다고 싹싹 빌면 내가 용서는 해줄게."

"너 감히!"

기세에서 밀린 은정이 병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도훈이 손이 더 빨랐다.

도훈은 은정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병상위로 휙 넘어뜨렸다.

"꺄아!"

갑자기 침대에서 쓰러진 은정의 위로 도훈이 올라탔다. 은정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소, 소리지를 거야."

"니가 소리치는 게 빠를 것 같아, 아니면 내가 니 혀를 뽑아 버리는 게 빠를 것 같아? 골라봐."

"···왜,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물어? 감히 몰래 녹음을 해서 협박을 하신다? 참나, 그것도 고작 1억?"

"사, 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데? 너 어디서 그런 못 된 거 배웠어?"

"······."

"대답 안 해?"

도훈이 은정을 올라탄 상태로 목을 조이는 시늉을 했다.

그의 몸에선 살기가 뻗어 나왔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마치 남을 해칠것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겁을 먹은 은정은 목을 조르기도 전에 순순히 자백했다.

"죄, 죄송해요. 실은 제가 빚이 있어서···. 흐, 흑! 제발 해치지 마세요."

"씨발, 존나 겁 많네. 겁도 많은 년이 무슨 배짱으로 협박을 하려고 했지?"

"흐, 흐흑. 제가 잠시 미쳤나봐요."

"그리고 내가 물은 질문에 아직 대답은 안 했는데?"

"무, 무슨 질문이요?"

"너, 쌍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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