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ex wife-65-
코디를 맡은 직원은 상당한 미인이었다. 성형외과 데스크에서나 볼법한 미인의 안내에 도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비뇨기과 원툴인데 의외로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네.'
[왜 그러십니까?]
'코디 와꾸를 보면 병원 매출 수준을 짐작할 수 있거든.'
[그래요?]
'손님 많은 성형외과에서나 볼법한 미인을 데스크에 앉혀놨잖아. 그게 무슨 소리겠어? 우리 병원은 이런 미인을 고용할 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소리지.'
[미인을 고용하면 돈이 더 많이 드는 모양이군요.]
'당연하지. 저 정도 와꾸면···. 거의 레이싱 모델급이니까.'
[모델이면 모델이지 레이싱 모델은 또 뭔가요?]
'원래 모델들은 삐쩍 말랐잖아. 키는 큰데 볼륨감이 없는 경우가 많지. 게다가 모델들은 옷이 돋보여야 하니까, 얼굴은 그닥인 경우가 많고.'
[그럼 레이싱 모델은요? 레이싱 모델도 차가 더 돋보여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니지. 레이싱 모델이 주로 상대하는 게 누구야? 모터쇼는 여자들이 주가 아닌 남자들의 축제란 말이야. 차를 좋아하는 남자들도, 일단 차 위에 드러누운 여자의 몸매가 고저스해야 시선이 끌린단 말이지. 그러니 몸매가 화끈하고, 얼굴도 예쁜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지.'
[그렇게 치면 레이싱 모델이 일반 모델의 상위호환 아닙니까?]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어. 보통 레걸 하면 걸레가 먼저 연상될 정도로 싼티나는 경우가 많거든. 솔직히 몸뚱이 하나 믿고 차 옆에 서있는 애들 뽑는 건데, 전문적인 워킹을 배운 모델하고 비교하긴 어렵지.'
[그래서 좋다는 겁니까, 싫다는 겁니까?]
'한 번 콱 박아봤으면 좋겠다고.'
도훈은 레이싱 걸을 닮은 코디의 뒤태를 보고 군침을 삼켰다.
키도 170이 훌쩍 넘는데다, 엉덩이에 뽕을 넣은 것처럼 찰지게 나온 직원이 하이힐을 신고 앞에서 걷는데 시선을 뺏기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검사 받으시러 오신 손님 중에선 가장 젊은 분이시네요."
"특별검사요? 저는 성병 종합검사 받으러 왔는데···."
"네, 맞아요. 오늘 당장 결과지 받아 가셔야 하죠? 그런 예약손님들을 저희 병원에선 특별검사로 따로 분류해요. 원래는 결과 나오기까지 며칠 걸리는데,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드리거든요."
김희재의 지정병원은 로얄 클럽 멤버들을 따로 관리하는 병원이다 보니, 별도의 코스가 있는 모양이었다.
도훈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혹시 여자들은 어디서 검사하나요?"
"네?"
"아니 비뇨기과면 남자 환자만 받지 않나요? 여자들은 보통 산 부인과를 가던데···."
"아하, 잘 모르시는구나. 원래 비뇨기과는 남성전용 병원이 아니에요. 비뇨기에 관련된 남녀질환을 모두 검사하는 곳이죠. 당연히 여성들도 검사받을 수 있어요. 특별히 여성 환자들을 위해서 산부인과 전공의도 한 분 계시고요."
"산부인과 전문의요?"
"네. 저희 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성기 성형도 비뇨기과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동시에 들어가서 시술할 만큼···."
"아···. 그렇군요."
"이쪽으로 오셔서 옷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옷을 갈아입어요?"
도훈은 난데없이 탈의실로 향하게 되자 의문을 품었다.
성병 종합검사라고 해봐야, 소변이나 혈액검사면 끝날 텐데, 갑자기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하니 상식에 안 맞았던 것이다.
"네. 특별검사에 꼭 필요하거든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레이싱걸을 닮은 코디가 방긋 웃으며 안내했다. 도훈은 뭔가 수상한 점을 느꼈지만, 어차피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뭐지?'
[왜 그러십니까?]
'굳이 검진에 편한 환자복으로 갈아입을 필요가 없잖아. MRI를 찍는 것도 아니고.'
도훈은 일단 시키는대로 탈의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탈의실 로커에 가지런히 정리된 환자복이 들어있었고, 별도의 안내문도 함께 적혀 있었다.
<신속한 검사를 위해 속옷은 탈의해 주세요.>
'노팬티로 환자복만 입으라는 건가?'
[그런것 같은데요?]
도훈은 병원의 검사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학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안내문에 적힌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도훈이 환자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디가 물었다.
"옷이···. 좀 작으신가요? 더 큰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도훈은 워낙에 체격이 좋았기 때문에 XL로 나온 환자복도 살짝 타이트한 편이었다. 하지만 다시 갈아입기 귀찮았던 도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잠깐이면 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검사실로 이동하겠습니다."
코디의 안내에 따라 다음 코스로 이동한 도훈은 한 진료실 앞에서 멈춰섰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임희경? 의사 선생님이 혹시 여자분이세요?"
도훈이 문패에 적힌 의사의 이름을 보고 묻자 코디가 대답했다.
"네, 혹시 불편하시면 다른 남자 선생님으로 바꿔드릴까요? 다만 오늘 다들 예약이 잡혀있으셔서, 많이 기다리셔야 되는데···."
괜히 까탈스럽게 굴기 싫었던 도훈은 그냥 여의사에게 검사를 받기로 했다.
"아닙니다. 그냥 할게요."
"네."
코디가 진료실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여의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똑똑-.
"이도훈 환자분 도착하셨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도훈이 진료실로 들어가자, 여느 병원에서나 볼법한 진료실이 나왔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컴퓨터앞에 앉아있었다.
"어서오세요. 앞에 의자에 앉으시면 됩니다."
의사는 도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반대로 도훈은 여의사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이를 가늠하고 있었다.
'30대중반? 후반? 생각보다 어리군.'
[어리다고요? 주인님보다 10살은 더 많은데요?]
'아니. 전문의치곤 어리다는 소리였어. 보통 군대 안가는 여의사들도 전문의 따고나면 서른살 넘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끽해야 경력 5년 좀 넘었겠네.'
[오히려 더 실력있는 의사가 아닐까요? 짧은 경력으로 이런 전문병원에서 근무하는 걸 보면요.]
'흐음. 그런가?'
도훈이 의자에 앉고나서야 얼굴을 응시한 여의사는 환자복을 입은 도훈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이도훈 환자분 맞으시죠?"
"네."
살짝 홍조를 띄는 얼굴을 보니, 도훈의 훈훈한 외모에 놀란것 같았다.
'김희재가 검사를 맡기면서 내 사진은 안넘겼나 보네.'
[주인님 외모에 조금 당황한 눈칩니다.]
'그럴수밖에. 이렇게 잘생긴 환자는 간만일테니.'
[너무 우쭐해 마시죠.]
"음, 가볍게 문진표 작성 좀 할게요. 너무 긴장할 필욘 없습니다. 기존 병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니까요."
"긴장 안했는데요?"
"아, 아···. 네."
임희경이라는 여의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컵을 들이켰다.
'지가 더 긴장했구먼, 누구보고 긴장하지 마라야?'
[이상하게 허둥대는 군요. 왜 저러는 걸까요?]
'일단 지켜보자고.'
"음, 일단 앞에 놓인 문진표에 인적사항부터 확인해 주시겠어요?"
도훈이 책상위에 놓인 종이를 보니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 나이등이 적혀 있었다. 김희재 쪽에서 이미 자신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넘긴 모양이었다. 다만 사진을 넣는 란이 없었기 때문에, 임희경도 도훈의 실제 얼굴은 처음 보는것 같았다.
"별 이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아래 보시면 기병력 확인란이 있는데, 해당되는 것에 체크하시면 됩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시고요."
"네."
도훈이 문진표의 항목을 빠르게 읽고 체크했다. 대부분 가족력이나 혹은 본인의 현재 있는 질병을 묻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도훈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다 확인했습니다."
"빠르시네요. 아픈 곳이 전혀 없으신거죠?"
"네. 보시다시피."
도훈이 가슴을 쫙 펴자 환자복이 찢어질것처럼 벌어졌다. 애초에 옷이 작기도 했지만, 도훈의 몸이 원체 건장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임희경이 또 다시 얼굴을 붉히며 급히 모니터 화면을 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이상한 여자네. 환자를 처음보는 것도 아닐텐데, 왜 저렇게 허둥대지?'
[그러게 말입니다. 오히려 진료 보러 온 주인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일단 지켜보자고.'
"어, 그러면 혹시 지금 드시는 약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 먹어요."
"아무것도요?"
"저기, 선생님. 그냥 바로 검사 하시면 안될까요? 보시다시피 신체 건장한 대한민국 20대 남성입니다. 아픈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 그런가요?"
"소변 받아올까요? 아니면 채혈부터?"
"음···. 저 그게."
"왜요?"
"음, 도훈씨는 저희 병원으로 지정된 특별 검사라서, 별도의 검사가 있습니다."
"별도의 검사라뇨?"
"그게···. 혹시 코디분께서 설명 따로 안 해주시던가요?"
"네. 그냥 옷 갈아입고 이쪽으로 가라고 안내만 해주던데요?"
"흠흠···. 실은 육안 검사를···."
"예?"
도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지금 바지 내리라는 거야?'
[저것 때문에 난처해 했나 보군요. 하필 주인님이 너무 잘생겨서요.]
'참나. 별 지랄을 다하는 군.'
[근데 육안검사라는 게 원래 있는 겁니까?]
'뭐, 사면발니나 곤지름 같은 건 육안으로 확인이 되니까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는데···. 굳이 또.'
도훈은 수상하긴 했지만, 딱히 거리낄 것도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지금 바지 내리면 되나요?"
"헙-. 네."
오히려 바지를 내리는 도훈보다, 진료를 하는 의사가 더 민망해 하는 상황이었다.
'이래서 속옷을 착용하지 말라고 했던 거군.'
[근데 주인님은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아무리 의사라도 처음보는 여자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건데요.]
'부끄러운 건, 작은 녀석들이나 해당되는 거야.'
도훈은 지체없이 바지를 쑥 내렸다. 고무줄로 된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가자, 무발기 상태의 대물이 덜렁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허헙···. 자, 잠시 실례를."
여의사는 차마 도훈의 잦이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황급히 의료용 장갑을 착용했다. 하지만 어찌나 긴장했는지, 빡빡한 실리콘 장갑을 제대로 착용도 못할 정도로 손을 덜덜 떨었다.
'아아···. 원래 내가 할 일이 아닌데, 하필 담당의가 상을 당할 줄이야.'
실은 임희경은 소속 병원 의사긴 했지만, 특별 검진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워낙 대형 병원이다보니, 비뇨기과 전문의가 10명이 넘었는데, 김희재의 사적인 부탁을 해결해주던 의사가 하필 어젯밤 조부 상으로 시골에 급히 내려가는 바람에 자신이 대신 그의 일을 맡게된 것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잘생긴 남자애가 올 줄은 몰랐어. 너무 민망한데···.'
그녀는 비뇨기과 전공이긴 했지만, 주로 내원하는 여성 환자를 상대했다. 더구나 비뇨기과 의사들도 대부분 육안관찰을 하지 않고 채혈등의 방법으로 성병을 파악한 뒤 처방을 내렸기 때문에 성인 남성의 성기를 직접 관찰하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음음, 잠시만 그럼 실례를."
"네, 편히 보세요."
오히려 도훈 쪽에서 더 여유를 부렸다. 그는 조금도 꿀릴게 없었고, 심지어 여의사가 부끄러워하자 괜히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귀엽네. 조금 골려줘볼까?'
[역시 주인님은 악취밉니다.]
희경이 장갑을 끼긴 했지만, 워낙에 얇은 실리콘 장갑이라 손끝에 도훈의 잦이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희경은 물컹한 촉감이 낯설었지만, 최대한 꼼꼼히 도훈의 대물을 육안 관찰했다.
'음, 선배가 꼭 확인하라는 게 수술흔적이었나?'
갑작스러운 개인사로 자신의 일을 떠맡기고 간 선배가 부탁한 것이 있었다. 이는 김희재가 별도로 지시한 사항으로, 도훈의 잦이가 수술로 키운 것인지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바로 앞에서 대물을 직접 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컸던 관계로 속으로 계속 의심을 하고 있었던 것.
"음···. 혹시 수술 같은건."
"했어요."
"아, 앗. 수술을 하셨다고요?"
수술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도훈이 먼저 대답하는 바람에 희경이 깜짝 놀랐다. 도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포경수술 말씀하신 거 아니에요? 너무 어렸을 때 해서 기억은 안나지만 하긴 했어요."
"아···."
"그게 아니면 무슨 수술요?"
"아, 아니에요. 다, 다른 수술은 안하셨죠? 확대 시술이나."
"흠, 글쎄요? 한 것 같아요?"
"저, 저는 잘···."
"근데 그렇게 자꾸 만지시면 위험할텐데···."
"예, 예?"
부끄러움을 모르는 도훈의 대물이 좆대가리를 쳐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