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80화 (1,960/2,000)

1980. ex wife-55-

미선은 반사적으로 도훈의 잦이를 입에 물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물론 엄청 두껍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위 중독자인 그녀가 보유한 딜도 중에는 도훈의 사이즈만한 것도 있어 실제로 몇 번 넣어보기도 했던 것. 물론 처음엔 어려웠지만, 적응되면 그보다 작은 것들은 시시해 보일 정도로 좋았다.

'나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어멋,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나도 모르게 상상해 버렸잖아?'

미선의 얼굴이 빨개진 걸 보고 도훈이 은근슬쩍 다리를 쩍 벌렸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도훈이 좌석이 비좁은 것처럼 다리를 벌리자 미선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의 바지춤이 눈에 띄게 불룩 솟아 있는 것이었다.

'어, 어머! 저건 또 언제 저렇게···.'

높게 텐트 친 바지춤을 확인한 미선이 망측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설마 차타고 가는 중에 발기해 버린 거야? 나랑 하고 싶어서?'

미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도훈이 자신과 하고 싶어 그런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음흉한 수작을 부릴 것 같았다.

이곳은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시골 길.

게다가 여자랑 단 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다. 완력이 강해 보이는 도훈이라면, 연약한 여자 하나 쯤 금방 제압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음, 곤란한데 그건···.'

미선은 지금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사실 미선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두려워한 적 없었다. 나름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늘씬했기 때문에, 들이대려는 남자가 없진 않았지만, 남자들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육탄전도 자신 있었지만, 그녀의 주특기는 사격이었다.

실제로 임무 특성상 장전된 총을 늘 소지하고 다녔기 때문에,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더라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죽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하아···. 혹시라도 덩치 믿고 나한테 까불면 혼내줘야 하는 상황이려나?'

미선은 어느새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있었다. 늘 미리 예단하고, 대비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도훈이 덥쳤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결론은 도훈의 패배였다.

어느 남자도 자신을 강제로 범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먼저 허락하지 않는 한.

"후우-. 도저히 못 참겠네요."

"예, 예? 뭘 못 참겠다는 건지···."

미선도 살짝 긴장하는 사이 도훈이 불쑥 도로변의 갓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잠깐 저기 차 좀 세워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요?"

"네."

'운전 중에는 위험하니 차를 세워놓고 수작을 부리겠다는 건가?' 미선이 의뭉스럽게 쳐다보자 도훈이 핑계를 댔다.

"실은 아까부터 소변이 마려웠는데 계속 참았거든요."

"음···. 여기만 벗어나면 곧 휴게소 나올 텐데···. 고속도로 오르면 졸음쉼터가 바로 나오거든요."

"진짜 잠깐이면 돼요. 남자들은 원래 화장실 없이도 해결 가능하니까."

미선의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내 예상이 맞구나. 생각해보니 아까 바짝 꼴리기만 하고 마무리를 제대로 못 했잖아. 남자들은 꼴려놓고 싸지 못하면 하루종일 생각난다고 하던데···. 어떡해, 정말로 날 덮치고 싶은 가봐.'

하지만 미선은 그때까지도 계속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해줄 수도 없고···. 아무리 그래도 강간은 싫단 말이야.'

"···알겠어요. 정 그렇다면."

도로 폭이 점점 좁아져 더 나아갔다간 정차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미선은 설사 도훈이 자신을 덮친다 하더라도, 그걸 받아주고 말고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우선 차를 세웠다.

그녀가 가슴팍에 찬 홀스터에선 장전된 권총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걸 꺼내는 일만 제발 없기를···.'

차를 세우자마자 당장이라도 그녀를 덮칠 줄 알았던 도훈은 곧바로 차문을 열더니 뛰쳐나갔다.

"죄송요. 금방 올게요!"

갓길에 차를 세우자마자 멀리 수풀 로 뛰어나가는 도훈을 지켜보던 미선이 뻘쭘해졌다.

'뭐, 뭐야? 괜한 오해였나? 정말로 소변이 마려웠던 거였어?'

어느새 자취를 감춘 도훈을 보던 미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뭐야 괜히 긴장했잖아."

하지만 미선은 깊이 한숨을 내쉰 이유가 헛갈렸다. 정말로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니면 기대했던(?) 행동이 나오지 않은 아쉬움때문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잘 분간이 가지 않는 것이다.

'···미쳤어. 지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양미선? 로얄클럽에 다닌다고 다 강간이나 생각하는 범죄자는 아니라고.'

미선은 처음 김희재의 경호원이 되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했다.

연봉을 5배나 올려주었기 때문에 뭐든 시키는 것은 다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의 새 고용주가 국내 최대 난교 클럽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된 것이다. 경호 문제 때문에 클럽 모임장소까지 따라갔다가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이따금 떠오를 정도였다.

고액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변태라는 걸 알게된 고용주를 계속 수행해야 하는 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희재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전혀 변태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딱히 여직원이라고 성희롱을 한다거나, 터치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욕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게다가 김희재의 지시를 받고 뒷조사를 했던 다른 회원들도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클럽에 와서는 발가 벗고 수십명이 뒤섞여 난교를 즐기던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본색을 숨긴 채 살아간다는 게 어찌보면 굉장히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

이를 떠올리던 미선은 문득, 자신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하긴···. 나만 해도 직장에서는 절대로 티를 안내니까.'

그녀는 섹스타그램에서 비밀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퇴근 후 자취중인 오피스텔에서 자위영상을 찍는 다거나, 신음소리를 녹음해 게시글을 올렸다. 이를 본 다른 유저들의 자극적인 댓글과 DM에 팬티가 흠쩍 젖도록 흥분하며서 또 자위를 하는 것이다.

'나만 해도 제대로 성욕을 풀지 못해 허구헌날 딜도로 쑤셔대는 변녀 주제에 누가 누굴 비난한다는 건지···.'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몸짱 훈남에, 모범생인 도훈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는 것이다.

'···도훈이는 정말 소변이 마려웠던 것 뿐인데, 나 혼자 그냥 착각했나봐.'

오히려 스스로 은근히 그것을 기대한 건 아닌가 하는 자책과 반성이 밀려왔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혼자 몸이 달아서는···.

미선이 운전대에 머리를 쿵 처박았다.

"어휴, 쪽팔려! 설레발 안 치길 천만 다행이지."

미선이 부끄러워하면서 계속 도훈을 기다리는데, 금방 소변만 보고 온다던 도훈은 5분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차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자 미선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똥이라도 싸는 거야?'

하지만 도훈은 따로 휴지를 챙겨가지도 않았다.

아까 분명히 소변을 본다고까지 말했었다.

'분명 나한테 오줌 눈다고 했었는데···? 헉 설마!'

김희재의 별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조그만 시골에 위치했다.

농사를 주로 짓는 농촌 마을에서도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외떨어진 건물이었다.

그녀의 경험상 이곳의 수풀에는 뱀이 유독 많았다.

'헉! 설마 소변 누다 뱀에 물리기라도 한 거면?'

안 좋은 예감에 미선이 벌컥 차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드물지만 이곳에선 독사에 물려 병원에 급히 실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사가 아니더라도, 땅벌에 쏘여 죽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으읏, 생각없이 그냥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자신의 주요 임무는 요인 경호.

물론 김희재를 경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희재의 손님이나다름없는 도훈을 집에 바래다주는 임무를 맡은 이상 현재로선 도훈을 무사귀가시키는 것이 그녀의 할일이었다.

만에 하나 도훈이 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당연히 김희재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치잇, 내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그녀가 근무중 사적인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는 이러한 부분 때문이었다. 괜히 헛된 상상이나 하다가 임무를 망각해 버린 미선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대체 어디에 있는···. 어?'

문득 수풀 안쪽으로 들어가던 미선이 도훈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해보여 더 이상 다가갈수가 없었다.

탁탁탁탁!

그의 왼손이 뭔가를 쥐고 흔드는 것처럼 앞뒤로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게 무슨···.'

미선의 섹스타 비밀 계정의 이름은 '자위 중독녀'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위를 하던 자위 전문가인 그녀는 도훈이 엉거주춤 서있는 뒷모습만 보고도 그가 하는 행위를 이해하고 말았다.

'따, 딸딸이?'

그녀도 너무 꼴릴 때는 가끔 남자들의 딸딸이 영상을 보고 자위를 했으므로 도훈의 행동이 너무나 익숙했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상으로 보던 모습을, 실제로 겪게 되자 충격과 공포였다.

'미, 미친! 소변보러 갔다가 딸딸이를 친다고? 그것도 야외에서?'

도훈의 그릇된 성욕을 정면으로 목도하자 평소 침착한 편이던 미선마저 멘탈이 흔들릴 정도였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된 것 같았다.

미선은 곧바로 자세를 바짝 낮추고, 못 본척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풀 아래로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미선은 좀처럼 등을 돌릴 수 없었다.

보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계속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그녀를 붙잡은 것이다.

'하아-. 나도 뭐 매일 하니까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야외에서는 좀···. 앗, 그러고보니 예전에 건물 계단 위에서 한 적이 있구나···.'

도훈의 야외 딸딸이를 훔쳐보는 미선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소변보러 간다고 거짓말을 치고 밖으로 뛰쳐나가 딸을 치는 도훈이 황당하면서도, 오죽 못 참았으면 그럴까하는 측은함이 든 것이었다.

'아까 바지춤이 불룩했던게 꼴렸던 게 맞았네. 아무리 거기가 크다고 해도 옷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는 발기하는 경우밖에 없겠지. 근데 어쩌다 꼴린 거지? 분명 자극될만한 이야기는 안 나누었던 것 같은데.'

미선은 아무리 생각해도 꼴림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도 금방 젖긴 하지만, 뭔가 상상하거나 자극을 받았을 때나 그렇지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나랑 단둘이 차타고 가다가 흥분해 버린 거 아니야? 하긴, 내가 입으로 빨아주기까지 했는데 단 둘이 얼굴 마주보고 있으면 기분이···.'

미선 본인의 경우는 임무 중일 때와 퇴근 후의 태도가 확실히 구분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스위치를 끄고 켜듯 성욕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일일수도 있었다.

특히나 도훈은 성욕이 한창 활발한 23살 밖에 안되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참기 어려웠을 거라고.

'그렇겠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도훈이는 아까 그렇게 꼴려놓고 싸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끝냈는데, 여운이 금방 가실리가 없지.'

도훈의 자위장면을 훔쳐보던 미선은 점점 그의 돌발행동을 이해하며 동정심이 생겼다. 오죽하면 몰래 욕정을 풀어보려고 딸딸이를 칠까 싶었던 것이다.

'심성이 나쁜애는 절대 아니야. 정말로 그런 애였으면, 차를 세워놓고 나를 덮치려고 했겠지.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를 테니까. 하지만 스스로 몰래 해결하려고 했어.'

미선의 추측에 부합한 것처럼 서서 딸딸이를 치고 있던 도훈이 갑자기 푸념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씨.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난오지. 미치겠네."

탁탁탁!

'저런···. 쯧쯧. 야외에서 급하게 하려니까 사정이 쉽지 않나 봐. 그냥 내가 얼른 도와주는 게···.'

미선은 자기도 모르게 도훈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미쳤어. 지금 근무중이잖아. 회장님이 도훈이를 집에 바래다 주라고 했단 말이야. 아직 퇴근한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녀 역시 적잖이 자극을 받은터라 평소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근데, 뭐 이런 경우는 출장후 현지 퇴근 상황한 거 아닌가? 다시 이천으로 돌아갈 일도 없이 바로 퇴근지시 내려올 것 같은데 ···. 그럼 사실상 지금은 임무중이라고 보기엔 애매하기도 하고 ···.'

미선은 점점 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회장님이 억지로 시키긴 했지만, 아까 도훈이 잦이도 입으로 빨아줬잖아. 한 번 빨아준 거 두번이면 또 어때서?'

미선의 욕망이 점점 풍선처럼 부풀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