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75화 (1,955/2,000)

1975. ex wife-50-

너무도 싱거운 허락에 오히려 도훈이 어리벙벙해 졌다.

'진짜로 이렇게 합격이라고?'

[이럴거면 주인님 뒷조사는 굳이 왜 한 걸까요?]

'음, 어쩌면 뒷조사를 해서 더 깔끔하게 해소한 것 같기도.'

[그게 무슨 뜻이죠?]

'희재가 제일 궁금했던 건 내가 나이에 맞지 않는 값 비싼 단독주택을 자가소유하고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우리집을 감시한 거고.'

[단순히 집에 들어가서 자고 나온 것을 확인한 수준 아닙니까?]

'어쩌면 그걸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 그 집에 내가 정말로 살고 있는지 말이야.'

[네? 저는 잘 이해가···.]

'너 빌라왕이라고 들어봤어?'

[빌라왕이요? 빌라에도 왕이 사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전세 사기 수법의 일종인데, 전국 곳곳에 빌라를 갭투자 방식으로 잔뜩 사들인 뒤 나중에 부실로 터뜨리는 수법이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김희재는 나를 그런 종류의 불법적인 일을 하는 바지 사장이 아닐까 의심했다는 거지.'

[주인님이 부동산 사기를요?]

'빌라왕이란게 원래 그렇거든. 빌라왕이라고 진짜로 나이 많은 자산가가 아니야. 오히려 20~30대 밖에 안되는 어린 바지 사장들이라고. 등기부 상으론 건물 수백채를 보유한 부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그만 원룸에 기생하며 살고 있지. 심한 경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하고. 왜냐면 그 건물이 실제 자기 것이 아니라, 다른 실세가 알맹이를 쏙 빼먹고 내던진 빈 껍데기니까.'

[김희재는 그럼 그 부동산이 명의만 주인님 것이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했던 것이군요. 그래서 주인님이 실제로 거기서 사는지만 확인한 것이고요.]

'맞아. 그리고 진짜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니, 마지막은 내가 무슨 돈으로 고가의 저택을 현금으로 사들이고 값비싼 사설 도박장을 드나들었는지만 남은 거지. 방금 내가 그걸 납득시켜 준 것이고.'

[이해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김희재가 주인님 변명을 100%믿는 걸까요?]

'뭐? 세금면탈용 현금 상속이나 달러깡 말이야?'

[네. 깊이 파고들면 주인님의 거짓말이 들킬수도···.]

'절대 안 들켜. 범죄자들이 현금을 왜 쓰겠어?'

[왜요?]

'현금엔 꼬리표가 안 달려 있거든. 내가 실제 현금 박치기로 샀는데, 저놈이 알게 뭐야? 그 돈이 도훈이 돈이라고 써진 것도 아니고.'

[하긴, 막상 추적이 쉽진 않겠군요. 주인님의 거짓말이 확인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추정컨대, 김희재는 사실 내 재산 따위는 푼돈 정도로 하찮게 여기고 있을 걸?'

[푼돈이라고요?]

'그렇잖아.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봐도 수백억 이상은 쥐고 흔들 것 같은데, 고작 몇억이 돈으로나 보이겠어? 그것도 상속세 몇 억 내는게 아까워서 달러깡까지 했다는 변명을 듣고선 오히려 날 우습게 보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김희재가 부자는 부자인 모양이군요.]

'나도 살짝 놀랐어. 도박장에서 돈을 헤프게 쓸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대충 들어보니까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야. 어쩌면 사채왕박회장 이상의 부자일지도.'

[그래도 구원회 JMS만큼은 아니겠죠?]

'그 놈은 조단위였잖아. 플레이어 아이템을 이용해서 재산을 불렸고. 민간인이 확실한 김희재로선···. 가만, 근데 진짜로 궁금해 지는데? 김희재는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거지?'

도훈은 김희재의 돈 씀씀이나 평소 활동을 보고는 그의 재산을 가늠하기 힘들만큼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성공한 IT개발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든 것이다.

'로시. 놈의 재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이 없을까?'

[정보창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김희재의 성생활이나 성적 판타지에 대한 부분 뿐입니다. 재산에 대한 부분은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냥 대놓고 물어볼까?'

[김희재에게 직접요?]

'모르지. 쿨한척 하는 찐따라서, 이번엔 쿨하게 다 말해줄지도.'

"저, 정말인가요? 면접이 합격이라고요?"

"그래. 너 마음에 든다. 솔직해서."

"아···."

김희재가 씩 웃었다.

"너 방금 나한테 자백한 거야."

"자백이요?"

"너희 아버지가 지금 상속세 안내려고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고, 너한테 재산을 미리 물려줬다고 말이야. 탈세까지 포함이구나."

"아니, 그, 그건."

"나한테 약점을 알려줬으니, 넌 이제 신고만 하면 국세청에서 조사 나와서 탈탈 털릴일만 남았네?"

"아니, 회장님!"

"푸하하하, 쫄았냐? 뭘 또 그것가지고 쫄아. 그깟 세금, 내면 그만이지. 고작 푼돈 가지고."

"그래도 푼돈은 아닌데···."

"뭐, 그거야 입장에 따라 다르니까. 아무튼 내가 이제 네 약점을 알았으니, 넌 이제 나한테 잘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어?"

"정말 절 신고하시려는 건 아니죠?"

"모르지. 말 안 듣고 까불면 마음이 바뀔지도?"

"아···."

"쫄지마 인마. 내가 그렇게 할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냐? 무슨 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 탈세좀 했다고 약점 잡아서 사람 협박하게?"

"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 안했습니다."

"너 어젯밤에 내가 2시간 동안 얼마 번지는 알아?"

"어젯밤이요? 혹시 카지노에···."

"카지노는 무슨, 난 도박같은 거 별로 관심 없어."

"정말요? 저는 그때 거기서 뵙고 회장님도 도박 좋아하시는 줄···."

"아하. 오해했을 수도 있겠네. 그건 그냥 심심풀이로 간 거야.

할일 없을 땐 시간 죽이기 좋거든."

'한판당 수백 수천이 오가는 도박장을 심심해서 갔다고하는 건가?'

[그런것 같습니다. 허세일까요?]

'표정을 봐선 진심인것 같은데.'

"도훈아. 살아보니까, 생각보다 인생에 운이 많이 필요하더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운이 나쁘면 실패하는 거고,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운이 따라주면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 세상이 꼭 실력순으로 재산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거야."

"네."

"난 가끔 내 운이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해질 때 도박장을 가. 쉽게 말하면 앞날이 궁금해서 점쟁이한테 점보러 가는 것하고 비슷해. 미신 같은 걸 믿는 사람들이야, 점쟁이들이 좋은 점괘를 알려 주면 기분이 좋아져서 복채를 주잖아. 나는 그냥 내가 받은 패로 내 운세를 확인하는 것 뿐이야. 복채 대신 칩을 던지는 거고. 이해가 되나?"

"와···. 회장님은 정말로 돈이 많으신가 봐요. 전 VIP룸 처음 가보고 금액이 너무 커서 당황했거든요."

도훈이 희재의 비위를 맞추며 슬쩍 떠보았다.

자기 자랑에 들뜬 희재가 말실수로라도 재산을 말해주길 기대 하면서.

"푸하하. 이 새끼 은근 고단수네? 왜? 내가 얼마나 버는 지 궁금해?"

"어제 많이 버셨다고 하니까···."

"응. 어제는 하룻 밤에 대충 200장 벌었지."

"200장이면···."

"억."

"헉!'

"헉이 아니고 억. 왜 억소리가 절로 나냐?"

"지, 진짜로요? 그걸 하룻밤에요?"

"응. 난 거짓말 안한다니까.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나한테 VIP 룸은 그냥 운세 확인하러 가는 심심풀이라고. 뭐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

"저,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가 그것도 몰라 뵙고···."

[저 말이 진짜일까요?]

'하룻밤에 200억?'

[네. 도저히 믿기지 않는데요?]

'속마음을 읽어보면 되겠지.'

도훈이 마음의 소리로 희재의 속마음을 읽었다.

{어제 코인 선물로 번 돈이 실제론 170억 쯤인데, 수수료 떼기 전이 200억은 되니까 거짓말은 아니겠지? 원래 자기 연봉 말할 때 세전이 국룰이니까.}

[지, 진짜였군요. 200억이 아니라 170억이라는 것만 빼면요.]

'코인 선물로 하룻밤에 200억을 튕겨? 이 새끼 뭐지?'

[그게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주인님 코인은 반토막 이상을 ···.]

'닥쳐. 근데 선물이라면 가능하긴 해.'

[선물이요?]

'쉽게 말하면 홀짝 맞추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돼. 시세가 올라도 돈을 벌고, 떨어져도 돈을 벌지. 방향성을 맞추는 게임이라, 정확히만 맞추면 한 방에 엄청 난 돈을 딸 수 있거든. 대신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면 그대로 청산 당해서 건 돈을 다 날릴 수도 있고'

[그럼 김희재는 프로그래머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코인으로 돈을 번 부자였군요.]

'어쩌면 둘 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어.'

[둘다라뇨?]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이용해 코인으로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실제로 초기 코인을 발행한 사람들이 대부분 프로그래머 출신이었거든. 최초 발행자였던 개발자들은 당연히 무한 발권되는 코인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암튼 한 방에 200억을 튕길 정도면 보유한 코인이 상상이상일수도 있겠는데? 김희재 이거 쉽게 봤는데, 상상 이상의 부자일지도···.'

[코인 부자가 그렇게 돈이 많습니까?]

'말이라고? 지금은 많이 꺾였지만, 한때 전 세계 부자 순위 10위 안에 들어간 코인러도 있었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돈이 유입되어 있다고.'

[대단하군요.]

'암튼, 대충 어떤 놈인지는 알겠군.'

"그만해 인마. 낯 간지럽다. 돈 많다고 굽신대고, 돈 없다고 깔보는 거 진짜로 저질이야. 난 도훈이 네가 비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냥 처음 날 봤을 때처럼 당당하게 하라고. 넌 싸가지 없는 게 매력이니까."

"아, 아닙니다. 그땐 제가 도박이 잘 안 풀려서 많이 예민했습니다."

"쯧쯧."

"아무튼 클럽 활동은 진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근데 가입하고 나선 나한테 잘보여봐야 아무 소용 없어."

"네?"

"내가 너한테 베풀 수 있는 호의는 가입을 시켜주는 것 까지야.

이후부턴 네가 진짜로 잘해야 해. 뭐, 이번 첫 강원도 원정 가보면 대충 분위기 알게 될 거야."

"강원도 원정이요?"

"민하한테 따로 못 들었어?"

"자세히는···."

"내일 모레, 그러니까 금토해서 1박2일간 강원도 호텔에서 정기 모임이 있어. 정기 모임은 두번 빠지면 자동 탈회되니까, 정식 회원들은 꼭 참석하는 게 좋아."

"그렇군요. 모임이 바로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참석할게요."

"응. 암튼 가보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야. 여자는 적고 남자는 많다는 게 은근히 압박이거든."

"그런가요?"

"거기 모이는 멤버들은, 네가 평소에 찐따 취급하는 루저들이랑 질적으로 달라. 하나 같이 잘난 구석이 넘치는 놈들이고, 여자라면 원 없이 자본 애들이 대부분이거든."

희재의 성격을 대충 파악한 도훈은 적당히 자신감을 드러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저도 어디가서 꿀려본 적 없습니다."

"푸하하하. 그 말 멋지네. 증명할 수 있겠어?"

"증명이요?"

"응. 이번 모임에 가서 여자 한 명 골라서 자빠뜨려봐. 그럼 내가 너한테 용돈 좀 줄게."

"돈은 괜찮습니다."

"아니, 네가 귀여워서 그래. 그리고 말했지만 나한테 돈은 별로 의미가 없거든."

"그래도, 가입 시켜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돈까지 받는 건 좀 ···."

"물론 공짜는 아닌데?"

"네?"

"실패하면 네가 나한테 주는 거야."

"제가요?"

"왜? 자신 있다며?"

[희재가 주인님을 또 시험하는 건가요?]

'정말 귀찮게 하는 구먼. 도박 안 좋아한다더니, 맨날 도박질이 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말과 행동이 다르담.'

"어, 얼마를 그럼···."

"네가 정해봐. 네가 건 돈의 10배를 내가 줄게. 성공하면."

"열배요?"

"그래. 네가 100만원을 걸면, 성공시 내가 천만원을 주겠다는 거야. 대신 네가 실패하면 100만원만 나한테 주면 되고."

"그건 너무···."

"그치? 너한테 엄청 유리한 게임이지? 한 번 해볼래?"

"정말로 10배를 주신다는 거죠?"

"이 자식이 속고만 살았나. 내가 너한테 백만원 받으면 그 푼돈으로 뭐할거 같냐?"

"모르겠습니다."

"지나가는 계집애 보짓구멍에 그냥 쑤셔 줄 거야. 필요 없으니 가지라고. 그러니까 말해봐. 나 시간 많이 안 준다."

"하, 하겠습니다."

"계산이 빠른 편이군. 대신 한가지 조건이 있어."

"무슨···."

"내가 지정한 여자를 공략해야 해."

"지, 지정이요?"

"응. 왜? 내가 설마 여자랑 작당해서 너 골탕먹일까봐? 그렇게 생각한 거면 너무 섭섭한데. 날 너무 좀팽이로 보는 거잖아."

"아닙니다. 근데, 누굴···."

도훈은 설마 민희나 나린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재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전혀 예상외였다.

"최지안."

"최지안이 누구죠?"

"응. 이번에 너랑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신입인데, 존나 골때리는 애 있어.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신입이라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고."

"음, 알겠습니다. 근데 한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뭐?"

"왜 최지안을 굳이 저한테···."

"아하,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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