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 ex wife-44-
"클럽에 여자? 무슨 말인지···."
도훈은 민하의 생뚱맞은 반응을 보고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맞다. 혹시 로얄 클럽이 뭐하는 곳인지 나에게 밝힌 적이 없던가?'
[네. 주인님이 클럽의 정체를 알아챈 것은 정보창을 통해서였지 두 사람 중 누구도 난교 클럽을 자세히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 명함에 적힌 번호가 클럽 가입 초대장이란 것도 밝힌 적이 없고요. 말 실수 하신 것 같은데, 수습 가능하시겠습니까?]'
'적당히 둘러대야지. 어차피 나한테 후장 털린 이후라 제정신도 아닐테니.'
"아니, 어제 준 명함 말이야. 로얄 클럽이라고 적혀 있었잖아.
둘 다 그 클럽에 다니는 거 아니었어?"
"음, 그건 맞는데···. 혹시 뭐하는 곳인지 알고 묻는 거야?"
"몰라서 지금 물어보는 거야. 여자라도 많으면 재미삼아 한 번 다녀볼까 해서. 로얄 클럽이 대체 뭐하는 곳인데?"
민하는 심하게 털린 엉덩이 쪽이 뻐근한지, 침대에서 낑낑꺼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지만 나린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기쁨때문인지 표정이 나쁘진 않았다. 물론 승자를 결정해 준것은 도훈의 마음이긴 했지만.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그래, 뭐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어차피 너도 그닥 순진한 타입은 아닌 것 같으니."
"그래."
"로얄 클럽은 쉽게 말해 사교 모임이야."
"사교?"
"응. 남녀가 모여서 친교를 쌓으려는 목적이지."
"그 친교가 내가 생각하는 친교는 아닌 것 같은데? 정확히 뭔데?"
"섹스."
"역시. 그럴 것 같더라. 등산이나 자전거, 볼링 같은 모임도 아니고 단순히 친교를 목적으로 뭉치는 모임이면 뻔하지."
민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단순한 성격은 아니야. 우린 정말로 섹스를 하려고 모이는 거거든."
"엉?"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 클럽의 모토는 최대다수의 최대성교야. 즉, 모임에 속한 회원들이 최대한 많은 섹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뭐야, 진짜로 만나서 섹스만 한다고?"
"으, 응."
도훈은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물었다.
"대박. 그럼 진짜 거기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하곤 아무때나 섹스할 수 있는 거야?"
"아니, 꼭 그런건 아니야. 선택권은 여자한테 있거든."
"여자가 남자를 고르는 거야?"
"응. 외곽의 팬션이나 휴양지를 통째로 빌려서 일박이일 정도 모임을 진행해. 거기서 식사도 하고, 가볍게 술도 마시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거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여자가 남자를 고른다? 남자는 그럼? 선택만 기다려?"
"아니. 남자도 여자를 고를 수 있어.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남자가 원하는 여자쪽에 줄을 서면 그중에서 여자가 지원자 중 한명이나 혹은 여러명을 선택하는 거야."
"헐. 여러명이면···."
"응. 우린 스리섬이나 포섬도 자유라서. 선택은 여자 몫이야."
"가만, 그럼 남자들은 모임에 참가하고도 여자의 선택을 못 받으면 헛물만 켜고 오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어. 남자들은 공짜 섹스를 할 수 있다면 양잿물도 상관없이 마신다면서. 대신 그래서 남자들의 경쟁은 치열한 편이야. 선택 받기 위해서."
"그건 남자하기 나름이겠군."
"맞아. 모임에 한 번 참여하는 회원 비율도 보통 남자가 여자의 두배 정도 돼. 대신 여자들이 한 번의 섹스로 끝내는 건 아니고, 중간에 파트너를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명과도 가능하긴 하니까 ···. 모임에 참여했다가 아예 기회도 못 받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
도훈은 클럽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남자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구나. 섹스할 생각으로 가득찬 여자를 만나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거 아닙니까?]
'그렇지. 여자는 적으니 선택권을 갖고, 남자들은 어떻게든 매력 어필을 해서 여자에게 선택을 받아야 되는 입장이겠군. 이거 회원들 수준이 상당하겠는데?'
[아무래도 그럴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임에 참가 해도 여자에게 선택을 못 받는 남자들은 계속해서 열패감만 쌓일테니까요. 들러리만 서는 것도 한 두번이지.]
'흐음, 그러니까 로얄 클럽이라 불리는 난교 클럽을 쟤들이 사장으로 모시고 있는 김희재라는 프로그래머 출신의 갑부가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거지?'
[네.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클럽의 여자들에 대해선 물어보셨습니까? 딱히 미션이 걸린 것도 아닌데요?]
'뭐긴. 포인트 벌이지.'
[포인트 벌이요?]
'내가 방금 두 사람 따먹고 번 포인트가 5만 포인트가 넘었잖아.'
[아!]
'생각해보니까 난교 클럽에 들어가서 활동하면, 포인트 엄청 벌고 나올 수 있겠더라고. 거기 모인 여자들은 창녀도 아니고, 정말로 섹스가 좋아서 모인 진성 변태들이니까. 얼마나 남자들하고 많이 자봤겠어?'
[듣고보니 완전 노다지가 따로 없군요.]
'그렇다니까? 애매한 미션이나 해결하면서 푼돈 버느니, 이번 기회에 포인트 벌이 제대로 하는 거지.'
도훈은 일전에 포인트 벌이를 위해 저녁마다 클럽이나 나이트를 전전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결국 꼬리를 잡혀 PK단의 추적을 받은 뒤로 중단했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아무리 원나잇을 하고 다녀도 포인트 벌이가 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창녀들은 포인트에 해당이 안될 뿐더러, 일반인 수준에서 몸을 막굴리고 논다는 여자들도 끽해야 20~30명 정도의 남자랑 자본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
간혹 100명이 넘는 성경험을 가진 여자들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였고 대부분 5000포인트를 못 넘었다.
그러나 오늘 일타쌍피로 민희와 나린 둘을 따먹고 벌어들인 포인트가 무려 50000 포인트. 도훈으로서는 난교 클럽이라는 황금고블린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거기 클럽에 여자들 몇명이나 있는데? 너희 둘이 전부는 아닐 거 아니야?"
그러자 대답은 소파쪽에서 들려왔다.
"우리 클럽? 여자들은 50명쯤 될 거야. 왜? 관심 생겼어?"
기절해 있던 나린이 그제야 겨우 몸을 추스리고 일어선 것이었다. 나린은 아까부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을 잡아 끼어들었다.
"어? 일어났네? 나는 자는 줄."
"잠은 무슨. 완전히 뻗어서 기절 했는데. 가만, 근데 승부는 어떻게 된 거야?"
"민하가 이겼어."
"아, 아니! 어떻게!"
나린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섹스라면 어떤 여자보다 자신있던 그녀였기에,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도훈을 민하가 버텨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됐어."
"말도 안 돼···."
"그 얘긴 둘이서 나중에 해결하고, 여자가 50명이라고? 그럼 남자들은 100명이 넘는다는 소리야?"
나린이 충격에 빠진 듯 말을 잃자 민하가 대신 대답했다.
"대충 그 정도가 맞아."
"그럼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다고? 그게 가능해? 생각보다 인원수가 너무 많은데? 돈도 엄청 들거고."
"음, 돈은 전혀 들지 않아. 목적지로 오는 교통비 정도만 부담하면."
"무슨 소리야?"
"카지노에서 봤던 희재 오빠 기억나지?"
"그 희여멀건한 아저씨?"
"응. 희재 오빠가 엄청 부자거든, 모든 모임 경비는 희재 오빠가 대신 내 줘."
"헐.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준비도 그 사람이 다 하고?"
"아니. 희재 오빠 밑에서 일하는 행사기획자 출신의 직원이 한 명 있어. 그 언니가 한 달에 한 번 장소 섭외를 다 해주고 계셔. 그래서 말했잖아. 우린 펜션이나 호텔을 거의 통째로 빌린다고."
[이거 규모가 상상이상인데요? 150명의 인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난교 모임을 하고 있다고요? 대체 이게 무슨···.]
도훈도 그 그 부분에서 살짝 말문이 막혔다.
대충 20~30 정도의 소규모 모임을 생각했는데, 상상이상으로 커다란 클럽이었다.
'하긴 30명 내외면 여자는 10명 정도니까 금방 돌려먹고 질리긴 하겠구나. 그래도 150명이면 상상을 초월하는데? 어떻게 그런 거대한 비밀결사가 지금까지 소리소문없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김희재가 직접 모임 경비까지 지원한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계산해도 호텔 한채를 하루 빌려야 가능한 거 아니야? 150명이 떼씹할 장소까지 고려하면···. 이 새끼 대체 뭐하는 새끼지?'
[최번개를 통해 알아보도록 시켜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신상터는 건 최번개가 전문인데요.]
도훈도 마침 그 생각을 했으나,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아니야. 괜히 들쑤시다 벌집을 건드릴 수도 있겠어.'
[벌집이요?]
'생각해봐. 이런 거대한 규모의 모임을 수년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진행시킨 주도면밀한 사람이야. 게다가 본업이 프로그래머라며?'
[네. 그게 왜요?]
'어쩌면 해커 경력을 가진 컴퓨터 기술자 일수도 있다는 거야.
그런 사람의 정보에 함부로 접근하려고 했다간, 역으로 이쪽에서 견적 따려한다는 걸 눈치채고 대응해 버릴걸?'
[아···. 최번개가 다칠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최번개가 아무리 날고긴다고 해도 전문적인 해커를 상대하긴 어려울 테니까. 막말로 그 놈은 남의 뒷조사라는 게 그냥 경찰 인맥이용해 신상터는 정도잖아.'
[흐음. 섣불리 덤비긴 곤란하긴 하군요.]
'어차피 클럽 가입 권유도 받았겠다, 내가 직접 뛰어들어볼까?'
[네? 주인님이 직접요?]
'난 사실 김희재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조금도 관심 없어. 그냥 돈 많고 변태같은 프로그래머가 유희를 즐기는 것 같은데, 그러라고 해. 난 그냥 포인트만 벌고 나오면 그만이니까.'
[하긴 주인님이 무슨 난교 클럽에 원수진 사람도 아니고···. 괜히 적을 만들 필요는 없긴 합니다.]
'어떤 면에서 김희재는 나에겐 굉장히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이런 포인트 덩이를 만들어서 자비로 운영해 주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나요?]
"그럼 민하 네가 나에게 로얄 클럽의 명함을 준 건···."
"맞아. 너를 우리 클럽에 초대하는 초대장이었어. 근데 네가 술먹고 잊어 버렸다면서?"
"아니, 뭐하는 곳인지 알려주지도 않고서···."
"그걸 어떻게 알려주겠어? 그래서 말했잖아. 나를 만나고 싶으면 거기로 연락하면 된다고."
"그게 네 번호야?"
"아니. 클럽 회장님 번호."
"클럽 회장님이 전에 카지노에서 만났던 그 아저씨라며?"
"응. 우리 모임의 회원은 회장님의 허락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어. 원한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고."
"호오. 그럼 나도 가입할게."
"정말로 생각 있어?"
"도훈이 너 회원으로 들어오면 나랑 다시 해."
그때 패배의 충격에 빠져 있던 나린이 도훈에게 말했다.
"뭐?"
"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어. 나랑 다시 해."
도훈이 피식 웃으며 나린과 민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컨디션 좋으면 나 감당할 수 있겠어?"
"그, 그건···."
"뭐 좋아. 다시 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럼 내가 클럽에 가입하는 걸 도와줘. 너희들은 회장님 최측근 같던데."
민하가 다시 대답했다.
"측근은 맞는데···. 회원 추천을 할 수 있지만, 가입을 도와주진 못 해."
"못한다고?"
"회장님이 직접 면접을 봐서 결정하거든."
"면접? 남자도 면접을 봐?"
"너도 알겠지만 우리 클럽에 가입하는 건, 호색한들에겐 꿈이야. 당연히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남자들은 경쟁이 훨씬 치열해. 정말로 쟁쟁한 사람들이 많거든."
"내가 가입도 통과 못 할 정도라는 거야?"
"아니. 그러면 내가 명함을 주지도 않았지. 내가 남자 회원을 추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근데?"
"음, 일단 외모나 이런 건 충분한데, 회장님이 너에 대해 여러 가질 조사할 거야. 거기서 결격 사유가 있으면 안 돼."
"결격사유라니?"
"우리 클럽이 지금까지 비밀을 유지한 채 계속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신상관리에 있거든. 알다시피 우리 클럽 안에는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알려진 사람도 있고, 결혼한 유부남이나 유부녀는 셀수 없이 많아. 그런 사람들의 신상이 노출되었다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한 사람만 받고 있어."
"그것도 회장님이 직접 검증하는 편이고."
"흐음, 뭐. 내가 범죄자도 아닌데. 상관없어 그건."
도훈은 김희재가 자신의 과거를 턴 다는 게 찝찝했지만, 어차피 외부로 드러난 신상 중 문제될 부분은 없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수 틀리면 나중에 김희재를 족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그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도훈은 조금도 꿀릴 게 없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그럼 내가 나중에 회장님 만나서 널 가입 추천해 볼게. 오늘은 일이 바쁘다고 우리도 따로 놀라고 하셨으니까, 시간이 안 되실 거야. 내일쯤은 가능할 것 같고."
"오케이."
도훈은 로얄 클럽에 가입해 잔뜩 포인트를 벌어들일 생각에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