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 ex wife-40-
아마 민하는 내가 자기에게 더 관심이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긴 어제 말을 그런 식으로 했으니, 당연히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고, 남자들은 대체로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도 일단 여자가 준다면 마다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가 나린을 고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왜? 내가 누나한테 더 관심있다고 하면, 누나도 줄 거야?"
"그건 네 대답 듣고나서 결정할게. 그리고 말 편하게 해. 나도 나린이랑 동갑인데, 나한테만 누나라고 하니까 기분이 좀···."
"언제는 꼬박꼬박 존댓말 하라며?"
"이젠 됐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아직 결정 못 내렸어."
"결정 못 했다고?"
"조민하! 넌 왜 갑자기 중간에 껴들어 훼방인데?"
잠자코 있던 나린이 폭발하며 민하를 쏘아붙였다. 막판 역전을 노리는 민하와, 선수를 쳐 일찍 주도권을 잡은 나린 사이에 팽팽한 기 싸움이 재개되었다.
"중간에 껴들었다는 식으로 말 하지마."
"뭐?"
"너도 알다시피 도훈이한테 먼저 관심을 보인 건 나였어."
"그래. 그건 인정. 근데 까였잖아? 쪽팔리지도 않니? 끝까지 지분거리는 거?"
"까인 거 아니라고! 도훈이가 술 먹다 내가 준 명함을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하-. 어이가 없네? 아까 일식집에서는 관심도 없는 척 등 돌려 앉아있던 애가, 호텔까지 데려오니까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거잖아?"
"기왕 호텔까지 왔으니 이젠 도훈이한테 선택권을 주자는 거야. 그리고 방금 도훈이가 아직 결정 못했다고 말했잖아."
난 다시 시작된 둘의 말다툼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 번 더 역정을 내 둘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결국 1타 2피를 노리는 나에게 지금의 판단은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이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양자택일을 하게 되면, 선택받지 못한 쪽에서 자존심이 상해 스스로 떨어져 나갈 분위긴데요?]
'흐음, 이건 별로 좋은 신호가 아니야.'
[들어보니 두 사람 의견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민하양은 어제부터 쭉 주인님께 관심을 보여왔고, 나린양은 민하양이 이미 까였다고 생각하고 들이댄 거니까요. 결국엔 주인님의 마음 가는 쪽으로 고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양자택일은 고려사항이 아니야. 난 둘다 먹을 거니까.'
[하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미 서로 감정이 너무 격해져 있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 한쪽의 실망감이 극에 달할 겁니다. 누구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기엔 둘 다 너무 자존심이 세고요.]
'이러면 저들의 승부욕에 도박을 걸어보는 수밖에.'
[승부욕요?]
보다못한 내가 두 사람을 중재했다.
"잠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일단 엘리베이터 도착했으니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 다른 손님들한테 다 들리겠어."
"누구 방으로? 나야 민하야?"
"위치는 중요한 건 아니지. 일단 가까운 방으로 가."
나는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을 억지로 끌고가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룸에 들어갔다.
씩씩거리는 둘을 소파에 앉힌 나는, 재떨이를 가운데 놓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둘 중 한 사람을 골라달라는 거지?"
"나도 한대 만 줘."
민하가 나에게 담배를 받아 같이 물었고, 나린은 의외로 비흡연자인지 딱히 담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생긴 것만 봐선 나린이 훨씬 골초로 보이고, 민하는 전혀 담배를 안 피울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도훈이 네가 확실히 결정해줘."
"나도 동의. 우리끼리 입 아프게 싸워봐야 어차피 결론은 네가 내리는 거니까."
"거참 골치 아프게 됐네."
호텔 방에서 남녀 셋이서 옷을 입은 채 심각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확실히 보기 드문 장면이긴 했다.
난 대체로 여자랑 함께 호텔에 들어오면 씻고 할지, 하고 씻을지만 결정하면 끝이 었는데 이번엔 초이스까지 해야 했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좋아. 나도 솔직히 말할게."
"그래."
"난 민하도 마음에 들고, 나린이도 마음에 들어."
"무슨 대답이 그래?"
"그건 너무 무책임해. 이럴 때일수록 도훈이 네가 태도를 분명히 해줘야지."
둘의 반발에 내가 다시 설명했다.
"사실 처음엔 먼저 다가온 민하에게 더 관심이 있었어."
"들었지?"
민하가 의기양양하게 나린에게 으쓱거렸다.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말 끝까지 들어봐. 그거야 민하랑 먼저 얘기를 나눴으니까 그랬던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나린의 이름조차 몰랐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오늘 나린이랑 저녁 먹으면서 계속 얘기를 해보니까, 나린이도 괜찮은 것 같아. 성격도 쿨하고, 또 무척 솔직하고."
"그럼 지금은 나라는 거야?"
"아니, 그래서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거야. 처음엔 민하였고, 지금은 나린이잖아. 난 여전히 둘 모두에게 호감이 있다는 거지."
"참나. 무슨 대답이 그래?"
"이러면 도저히 결론이 안 나잖아!"
담배를 모두 피운 나는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
"해서 이런 방법은 어떨까?"
"어떤?"
"다른 방법이 있어?"
"일단 섹스를 해서 누구와 더 속궁합이 좋은지 직접 확인해 보는 거야."
"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아니, 들어봐. 솔직히 외모나 성격만 봐선 둘 다 비슷하단 말이야.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속궁합을 본다면 확실해지겠지."
"난 싫어."
"나도 그건 별로."
둘 다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나역시 어차피 한 번에 승낙을 받아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이미 스리섬도 해봤다면서?"
"···그야 그렇지만."
"해봤지만 서로 싫어해."
"맞아."
"무조건 거부하지만 말고, 너희가 다른 대안을 제시해봐."
"도훈이 네가 한 명을 골라주면 되잖아."
"맞아. 깔끔하게 그렇게 해."
"말했지만, 난 아직 어느 한쪽으로 못 정하겠어. 누가 더 좋은지 말이야. 정확히 반반이야."
"참나···."
"내가 왜 쟤랑 같이···."
"누가 할 소릴? 결국 민하 네가 여기까지 따라와서 그렇잖아!"
"그건 희재 오빠 때문이라니까?"
"다 핑계지. 그럼 넌 네 방으로 가 있어. 난 도훈이랑 원래 계획대로 둘이 있을테니까."
"나린이 네가 가."
"뭐라고?"
"잊었나 본데, 이 방은 내가 잡은 방이야."
"치사하고 더러워서 진짜. 도훈아 가자."
"난 아직 결정 못 내렸다니까?"
"아니!"
결국 무한히 돌고 도는 쳇바퀴였다.
나린과 민하는 서로 스리섬하는 걸 거부했고, 나는 한쪽만 고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이어졌다.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에서 결국 나린이 먼저 자기 패를 깠다.
"나 진짜 이런 말까지 하기 싫었는데, 속궁합으로 치면 민하는 솔직히 나한테 상대도 안 돼."
"뭐라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랑 해봤니?"
"몰라서 물어? 우리 클럽 회원들이···. 암튼, 너랑 나랑 다 만 나 본 사람들이 해준 말이야."
"웃기고 있네. 남자들 성격 몰라서 그래? 너랑 할 땐 당연히 네가 더 좋다고 하지. 나랑 할 땐 전혀 반대던데?"
"안타깝지만, 격차를 인정하라고. 난 너하고 출신부터 다르니까."
"출신?"
"나는 프로 출신이야. 너랑은 비교도 안 되는 경험을 쌓았어."
"프로 좋아하네. 창녀 출신이라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워? 가랑이 벌리고 남자들 돈 받은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말조심해! 이미 은퇴한 지 오래야. 그리고 난 텐프로에서 일했어.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건 인정하라고."
"절대 인정 못 하겠는데? 정말 창녀들이 섹스를 더 잘할거라고 생각해?"
"돈 받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분명하지. 장담하는데, 도훈이도 하자마자 차이를 느낄 걸?"
"그건 네 생각이고. 나도 못 지 않거든? 그리고 닳고 닳은 거기가 퍽이나 느낌 좋겠다."
"이게 진짜 뚫린 입이라고!"
둘의 언쟁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시 껴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흥분한 두 사람이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한 번 붙어 볼래?"
"뭐?"
"도훈이한테 확실히 결판을 내주라고 하자고. 그래, 차라리 잘됐네. 클럽에서 동갑이라고 자꾸 너랑 비교되는 것도 짜증 났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끝장을 보자."
"미친. 나린아. 솔직히 넌 나한테는 안 돼."
"입 털지 말고 붙어보자고 썅년아."
"밑이 걸레라서 입도 걸레네."
"죽고 싶어?"
더 두었다간 육탄전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무슨 여자들이 저렇게 말이 거칠죠?]
'저건 보통 묵은 감정이 아니야.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불만이 일시에 터져버린 거지.'
[정말 여자들 싸움도 무시무시하군요.]
'이건 뭐, 싸움 붙인 내가 민망할 정도네.'
"워워, 잠깐. 괜히 힘 뺄 필요 있어? 그래서 결정했어?"
"해. 한 번 붙어보자. 저년 다신 못 나대게 이번 기회에 자근자 근 밟아줄테니까."
"누가 할 소릴? 근데 누구부터 하자는 거야? 결국엔 순서를 정해야 하잖아?"
난 계획대로 진행되는 상황에 흡족해하며 속으로 씩 웃었다.
"둘 다 동시에 덤벼."
"뭐?"
"나 너희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야."
"그게 무슨···."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지를 훌렁 벗었다. 팬티와 함께 발목까지 내리자, 그간 숨어 있던 대물이 튀어나왔다. 일부러 미리 발기를 시켜놓았기에, 첫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사이즈였을 것이다.
"으엇!"
"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내가 뻘소리 하는 줄 알았어? 나 어디가서 꿀린 적없다고."
장장 20cm의 대물이 뿜어내는 위용은 시각적인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말이 20cm지, 다리 사이에 몽둥이 하나가 껄떡거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와···. 이건 무슨···."
"이렇게 큰 사람은 거의 못 봤는데···."
화류계 출신으로 나름 남자 경험이 많은 나린조차 혼잣말을 중얼거릴 정도였다. 확실히 20cm의 대물을 가진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상위 0.1%에 들것이다.
천 명이 넘는 남자와 자본 여자가 평생 1명 만날까 말까 하는 확률.
대물이 공개되자 나린과 민하가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달려들 것인지, 눈치 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잠깐. 나만 벗어? 너희들도 벗어야지."
나의 요구에 나린이 먼저 일어나 훌렁 훌렁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몸매에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알몸을 드러내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순식간에 나신이 된 나린은 벗은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당당히 고개를 들어 후끈한 몸매를 과시했다.
[와우, 과연 텐프로 에이스라 불릴만한 몸매군요. 수술한 것 같지도 않은데 가슴부터 허리, 골반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빠지는데가 없습니다.]
'타고났네. 완전한 서구형 체형이야.' 나 역시 나린의 벗은 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올 데는 충분히 나오고, 들어갈 데는 완벽하게 들어간 육감적인 바디였다. 단순히 물살이 아니라 상당한 탄력이 넘치는 근육질의 바디였다.
"오, 좀 하는데? 운동해?"
"나 어려서 육상배웠어."
"육상?"
"중학생 때까지 시대표였어. 가슴이 너무 커지면서 결국 포기했지만."
"아하."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갔다.
육상 꿈나무였다면, 저런 근질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단거리 선수였다면 E컵까지 자라난 가슴이 분명 독이 되었을 터.
스프린터 중에 글래머가 없는 이치다.
"내가 아까도 말했잖아. 몸매는 민하랑 비교도 안된다고."
"흥, 웃기고 있네. 젖소부인도 아니고."
"뭐?"
이번엔 민하가 옷을 벗었다.
전체적으로 새하얀 피부에 여리여리한 몸매였다. 백인처럼 새하얀 피부에, 특유의 청순한 얼굴이 어우러져 상큼한 느낌을 주었다.
[정말로 백옥 같네요. 저렇게 깨끗한 피부는 처음 봅니다.]
'그러게. 나린이 살짝 까무잡잡한 편이라 더 비교되는 듯.'
[나린양의 몸이 너무 훌륭해서 그렇지, 민하양도 만만치 않군요. 가슴도 충분히 크고, 전체적으로 밸런스는 모델처럼 좋습니다.]
'이건 우열을 가리기 힘들겠는데?'
[네? 아무리 그래도 나린양의 몸이 좀 더 훌륭하지 않나요?]
'물론 타고난 라인 자체는 훨씬 나이스 바디라고 할 수 있겠지.
근데 남자들이 어떤 여자 몸을 더 선호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서.'
[그런가요?]
'민하는 얼굴부터 남자가 막 덮치고 싶게 만드는 청순한 스타일이잖아. 왠지 괴롭혀주고 싶게 생겼달까?'
[그럼 나린양은요?]
'나린이는 어지간한 남자가 아니면 감당 못할 거야. 지나친 건강 미인형이랄까? 둘 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스타일이야.' 여자들이 홀딱 벗자, 바지만 내리고 있던 나도 마침내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