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ex wif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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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캠퍼스 주변 학떨목 벤치 앞,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놀다보면 학점이 떨어진다고 해서 이름붙은 유서 깊은 나무가 자리한 곳이었다.
그 벤치 위에서 정음이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흑흑, 어떻게 이럴수가! 오빠, 전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으, 응. 알아. 알지. 날 밤 새면서 공부하는 걸 내가 다 지켜 봤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점수가···. 흑흑 아무래도 이번 생은 틀린 것 같아요."
"아니,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30분 전.
시험 결과를 확인한 정음은, 그대로 충격을 받고 도서관을 뛰쳐 나왔고 도훈이 겨우 뒤따라가 울부짖는 정음을 벤치에 앉혀 진정 시키는 중이었다.
"아니에요. 전 정말 빡대가린가봐요! 아무짝에 쓸모 없는 머리 같으니."
정음이 자학하듯 자기 머리를 때리자 도훈이 놀라서 그녀를 만류했다.
"왜 그래, 정음아. 진정해!"
하지만 우는 정음을 달래는 도훈도 속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정음양이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설마 2.9를 받을 줄이야.' 성적조회를 하는 순간 모니터에 떠오른 평점은 2.9.
교양까지 모두 6과목의 중간 시험을 치른 정음의 평균 점수였다.
국성대는 A+을 4.5점 만점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2.9는 B에도 못 미치는 점수.
[혹시 시험이 너무 어려웠던게 아닐까요? 3점도 못 넘은 건 좀 심한 것 같은데.]
'그럴리가. 어차피 대학 시험은 모두 상대평가라고. 시험이 어려워봐야 똑같이 어렵기 때문에 그건 아닐거야.'
[설마 그렇다면···.]
'맞아. 정음이는 일주일 날 밤을 꼬박 새우고도 중간에도 못 드는 성적을 받은 거지.'
[주인님이 족보를 구해 예상 문제까지 모두 찍어 주셨는데도 말인가요?]
'그렇지.'
[아니···.]
도훈도 울고 있는 정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전생의 그는 고등학교 때 치르는 모의 수능에서 전국 100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국내 최고 대학의 최고 학부에서도 늘 성적 최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그뿐인가? 이후 지도 교수 추천으로 미국에 유학을 가서도 한번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평균 B도 안되는 학점을 받은 정음의 능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가 공부 하나도 안하고 그냥 가서 발로 풀었어도···.'
[주인님, 그럴때가 아니라 정음양을 위로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지.'
사실 도훈은 그녀가 시험을 못 보길 바랐다.
괜히 이를 빌미로 사귀게 되면 감당해야할 것들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안 좋은 결과를 받고 우울해하는 정음을 보자 괜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음아, 괜찮아.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래."
"오빠는 올 A+ 이니까 그렇죠. 흑흑."
"아, 아니 그건···. 아무튼 나도 1학년 땐 너처럼···."
"저처럼요?"
'앗, 말 실수를···.'
[전혀 도움이 안되는 위로군요.]
'솔직히 나는 태어나서 시험을 못 본 적이 없으니 이해가 안 될 수 밖에 없지. 전생에서도 늘 전교 1등만 해왔던 내가, 평균도 못되는 성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고?' 도훈으로서는 억울할 따름이었다.
그는 평생 공부를 못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정음의상실감과 좌절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너무 서러워하므로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정음아. 사실 내기 결과와 상관없이 난 너랑···."
"아뇨. 그건 싫어요."
눈시울이 붉어진 정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응?"
"그건 옳지 않아요. 저는 오빠랑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했어요."
"그렇긴 하지만 평점 2.9도 잘 본 거야. 원래는 그것보다 안나왔잖아."
"그래도 싫어요. 제 노력으로 얻지 못한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아니···."
[정음양이 생각보다 자존심이 세군요.]
'그러게. 난 결과와 상관없이 사귀어 줄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용납이 안되나 봅니다. 스스로가.]
"오빠는 저한테 최선을 다 했어요. 제가 기대에 충족하지 못 한 거고요."
"네가 노력했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어."
"때론 노력보다 결과가 중요한 거예요. 제가 공부를 못 해서 받은 결과니까, 감내할게요."
"저, 정음아."
어느새 눈물을 그친 정음이 도훈에게 말했다.
"대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뭔데?"
"이번 중간 고사는 망쳤지만, 기말 고사에 다시 3.5에 도전할 게요. 그때 목표를 이루면···."
"응. 알았어. 그러자."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미안해요. 제가 오빠에 비해 너무 못난 사람이라."
"아니야,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정음은 진심으로 도훈을 대단한 선배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회장으로서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시험 기간 대충 술렁술렁노는것 같은데도 단대 수석을 유지하는 엄청난 능력. 그에 비하면 자신은 평균도 못 미치는 그저 그런 성적밖에 안 됐으니까.
도훈이 정음을 위로했다.
"난 너같은 천재를 본 적이 없어."
"천재요? 제가요? 혹시 놀리시는 거 아니죠?"
"넌 운동의 천재잖아.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하는 진짜 엘리트체육인."
"그, 그치만···. 머리로 하는 건···."
"운동도 결국 지능이 높아야 하는 거야."
"정말요?"
"그래. 교육학 시간에 안 배웠어? 하워드 가드너에 따르면 다 중 지능이론이라고 해서, 인간의 능력을 8가지로 세세하게 구분하잖아."
"아···."
"그중에서도 너는 운동 지능에 있어 천재적인 자질을 갖춘 거지."
"···여자인 제가 자지를?"
"아니 자지 아니고 자질!"
[아니 이게 무슨···.]
'으으, 빡대가리 같으니.'
"암튼, 넌 운동 지능이 너무 뛰어나니까, 다른 것이 조금 부족할 수 있는 거지. 신은 원래 공평하거든."
말 실수를 한 탓에 얼굴이 빨개져 있던 정음이 조용한 목소리로 도훈에게 되물었다.
"근데 오빠는 다 잘하시잖아요."
"응?"
"오빠는 몸으로 하는 것도 잘하고 머리도 좋으시고···."
"아니야. 내가 장담하는데 몸으로 하는 건 너한테 발끝에도 못미쳐."
"너무 겸손하시네요. 제가 오빠를 아는데."
"진짜라니까? 그럼 한 번 붙어 볼래?"
"뭐, 뭘요?"
"몸으로 하는 걸 누가 더 잘하는 지."
정음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도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벤치에서 일으켰다.
"따라와. 진짜 몸 천재가 누구인지 한 번 증명해 보자고."
두 사람은 학생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도훈에게 끌려가는 정음이 당황하며 말했다.
"혹시 차 타러 가시는 거예요? 아직 오후 수업이···."
"그냥 째. 나도 수업 쨀 테니까."
"저, 정말요? 괜찮으시겠어요? 출결도 분명 성적에···."
"한 학기에 한 두번 결석한다고 성적이 깎이진 않아. 설마 정음이너 나랑 같이 가기 싫은 거야?"
"그. 그럴리가요. 저는 상관없는데 괜히 저 때문에 오빠가 피해 입으면 제가 곤란하니까요."
"남은 오후 수업은 체육교육과 전공수업이야. 우리과 교수님이라 출결도 그렇게 빡빡하게 굴진 않을 거고."
"아···. 다행이네요. 근데 저희 어디 가요?"
"차에 타면 알려줄게."
정음은 도훈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후 수업을 째고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이, 뭔가 일탈을 벌이는 것 같아 짜릿한 흥분감을 주었다.
[뭐하시려고요?]
'다 들었잖아. 몸 천재 대결하러 가는 거지.'
[수업도 째시고요?]
'그깟 수업이 중요해? 시험 망친 정음이 위로하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지.'
[하긴 주인님이 중간 고사 성적을 너무 잘 받으셔서 교수님들도 딱히 뭐라고 하진 않을 것 같네요.]
도훈이 교정을 벗어나더니 곧 10분 거리에 있는 인근의 모텔촌으로 차를 돌렸다. 정음도 점점 눈에 띄는 모텔 간판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 오빠. 혹시 지금 가려는 곳이···."
"맞아. 무인텔 갈거야."
"허, 헉! 저, 정말요? 수업도 째시고요?"
"왜? 누가 더 몸 천재인지 붙어 보기로 했잖아. 그럴거면 조용한 곳이 좋을 것 같아서."
"몸 대결이라는 게···. 혹시 그거였어요?"
무인텔 주차장 앞에서 차를 세운 도훈이 정음에게 말했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학교로 차 돌리자. 난, 네가 시험 결과에 너무 우울해 하는 것 같아서 위로해 주고 싶었어."
"오, 오빠···."
"간만에 보니까 당기기도 하고."
"그, 그건···."
정음이 진짜로 얼굴이 빨개지더니 이젠 도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얼른 결정해. 차 돌려 말아?"
"가, 가요."
도훈이 씩 웃더니 무인텔에 차를 주차했다.
자동으로 내려간 셔터를 보며 정음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근데 진짜로 여기서 무슨 대결을···."
"올라가서 말해줄게."
정음을 데리고 대낮부터 무인텔에 입성한 도훈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일단 씻을까?"
"오, 오빠···."
"뭐, 귀찮으면 안 씻어도 나는 상관없고."
"오, 오빠. 갑자기 이러시니까 조금 당황스러워서···."
옷을 벗던 도훈이 갑자기 정음의 허리를 얼싸 안았다.
"나 안 보고 싶었어?"
"보, 보고 싶었죠."
"사실 저녁에 따로 볼까 했는데, 같이 있으니까 너무 하고 싶더라고."
"아, 아···."
"또 정음이 네가 너무 우울해해서 위로해 주고 싶기도 하고."
"아니에요. 아까는 조금 울적했는데, 이젠 괜찮아요. 다시 목표가 생겼으니까요."
"난 지금 사귀어도 상관없어. 진심이야."
정음이 도훈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소곤거렸다.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싫어요. 오빠에게 제가 부족한 사람같아서요."
"넌 조금도 부족하지 않아. 늘 차고 넘치는 사람이었어. 나한테는."
"오, 오빠···."
"정음아.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내신 성적이 좋다고 임용을 잘 볼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마음···."
"그렇지. 앞으로 임용까지 이르는 길은 길고 험난할 거야. 때론 포기하고 싶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결국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간 교단에 서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있을 거야."
"오빠···."
"난 이번 시험에서 그걸 너에게 가르치고 싶었어."
"고마워요, 오빠."
정음이 고개를 들더니 도훈에게 키스했다.
입술이 부딪히자 그 순간부턴 속전속결로 전개되었다.
입술을 서로 떼지도 않고 옷을 훌렁훌렁 벗고 침대로 직행하는 묘기를 선 보인 두 사람은, 어느새 침대에서 알몸으로 서로 껴안고 마주보고 있었다.
"음, 정음이 넌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야.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에이, 괜히 위로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말이야. 내가 아는 최고의 몸 천재니까."
"제가요? 어느 부분이요?"
"가령···. 너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빠가 시험에 나온다고 찍어 주셨던 거 정말로 나와서 다 풀었거든요? 근데 막상 결과를 보니까 제가 제대로 답을 못 외웠었나보더라고요. 전 다 맞은 줄 알았는 데···."
"처음이라 그랬을 거야. 그런 공부 방식이 낯서니까. 아마 기말때는 훨씬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고마워요."
"아무튼 넌 다른 건 몰라도 몸으로 하는 건 열, 아니 백개도 잘해 내더라고."
"제가 언제요?"
"음, 예를 들면··· 이런?"
도훈이 그녀를 안고 몸을 뒹굴더니 여성 상위자세처럼 바닥에 깔렸다.
위에 올라탄 정음을 보며 도훈이 그녀의 머리를 밑으로 살짝 내렸다.
도훈의 뜻을 이해한 정음이 혀를 굴리며 배를 타고 미끄러지더니 빳빳하게 발기된 대물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 오, 오빠. 뭔가 이상해요."
"응?"
"조, 조금 커진 것 같기도?"
업그레이드 이후 처음 보는 정음은 도훈의 대물이 예전보다 더 커진 것을 확연히 느꼈다.
길이는 18센티에서 10% 정도 커진 20센티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두께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쉽게 말해, 직경 자체가 커지면서 딱 봤을 때 묵직한 몽둥이가 달려있는 형국이었다.
"기분 탓일 거야. 오랜만에 본 거잖아."
"그, 그런가요?"
정음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입을 내밀어 도훈의 귀두를 살포시입에 담았다. 하지만 입에 넣자마자 정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화, 확실히 커졌어. 느낌이 달라.'
정음은 몸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했고, 신체 기억력 또한 빼어난 편이었다. 자신이 한입에 대물을 물었을 때 턱이 벌어지는 각도가, 예전보다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것도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건가? 그럼 오빠가 나중에 서른살이 되면···.'
정음이 엉뚱한 생각을 하며 천천히 오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