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 ex wife-8-
집에서 나올 때 미리 샤워를 하고 왔는지 김 비서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진하게 퍼지며 후각을 자극했다.
'박히러 온 거 맞네. 몸도 깨끗이 씻고 왔어.'
[원래 외출할 때 샤워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닙니까?]
'샤워 정도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욕조에 몸 담그고 입욕제까지 푼 것 같아.'
[그걸 구분하신다고요?]
'후각이 원체 예민하니까.'
[정말이지 주인님은 오감으로 다 느끼시는군요.]
도훈은 양쪽 젖꼭지를 번갈아 빨아주며 가슴을 애무했다. 동시에 허리도 쉴 새 없이 흔들며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아, 아앙···. 너, 너무 좋아요."
어느새 새로운 대물에 적응을 마친 김 비서는 숨을 헐떡일 만큼 좋아했다. 도훈은 이에 뿌듯하게 하며 좆방망이를 쉴 새 없이 흔들며 김 비서를 꾹꾹 눌러주었다.
"하읏, 하읏!"
"뒤로 돌아볼래?"
"네."
김 비서가 소파 손잡이 부분을 짚고 엎드리자, 도훈이 뒤에서 후배위 자세로 박아주었다.
굵직한 잦이가 꽝꽝- 들어박힐 때마다 김 비서가 오열하며 신음을 토해냈다.
"흐아아아앙! 도, 도훈씨!"
"으으, 쌀 것 같아."
"안에 해주세요. 저 괜찮아요."
도훈은 그녀가 배란기임을 알고 있었지만, 괘념치 않고 정액을 싸질렀다.
"으읏!"
울컥-!
간밤에 5번이나 사정을 했지만, 또 다시 정액이 밀려나오며 김비서의 질 안을 가득 채웠다.
"하아···."
김 비서는 소파에 머릴 처박고 한동안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진한 여운을 즐겼다.
질펀한 섹스가 끝나고 김 비서가 몸을 씻고 나오자 도훈이 물었다.
"나이 먹고 다시 공부하려니까 힘들진 않아?"
"힘들긴요. 그냥···. 모든 게 너무 감사해서···."
"맞다. 민수한테 혹시 나랑 있었던 이야기 다 보고하는 건 아니지?"
원래 김 비서는 조폭인 민수가 도훈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붙여 준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도훈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 아니에요. 저는 이제 도훈씨의 비서니까요."
"정말? 월급은 여전히 그쪽에서 받는 거 아니야?"
"돈은 이제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김 비서는 진심인 것 같았다.
'민수가 알면 실망하겠는데?'
[왜요?]
'자기 사람인 줄 알고 나한테 심어놨는데, 김 비서가 이젠 완전히 내 여자가 되어 버렸잖아.'
[딱히 신경 쓰지 않지 않을까요? 주인님께 호의를 베풀기 위해내어준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나중에 무슨 부탁을 할지 모르겠군.'
[제 생각에는 조폭하고 얽히는 건 주인님 신상에 좋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민수가 주인님께 잘해준다고 해도, 결국은 그도 조직 폭력배의 행동대장이니까요.]
'나도 알아. 적당히 거리를 둘 거야. 괜히 범죄에 얽히면 나만 피곤하니까.'
이번엔 김 비서가 도훈을 향해 말했다.
"맞다. 저 요새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뭔데?"
"저번에 제가 말씀드렸던 사이비 종교 교주 말이에요. 며칠 전 뉴스에 보니까 죽었더라고요."
"정말?"
"병원에 계신 아버지도 잠시 정신을 차리셨는데, 나쁜 놈이 드디어 천벌을 받았다면서 좋아하셨어요."
"그랬구나. 다행이네."
[주인님이 대신 복수했다고 왜 말씀을 못 하십니까?]
'됐어. 뭘 그런 걸 꼬치꼬치 떠벌이겠어. 사람 죽인 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장만석은 어차피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인간이길 포기한 뱀파 이어였죠.]
'암튼, 굳이 밝히고 싶진 않아.'
도훈은 입을 다물었지만, 김 비서가 예리하게 물었다.
"혹시···."
"응?"
"도훈씨랑 관련 있는 건 아니죠?"
"나랑? 왜?"
도훈은 눈치 빠른 김 비서에게 속으로 놀라면서도 태연한 척했다.
"왜 그때, 교회 위치가 어디냐고 저한테 물어보셨잖아요. 마침 공교롭게 목사가 죽으니까···."
"에이, 아니야. 내가 설마."
"그쵸?"
김 비서는 도훈이 연관이 없다고 하자 오히려 기뻐하는 눈치였다.
"다행이에요. 괜히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
"도훈씨가 저 같은 사람 때문에 살인자가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
"너 같은 사람이 뭔데?"
도훈이 살짝 흥분하며 물었다.
"아, 아니···. 그냥 저는···."
"김 비서. 아니, 희진아. 사람은 누구나 평등한 거야. 네가 비서라고 해서, 내가 너보다 더 대단하거나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야."
"죄, 죄송해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러니까 스스로를 보다 존귀하게 여겨. 난 자존감 없는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아···."
"알았지?"
"네, 도훈씨."
잠깐의 휴식 후 기운을 차린 도훈이 열과 성을 다해 다시 희진을 품어주었다.
간만의 섹스에 혜진은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 * *
'하루에 8번이라니, 이건 좀 힘들긴 하네.'
밤새 구혜진과 5번의 섹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낮부터 또 김 비서와 회포의 3연속 섹스.
소 불알처럼 부풀었던 고환도 어느새 호두알처럼 쪼그라들었다.
정액을 바닥까지 긁어낸 것이었다.
"으으, 너무 힘을 많이 쓴 것 같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니야. 꼭 김 비서 때문인 건."
"네?"
"아니 내가 좋아서 한거니까."
"네, 도훈씨. 피곤하시면 눈 좀 붙이고 계세요. 저는 남은 청소마저 해 놓을게요."
"넌 안 피곤해?"
"저야, 일주일 치 몰아서 한거잖아요. 후훗-."
"아. 그렇군."
[희진양이 의외로 체력이 좋은 편이군요.]
'그보다는 내가 마지막에 정력이 달려서 제대로 못 해준 것 같아. 밤새 구혜진에게 시달리고 왔더니 나중엔 정액이 평소의 반밖에 안 나오더라고.'
[내공으로 정력이 보강되긴 했지만 오늘은 너무 무리하신 것 같긴 합니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도훈은 몰려오는 피로감에 김 비서에게 잠시 눈을 붙인다고 말하고는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새벽부터 쉼 없는 섹스로 인해 심신이 피로해진 상태였다.
'그래도 8번이면 기록 아니냐? 예전에 최대 5번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무리하면 가능은 했습니다. 지금보다야 훨씬 지쳤겠지 만요.]
'잠깐 쉬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
도훈은 침대에 눕자마자 스르륵 눈을 감고 말았다. 도훈이 잠이든 모습을 지켜보던 희진이 한껏 행복한 표정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낮잠을 청하는 도훈을 두고 혼자서 넓은 집을 청소하고 있으니, 오랜만에 상봉한 주말부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후, 열심히 청소해야지?'
김 비서가 룰루랄라 청소하는 사이, 깜빡 잠이든 도훈은 모처럼 꿈을 꾸었다.
하필 꿈은 죽기 전날로 되돌아간 내용이었다.
발표 자료를 놓고 온 이정우가 기차역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꿈이 시작되었다.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이정우를, 도훈이 3인칭 관찰자의 시각에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집으로 되돌아간 이정우는 안방에서 벌거벗은 채 뒤엉킨 남녀를 발견하고 눈이 돌아갔다.
분노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며,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꿈속에서 소리쳤다.
'아, 안돼!'
하지만 말릴 새도 없이 분노에 찬 이정우가 상간남을 덮쳤다.
그러나 역으로 당하며 오히려 칼을 맞고 쓰러졌다.
이상하게도 꿈속임에도 상간남의 얼굴은 블러처리가 된 것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다만, 그 와중에도 전 마누라의 얼굴을 어느 때보다 뚜렷했다.
놀란 듯 크게 치켜뜬 눈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는 듯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죽기 직전 본 그녀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상간남에게 칼 맞고 죽었을 때,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이 컸을까, 아니면 자신의 불륜이 들키지 않았다는 데 안도했을까?
'최윤하. 저 개 같은 년이!'
죽어가는 이정우를 보며 도훈이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불끈쥐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상간남은 운동 좀 한 3류 잡배 수준의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놈 하나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도리어 칼을 맞고 죽은 이정우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저딴 눈먼 칼에 맞아 죽은 거였구나. 어이가 없네.'
이어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었다.
어두운 새벽녘.
인적이 없는 시골의 저수지였다.
이정우가 구천을 떠도는 영혼으로 있을 당시, 목격했던 장면으로 보였다.
"정말 이렇게 버려도 괜찮을까?"
"당연하지. 어디서 봤는데 다리에 돌을 묶어서 물속에 떨어뜨리면 못 떠오른다더라고. 절대 들킬 일 없어."
"흐음 아무래도 불안한데···."
차에 앉은 두 남녀가 작당모의를 하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짐칸에는 이정우의 시체가 포대에 싸여 싸늘한 주검으로 누여있었다.
그때 보조석에 앉은 윤하가 블랙박스의 전원이 꺼진 것을 확인하며 다시 물었다.
"지금이라도 토막 내버리는 게 어때? 혹시라도 나중에 시체가 발견되면 골치 아플 것 같은데."
"토막을? 왜? 니가 직접 썰게?"
"미쳤어? 내가 그딴 걸 왜 해? 당연히 남자가 해야지."
"이럴때만 남자 찾는 거 봐. 나도 싫어. 솔직히 죽이려고 휘둘렀던 건 아니었다고. 하필 찔려도 그 새끼가 재수 없게 급소를 찔렸던 거지."
사체 처리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을 영혼이 된 이정우가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 편의 영화처럼 도훈이 지켜보았다.
'씨발. 생각해보니 최윤하 저년이 날 토막 내자고 했었구나. 죽어서도 나를 욕보이려고 하다니, 천하의 썩을 년 같으니.'
결국 의견 일치가 안 된 두 사람은 사체를 돌에 묶어 저수지에 빠뜨리기로 결론 내리고 이정우의 시체를 처리했다.
풍덩-!
이정우의 시체가 물에 빠지는 순간, 도훈은 자신이 직접 물에 던져지는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물속에 내동댕이처진 것처럼 수중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손발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로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커헉, 뭐야? 내가 왜 또 죽어야 하는 건데? 난 이미 시체였잖아?'
아무리 꿈속이지만 도훈은 너무도 생생한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순간 입안으로 물이 잔뜩 들어오는 것 같았다.
"으, 으아악!"
비명을 지른 채 도훈이 잠을 깼다.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던 김 비서가 비명소리에 놀라 안방으로 뛰어왔다.
"도, 도훈씨! 무슨 일이에요?"
헐레벌떡 달려온 김 비서는 식은땀을 흘린 채 상체를 일으킨 도훈을 보자 깜짝 놀라 물었다.
"악몽이라도 꾸신 거예요? 세상에, 몸에 식은땀 좀 봐. 제가 금방 물수건 가져다드릴게요."
"아니야."
"예?"
"잠깐만 내 옆에 있어 줘."
"네."
도훈이 말에 김 비서가 도훈의 옆으로 침대에 반쯤 걸터앉았다.
"무슨 꿈이길래 그렇게 소리까지 지르시고···."
걱정하는 김 비서의 모습에 도훈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 끔찍한 꿈이었어. 다신 생각하기도 싫은."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다 지나가는 꿈이에요."
김 비서가 도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으십니까? 주인님이 그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그냥 기분 나쁜 꿈을 꿨어.' 도훈은 로시에게 자신의 꿈 얘기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복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분명 말리려 들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구원회 일로 너무 무리하셨나 봅니다. 며칠 푹 요양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다.' 김 비서를 안고 있자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었는지 도훈이 말했다.
"희진아."
"네?"
"고마워."
"에이, 뭘요?"
"그냥 다. 내 옆에 있어 줘서."
"아이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여길 어떻게 떠나요? 짐싸들고 들어올까요?"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어. 희진이 넌 공부해야지."
"괜찮아요. 도훈씨가 원하면 얼마든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악몽을 꾼 도훈을 보고 김 비서가 걱정이 들었는지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말까지 했다.
도훈은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지만, 아픈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그녀에게 식모 생활을 시킬 순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괜찮아. 나 근데 배고프다. 혹시 집에 먹을 것 좀 없을까?"
"배고프세요? 안 그래도 아까 올 때 식재료 좀 챙겨왔어요."
"정말?"
"네. 제가 금방 요리해 드릴 테니 잠깐만 쉬고 계세요."
김 비서가 주방으로 요리를 하러 간 사이 도훈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훌훌 벗었다.
꿈에서 물속에 빠졌는데, 마치 진짜로 물속에 담갔다가 나온 것처럼 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샤워하시려고요?]
'아니. 정화.'
[정화라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