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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29화 (1,909/2,000)

1929. ex wife-4-

* * *

"5번은 확실히 빡세긴 하네."

"후훗-. 단백질은 다 뽑은 거 같아?"

"뭐, 어느 정도는?"

"난 진짜로 좋았어, 도훈아. 이렇게 만족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니까?"

"그 마지막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상대가 장목사라는 건 알겠네."

"칫-. 뭐야, 그 인간 이야기는 다신 안 하기로 했잖아."

"미안."

"으이구!"

밤새 혜진과 운우지락을 나눈 도훈은 욕구를 모두 해소한 상태였다.

농담처럼 장목사를 언급하면서도 그다지 열등감이 일진 않았다.

그에 대한 흔적을 지울 만큼 가열찬 섹스를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혜진이가 물건은 물건이네. 진짜 미련 없이 다 뽑았다.

아주 대도야 대도.'

[대도요? 큰 도둑이란 말씀인가요?]

'응, 단백질 대도.'

[아하, 하긴 지금의 주인님을 감당해내는 여자는 정말 드물 것 같긴 합니다. 내공이 상승하면서 정력도 일취월장하셨더군요.]

'그런가? 내공이 짱이긴 하네. 암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혜진이한테 발목 잡혀서 구원회에 머물렀다간 절대 여기서 못 벗어 날 것 같아.'

사실 도훈도 혜진이 싫지는 않았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완벽에 가까운 여자였고, 도훈에게 누구보다 잘 해줬다.

도훈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수많은 좆집 중에 하나의 옵션이 더 생긴 정도라면 혜진은 그를 하나뿐인 지아비로 여기는 느낌이었으니까.

다만 도훈은 새로운 미션과 업적을 위해 하루빨리 교회를 떠나야만 했다.

그는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안주하기엔, 구원회는 그에게 너무 좁았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으니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아닙니까?]

'그거나 그거나.'

결심을 굳힌 도훈이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혜진을 향해 말했다.

"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하아. 결국은 떠난다는 거구나.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혜진은 이번이 마지막 섹스임을 예감했다는 듯이 섭섭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붙잡아서 잡힐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애걸복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원히 떠난다는 건 아니고. 지금은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거든."

"그게 뭔데?"

"졸업."

"으, 응?"

좀 더 거창한 목표를 떠올렸던 혜진이 벙찐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졸업이라니? 설마 대학 졸업 말하는 거야?"

"응."

"아니, 그게 무슨···."

혜진으로서는 쉽게 납득 할 수 없는 이유였다.

대학을 졸업하려는 이유가, 좋은 직장을 구해 돈을 많이 벌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이라면 이미 구원회에선 그것을 모두 이룰수가 있는 것이다.

돈이라면 혜진에게 썩어 넘치게 많았고, 교회에서 주요 간부직을 맡게 된다면 직업으로 쳐도 크게 모양 빠지지 않았다. 꼭 교인 이 되어야만 교회 사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막말로 적당한 감투 하나 달아주고, 자신의 기둥 서방 노릇만 해도 평생을 놀고 먹으며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다.

"그런 이유라면 너무 황당한데? 적어도 내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알려줘야지."

혜진이 섭섭한 듯 볼멘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도훈이 다른 핑계를 댄다고 오해했다.

도훈이 다시 설명했다.

"약속을 했어."

"약속이라니? 누구랑?"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에게."

"지금의 너? 부모님?"

"아니 그건 아니고. 아무튼 난 지금 다니는 대학을 꼭 졸업해야 해. 그게 나에게 부탁한 유일한 소망이었거든."

"아니 무슨···."

서울대를 나온 혜진에게 도훈이 다닌다는 대학은 솔직히 대학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고작 그런 2류 대학 졸업을 위해 자신의 곁을 떠난다는 게 영 마뜩잖은 얼굴이었다.

"도훈아. 난 솔직히 네가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어."

"뭐?"

"이해한다고. 나도 과거가 그리 떳떳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이제야 널 알게 되었잖아. 그러니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어. 정리하고 돌아올때까지."

"아니,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자신이 없거든."

"응?"

"질 자신이. 네가 누굴 만나든 나 같은 여자는 두 번 다시 못 만날테니까."

[헐, 자신감이 아주···.]

'좀 재수 없긴 하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니네. 지금의 혜진은 대한민국에서도 손꼽을 만한 젊은 리더일 테니.'

재벌급 재산에, 10만 구원회의 대표. 그리고 빼어난 미모와 타고난 음탕함까지.

혜진의 자신감은 충분히 이해될만 한 구석이 있었다. 도훈이 누굴 만나든 어차피 자신에겐 상대가 안된다고 여길 법도 했다.

'근데 다른 여자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졸업해야 해서 대학으로 복귀하는 건데 영 믿질 못하는구나.'

[저라도 핑계처럼 들릴 것 같습니다. 차라리 다른 여자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혜진양이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나?'

"뭐, 암튼. 진짜로 가야 해."

"알았어. 어차피 나도 한동안은 정신없이 바쁠테니, 너도 얼른 주변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

"그게 아니라···."

"그치만 오래는 못 기다려. 네가 안 돌아오면 내가 널 찾아갈거야."

[아주 막무가내군요. 무조건 주인님을 자기 손에 넣고 말겠다는 각오네요.]

'그래. 뭐, 알아서 오해하라지.'

도훈은 도저히 그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녀가 믿고 싶은 대로 두었다. 더 입씨름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고마운데.'

[네? 헤진양에게요?]

'응. 내 능력을 봤는데도 전혀 티를 내지 않잖아. 궁금할 텐데 딱히 묻지도 않고.'

[주인님이 감추려 한다는 걸 알았나 봅니다. 아니면 장만석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졌을 수도 있고요.]

'시야가 넓어지다니? 그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았단 소리야?'

[꼭 그건 아니더라도, 장만석의 정액으로 만든 성수라든지 몇가지 능력들을 곁에서 목도했을 겁니다. 그러니 세상에 기인이사가 많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테죠.]

'호오.'

[주인님도 처음 절에서 쌍둥이 스님을 보고 나서야, 일반인 중에 내공을 다루는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잖습니까? 세상은 본인이 경험한 만큼 느끼기 마련이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튼 혹시나 캐물으면 상식 개변으로 틀어막으려 했는데, 입이 무거워 보여서 그럴 필요까진 없겠어.'

[이번엔 무사히 넘어갔지만 힘을 쓰실 때는 늘 경계하고 조심하셔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정체가 세상에 밝혀졌다간 큰 혼란이 올테니까요. 그 책임도 주인님이 져야하고요.]

'그래. 명심하지.'

도훈은 혜진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원래는 마지막 밤을 함께하고 떠나려 했으나, 5번이나 섹스를 하는 동안 어느덧 환하게 아침이 밝아져 있었다.

"이제 진짜로 가야 할 것 같아. 다음에 또 보자고."

"응. 연락 안 하면 진짜로 내가 먼저 연락할 거야. 알았지?"

"잘 있어!"

* * *

간만에 집으로 돌아온 도훈은 오늘인 토요일인 주말이라는 데 감사했다.

'나이스. 학교도 안 가도 되고, 집에서 아이템 확인하면 딱이겠다.'

[장만석의 아이템을 테스트해볼 생각입니까?]

'응. 그때 스무 가지 넘게 털어왔잖아.'

[종류는 많았지만, 절반 이상은 포션 종류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일단 저번에 말한 마법 감정 스크롤 좀 구매해줘.'

[넵!]

며칠만에 집으로 돌아온 도훈은 문득 집이 너무나 좁게 느껴졌다. 장만석의 대저택에 머물다 보니 자신의 넓은 2층 주택마저 상대적으로 비좁게 보이는 것이었다.

'쩝. 그나저나 혜진이한테 뽀찌라도 좀 받아올 걸 그랬나?'

[돈도 많으신 분이 갑자기 왜 안 하던 돈 욕심을 부리십니까?]

'장만석이 숨겨놓은 재산이 1조가 넘는다잖아. 그 돈을 혜진이 혼자 다 꿀꺽했는데.'

[혜진양은 혼자 사리사욕을 챙길 타입으론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교회를 정상화하면서 그 동안 착취했던 신도들에게 다시 돌려줄 계획이겠죠.]

'흐음, 그런가.'

[그래도 주인님은 장만석의 아이템을 챙기셨잖습니까? 그건 어떤 면에서 돈보다 값진 물건입니다.]

'그래. 어디 한번 전리품 좀 꺼내 보자.'

2층의 트레이닝 룸에 자릴 잡은 도훈은 인벤토리에 쑤셔 박았던 장만석의 유품(?)을 하나씩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인벤토리에서 인벤토리로 옮기는데 급급해서 몰랐는 데, 넓은 바닥에 펼쳐놓고 나니 구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그 양이 엄청났다.

'와씨, 무슨 얘는 약쟁이였나봐? 뭔 놈의 포션이 이렇게 많담?'

가지런히 정리된 포션은 조그만 약병 정도의 크기에 각양 각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색깔별로 구분해도 모두 10종류가 넘었다. 약병의 수도 100여개는 훌쩍 넘어 보였다.

[마법 감정 스크롤이 준비되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건데?'

[스크롤은 소모품입니다. 확인하고 싶은 아이템을 지정한 뒤 스크롤을 찢으면 내용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됩니다.]

'스마트 워치에?'

[네.]

'어디 그럼 제일 양이 많은 푸른색 병부터.' 도훈은 푸른색 포션을 앞에 놓고 스크롤을 찢었다. 포스트잇 크기의 스크롤이 찢어지자 갑자기 화르륵 타오르며 사라졌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마법적인 현상인 것 같았다.

[디스플레이에 아이템이 표시되었습니다.]

'어디 보자.' 도훈은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설명을 쭉 읽었다.

[ITEM] 마나 회복 포션(소모품)

-섭취 시 고갈된 마나를 회복시킨다.

-마나의 회복량은 절대량에 따라 다르다.

'오, 마나 회복 포션이라고?'

[기성품과는 살짝 다르군요. 아마도 장만석이 연금술로 제조한 물건 같습니다.]

'어떻게 다른데?'

[장만석의 포션이 마켓에서 판매하는 포션보다 더 진하고 양이 많습니다. 아마도 회복량에 초점을 두어 직접 개량한 듯 보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이것만 있으면 저번처럼 마나가 달려서 스킬을 못 쓸 일은 없는 건가?'

[꼭 그렇진 않습니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니까요.]

'뭔 소리야?'

[포션을 마신다고 0에서 100까지 바로 마나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회복하는 시간을 앞당겨줄 뿐이죠.]

'에잉? 그럼 이게 무슨 쓸모야?'

[그래도 마신 쪽이 훨씬 빠르게 마나를 회복합니다. 포션을 섭취하면 고갈된 마나를 빠른 시간안에 회복시킬 겁니다.]

'오케이, 아무튼 이건 따로 챙기고.'

도훈은 감정으로 확인한 아이템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차곡차곡정리했다.

인벤토리는 쉽게 말해서 원룸 사이즈의 빈 방에 물건을 쌓아놓는 4차원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위치를 특정하지 않으면 한 번에 물건을 못 빼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도훈은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린 것처럼 특정 위치에 바로 손을 뻗을 수 있게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편이었다.

도훈은 스크롤을 찢어가며 각종 포션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어떤 포션은 부작용이 너무 심해 쓰지 못할 것도 있었고, 또 어떤 포션은 기성품과 크게 다를게 없는 것들도 있었다. 특히 활력의 비약이라 명명된 포션은 수명을 10%나 줄여버리는 부작용 때문에 모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만석은 짠돌이였던 모양이야.'

[짠돌이라뇨?]

'포인트를 주고 사면 그만인 것들까지 일일이 자기가 제조해서 사용했잖아.'

[그것보다는 플레이어에서 탈주하면서 마켓을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응?'

[당연한 얘기지만 플레이어 자격을 상실하면 마켓에 대한 이용 권리도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렇구나. 장만석은 그럼 포션을 구할 데가 없어서 자기가 직접 만들어 썼던 거구나.'

[포션은 일단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포션에 대한 감정을 마친 도훈은 이번엔 다른 아이템을 감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감정한 것은 나침반 형태의 물건이었다.

겉으로만 봐선 전혀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이건 무슨 찾아라 드래곤볼인가?'

[네?]

'아니. 어릴때 만화에서 봤던 거랑 비슷하게 생겨서.'

[우선 감정부터 해 보시죠.]

[ITEM] 처녀 탐지기

-반경 500M 이내의 생물학적 처녀를 탐지하여 좌표평면상에 표시합니다.

-동서 남북의 위치는 표시되지만 고저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도훈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미친. 진짜로 탐지기였네? 그것도 처녀를 찾는?'

[장만석이 이 아이템을 이용해 마지막 제물을 찾아간 것이었군요.]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냐? 무슨 처녀를 찾는 아이템까지 만들었담?'

도훈은 장만석의 변태적인 취향을 비난하면서 몰래 인벤토리에 탐지기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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