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구원회-128-
2층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 영미는 밑에서 사달이 벌어졌을 당시부터 이미 잠이 확 깬 상태였다.
'으으, 어떻게 하지? 비명을 지르면 나를 해치려 들지 몰라.'
도둑이 강도로 변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목격을 안했으면 단순절도로 끝날 사건이, 목격자의 유무로 살인 사건으로 발전하는것.
이를 떠올린 영미가 잠든 척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몸만 봐도 그녀가 잠든 시늉만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다리를 밟고 이층 침대로 기어 올라온 장만석은 그런 영미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웃긴 계집애로군. 누가 잠든 척 하면 모를 줄 알고?'
장만석이 영미의 얼굴 가까이 코를 대고 킁킁대기 시작했다. 피부의 살결 냄새를 맡으면, 처녀인지 분간할 수 있었다. 원래는 없던 능력이었으나, 뱀파이어가 되면서 획득한 능력 중 하나였다.
원래 뱀파이어는 이성의 피를 흡혈하면서 힘을 유지하는데, 그중에서도 순결한 육신이 훨씬 강력한 힘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장만석에게 처녀와 비처녀는 몸에서 나는 체취부터 달랐다.
킁킁계속 냄새를 맡던 장만석이 희번덕 거리는 웃음을 띄었다.
'찾았다. 처녀다!'
장만석이 확인을 위해 영미의 얇은 목을 조를것처럼 움켜쥐었다. 계속 잠든 시늉을 하던 영미도, 그때만큼은 버티지 못하고 컥컥 거리며신음을 토했다.
"컥, 사, 살려주세요!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쉿-. 내가 묻는 질문에만 대답하라. 너는 처녀인가?"
"저, 저는···."
"대답해. 남자랑 한 번도 자본 적 없지?"
영미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장만석이 무슨 의도로 묻는 지도 모르고, 힘겹게 고개만 끄덕였다.
"마, 맞아요. 처녀예요."
"흐흐흐흐. 마침내 찾았구나. 내 너를 찾고 있었노라."
"커, 컥-. 풀어주세요, 수, 숨을 못 쉬겠어요."
장만석이 목을 움켜쥐던 손을 풀더니, 영미의 배를 깔고 올라탔다.
"꺄, 꺄악-!"
영미가 비명을 지르자 장만석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조용히하는 게 좋을 거야. 내 마지막 제물이 된 것을 어여삐여겨 목숨 정도는 살려줄지 모르니까."
"읍, 읍읍!"
영미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공포에 질렸다.
붉은 동공을 가진 괴한은 딱 봐도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디, 그럼 처녀가 맞는지 한 번 확인해 볼까?"
장만석의 손이 영미의 잠옷 바지를 끌어내리더니 팬티 안으로 파고 들었다.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영미는 저도 모르게 애액을 흘려대고 있었다. 성폭행 당하는 여자들이 흔히 보이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성기가 다치지 않도록 윤활제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오해한 장만석은 벌써 촉촉해진 영미의 음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멋대로 지껄였다.
"크크크···. 냄새를 봐선 처녀가 확실한데, 보기보다 음탕한 계집애였구나.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젖어서야, 쯧쯧."
활력의 비약으로 육신이 젊어진 장만석은 평소와 달리 성욕이 머리끝까지 차올라있었다. 장만석은 처음 그것이 약의 부작용인 줄 알았지만, 그것보다는 뱀파이어가 가지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저녁이 되면 성욕이 배로 끓어 오르는 특성 때문에,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분비가 활성화되고 덩달아 성욕도 차오르는 것이다. 순혈은 이를 억제할 수 있지만, 잡종들은 이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으으, 좀 더 즐기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마."
장만석이 영미의 다리사이로 내려오더니 입고 있던 바지를 벗지도 않고 지퍼만 끌어내려 발기된 잦이를 끄집어 냈다.
장장 30cm에 달하는 대물이 바지 속에서 툭 튀어나오자, 영미는 금방이라도 까무러칠것처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남성의 발기 된 성기를 태어나 처음보는 그녀였지만, 장만석의 대물이 너무나 크다는 것 정도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너, 너무 커! 거기가 찢어지고 말 거야.'
놀란 영미가 어떻게든 장만석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혹시나 소란을 듣고 옆방이나 다른 층에서 사람들이 구해주기 위해 달려올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미가 저항하자 장만석은 인정사정없이 그녀의 복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퍽-!
"끄억-!"
배빵을 맞은 영미가 고통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너무나 아파서 기절할 것 같은 충격이 밀려왔다.
"분명 조용히 하라고 했을텐데? 정녕 네년이 죽고 싶은 게냐?"
"흐, 흐윽, 사, 살려···."
"조용히만 있으면 죽이지는 않아. 난 시간하는 취미는 없거든.
하지만 한 번더 그딴 짓을 벌였다간 그땐 정말 얼굴을 뭉개주마."
"으, 읏."
"다리를 활짝 벌리거라."
"아, 아아···. 제, 제발···."
"이 계집년이 제 주인도 몰라보고 말을 안 들어 처먹는 구나!"
장만석은 구원회의 교주로서, 구원회의 모든 여신도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했다. 마치 일국의 왕처럼,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교회내의 모든 여자들을 눕힐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영미는 그가 장만석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얼굴도 전혀 달랐고, 몸 또한 너무 젊었다. 따라서 그가 '제 주인'이라고 하는 소리도 미친 사람의 미친 소리 쯤으로 흘려들었다.
'제, 제발 아무라도 누가 절 구해주세요!'
장만석의 몽둥이같은 대물이 영미의 구멍으로 진입하기 직전.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다.
"네 이놈, 장만서어어억!!!"
벌컥 문을 열고 뛰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도훈이었다.
1층 침대에서 목을 찔려 죽은 시체를 발견한 도훈이 강렬한 적개심으로 이글거렸다.
"찾았다, 이 개자식!"
* * *
임예령으로부터 입소자 명단을 받은 도훈은 계단을 뛰어 오르던 중 진한 피냄새를 맡았다. 보통 사람의 후각이라면 절대 감지 될 수 없는 혈향이었으나, 도훈은 그것이 막 죽은 시체에게서 나는 피냄새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장만석이 이미 여자 합숙소내로 침투했음을 깨달은 도훈이 미친듯이 달려와 영미가 강간당하기 직전 421호의 문을 벌컥 열어 젖힌 것이었다.
"찾았다, 이 개자식!"
도훈이 전광석화같이 움직였다. 그는 2층 침대 위에 있는 장만 석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창문밖으로 집어 던졌다.
비좁은 방에서 운신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여기서 전투를 벌였다간 괜히 애꿎은 희생자가 생길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쨍그랑-!
4층 높이에 다이빙하듯 날아간 장만석은, 인간 로켓이 된 것마냥 먼 거리를 튕겨 나갔다.
그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벌컥 문을 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몸으로 유리창을 깨고 하늘을 날고 있는 상태가 되다보니 어이가 없다 못 해,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이게 뭐야 갑자기?'
그나마 활력의 비약으로 육신을 젊게 만들었기 망정이지 평소병악한 몸으로 4층 높이에서 맨 바닥으로 추락했으면 바로 즉사였다.
장장 30~40여 미터를 튕겨 나간 장만석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겨우 몸을 멈춰 세웠다. 그나마 뱀파이어의 능력이 있었기에 엄청난 충격에도 죽음을 면할 수 있었지만, 한방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은 것은 분명했다.
"크헉-! 넌 누, 누구···!"
장만석은 말을 채 잇지도 못했다. 자신을 들어서 창밖으로 집어던진 도훈이, 어느새 따라와 자신의 가슴팍에 날라차기를 해버린 것이었다. 장만석을 내던지면서 동시에 자신도 몸을 날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추락하자마자 또 다시 극심한 충격을 받은 장만석이 또다시 수십미터를 튕겨 뒤로 나자빠졌다. 몰아치는 공격에 장만석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어억!"
커다란 나무에 몸을 부딪히고야 겨우 멈춰선 장만석은, 날아차기에 얻어맞은 가슴팍이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울컥 피를 뿜었다. 평상시의 그였으면 방금 발차기 한 방으로 즉사였다. 물론 지금도 죽을 뻔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이런 미친 놈!"
일부러 최대한 인적드문 공터로 장만석을 내몬 도훈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정작 미친 놈은 네놈 아니야 장만석? 뱀파이어가 된 것도 모자라, 이젠 무고한 사람까지 죽여? 그것도 네 신도였던 사람들을?"
"네, 네놈은 누구냐? 헌터인가?"
"죽을 놈이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근데 의외로 튼튼하네? 구혜진 말로는 내일 죽어도 자연사일 정도로 맛이 갔다고 하던데, 내 공격을 버텨내다니. 흐음, 아직 진혈의 뱀파이어가 된 것 같진 않은데···."
도훈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자 장만석은 어이가 벙벙한 표정이었다.
상대가 자신에 대해 완벽히 조사를 마친 상태로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크흑, 잠깐! 공격을 멈춰라. 내 너에게 섭섭지 않은 제안을 하겠다."
"뭐라고?"
[주인님.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지금이 장만석을 처단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 그래. 어차피 플레이어는 신들의 장난감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 내가 너에게 그 굴레를 벗어나 탈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마. 어떠냐? 나를 살려다오."
입가에 가득 피를 흘리던 장만석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도훈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장만석에게 다시 물었다.
"탈주하는 법?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지?"
"족쇄에 걸린 플레이어의 삶보다 탈주자의 삶이 훨씬 즐겁기 때문이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주면, 플레이어만 신이 있는 게 아니다. 이 쪽에도 나름···."
도훈이 잠자코 듣고 있는데, 사방에서 갑자기 핏물이 탄알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혈마법을 쓸 수 있는 장만석이, 뱀파이어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피를 이용해 암습한 것이었다.
바닥에 흘린 피를 끌어모아 폭탄처럼 쓰는 기술이었는데, 뱀파 이어의 피는 굉장한 독성이 있어 일반인은 피부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중독에 빠질 정도였다.
난데없이 피 폭탄을 뒤집어 쓴 도훈의 온 몸이 상처라도 난 것처럼 전신이 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본 장만석이 마침내 껄껄웃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 방심하다 당했구나!"
"···뭐래 병신 새끼가."
피를 뒤집어 쓴줄 알았던 도훈의 몸 주위로 은은한 푸른색의 오라가 빛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호신강기를 발동해 피를 뒤집어 쓰는 것을 차단한 것이었다.
심지어 피를 뒤집어 쓴다고 해도, 잡종 뱀파이어의 독성으론 도훈에게 조금도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예상외로 시시한 장만석의 능력에 도훈이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
"진혈의 뱀파이어가 아니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정액으로 쓸데없는 물건을 만들 줄만 알지. 이거 완전 정액싸개 아니냐?"
"크헉, 너, 넌 대체···."
"장만석. 너의 악행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으니, 이제 그 대가를 받아라."
도훈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불꽃 마법을 일으킨 그의 주먹은, 불을 붙인 것처럼 화르륵 타올랐다.
장만석은 도저히 물리력으론 도훈의 상대가 안되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야해. 나에게 무슨 아이템이 있었지?'
플레이어 시절 획득한 아이템을 떠올린 장만석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록 탈주자가 되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플레이 어의 능력과 아이템만큼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흐흐. 그래, 이거면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겠군. 그때 힘겹게 업적을 수행하면서 비상탈출 아이템을 획득했기에 망정이지. 두고보자. 내가 기필코 오늘 또 다른 처녀를 구해서 네놈을 찢어 발겨 주···'
장만석이 손을 등뒤로 돌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려고 할 때였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도훈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도훈의 신형이 순식간에 흐릿해지더니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장만석의 등뒤에 나타나 인벤토리에 집어 넣던 그의 팔목을 붙잡은 것이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흐억!"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엄청난 속도에 장만석은 아이템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불타올라라."
손목을 붙잡은 도훈이 내공을 발휘해 손에 화염을 일으키자 장만석의 팔이 휘발유를 뿌린 것처럼 활활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
"뱀파이어는 심장을 뽑아내야 죽는다든가?"
도훈이 그대로 주먹을 내질러 등뒤에서 장만석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학-!
마치 스티로폼을 뚫은 것처럼 반대편으로 도훈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장만석의 심장이 잡혀 있었다. 제 눈으로 자신의 심장을 본 장만석이 기겁하는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끄으, 끄아아아아아!"
"처 늙었으면 곱게 뒤져, 이 새끼야."
빠직-!
도훈이 장만석의 심장을 맨손으로 으깨는 순간, 그의 몸이 털썩- 바닥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활력의 비약 효과가 풀린 장만석의원래 몸으로 돌아오며 급격하게 노화가 이루어졌다. 도훈의 발 밑에 깔린 것은, 볼품없이 늙어 빠진 장만석의 비루한 몸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