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 구원회-116-
"저··· 그런데 혹시 저를 전담해 주실 목자님이라는 분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미리 신상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지안이 슬슬 본색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회동은 그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던 전도사 측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최지안, 그년이 권사님을 좀 뵙고 싶어 하는데요?
-응? 왜?
-겉으로는 이것저것 교회에 대해 궁금한 걸 묻겠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남자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남자 문제?
-네. 특별 헌금을 내고 들어가는거니, 최대한 그에 걸맞는 상대를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솔직히 너무 노골적으로 밝히니까 민망할 지경입니다.
-한번 보자고 그래.
-정말요? 최근에 주거지를 강남에서 동탄으로 이사를 가서 ···. 괜히 권사님만 성가시게 하는 건 아닌지.
-괜찮아. 동산,부동산 탈탈 털어 50억은 넘을 거라며?
-네. 맞습니다. 남편이 죽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남편 소유의 재산을 공인중개사 통해 매물로 올렸다더라고요. 지금은 기소 때문에 가처분 신청이 내려져 있긴 한데, 이대로 승소하면 고스란히 그 돈을 꿀꺽하게 될 겁니다.
-이쪽에서도 견적 내봤어. 2심에선 무죄 받을 가능성이 크다더군.
-맞습니다.
-무려 50억짜리 VIP 요청인데 받아줘야지.
-송구합니다, 권사님. 제 선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고생했어. 안 그래도 사이즈가 너무 커서 내가 직접 챙겨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어차피 참회방 단골이 될 것 같은데, 나도 안면 좀 익힐 겸. 드라이브나 다녀오지 뭐.
그렇게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지안의 요청에 미숙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내밀었다.
"전담 목자가 궁금하신가 보네요. VIP를 위해 준비된 아이들 프로필이에요. 옆으로 쭉 넘겨보시면 돼요."
"아···. 한 명이 아니었군요."
"네. 물론 우리 자매님 취향에 딱 들만한 친구를 미리 뽑아놓긴 했지만, 혹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거기 프로필에 있는 친구들 모두 충분히 검증된 아이들이에요."
"아···. 역시 듣던 대로군요."
"저희 구원회는 VIP에 대해서라면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서요."
사진을 넘기던 지안이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미숙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권사님께서 미리 점찍어 둔 목자님은 어떤 분이세요?"
"잠시만요."
미숙이 사진을 옆으로 쭉 넘기더니, <박민용>이란 이름이 붙은 사진에서 멈추었다. 바로 변장한 도훈의 얼굴이 담긴 프로필 사진이었다.
"박민용 목자님, 이분인가요?"
사진을 확인한 지안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못 생겼다고도, 잘 생겼다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대학생의 얼굴이었다. 나름 얼굴을 밝히는 지안으로서는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에이스를 붙여준다더니, 호빠에 나오는 선수들만도 못한 것이다.
"네."
"혹시 이분 키가···. 아 죄송해요. 제가 다른 건 잘 안 봐도 키는 좀 보는 편이라."
"180은 가뿐히 넘을 거예요."
"오."
미숙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더니 지안에게 속삭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꽤 건실하고요."
"아···."
"물론 사진에 나오는 아이들 전부 검증된 애들이에요. 그중에서도 제가 추천드린 이 아이는···. 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지안의 청순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미숙은 그녀가 겉모습과는 달리 자신 못지않은 탕녀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봊이 벌렁거리고 있구나. 어떻게 성수를 마신 것도 아닌데 저렇게 밝히지? 도화살을 타고난 여자네.'
"그런데 좀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나이요? 대부분 20대에요."
"아니, 이 목자님이요. 박민용이라는···."
"스물 넷입니다."
"스물 넷이면 너무 어린 거 아니에요? 저랑은 띠 동갑인데."
"아유, 뭘 또 나이를 신경써요. 자매님도 무척 동안이라 20대로 보이는걸요."
"그래도···. 저는 아이도 있고···."
"그런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 목자들은 심지어 손주까지 보신 할머님한테도 최선을 다하거든요. 그리고, 지안 자매님은 관리를 잘하셔서 전혀 애 엄마처럼 안 보이세요. 어디가면 처녀냐고 번호 묻지 않아요, 남자들이?"
"어머, 호호호! 별말씀을."
'미친년. 신났네. 어떻게 저런 얼빠진 년이 돈 많은 남자를 물어서 결혼했지?' 미숙도 재판에 대해 들었기에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었다.
죽은 전남편이 키가 너무 작아 여자에게 인기가 없던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라는 사실과, 상간남과 작당해 집에서 흉기로 그를 찔러 죽인 뒤 저수지에 암매장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런 전적을 가진 여자가 눈앞에서 조카뻘인 사내를 보면서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겹기 짝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만나보니, 천하의 쌍년이었네. 저런 년은 진짜 탈탈 털어서 알거지 만든 다음에 어디 사창가에 팔아넘기면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 더 궁금한 건 없으세요? 주인 예배나 참회방 시스템같은···."
미숙이 설명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대기 중이던 비서가 급히 전화를 들고 뛰어왔다.
"권사님 말씀 중 죄송합니다. 급한 전화가 걸려와서···."
"잠시만요. 누군데?"
"부목사님입니다. 장석개 목사님이요."
"그래?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자매님. 네가 대신 설명해 드리고 있어."
"넵."
전화를 건네받은 권미숙은 커피숍 밖으로 나가면서 통화를 이어 받았다.
"목사님, 아유 저 영업중인 거 못 들으셨어요?"
-누님, 얼른 교회로 들어와봐야 할 것 같은데.
"왜요? 여기 동탄 근방이라 강남 돌아가려면 시간 좀 걸릴건데 ···. 급한 일이에요?"
-전화로 얘기할 건 아니고···.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저도 핑계를 대고 돌아갈 거 아니에요?
저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이거 50억짜리 견적이라니까요?"
-지금 50억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무래도 아버님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뭐, 뭐라고요? 장목사님이요?"
-···다른 장로들은 아직 상황을 모르니까 최대한 빠르게. 조용히 복귀해요.
"자, 잠시만요. 설마···."
뚝-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작고 하신 건. 여보세요? 장석개 목사님?"
뚜우-뚜우-
"아이씨, 싸가지 밥 말아 먹은건 애비나 자식이나 똑같네. 말도안 끝났는데 전화를 끊고 지랄이야?"
급한 연락을 받은 권미숙은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담배를 꺼내물고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씨발, 하필 이 타이밍에···. 하긴 그 영감탱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긴 했지만···.'
장만석의 부고로 짐작되는 연락에 권미숙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는 너무 급작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차기 담임 목사는 정해놓고 떠난 건가? 욕심많은 동생이 절대 가만있을 인간이 아닌데···. 우리편인 장로 들을 따로 소집해야 하나? 하아-. 돌겠네 진짜. 하필 교회를 떠나 있을 때 이런 변고가.'
권미숙이 담배를 피우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커피숍통유리를 통해 지안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 미숙의 가슴속에 울컥하는 뭔가가 올라왔다.
'저 씨발년 진짜. 저게 사람 새낀가? 남편을 죽여넣고 다른 남자 만날 생각에 들떠서는···.'
미숙은 자신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다려 왔던 장만석의 죽음이 생각이상으로 자신에게 타격을 주었다는 것을 어렴풋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을 피우다 헌신짝처럼 버림받고 그의 아들을 꼬셔서 겨우 자리만 보전하는 작금에 이르러서도, 그의 죽음에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났다.
'웬수같은 인간이 살만큼 살고 죽었더라도 이런데, 같이 살붙이고 살던 말짱한 남편을 죽여놓고 깔깔거리는 모습이라니···. 에라이, 지옥에나 떨어질 년 같으니.'
물론 권미숙은 프로 중의 프로였다.
담배를 모두 피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미숙은, 감정을 완전히 감춘 채 태연하게 연기했다.
"죄송해요. 갑자기 교회에 급한일이 생겨서 저 먼저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어머, 정말요?"
"네. 혹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면 여기 양비서에게 대신 물어보세요. 저보다 더 잘 아는 친구니까요."
"권사님."
"양비서. 부탁좀 할게. 난 김기사랑 같이 본원으로 먼저 돌아갈테니 양비서가 최지안 자매님에게 나대신 안내 좀 해드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안 자매님. 이번 주일부터 교회 나오시는 거죠?"
"네, 그럴게요.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고, 특별 헌금까지 미리 내주셨는데 저희가 더 감사하죠.
그럼 다음에 봬요. 저는 이만."
미숙은 곧바로 주차장으로 나오더니 차를 몰고 온 기사를 찾았다.
기사는 주자창 구석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미숙을 발견하고는 급히 담배를 비벼 끄고 뛰어왔다.
"궈, 권사님. 벌써 나오실 줄은."
"잔말 말고 강남 본원으로 바로 돌아가."
"그럼 양비서는요?"
"잔말 말랬지! 말 귀 못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바로 출발시키겠습니다!"
권미숙은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했다.
* * *
똑똑-
"부담임 목사님, 죄송합니다. 구혜진 장로님께 막 기별이 왔는데요."
"내가 분명히 기도 중엔 방해하지 말라 했을 텐데? ···아니, 넌 멈추지 말고 계속 빨아."
쭙쭙-.
장만석 목사의 친동생, 장만수는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간 상태였고, 두 다리는 활짝벌어져 있었는데 그 밑에는 젊은 여자가 열심히 오랄을 하는 중이었다.
기도를 올린답시고, 수호천사에게 펠라치오를 시키던 장만수는 갑작스러운 훼방꾼의 등장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눈치도 없는 비서는 다시 집무실 문을 노크했다.
똑똑-
"정말 죄송합니다만, 급한 일이라고 지금 바로 받아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아이씨, 사람 짜증나게 진짜!"
화가 난 만수가 펼쳐 놓았던 성경책을 집어 들더니 집무실 문에 내던졌다.
쾅-!
묵직한 성경책이 나무 문에 부딪혀 튕겨나오더니 집무실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었다.
"너, 이 새끼 좀 있다 보자."
버럭 짜증을 낸 만수는 내선 전화 돌려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장만수입니다."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구혜진입니다."
장만수가 힐끔 벽걸이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각이었기에 장만수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에 구실장이 무슨 일이지? 설마 나랑 붙어먹자고 꼬시려는 건 아닐테고.'
구혜진의 빵빵한 몸매를 떠올린 장만수의 물건이 더욱 단단해졌다.
갑자기 입안에서 잦이가 부풀자 비좁은 책상 안에서 쪼그려 앉은 채 그의 양물을 물고 있던 수호천사가 꺽꺽거렸다.
만수는 한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호천사의 정수리를 거칠게 잡아 사타구니에 처박았다.
"아닙니다, 구실장님 연락인데 새벽이라도 당연히 받아야지요.
아이고, 저도 모르게 말 실수를···. 지금은 구 장로님이시죠? 그래,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저녁 기도 중이라 통화 연결이 늦었습니다. 저희 비서가 사람은 좋은데 눈치가 좀 없어가지고···."
"다름이 아니라, 담임목사님께서 위독하신 것 같습니다."
"···위독요?"
"네. 어쩌면 오늘밤을 못 넘기실 수도 있습니다. 해서 급하게 연락드렸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머리채를 잡은 채 흔들고 있던 장만수의 움직임이 뚝- 그쳤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채비해서 형님께 가겠습니다. 혹시 석개한테도 연락했습니까?"
"네. 일단 두분께만 연락드렸습니다."
"음···."
"다른 장로님들은 아직 지금 상황을 모르십니다. 일단은 가족분들부터···."
"더 이상 알리지 마십시오."
"네?"
"이건 굉장히 복잡한 문젭니다. 일단 형님을 뵙고, 유지를 받든 후에야 장로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 지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형님 소식을 알렸다간, 괜히 장로들만 머리만 복잡해질 겁니다. 제 말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하셨죠? 똑똑한 분이니까요."
장만수의 말은 반쯤 협박이나 다름 없었다.
만에 하나 장만석의 뒤를 이어 동생이 담임목사직을 물려 받을 경우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와도 같았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이따 봅시다."
만수가 오랄을 하고 있던 수호천사를 거칠게 내동댕이 쳤다.
"넌 이제 꺼져."
"꺄앗!"
책상에 머리를 부딪히고 팽개쳐진 수호천사를 뒤로하고 장만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우람한 대물은 20cm는 훌쩍 넘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