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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08화 (1,888/2,000)

1908. 구원회-113-

늘 섹스의 주인공이었던 도훈은 간만에 뒷전으로 물러나 혜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통유리 너머로 그녀의 끈적한 시선이 느껴졌다. 미진의 젖꼭지를 희롱하면서도 그녀의 두 눈은 도훈을 똑바로 향해 있었다.

'뭐지?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혜진양은 늘 관전 플레이의 참관자였는데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군요.]

'장만석한테 당한 걸 나한테 푸는것도 아니고 참. 그나저나 난 데없이 보빔이라니···.'

[보빔이요? 새로 나온 비빔밥 이름인가요?]

'그래, 봊이비빔밥. 딱 저기 사이에 밥 비벼 먹으면 개꿀이겠네.'

[윽. 그나저나 혜진양이 왜 자진해서 나섰을까요?]

'나도 모르지. 모르는 남자가 처음 보는 여자 처녀를 떼주는 것보다, 자기가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했나?'

도훈의 계획이란 마지막 처녀를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정말로 없앤다는 뜻은 아니고, 장목사가 마지막 의식을 치르지 못하도록 처녀막을 미리 파괴시켜 버리는 것이다.

처녀 없이는 의식이 완성될 수 없고, 끝내 진혈의 뱀파이어로 거듭날 수 없다. 진혈의 뱀파이어가 되지 못한 장만석은, 겨우 잡종의 힘을 가진 노쇠한 늙은이일 뿐.

당황한 장만석이 급하게 새로운 처녀를 찾을 때 미리 준비되어 있던 대타, 여장 도훈이 몸소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내가 생각해 냈지만 정말 최악의 작전이로군.'

도훈은 늘 여자를 따먹는 포식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따먹히기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것도 예쁜 여자한테 당하는 것도 아니고, 반송장이나 다름없는 늙은이에게 강제로 겁탈을 당하는 역할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역겨운 상황. 하지만 도훈은 오히려 그것이 확실한 기습을 완성시키는 수단으로 여겼다.

'···장만석의 나머지 능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놈의 스킬을 모르는 이상, 완벽한 기습을 단숨에 성공시켜야 해. 설마하니,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객이 여장 플레이어라는 생각은 꿈에도 상상 못하겠지.'

도훈은 최근 주화입마로 죽을 뻔하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 공도 늘었고 덩달아 무공 또한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지금의 컨디션이면, PK단이 패거리로 몰려와도 혼자서 다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다 죽어가는 늙은이 따위, 닭 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쉽지. 장만 석 넌 이제 끝났어.'

제아무리 장만석이 플레이어 출신에 뱀파이어 특성까지 갖춘 노회한 탈주자라고 한들, 도훈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기습을 펼치면 수월히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도훈은 아직 로시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장만석의 지척까지 접근하려는 속셈이 따로 있었다.

그가 어떻게 탈주에 성공했는지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건 꼭 확인해야겠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도훈의 최종 목표는 전 마누라에 대한 복수.

죽음의 순간에 이를 때도, 대물로 다시 태어나 죽는 것보다, 전 마누라에게 복수를 하지 못 한것이 더 원통했을 만큼 복수심에 사무쳐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되면서 걸린 금제 때문에, 과거의 인연에 대한 사적 복수가 금지된 상태였다. 즉, 나중에라도 복수를 꿈꾸려 한다면, 가진 능력을 모조리 박탈당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허나 장만석처럼 능력을 보존한 채 탈주에 성공한다면 윤하 그 년에게 복수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 내가 아는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탈주에 성공한 놈의 지식이 꼭 필요해. 이건 무조건 확인해야 겠어.'

도훈이 팔짱을 끼며 멍하니 욕조를 바라보고 있자, 이를 관심으로 오해한 혜진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관전플을 매일같이 당했던 만큼, 이것이 얼마나 성적으로 흥분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때? 꼴려서 미치겠지? 나는 보고만 있어도 흠뻑 젖어버렸거든···.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장목사의 세뇌로 인해 시작된 성벽이긴 했지만, 세뇌가 풀린 이후에도 그녀의 머릿속엔 네토라레와, 네토라세에 대한 그릇된 욕망이 가득차 있었다.

몇년 째 지속된 관전 플레이로, 스스로가 변태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자, 장로님···. 이, 이러시면···."

"쉿-. 가만히 있어. 이건 테스트니까."

"테스트요?"

순진한 처녀 미진은 장로의 권위와, 강압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해 꼼짝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거부했다가 심기를 그르친다면 밉보일까봐 두려웠다.

혜진의 손이 수면 밑으로 내려가더니 미진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 아!"

"확인해 봐야해.."

"뭐, 뭐를요?"

"처녀인지 아닌지 알아야 목사님께 선보일 수 있으니."

"그, 그치만 검사는 어제 의사 선생님께서···."

"의사 따위가 뭘 안다고? 지가 여자야?"

"예, 예?"

"목사님은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편이야."

"느낌이라뇨?"

"목사님의 은총이 들어갔을 때 느낌 말이야."

"아, 아···."

"목사님은 특히 꽉 조여주고, 주름이 많은 타입을 좋아하셔."

혜진의 손이 과감하게 처녀의 봊이 속으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물에 몸이 이완되어 있던 미진은, 불쑥 구멍속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자위를 한 번도 안해볼 만큼 순진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혜진의 손가락은 평소 자기가 넣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하읏!"

"착한아이구나. 가만히 있어보렴."

통유리 창밖에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도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헐. 혜진이도 대놓고 변태네. 어린애한테 저게 무슨 짓이람.'

[혜진양이 바이 섹슈얼인지는 몰랐습니다.]

'그건 아닐걸?'

[아니라고요?]

'여자에게 흥미를 느낀다는 단서는 전혀 없었잖아. 진짜 바이면 정보창에서도 상세히 기술되었겠지.'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능숙하죠? 마치 하는 행동만 봐선 레즈비언처럼···.]

'보고 배운 게 저것밖에 없으니까.'

[네?]

'장만석이 1000명에 가까운 처녀를 따먹는 동안, 매일같이 숨어서 구경하던 게 일상이었잖아. 그때 보고 배운 거지.'

[아아···.]

'니체가 그랬나? 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혜진양도 그럼 괴물이 되어 버린 건가요?]

'아니 그건 일종의 비유고. 그냥 변태가 되어버렸단 뜻이야. 변태를 상대하다 보니. 어찌보면 불쌍한 여자기이도 하지.'

[안타깝군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것 같기도 해.'

[네? 다행이라뇨?]

'생각해보니까 내가 직접 나섰으면 모양새가 이상했을 거 아니야. 미진이라는 여자한테 내가 여장 남자란 걸 들켰을 거고, 그 와중에 강제로 추행하면 또 안 되니까 다시 변신해서 꼬시려면 피곤했을 텐데 그걸 혜진이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준 셈이니까.'

[그렇군요. 혜진양이 몸소 궂은 일을 해결해 줬다고 봐야겠네요.]

'그게 아니면···. 어쩌면 내가 다른 여자를 따먹는 게 보기 싫었을지도.'

[네?]

'혜진이는 의외로 질투가 심한 스타일일지도 몰라. 질투가 심하니까,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걸 보면서 흥분할 수도 있던 거지. 네토라레 성향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질투를 원동력 삼아 성욕을 폭발시키는 타입이거든. 자기걸 누가 건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하는 게 정상은 아니니까.'

[어찌 됐건 주인님은 이제 손 안 대고 코나 풀면 되는 거군요.]

질 내부를 검사한다던 혜진은 과감하게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미안.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그 괴물 같은 장목사에게 당하는 것보단 이게 더 나을 거야.'

"흐아아아아악!!!"

난데없이 처녀막이 찢겨진 미진이 비명을 내질렀다. 욕조 물 위로 붉은 피가 올라오며 처녀막의 훼손을 알려왔다.

* * *

"팀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뭘?"

"브라보 팀장이 부하랑 입구 초소에서 한 판 떴다는데요?"

"브라보 팀장? 조 대위 말이야?"

"네. 근데 조 대위가 일방적으로 처맞았답니다. 조 대위가 아니라 좆 대위가 되어버렸달까요? 크크크."

"조 대위가 평소 병신같은 행색으로 다니긴 하지만 부하한테 맞고 다닐 녀석은 아닌데?"

"저, 그게···."

팀내 유일한 한국인 부하에게 보고를 받은 알파 팀장 림영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발목이 찢어졌다고? 그게 가능한가?'

조 대위가 얼굴이 곤죽이 되도록 부하에게 얻어 터졌는데, 나중에 보니 발목 뒤가 찢어져 피를 철철 흘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젠장, 곤란하게 됐군. 그럼 브라보 팀장이 지금 없는 상태야?"

"부팀장이 경계를 지휘하고 있을 겁니다."

"혹시 칼부림이라도 한 거야?"

"네?"

"아니, 어떻게 싸우는데 발목 뒤가 찢어지지? 심지어 워커도 신고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건 저도 잘···. 그냥 맨손으로 치고 박았다고 하던데요? 정말 무기를 뽑았으면 브라보 애들이 뜯어 말렸겠죠. 아무리 평소에 고깝게 행동했다고 해도, 정말로 죽일 생각까진 안했을 테니까요."

부하의 보고를 받던 림 소좌가 미간을 좁혔다.

그의 기민한 감각이 작동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둘이 싸운게 언제라고?"

"네? 그게···. 얼마 되진 않았습니다. 1시간 전 쯤? 브라보 애들이 괜히 일이 커질까봐 뒷수습 끝내고 알려주는 바람에 보고가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1시간 전? 싸운 이유는?"

"네?"

"괜히 멀쩡히 있는 조 대위를 쥐어 박진 않았을 거 아니야?"

"조 대위가 평소에 좆 같이 행동하지 않습니까. 쌓인 게 있다가 터졌겠···."

"야이 간나 새끼야!"

"예, 예?"

"너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 거야? 제대로 상황파악 못 해?"

"죄, 죄송합니다."

"초소랑 연결되는 무전기 있지."

"네, 넵."

"이리 내. 내가 직접 확인할테니."

"왜 그러십니까? 팀장님. 괜히 남의 팀의 분란을 파고들면 괜히 시비가 붙을···."

"간나 새끼가 미쳤어? 너 지금 팀장 명령에 항명하는 거야?"

림 소좌가 당장이라도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으려고 하자 기세에 질린 부하가 곧바로 무전기를 꺼냈다.

북한에서 탈북하던 때 제 손으로 자기 부하들 10여명을 척살했다는 소문은, PMC 팀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 팀장을 알파와 브라보 팀장이 뽑힌 이유가 한국어를 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비난섞인 농담을 하자, 놈의 생 이빨을 손으로 뽑아버렸다는 일화가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부하에게서 무전기를 빼앗은 림 소좌가 무전을 통해 사고 상황의 설명을 꼬치꼬치 물었다.

내용을 전해듣던 림 소좌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러니까, 구실장님이 들어올 때 벌어진 일이라는 거지?"

-라저 댓.

무전을 마친 림 소좌가 표정을 굳히더니 부하에게 물었다.

"구실장님 지금 어딨지?"

"네, 네? 왜 그러십니까?"

"확인해 봐야지. 조 대위 발목이 잘려나간게, 과연 누구 짓인지."

"아니, 팀장님. 우연이겠죠. 구실장님은 여느때처럼 다른 지부에서 처녀를 데려왔을 뿐···."

"네가 팀장이야?"

"아닙니다."

"넌 생각하지 마. 그냥 시키는 거나 똑바로 수행해. 알았어?"

"죄송합니다."

"구실장님 위치 지금 바로 파악하고, 애들 2명 더 데려와. 내가 직접 확인해야 겠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슬라이드를 뒤로 재낀 림 소좌가 눈을 부라리며 생각했다.

'어쩐지 아까 느낀 살기가 착각이 아니었군. 뭔가 예감이 안 좋아.'

* * *

"흑흑···."

"미안. 확인한다는게 너무 깊이 넣어버렸네."

"저, 저 이젠 어떻게 해요? 목사님께 혼나는 거 아니겠죠?"

욕탕 안에서 처녀막이 뚫린 미진이 밖으로 나와서 훌쩍거렸다.

굳은 결심으로 장목사에게 처녀를 바치러 왔건만, 거사를 치르기도 전에 사달이 벌어진 것이었다.

혜진이 울고있는 그녀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마. 가끔 있는 일이니까."

"저,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이건 사고잖아. 다행히 너 말고도 다른 애가 있으니까···."

태연하게 연기하는 혜진을 보며 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거짓말에 너무 능숙한 타입같았다.

"너에게 했던 약속은 장로인 내 이름을 걸고 지킬 거야. 알겠지?"

"가, 감사합니다."

"일단 자정에 목사님 앞에 가면···."

혜진이 미진을 다독이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리며 무장한 군인들이 우르르 욕실로 몰려들어왔다.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던 혜진이 급히 옷깃을 여미며 소리쳤다.

"어딜 함부로 들어오는 거예요! "

"죄송합니다, 실장님. 보안상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

장전된 총을 든 림 소좌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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