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901화 (1,881/2,000)

1901. 구원회-106-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혜진은 두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역용마스크의 효과 때문에 도훈의 본래 변장 얼굴이었던 박민용의 얼굴 흔적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미 한 번 비틀린 외형이 안 풀린 상태로 여성형 얼굴을 뒤집어썼기 때문에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얼굴이기도 했다.

마치 머리만 짧게 자르면 남자처럼 보이는 그런 여성들과 흡사했다.

'세상에. 가슴에다 뭘 집어넣은 거람?'

복장도 완벽한 여성의 것이었다. 심지어 복장 탓인지는 몰라도 체형 자체가 변한 느낌이었는데, 키도 아까보다 줄었고, 어깨도 많이 좁아져 있었다.

'아무리 여장을 잘한다고 해도 저게 가능한 건가? 설마 다른 여자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가 바꿔치기한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목소리가 똑같은데?'

"왜? 너무 감쪽같아?"

"마, 말도 안 돼. 정말 네가 민용이라고? 아무리 봐도···."

끝까지 불신하는 혜진을 향해 도훈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증명했다.

보조석 차문을 연 도훈은 혜진의 손을 잡아끌더니 치마 속으로 훅 집어넣은 것이다.

물컹-!

다리 사이에 여성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커다란 양물이 손에 잡혔다.

"이, 이건···."

"이래도 못 믿겠어?"

"어, 어찌 한 거야?"

도훈은 오빠믿지 립밤을 믿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내가 실은 어려서부터 여장을 즐겨 했어. 맞아, 약간은 변태적인 취향이란 건 알고 있어."

"야, 약간이 아니잖아 그 정도는!"

"물론 그렇다고 내가 트랜스젠더를 희망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야. 너도 확인했다시피 나는 여자를 무척 좋아하거든."

"······."

"암튼, 이건 수년간 노력한 결과야. 이걸 이런식으로 써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그, 그럼 여자 목소린 어떻게 흉내 낸 거야?"

"아, 그거?"

도훈이 기침하는 척하면서 재빨리 성대모사의 달인 목캔디를 삼켰다.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고 숨기는 것은 마술을 익히면서 더욱 교묘해져 눈앞에서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재빨랐다.

"느그 서장 양천동 살제?"

"어엇?"

"하아~, 서영탁 대리~ 많이 힘들죠?"

"도, 독전?"

"···내가, 뭐라고 했더라?"

"오징어 게임!"

"나 이대 나온 여자야아!"

"헐, 타짜의 김혜수 배우까지? 뭐야 대체? 성대모사를 이렇게나 잘한다고?"

도훈이 다시 본래 목소리로 바꾸었다.

"봤지? 내 주특기 중 하나야. 남의 목소리 따라하는 거."

"그럼 여자 목소리도 따라한 거란 말이야?"

"응. 연습하면 가능해."

"마, 말도 안돼!"

혜진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이었다.

성대모사를 한다는 사람을 영상으로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배우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럴수밖에 없는게, 도훈의 성대모사는 아이템을 이용해 실제 목소리를 변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본과 똑같을 수 밖에 없었다.

[이야, 이걸 이렇게 속인다고요? 또 혜진양은 그걸 속고요?]

'오빠 믿지 립밤 효과인 것 같아. 지금은 내가 무슨 개소리를 해도 그럴싸하게 들릴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데 어떻게 그걸···.]

"너, 너 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정체라니?"

"운전은 카레이서 뺨치게 잘하고, 여장에 성대모사까지···. 무슨 사람이 못 하는 게 없어?"

"아쉽게 됐네."

"뭐가 아쉬워?"

"내가 다재다능한 편이긴 한데 그중에서도 제일 잘하는 건 섹스거든. 근데 두 번이나 하다가 끊겨버렸으니까 말이야."

"지금 그런 소릴 할 때가 아니잖아! 만약 장목사님을 속였다는 사실을 들키면 어떻게 될 줄 몰라서 그래?"

"어쨌든 너도 속았잖아. 경호팀도 속지 않겠어?"

혜진이 다시 한번 도훈의 생김새를 꼼꼼히 살폈다. 안 예쁘긴 했지만, 여자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몰라도 목소리 톤은 자신이 들어도 완벽했다. 그녀가 데려오는 처녀를 딱히 주의 깊게 보지 않는 경호팀으로서는 당연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흐음···. 아무튼 알았어. 여기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까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

"그래."

도훈이 여장을 한 모습으로 차에 올랐다.

과도한 축골공으로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지만, 운전을 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과속을 하기엔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도훈은 평상시의 속도로 강남 본원을 향해 달려갔다.

여장을 한 도훈을 얼빠진 지켜보던 혜진이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과연 저 애를 믿을 수 있을까? 설마 이것도 장목사의 교활한 시험은 아니겠지?'

장목사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데 도사였다. 세뇌에 걸려 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세뇌가 풀린 후 기억이 되돌아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혜진은 자기도 모르게 도훈을 경계하게 되었다.

'맞아.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쉽게 넘어간 면이 있어. 오늘 처음 본 저 사람을 대체 뭘 믿고?'

혜진이 살짝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을 깨달은 도훈이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걱정마. 장목사 끄나풀 같은 거 전혀 아니니까."

"뭐, 뭐?"

속마음을 들킨 혜진이 움찔하자 도훈이 여장을 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방금 그 생각했지? 내가 장목사가 보낸 이중스파이일지도 모른다고. 너를 시험하기 위한."

"어, 어떻게 알았지?"

"왜? 내가 독심술이라도 쓸까봐 그래? 전혀 아니니까 걱정마.

네 얼굴에 그렇게 써있어서 읽은 것 뿐이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도훈은 마음의 소리를 통해 혜진의 생각을 속속들이 듣고 있었다.

"···넌 대체 어디서 뭐하다 온 녀석이야?"

"나? 말했잖아. 어려서부터 운전을 좋아했던 평범한 청년이라고. 우리 가족이 구원회에 빠져서 폭삭 망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어디선가 여장하면서 스포츠카 몰고 다닐걸."

"···네 말은 이제 하나도 못 믿겠어."

"왜? 난 사실대로 말했는데."

"모든게 너무 작위적이야."

"작위적이라니?"

"갑자기 여장을 한다지 않나, 여장 장비가 트렁크에서 나오지 않나, 성대모사를 자유자재로 하지 않나···. 어떻게 말 만하면 뚝딱 이루어지는 거야?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5년이야."

"뭐?"

"무려 5년 동안 이를 갈았어. 장목사 그 새끼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

"처음엔 우리 가족을 속인 교회 관계자들을 모조리 다 죽여버릴 생각이었어. 다 죽이고나서, 나도 죽으려고."

"그, 그런···."

"왜? 장목사 밑에서 하수인 노릇 한 게 좀 찔려?"

"나, 난···. 그냥···."

"겁먹을 필요 없어. 여기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거든. 모든 원흉은 바로 장목사 때문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그의 꾐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

"······."

"내 인생의 5년은 장목사를 향한 복수 준비로 채워진 시간이야. 넌 당연히 오늘 처음 날 만났으니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에겐 이게 당연한 거야."

"그렇구나···."

"네 말대로 경호팀 때문에 난 놈의 근처로도 갈 수 없어. 예배를 볼때도 평신도는 먼 발치에서 영상으로밖에 접하지 못하지. 하지만 당신이 날 도와주면 장목사의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어."

"···장목사님 한테 가까이 간다고 쳐. 그후엔 어쩔 셈이야?"

"말했잖아, 복수할거라고."

"정말로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만약 그래야 한다면."

"민용아. 잘 생각해. 나쁜 사람 때문에 너까지 죄를 지을 필욘없어."

"그럼. 경찰에 신고라도 할까?"

"그건···."

"구원회가 경찰부터 검찰까지 꽉 잡고 있는 건 장로였던 네가 더 잘 알텐데? 대체 돈을 얼마나 처 먹였길래 교회 안에서 온갖 못 된 짓이 벌어지는 데 모르는 척 눈감는 건데? 신고해서 장목사를 처벌할 수 있어? 법으로 놈에게 죗값을 받게 할 수 있냐고."

"······."

"나도 이 방법 밖에 없어서 하는 거야. 오직 이 방법 뿐이니까."

"그, 그치만 네가 아직 모르는 사실이 있어."

"내가 뭘 모르는데?"

"목사님은···. 아니 그 인간은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어."

"무슨 소리야?"

"너도 알다시피 난 간호사 출신이야. 주기적으로 그 인간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어. 지금의 장목사는 모르핀 중독으로 반송장이나 마찬가지야. 가만히 내버려 둬도 올해를 못 넘길 거야. 내가 장담할게."

"어차피 곧 뒤질 거니까, 복수는 꿈도 꾸지 말아라?"

"그, 그 소리가 아니잖아."

"난 그 인간 숨이 넘어가기 1초 전이라도 심장에 칼을 꽂아 넣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절대 곱게는 죽게 못 해."

"미, 민용아."

[그녀는 장목사가 뱀파이어로 변신 중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군요. 사이코메트리 영상에서보면 분명 장목사가 여러번 강조했는 데도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지 못 하는게 당연하지. 뱀파이어란 존재 자체도 부정할테니까.'

[흐음, 근데 주인님은 왜 그렇게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겁니까?

애초에 이 일의 시작은 김비서의 대리복수 아니었습니까? 정의의 여신이 거기에 미션을 건 것이고요.]

'그렇지.'

[한데 지금 주인님을 보면 정말로 그를 증오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증오하는 것도 일부는 사실이야.'

[네?]

'난 교회에 잠입한 뒤로 이 곳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목격했어.

여긴 교회가 아니야. 장목사가 자신의 영생을 목적으로 세운 하나의 왕국이지.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어.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흐음, 주인님은 가끔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왜?'

[주인님이 세상의 모든 악을 처단하고, 정화시킬 의무는 없다는 뜻입니다.]

'알지. 내가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굳이 그런 일을 왜 하겠어?'

[그런데 왜 이렇게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열을 내시는 겁니까?]

'화나잖아.'

[네?]

'장목사 그 좆같은 새끼가 순진한 여자들을 실컷 따먹었다는 사실이.'

[···예?]

'혜진이만 해도 그래. 저렇게 예쁘고 똑똑한 여자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부렸잖아. 섹스 천재인데, 섹스도 못하게 하면서.'

[아니···.]

'개새끼, 그 와중에 좆은 또 좆나 커서 사람 짜증나게 하고 말이야.'

[설마 주인님, 장만석에게 열등감을 느끼시는 겁니까?]

'열등감은 무슨? 이건 섹서 플레이어끼리의 승부라고. 하늘 아래 두 명의 대물은 필요 없어.'

[아니··· 뭔가 이유가 좀···.]

'어쨌든 누군가는 막아야 하잖아? 진혈의 뱀파이어로 진화하면 랭커 플레이어 셋으로도 못 막는다며?'

[그렇긴 하죠.]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처리해야 할 놈이야. 마침 미션도 걸렸겠다 그 역할을 내가 맡은 것뿐. 다른 의미는 없어.'

[여튼, 주인님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분입니다.]

"이제 10분뒤면 교회 도착이야. 차는 교회 안에 대충 주차하고 걸어가야 할 것 같아."

"어, 어? 벌써?"

"응. 제물로 바쳐질 처녀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경호팀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렇구나."

강남 본원에 가까이 갈수록 혜진은 점점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장목사에게 당한 가스라이팅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의 곁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도훈이 그녀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격려했다.

"태연하게 행동해. 절대 안 들켜."

"하아···. 난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게 잘하는 행동이 맞는지."

"잘하는 거야. 너 역시 네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장목사를 돕느라 악행에 가담했잖아."

"아···."

"이제 그 업보를 청산한다고 생각해."

"아, 알았어."

각오을 다진 혜진이 제 스스로 뺨을 두번 두들겼다. 긴장을 풀기 위한 행동이었다.

교회로 진입은 무척 수월했다. 교회에 소속된 고급 차량은 번호 판이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사 통과였다.

일부러 저택 가까이 가지 않고, 일반 주차장에 차를 댄 도훈은 혜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후부터는 혜진이 앞장서고, 도훈이 쭈뼛거리며 뒤따르는 모양새였다.

"경호팀이 모두 몇명이지?"

"모, 목소리 바꿔. 여자가 남자 목소리내면 다 쳐다본다고."

"아, 맞다."

재빨리 음성을 변조한 도훈이 다시 물었다.

"경호팀이 모두 몇명인 줄 알아?"

"저택 주변에만 20명. 그중에 절반은 장전된 권총을 소지하고 있어. 나머지 절반도 가까운 경비실에 소총을 보관중이고."

"20명? 그게 전부라고?"

"아니. 용병팀은 총 3팀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24시간 장목사주위를 호위하게 되어 있어."

"3교대면 최소 60명?"

"응. 지금은 브라보 팀이 경계하고 있을 시간이야."

"흐음. 혹시 몸수색도 하나?"

"보통의 경우엔. 하지만 나는 장목사의 수행비서라서 따로 확인하지 않아. 내가 데려간 처녀들도 대부분 통과시켜 줬고."

하지만 그녀의 말이 무색하게 경비팀이 저택으로 들어가려는 두 사람을 곧장 멈춰 세웠다.

"hey, stop! i will do a body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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