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 구원회-101-
"안 보이는 곳이라니?"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건데?"
"중요해. 중요한 거니까 대답해줘."
"시, 싫어. 그건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잖아. 우리가 서로 그런걸 터놓는 사이도 아니고."
마지막 말은 약간 독특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여자들이 끼부리를 때 쓰는 흘리기와 비슷하게 들렸던 것.
도훈이 눈치를 채고 불쑥 혜진의 손을 잡았다.
"아직은 모르지."
"뭐, 뭐?"
"내 목표가 다 이루어지고 나면, 우리가 무슨 사이가 될 지 말이야."
"네 목표라는 게 설마 목사님을···."
"맞아."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는 목사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는···."
혜진이 장목사를 떠올리면서 치를 떨었다.
세뇌가 풀리고 나서 보니 장목사에게 당했던 가스라이팅이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었다.
그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였다.
급노화가 시작되기 전 그의 근엄하고, 포근한 인상마저 모두 자신을 부려먹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상대를 철저하게 기만했고, 아무리 불쌍한 사람이라도 자비를 두지 않고 착취를 멈추지 않았다.
오로지 세상에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경호팀만 해도···."
"그런건 내가 해결할 일이고."
"흠. 그렇게 만용을 부리다 개죽음 당할 지도 몰라."
"왜? 이대로 죽기엔 너무 아깝나, 내가?"
"뭐, 뭐라는 거야. 내가 널 언제 봤다고."
도훈이 은근슬쩍 혜진의 손등을 문지르며 유혹했다.
"그래서, 문신 어딨는지 안 보여줄거야? 우리 아까 하다가 멈춘것도 얼른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은데."
혜진이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휙 뺐다.
"그, 그건 실수였어."
"실수?"
"그냥, 갑자기 사탄이 들린 것처럼 이상해져서 그래."
"아닌데? 분명 맨정신이었는데?"
"너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도훈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3년간 섹스리스 상태로 관전플을 당했던 것이, 세뇌가 풀리면 한순간에 폭발해 버렸다는 사실도.
도훈이 혜진의 손을 다시 잡았다.
"모르니까 알고 싶어서 그렇지."
"나, 나이도 어린게 따박따박 반말을···."
"난 원래 내 여자한텐 존댓말 안 쓰거든."
"누가 네 여자래? 난 허락한 적 없어."
"배꼽 부딪혔으면 허락 아니야?"
"말했지만, 그건 실수였어."
"실수라기엔 너무 좋아하던데? 그 트럭기사가 방해만 안했어도···."
"자꾸 날 유혹하지마. 너 아니어도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혜진양이 세뇌가 풀리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걸로 보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은데.'
[그래서 주인님을 거부하는 게 아닐까요? 그녀에겐 지금 섹스보다 더 중요한 사항들이 더 많아 보이는데요?]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야. 어차피 장목사는 내가 처단할 테니까.'
[그녀는 주인님의 능력을 전혀 모르지 않습니까?]
'차근리 알려주면 되지. 일단 문신부터 확인해야 겠어.'
"알았어. 강요하는 건 아니야."
도훈이 잡았던 손을 빼며 물러섰다.
그가 매달릴 때는 성가셔하던 혜진이었지만, 막상 깔끔하게 물러나자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쳇. 근성도 없긴. 사내 자식이.'
"그럼 서로 얘기는 끝난 것 같은데 서울로 올라갈까?"
"버, 벌써?"
"왜? 차 돌린 순간 장목사를 배신하기로 마음 먹은 거 아니야?
분당으로 안 갈거면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지."
"잠깐.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끝났다고."
"휴-. 진짜 피곤한 성격이네."
도훈이 맞은편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굳이 혜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뭐, 뭐야?"
"생각 정리 좀 도와주려고."
"응?"
도훈이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듯 팔을 두르더니 손가락으로 혜진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아, 가, 갑자기 뭐하는 거야?"
"엄청 뭉쳤네. 이렇게 몸이 바짝 긴장되어 있는데, 머리가 잘돌아가겠냐고."
"아, 아파."
"가만있어봐. 금방 풀어줄테니."
도훈은 세심하게 힘을 조절해가며 안마를 해주었다.
처음엔 기겁하던 혜진도 점점 근육이 풀리면서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 의외로 잘하잖아? 뭐지, 이 녀석은.'
어깨를 주무르던 도훈은 혜진을 유혹하기 위해 아이템을 썼다.
허공에서 슬쩍 인벤토리로 손을 넣어 몸에 좋은 크림을 묻혀 온 것이었다.
"진짜 많이 뭉쳤네. 평소에 너무 긴장하고 사는 거 아니야?"
"그만해 이제."
"조금만 더 해줄게. 근데 목도 너무 뻣뻣한 것 같은데?"
어깨를 주무르던 도훈이 불쑥 노출된 목덜미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몸에 좋은 크림이 잔뜩 묻은 손가락이 목덜미를 자극하자, 혜진이 갑자기 신음을 토해냈다.
"하, 하읏."
안 그래도 한번 무너졌던 둑이라, 순식간에 균열이 커져갔다.
도훈의 육탄공세가 통한 것이었다.
"그, 그만···."
"왜? 목도 엄청 뭉쳤는데?"
도훈이 집요하게 목덜미를 주물러댔다. 동시에 어쩔줄 몰라하는 그녀의 손을 끌어다 잦이 위에 올렸다. 바짝 꼴린 대물이 바지를 뚫을 것처럼 솟아나 있었다.
"아, 앗!"
"다시 커졌어. 사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태였거든. 하다가 중간에 끊겨버리니까, 애가 어쩔 줄 몰라하잖아."
"나보고 어쩌라고?"
"아까 보니까 커피숍 위에 모텔 있던데 잠깐만 쉬었다 갈까?"
"무, 무슨 소리야? 날 대체 뭘로 보는···, 흐, 흐읏!"
몸에 좋은 크림에 농락당하던 혜진이 자기도 모르게 도훈의 발기된 잦이를 꽉 붙잡았다. 도훈이 혜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너도 많이 쌓여 있잖아. 그냥, 한번 시원하게 풀어버리지 그래? 그럼 복잡했던 머리도 명쾌해질텐데."
"하, 하아, 하아···. 너 일부러 안마해주는 척 하면서···."
"난 그냥 어깨랑 목만 주물렀을 뿐이야. 그 정도로 흥분해버리는 걸 보면 너도 지금 엄청 참고 있는 것 같고."
도훈의 속삭임이 혜진의 뒤흔들기 시작했다.
인생을 던질만큼 믿었던 장목사에게 배신당한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오늘 처음보는 도훈이 집요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하아···. 이러면 안 될것 같은데···. 모,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아깐 분명히 실수였는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던 혜진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특히 억지로 붙잡게 시킨 발기된 물건이 너무나 큼직하고 단단했다.
잦이를 만지자 혜진은 아까 밑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굵직한 촉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아, 팬티가 또 미끌거려···. 어쩌지? 이대론 못 참을 것 같은데···.'
혜진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본 도훈이 결정타를 날렸다.
목덜미를 주무르던 손을 가슴까지 쑥 내리더니 브래지어 안으로 파고들어 젖꼭지를 꼬집어 비튼 것이었다.
"하읍!"
도훈의 과감한 행동에 커피숍에서 비명을 지를뻔한 혜진이 급하게 제 입을 틀어 막았다.
다행히 서울 외곽의 커피숍이라 손님의 거의 없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뻔 했다.
"뭐, 뭐하는 거야. 진짜!"
"쉿-. 목소리로 낮춰. 다 들리니까."
"너 진짜 나를 뭘로 보고! 네 멋대로···."
"그러면서 왜 내 잦이를 계속 움켜쥐고 있는 건데?"
도훈이 씩 웃으면서 물었다.
알고보니 입을 틀어막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혜진이 한 손으로 도훈의 대물을 꽉 움켜쥐고 있던 것이었다.
"이, 이건···."
"괜찮아, 난 상관없어. 근데 너도 좀 솔직할 필요가 있겠어."
"내, 내가 뭘?"
"너 하고 싶잖아. 아까 하다 만 거."
"아, 아니야···."
"이렇게 몸이 바짝 달아올라놓고 계속 쓸데없이 자존심만 부릴 거야?"
"그건 너 때문에!"
"나 때문이든 뭐든, 몸이 바짝 단 건 맞다는 거네."
"하, 하읏···."
"내가 아까도 말했잖아. 지금 우리 사이는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내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
혜진이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훈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억지로 일으켰다.
"가자."
"어, 어딜?"
"어디긴. 위에 바로 모텔있다니까."
"아니 나는···."
혜진이 저항하려고 하자 도훈이 갑자기 허리를 팔로 감아 안으며,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맨손으로 어루만졌다.
"흐, 흐앙!"
혜진은 짜릿한 감각에 반사적으로 팬티에 지리며 주저앉을 뻔했다. 도훈이 쓰러지는 그녀를 받치며 억지로 일으켰다.
"얼른 가자니까, 그래. 지금 너 되게 힘들어 보여."
"······."
결국 혜진은 도훈의 반강제와 설득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대낮부터 러브호텔에 들어가려니 다른 사람들이 자길 손가락질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창피해하는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챈 도훈이 한마디 했다.
"걱정마. 여긴 구원회가 아니니가. 여기있는 누구도 네가 장로 인지도 몰라. 눈 맞아서 떡치러 온 혈기 왕성한 커플 정도로 여길 뿐."
"···나, 나이도 어린게 말은."
"거긴 안 어리니까 걱정마시고."
도훈이 씩 웃으면서 그녀를 모텔로 이끌었다.
* * *
계산을 치르고 방에 들어온 혜진은 재빨리 커튼부터 치기 시작했다.
"뭐해?"
"밖에서 보일까봐."
"참나. 여기 3층이야. 누가 본다고 그래? 앞에 비슷한 높이의 건물도 없는데."
"그래도···."
방안을 암실 비슷하게 어둡게 만든 혜진이 긴장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았다. 도훈은 거추장스러운 의복을 하나씩 벗어 던지더니, 팬티만 남기고 혜진의 옆에 앉았다.
"이제 좀 마음이 편해?"
"······."
"정말 여자들 속이란 알수가 없군. 아까 차 안에서 먼저 덮치던게 누군데, 모텔까지 따라와서 순진한 척은."
"그, 그게 아니야."
"뭐가 아니야?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네가 내 가슴팍 밀치면서 쓰러뜨린 뒤 올라탔잖아."
"그건···."
혜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3년간 막혀 있던 둑이 터져나가면서 이성을 잃어버린 게 문제였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 불쑥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매사 똑부러지고, 강단있는 성격이라고 평가 받은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도훈만 서면 계속 말려드는 기분이었다.
"괜찮아. 심란한 거 충분히 이해해."
"?"
"널 장로까지 초고속 승진 시켜준 장목사를 배신한다는 게 쉽지 않겠지."
"······."
"하지만 말했듯이 장목사는 제정신이 아니야. 놈이 계속 미친짓을 하도록 두고볼 순 없잖아."
"넌 왜 대체 장목사님, 아니 그분을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실은···."
도훈이 또 한 번 김비서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각색해서 거짓말을 했다. 사연을 들은 혜진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난 절대 그 인간이랑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어. 내가 죽든, 그 인간이 죽든 결판을 보고 말겠어."
"몰랐어. 너한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그리고 미안해.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서."
혜진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지 도훈을 위로했다.
도훈은 이렇게 심성이 고운 혜진을, 장목사가 철저하게 이용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세뇌 마법이란 정말 무섭군. 이렇게 착한 여자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니.'
[그래서 조심하라는 겁니다. 장목에게 비장의 한수가 있다면, 주인님이 역으로 당하고 말테니까요.]
'혜진이도 모텔로 대려왔으니, 이제 문신을 통해 사이코메트리 스킬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제 들어왔으니, 아까 하던 거 계속 이어서 해볼까?"
도훈이 혜진을 침대에 눕히려 들자, 그녀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왔다.
"자, 잠깐만."
"왜? 여기까지 와서 또 튕기는 거야?"
"그게 아니라···. 씻고 하면 안 될까?"
"난 안 씻어도 상관없는데."
"네가 아니라 내가 찝찝해서 그래. 넌 안 씻어도 돼. 나 혼자라도 씻고 올게."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샤워하고 와. 기다리고 있을 게."
"으, 응."
혜진이 옷을 입은 채로 수건과 가운을 챙기자 도훈이 물었다.
"여기서 안 벗고?"
"부, 부끄러워서."
"아까 다 봤잖아."
"그래도···."
사실 차에서 섹스할 때 혜진은 옷을 벗지 않았다.
치마를 입은 채 팬티만 내리고 그대로 도훈에게 올라탔기 때문에 다 봤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말이었다.
"벗은 몸. 보고 싶어. 내 앞에서 벗어봐."
"시, 싫어."
"왜?"
혜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 은밀한 곳에 문신이···."
"설마 문신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다는 거야?"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