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 구원회-98-
아무리 손이 미끄러졌어도 단추까지 풀고 브래지어 속으로 손이 들어가는 경우는 희박한 확률이었다.
하지만 혜진은 멋대로 행동하는 도훈을 저지하지 않았다.
애초에 말릴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흐읏, 흣!"
혜진의 묵인을 긍정적인 사인으로 해석한 도훈이 본격적으로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볼륨을 자랑하는 혜진의 가슴은 한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거대했다.
심지어 브래지어 끈이 뒤에서 당기며 압박하는 바람에 유난히 탱글탱글한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 역시 자연산 맞네!'
[주인님 예상대로 수술이 아니었군요.]
'만져보니까 더 확실해. 실리콘이 아무리 정교해도 특유의 이질감은 극복할 수 없거든. 안에서 겉돈다고 해야 하나?'
[과연 슴믈리에! 눈썰미는 여전하시군요.]
'하여간 여자랑 회는 자연산이 최고라니까?'
[갑자기 회는 왜요?]
'둘 다 날로 먹는 거니까.'
[아하!]
브래지어 위로 손을 밀어 넣은 도훈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꼬집듯 비벼 돌렸다. 그 순간 혜진이 몸을 움찔하며 다리를 배배 꼬기 시작했다.
"흐으, 흐으응!"
'완전히 느끼고 있군.'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인데요?]
'그럴 수밖에. 정보창 설명대로면, 혜진은 방치플도 모자라 관전플을 오랫동안 당한 상태거든.'
[차이가 있습니까?]
'굳이 따지면 관전플 쪽이 더 악질이지.'
[왜 그렇죠?]
'생각해봐. 밥을 안 주고 굶기는 게 나쁘겠어, 아니면 배고픈 사람 옆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 구경시키는 게 나쁘겠어?'
[당연히 후자죠.]
'혜진은 그걸 몇 년 동안이나 당한 거야. 눈앞에서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혼자 맛깔나게 처먹는 모습을 구경만 시킨 거란 말이지.'
[비유를 듣고 보니 너무 악독한 것 같습니다. 어째서 장만석이 그렇게까지 혜진양을 괴롭혔을까요? 자기 심복 아닙니까?]
'일종의 지배욕이라고 봐야지.'
[지배욕이요?]
'교도소에서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 줄 알아?'
[그게 뭡니까?]
'강간해 버리는 거야. 여자든 남자든.'
[남자도 강간을 당한다고요?]
'강간에 대한 공포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심하지. 살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니까. 다른 남자한테 힘으로 제압당해서 느닷없이 후장 털린다고 생각해봐. 게이도 아닌데.'
[으···. 너무 끔찍하군요.]
'그런 식으로 인격을 말살시켜버리는 거야. 남자한테 강간당한 남자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추락하거든.'
[관전플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맞아. 나는 다른 여자랑 신나게 떡을 칠 테니, 너는 옆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 이거야. 어찌 보면 정신적 강간이라고 부를 수 있지. 그걸 매일 반복시켜서 무력감과 더불어 절대적인 복종심을 이끌어 내는 거야. 너는 절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뼛속 깊이 각인시키는 방식이랄까?'
[아아, 듣기만 해도 잔인하군요.]
'어쩌면 장만석은 혜진을 사랑했을지도 모르겠어.'
[네? 그건 더 말이 안 되는데요? 사랑한다면서 일부러 더 괴롭힌다고요?]
'아니면 과도한 집착이라고 해야 하려나? 애초에 세뇌 능력을 갖춘 능력자가 그런 짓을 강요할 필요는 굳이 없었을테니까.'
[흐음, 두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한 것 같습니다.]
'뭐, 세뇌가 풀린 혜진은 이미 상대에 대한 정리가 끝난 것 같지만 말이야.'
"아아-.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예?"
잦이를 입에서 뱉어낸 혜진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스스로 끌어 내렸다. 눈동자가 풀린 모습이 이성을 완전히 잃은 사람 같았다.
"내가 직접 확인 하겠어."
"뭘요?"
혜진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팬티를 끝까지 끌어 내리더니 손끝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도훈의 예민한 후각으로 팬티에 묻은 애액 냄새가 훅- 맡아졌다. 유독 진하고, 강렬한 냄새였다.
"뭐긴 뭐야?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는지 내 몸으로 직접 확인 한다는 거지."
눈빛이 완전히 풀린 혜진이 도훈의 가슴팍을 휙- 손바닥으로 밀쳤다. 도훈은 뒤로 넘어가는 연기를 하며 뒷좌석 구석에 쓰러졌다.
"어엇, 시, 실장님 이러시면 트럭에서 다 보일지도···."
"왜? 보라고 해. 상관없어. 지가 보면 어쩔 건데?"
이성을 잃은 혜진은 전혀 말귀가 통하지 않았다. 장만석의 사술로 인해 3년간 꾹꾹 눌려있던 성욕이 일시에 폭발하며 냉철하던 이성의 끈이 한순간에 뚝- 끊어진 느낌이었다.
[똑똑하고 상냥했던 혜진양이 저렇게 막 나갈 줄이야···. 주변 시선은 아예 신경도 안 쓰는데요?]
'그만큼 쌓였었다는 뜻이겠지. 나라도 3년간 섹스 못 하면 미쳐버렸을 듯.'
[3년요? 주인님은 3일도 못 버틸겁니다.]
'음, 고것은 킹정이고요.' 손가락에 걸고 있던 팬티를 빙글빙글 돌리던 혜진이 차량 앞 좌석으로 휙- 던졌다. 팬티는 독특한 각도로 날아가더니, 하필 운전대 옆 와이퍼 스위치에 걸리고 말았다.
팬티 무게로 인해 와이퍼 스위치가 밑으로 내려가자 차량 와이 퍼가 춤을 추듯 좌우로 흔들렸다.
삐익-삑- 삑-삑-.
맨 유리에 와이퍼 고무가 갈리는 듣기 싫은 소음이 발생했지만, 정신줄을 놓은 혜진은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였다.
"시, 실장님 저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
"넌 지금 차가 문제니?"
"예?"
"난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야!"
혜진이 그 말을 끝으로 도훈의 배 위에 올라탔다. 브래지어가 흐트러져있었고, 치마가 허리 위로 올라간 상태였지만 여전히 옷은 입고 있는 채였다.
[이 정도면 주인님이 따먹는 게 아니라 따먹히는 거 아닙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혜진이 다리를 벌려 앉더니 비좁은 차 안에서 합체(?)를 시도했다.
"흣!"
구멍에 귀두가 닿는 순간, 혜진이 고개를 위로 쳐들더니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 아파요?"
"아니···. 너무 좋아서 그래."
"예?"
"내가 얼마 만에 섹스를 하는 건지 넌 모를 거야."
물론 도훈은 알고 있었으나 모른 척 되물었다.
"얼마 만인데요?"
"몰라, 지금 아무것도 생각 안 나!"
꾸욱-!
혜진이 단숨에 밑으로 찍어 내렸다.
혜진은 혜진대로 초대물의 묵직함에 전율했고, 도훈 역시 말도 안 되는 삽입감에 지리고 말았다.
'우엇, 뭐야? 이걸 한 방에 들어가?'
도훈은 이미 구원회 수호천사 3인방에게 초대물을 사용한 적있었다.
구원회 내에서 날고 긴다는 수호천사 중 누구하나 그의 대물을 받아내는 이는 없었다.
시작부터 입구컷을 당하는 이도 있었고, 중간까진 성공했지만 뿌리에는 닿지도 못하는 여자도 있었다. 후장으로 겨우 성공했으나 결국에 못 버티고 튕겨 나간 여자까지.
도훈은 이를 보고, 초대물을 받아내려면 상대도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품었다. 어쩌면 한국에선 쓸일이 없을거라는 생각도.
그런데, 눈앞에 있는 조그만 체구의 구혜진이 보란 듯이 성공시킨 것이었다.
그것도 홀인원으로.
"하읏, 조, 좋아!"
심지어 꽉 찬 대물이 좋다고 난리였다.
도훈은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이걸 감당한다고? 역시 장만석의 애첩 출신이라 다르네!'
[이래서 구혜진이 장만석에게 매료되었나 봅니다. 주인님의 강화된 대물을 버티는 여자라면, 어지간한 남자들은 절대 만족시키지 못할 테니까요.]
'대단하긴 해. 권미숙은 실제로 몸집도 좀 있었고, 골반이 큰 편이기라도 했지, 어떻게 저런 갸냘픈 체구에 이걸 온전히 소화해내는 거지?'
도훈이 더욱 더 놀란 점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혜진의 조그만 체구로는 대물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는 것이다.
[대단한 신축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군요. 저 정도면 타고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미친 듯 허리를 흔들어대는 혜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목사님 말고도 나를 채울 수 있는 사내가 또 있었다니!
그것도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운전기사가!'
오랜만의 섹스였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맛도 있었지만, 그녀는 도훈의 대물이 결코 장목사의 그것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이는 실제로 양쪽을 모두 품어본 여자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오히려 운전기사 쪽이 어리니까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아. 더 단단하고, 힘이 넘친달까?'
혜진이 장만석을 만난 것은 그의 나이가 환갑에 다다른 이후였다. 물론 장만석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굉장한 실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최전성기는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낯선 청년은 자신보다도 한참 어린 20대 청년.
그 말은 앞으로 남은 서비스 타임이 무지하게 길다는 뜻이었고,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장만석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였다.
'하아, 난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저 운전기사가 첩자건, 자객이건 나는 아무 상관 안 해. 그냥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구혜진은 이미 도훈에 대한 의심은 관심 밖이었다.
누군가 색계로 자신을 저격하기 위해 보냈다고 해도 모두 감내할 생각이었다.
그럴 값어치가 있는 사내였다.
"아아아, 너, 넌 확실히 성기사단이 틀림없구나!"
혜진이 미친 듯이 방아를 찧으며 소리쳤다.
"이제 제 말 믿어 주시는 거예요?"
"으, 응! 믿어! 믿을게."
삐그덕 삐그덕- 혜진의 맹렬한 방아찧기에 정차된 차량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그 와중에 와이퍼마저 정신없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은, 카섹스를 하고 있다고 사방팔방 광고하는 것 같았다.
* * *
트럭 기사 최씨는 졸음쉼터에서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파업이니 뭐니 하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기사들에게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며칠째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수백 킬로를 내달리는 중이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지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자 급히 가까운 졸음쉼터로 차를 내몰았다.
"으어, 피곤해 돌아가시겠네. 사는기 와이리 빡빡하노?"
차를 주차한 최씨는, 출발 전 편의점 산 삼각김밥과 요구르트를 꺼내 입에 절반 쯤 욱여 넣었다.
"잘 땐 자더라도 배는 채우고 자야지."
투박한 손으로 삼각김밥을 먹고 있던 충현은 반대편에 세워진 검은 세단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삐익- 삐익- 삑-
"응? 뭔데?"
정체불명의 소리가 궁금했던 최씨가 운전석에서 보조석으로 이동하여 차량을 내려다보았다. 소리의 진원지를 살피니, 와이퍼가 혼자 마른 차창 위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헐, 와이퍼 고무 다 닳겠네. 화장실 가는 동안 실수로 켜놓고 갔나?"
남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인 최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어차피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오지랖 넓게 나서기가 좀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최씨는 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차량이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었다. 처음엔 졸려서 헛것을 봤나 싶던 최씨가 제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차량을 확인했다.
흔들흔들.
처음엔 미약하던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더니 이제는 누가봐도 심하다 싶을 만큼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뭐, 뭐여 저것은?"
최씨는 들고 있던 삼각김밥을 차량 바닥에 줄줄 흘리는 줄도 모르고 흔들리는 차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젊은 시절부터 평생 기름밥을 먹어온 최씨는 빈 차가 흔들리는 의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설마 차에서 떡치는 겨?"
황당한 일이었다.
인적 드문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카섹스를 하는 경우는 몇 번 봤지만, 고속도로 한가운데의 졸음 쉼터에서 공공연히 떡을 치는 사례는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어이구, 변태네! 변태!"
최씨가 호들갑을 떨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트럭 보조석 위치에서 차량 뒷좌석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최씨가 폰 카메라로 뒷좌석을 찍으려는데, 선팅이 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씨, 안 보이네. 이건 소장해야 되는데."
남의 섹스에 흥분하는 관음증 성향은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있는 것.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볼만한 구경거리를 건졌다고 생각한 최씨는 운전석 쪽을 통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흐흐흐, 발정난 년놈들 같으니. 그래도 눈 호강이라도 한 번 시켜주면 나야 고맙지.'
최씨가 차량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밖에서 보니 차량의 흔들림이 더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저러다 차 주저 앉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대체 얼마나 심하게 떡을 쳐대길래.'
최씨가 카메라를 들고 차량에 바짝 다가가는데, 거짓말처럼 차량의 움직임이 뚝 그쳤다.
"으잉?"
최씨가 어쩔 줄 몰라하며 멀뚱하게 서 있는데, 뒷좌석 창문이 내려오더니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야? 구경났어? 저리 안 꺼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는 음성이었다. 최씨는 혼비백산하여 돌아서더니 그대로 트럭에 올라타 후다닥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