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91화 (1,871/2,000)

1891. 구원회-96-

* * *

"너, 정체가 뭐야?"

젠장! 들켰나?

혜진의 눈빛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보여준 모습이 모두 연기였던 것처럼 사람 자체가 달라졌다. 직감적으로 그녀가 장만석의 세뇌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저, 정체라뇨?"

"똑바로 대답 못 해? 의도적으로 나한테 접근한 거 맞지?"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계속 발뺌할 생각이야? 방금 비서실에서 연락 왔어. 정기사가 계속 연락을 안 받는다고 나한테 직접 말이야. 출장시에는 운전기사가 비서를 대신해 전화응대를 하는 걸 몰랐나 보지?"

"······."

"솔직히 말해. 누구야 너? 조장로가 보냈어? 날 감시하라고?

대답 안해?"

혜진은 그녀답지 않게 몹시 흥분한 눈치였다.

당장이라도 나를 때려눕힐 것처럼 씩씩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겁먹을 것도 아니지만. 솔직히 그녀가 격투기 세계 챔피온이라도 전혀 신경 안 쓰인다.

나한테? 감히?

"저기,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말로···."

"당장 내려!"

"예?"

"차에서 내리라고! 진짜로 혼나고 싶어? 나 합기도 유단자야!"

'합기도 유단자'라는 말에 실소가 터질 뻔했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차에서 내렸다.

"돌아서서 차에 바짝 붙어."

"네?"

"돌아서라고. 진짜로 혼나고 싶어?"

난 순순히 차 문에 붙어서 뒤돌아 섰다.

그러자 혜진이 내 발목을 세게 걷어차더니 다리가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두 손 머리 위로."

"아니, 우선 제 말도 좀···."

"이게 진짜!"

혜진이 갑자기 가랑이 사이로 손을 쑥 넣더니 내 불알을 콱- 움켜쥐었다.

"억!"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해? 평생 고자로 만들어 버릴테니까."

"네, 넵!"

나는 일부러 겁먹은 척 두 손을 뒤통수에 대고 포박 자세를 취했다. 마치 경찰 지시에 불응하다 긴급 체포된 모습과 비슷했다.

[합기도에 이런 기술도 있습니까?]

'이건 합기도 기술이 아니라 자기가 힘이 더 약할 것 같으니까 급소부터 제압한 것 같은데? 머리가 좋네. 남자의 약점을 제대로 알고 있군.'

[한데 주인님이 고작 그 정도에 제압이 된다고요?]

'그럴 리가? 나는 사실 급소가 없다고 보면 돼. 여기도 내공을 밀어 넣으면 완전 돌덩이거든.'

[강철 잦이가 아니고 강철 불알이군요.]

'그렇지. 파이어 볼이 아니고, 아이언 볼.'

[거, 1절만 하시지···.]

'3절도 있거든?'

"정체를 밝혀. 너 누가 보냈어?"

"······."

"대답 계속 안 하면 진짜로 으깨버린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혜진이 진짜로 불알을 꽉 움켜쥐었다.

내공을 밀어 넣어 방어하자, 애무 수준의 간지러움이었다. 어우, 이것도 은근 꼴리는데?

하지만 연기를 해야 했다.

"서, 성기사단입니다!"

"성기사단? 어쩐지 물건 사이즈가···. 흠흠,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그럼 양 권사가 보냈나? 설마 양 권사가 조 장로 쪽에 줄을 선 거야? 그래서 널!"

혜진은 전혀 알아듣지 못 할 소리만 하고 있었다. 아마 나를 다른 장로의 밀명을 받고 잠입한 스파이 쯤으로 예상하는 모양이다.

'조 장로는 또 누구야? 뭔 처음 듣는 이름이 이렇게 많아?'

[아마도 12장로 중 한 명으로 보입니다. 구혜진과는 반목하는 관계인가 보군요. 그쪽도 나름 권력 암투가 치열한 모양입니다.]

'젠장. 내가 자기네들 권력 다툼 구도를 알게 뭐냐고? 좆같은 것들 싹 다 쓸어버려야지.'

"그게 아니라, 전 출신을 물어보시는 줄 알고···."

"출신이라니?"

"저는 원래 성기단에 선발되었다가 임무 부적응으로 운송팀으로 재배치 받았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운전 경력이···."

콰악-!

"윽!"

"너 계속 거짓말 할 거야? 그럼 왜 정기사가 연락두절된 건데?

정기사는 대체 어떻게 했어?"

"그거야 저도···. 혹시 장례식 때문에 정신 없는게 아닐까요?

상을 당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이게 진짜!"

[근데 어차피 나중에 들통날 거짓말 아닙니까? 정기사는 몇시간 후에 스스로 깨어날 텐데요?]

'상관없어. 지금 이 순간만 모면하면 되니까.'

[네?]

'로시 너도 똑똑히 봤잖아. 혜진의 세뇌가 완전히 풀렸어. 지금 그녀는 장목사에게 처음으로 해방된 상태라고.'

[그래서요?]

'뭘 그래서야? 장만석의 세뇌만 없으면, 이 여자는 이제 내 거라는 거지. 사탕 먹기보다 쉬울 걸?'

[아니, 그런···.]

'이 순간만 모면한 다음 아까처럼 다시 꼬시면 혜진을 내 편으로 완전히 구슬려 삶을 수 있어. 그 이후에야 정기사가 죽었든 살았든 신경도 안 쓸걸. 놈이 지랄발광해봐야, 장로가 찍어 누르면 찍소리도 못 할 테니까.'

[하여간 뭐든 좆으로만 해결하시는군요.]

'그렇지. 나를 만나면 누구든 아주 좆되는 거야.'

[아, 그 좆이 그 좆이었습니까?]

"그, 그만 놔주시면 안 될까요? 너무 아픈데."

"절대 안 돼! 네 녀석이 무슨 꿍꿍이로 내 운전기사를 자처했는지 알아내기 전까진!"

"······."

"그리고 네 말엔 모순이 있어."

"네?"

"성기사단이면 남자 신도들에겐 최단기 출세 코스 아니야? 그걸 왜 그만뒀지? 고작 운전기사나 하려고?"

"그만둔 게 아니라 잘렸습니다."

"왜?"

"아까 말씀드렸듯이 임무 부적응으로요."

"임무 부적응이라고?"

"그게···."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이번에는 혜진이 내 다리 사이에 허벅지를 찔러 넣으며 차에 바짝 밀어붙였다. 다른 건 몰라도, 합기도를 배우면서 자기보다 힘이 센 상대를 제압하는 요령은 확실하게 익힌 모양이었다. 이렇게 다리를 벌린 채 벽에 붙으면 힘을 쓰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나한텐 아무 의미 없는 행위에 불과하지만.

"내 허락없이 고개 돌리지 마."

"아, 넵."

"계속 말해. 임무 부적응 사유가 뭐지?"

"그게 ···너무 커서요."

"뭐라고?"

"그게 너무 커서 여자들이 감당을 못 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내가 성기사단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줄 알아?"

"정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것 때문에 발탁되었는데, 나중에는 민원을 너무 받았습니다. 제가 너무 커서···. 아프다고···."

"아니, 대체 얼마나 크길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뭐하긴. 유혹하는 거지.'

[이 딴걸로 유혹이 된다고요? 구혜진양은 지금 주인님을 경쟁장로가 보낸 첩자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차피 정기산가 뭔가 하는 운전기사를 발견 못하는 이상 여기서 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 그리고, 혜진이 대물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으니 한 번 어필해 보는 거고.'

[대물을 좋아한다는 건 주인님 추측인가요?]

'추측은 맞지만, 거의 확실할걸?'

[무슨 근거로요?]

'대물을 견뎌내지 못했으면, 장만석의 애첩이 될 수도 없었을테니까.'

[아!]

'그래서 아까 세뇌 풀리기 전에도 실수인 척 내거 막 만지고 그랬잖아. 세뇌당한 상태에서도 대물이면 사족을 못 쓰는 여자라는 뜻이야. 이제 맨정신으로 돌아왔으니 더 하겠지.'

[의외로군요. 전혀 밝히게 안 생겼는데···. 권미숙이야, 원체 생긴것부터 야한 여자였지만···.]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는 거야. 막말로, 혜진이 장만석에게 왜 넘어갔겠어? 다른 여러 요소가 있었겠지만, 일단 그게 너무 잘 맞았던 거라니까? 장만석의 30cm 대물에 뿅 간 거라고.'

[그렇다면···.]

'맞아. 혜진이도 미숙처럼 대물 애호가야. 자신을 감당할 남자가 이제껏 장만석밖에 없었겠지만, 이제 새로운 젊은 피가 나타난 거야. 혜진이 과연 어떻게 할 것 같아?'

"네 말을 도저히 못 믿겠어."

"예?"

"하나도 못 믿겠다고. 정기사의 부사수인 것도 모르겠고, 성기사단 출신이라는 것도 아무런 증거가 없잖아. 심지어 거기서 잘렸다는 이유조차도 황당하고. 들키면 그렇게 말하라고 양권사가 시켰나? 꼬리자르기 하라고? 감히 권사 주제에 나한테 반기를 들었다간, 차기 장로는커녕 파문을 당할까봐서?"

"아닙니다. 증명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제가 보여드리면 믿겠습니까?"

"뭘?"

"바로 확인하실 수 있잖습니까. 여기서 바지라도 내릴까요?"

"······."

등지고 있었지만, 혜진이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황당한 방법이긴 했지만, 어쨌든 대물을 확인하면 이제까지 말한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차 문 열어."

"예."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데 혜진이 핸드폰을 들어 보인 채 말했다.

"허튼수작 부리기만 해. 너 이게 뭔 줄 알아?"

"스마트폰 아닙니까?"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야.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내 위치가 위성을 통해 노출되고 경호팀에서 바로 해당 위치로 출동하게 되어 있어. 장목사님 경호팀에 대해선 들어봤겠지?"

'뭐라는 거야? 내가 경호팀을 알게 뭐야?'

[어딘가 무시무시한 집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원회 내에서 위명이 상당한가 본데요?]

'그래봐야 좆밥 들이지. 누구나 나한테 처맞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을 갖고 있을 뿐,'

[구혜진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를테니까.]

'그렇겠지. 그럼 평소 장목사를 수행하는 구혜진이 경호팀의 호출을···. 어? 뭔가 이상한데?'

[뭐가 말입니까?]

'어째서 장목사가 경호팀을 두고 있는 거지? 그 자식 플레이어가 아니었어?'

[플레이어가 왜요?]

'아니.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으면···. 아! 어쩌면 이 자식!'

[왜 그러십니까?]

'설마 무공 같은 건 전혀 못 쓰는 건가?'

[앗!]

'맞지? 그게 아니면 왜 굳이 경호팀을 곁에 두겠어? 심지어 위성 호출도 가능할 정도로 빡빡하게 말이야. 그건 납치나 실종등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한 거잖아.'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장만석은 스스로 자신을 지킬 힘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군요. 하긴 모든 플레이어가 주인님처럼 일신의 무공을 갖춘 건 아니겠죠. 제주도의 보미양처럼 전투형 플레이 어가 아니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냥 좆만 큰 늙어빠진 노인네일 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하, 씨발 그냥 처음부터 쳐들어가서 발라 버리는 건데.'

[물론 아직 방심하긴 이릅니다. 일신의 무력이 없다고, 그게 쉬운 상대라고 단정할 순 없으니까요. 능력자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스킬의 가짓수는 상상할 수 없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 다만 확실한 건 그 새끼가 몸싸움으론 좆밥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정도겠지.'

"경호팀이라면···."

"경호팀이 출동하면 그 순간 넌 끝이야. 그러니 허튼 생각 품을 생각 추호도 하지 마.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나 합기도 유단자야."

"아, 알겠습니다."

뒷좌석 끝으로 들어가자 혜진이 뒤따라 타면서 차문을 닫았다.

고급 세단이라 뒷좌석이 넓어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고도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좋아, 네 말이 정말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보겠어. 거짓말이기만 해. 바로 여기 호출 버튼 누를테니까."

"알겠습니다."

"바지 벗어."

"좌석이 좁아서···."

"잔말 말고 얼른 벗어. 시간 끌어도 소용없어. 분당이야 안 가도 그만이야."

혜진이 같잖은 스마트폰을 들고 계속 협박했다.

저게 무슨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양 믿고 있는 것 같은데, 경호팀 수백명이 나를 잡으러 온들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다.

아무튼 혜진의 말대로 뒷좌석에 앉아 힘들게 바지를 끌어 내렸다. 두 발에 바지가 걸린 채 팬티마저 내리자, 혜진의 동공이 커다 래졌다.

노발기에도 큼직한 잦이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녀의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내 예리한 청각에 그대로 잡혔다.

하트비트가 130은 넘어간 속도다.

"흐음, 아직 모르겠는데? 이게 그렇게 아플 정도의 크기라는거야?"

"제가 발기 후 사이즈랑 차이가 커서···."

"그럼 세워 봐."

"네?"

"세우라고."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설마 나보고 세워달라는 거야?"

혜진은 본인이 말하고도 겸연쩍었는지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사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세워 주고 싶어'로 들릴만큼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귀엽네. 세뇌가 풀렸으니 지금이 원래 성격인건가?'

[오히려 세뇌에 걸려있을 때가 더 친철하고 상냥했던 것 같은데요?]

'그것도 아마 평소 성격은 맞을 거야. 다만 지금은 나를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겁을 주려는 거겠지. 근데 정말로 내가 저 스마트폰 하나로 겁을 먹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리고 막말로 걔네들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고속도로 졸음쉼터까지 한 달음에 달려올 건데? 족히 한 시간은 걸릴텐데.'

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야, 야동이라도 켜놓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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