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 구원회-94-
도훈 역시 혜진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훅- 느껴진 체취에 성욕이 솟구쳤다.
'아으, 살 냄새 쥑이네.'
[네?]
'체취 말이야. 어째서 장만석이 그녀를 점찍었는지 알 것 같아.'
[화장품 냄새가 아니라요?]
'내가 그것도 구분 못 할 것 같아? 내 후각은 이미 개랑 동급이라고.'
[그냥 개새끼 그 자체 일지도···.]
'뭐 인마?'
[아닙니다. 주인님이면 개보다 더 하죠. 개만도 못 할리가 있습니까?]
'어떻게 말해도 욕같이 들린다?'
[에이, 그럴리가요.]
'아무튼, 화장품 냄새 말고 특유의 체취가 되게 좋은 편이야.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분 냄새 같은 걸 선천적으로 타고 났어.'
[설마 특이 체질입니까?]
'일종의? 몸에서 나는 땀냄새와 페로몬이 뒤섞이면서 독특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아. 타고나길 살 냄새 좋은 여자들이 더러있거든.'
도훈은 운전을 하면서도 곁눈질로 혜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급하게 벨트를 매느라 벨트가 칼처럼 옆으로 누으며 가슴골이 반으로 갈라졌는데, 그덕에 풍만한 가슴이 미사일처럼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다시보니 D컵이 아니었네?'
[네?]
'E컵이야. 옷 때문에 내가 잘 못 본 듯.'
[헐, 체형에 비하면 엄청난 글래머군요.]
'그렇지. 보통 저런 미사일 젖이면, 팔뚝이 두꺼운 경우가 많은데 얇은 팔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가슴이 큰 편이야.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혹시 수술이라도 한 걸까요?]
'아니. 처진 모양을 봐선 순수 자연산 같아. 수술이라면 꼭지가 더 위로 올라와 있어야 하거든. 확실히 드러난 상태를 보니 알겠어.'
[역시 슴믈리에의 눈썰미란 대단하군요.]
'여러모로 축복받은 여인이야. 가진 걸 저렇게 많이 타고나기도 쉽지 않은데.'
[하긴 외모만 아니라 머리도 좋죠. 성격은 더 좋은 것 같구요.
저런 똑똑한 여자가 어쩌다 장만석에게 낚인 걸까요?]
'장만석이 만약 플레이어라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스킬들을 분명 가지고 있겠지. 그런 스킬에 기만 당한 걸지도.'
[허어-.]
도훈이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가슴을 힐끔거리면서 침을 꼴깍삼켰다.
하지만 이상한 부분은 혜진 역시 벨트를 똑바로 돌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는 것이었다. 분명 잘못 걸쳐진 안전벨트가 불편할 텐데도, 일부러 가슴을 뽐내듯 가만히 있었다.
'이젠 아주 대놓고 보네?'
사실 혜진은 이미 도훈이 자신에게 관심을 넘어선 호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상사를 보조석에 앉히려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를 품지 않고선 불가능한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도훈의 뻔한 수작을 간파해놓고, 일부러 모르는 척 속아 주었다. 혜진은 그점이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대놓고 밝히는 사내가 뭐가 좋다고···.'
한마디로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지위가 높은 것도 아니었고, 가방끈도 짧은 사내였다. 군입대 전에 택시기사 일을 했다고 했으니 대학도 안 나왔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결국 고졸이라는 소리.
국내 최고의 학부를 나와, 미국에서 간호사 자격까지 취득한 자신과는 천양지차였다. 쳐다도 보지 못할 나무라고 해야 맞았다.
'솔직히 얼굴도 그저그렇고.'
박민용으로 변장한 도훈의 현재 얼굴은 결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애초에 고시생으로 위장하기 위해 바꾼 얼굴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평범한 보이는 인상으로 꾸민 것이다.
다만 유일하게 장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몸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점이었다. 도훈은 옷을 입고 있어도 테가 달랐다.
눈썰미가 좋은 편인 혜진은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운동을 꽤 오래한 몸이었다. 단기간의 벌크업 정도로 만들 수 있는 몸은 절대 아니었다.
'설마, 내가 저 몸 때문에?'
결국 남은 이유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그저 몸뚱이를 보고 혹해버린 것이다.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 장목사님 만난 이후로 다른 사내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장만석은 비록 늙었지만, 밤 일 하나는 끝내줬다. 혜진은 처음 장만석과 섹스를 했을 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떳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치지 않는 정력과, 현란한 스킬.
그리고 서양 대물들에게도 꿀리지 않는, 동양산 초 대물.
그곳이 꽉 끼는 느낌에 혜진은 난생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원체 큰 걸 선호하는 그녀의 취향에 꼭 맞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자신은 장만석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만석을 떠올리자 혜진이 다시 우울해졌다.
삶의 이정표이자 우상같은 존재였던 장만석은 죽어가고 있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간호사 출신인 혜진은 확실히 그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사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상태였다.
장만석의 사후.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혜진은 점점 미래가 불안해졌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형 교회의 장로까지 되었지만 이제 자신을 지지하고 끌어주었던 방패막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장목사가 없는 구원회는 그야말로 야생의 정글이나 마찬가지일터.
하지만 자리를 보존하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더 이상 그의 우람한 잦이를 맛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어느덧 섹스리스가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혜진은 최근까지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처녀혈을 마시는 기행이 끝나고 나면, 장만석이 다시 자신을 품어줄 거라는 소박한 소망.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하고 있는 장목사를 보며 혜진도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장목사가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 할 거라는 사실을.
아니, 어쩌면 모르핀의 부작용으로 인해 얼마 안 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말이다.
그런 그녀 앞에 떡하니 나타난 젊은 운전기사가 혜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분명 매력적인 사내였다. 어딘지 모르게 자꾸 끌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혜진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싶었다.
'···확인이라도 해 볼까?'
혜진이 엉큼한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지나치게 권력을 쓰지 않았다.
한참 계급이 낮은 평신도들에게 늘 친절하고, 존댓말로 대했다.
나이가 어려서라기 보다는 타고난 성격이 원체 친절하고 상냥한 편이었다. 그래서 간호사도 천직처럼 여겼다.
백의의 천사.
그녀가 간호사로 재직중일 때 동료들이 부르던 별명이었다.
'뭐, 내가 희롱 좀 한다고 별 일 있겠어?'
혜진은 구원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이성에게 권력을 남용하고픈욕망에 휩싸였다. 그것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끝내 그녀의 절제심을 무너뜨렸다.
구원회의 막강한 권력관계를 고려하면, 자신은 도훈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었다.
"맞다. 제가 간식 드린다고 했었죠? 지금 뜯어줄게요."
혜진이 종이봉투에 든 맥반석 오징어 다리를 하나 뜯더니 도훈에게 건넸다. 도훈이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받으려고 하자 혜진이 손을 뒤로 빼며 말했다.
"에이, 핸들에 기름 묻어요. 아, 해봐요. 제가 입에 넣어줄게요."
"실장님 그건 좀···."
"왜요? 이러라고 나 옆에 앉힌 거 아니었어요?"
"근데 너무 죄송해서···."
"뭐 어때요? 운전하느라 고생하는데. 자, 아!"
혜진이 다시 도훈의 입에 오징어 다리를 들이밀었다. 도훈이 입을 벌려 받아 먹으려고 하는데, 순간 오징어 다리가 미끌어지며 도훈의 허벅지 안 쪽으로 떨어졌다.
툭-.
"아이고, 이런 실수를."
혜진이 떨어진 오다리를 집는 척 도훈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쑥밀어 넣었다. 하지만 안쪽 깊숙이 들어가 버린 듯 손에 쉽게 잡히 질 않았다.
"어, 어···. 실장님 이거 어떻게 하죠?"
"미안해요. 내 실수에요. 시트 밑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은데 ···. 운전중이니까 제가 빼드릴게요. 가만 있어봐요."
혜진은 도훈이 운전대에서 손을 못 떼고 하고는 갑자기 허벅지 안으로 손을 숙 밀어 넣었다.
"읏!"
"대체 어디로 떨어진 거지?"
혜진은 다리 사이에 떨어진 오다리를 집는 척 하면서 은근 슬쩍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뭉클-!
그때였다.
혜진의 손등으로 뭔가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설마, 이게?'
혜진은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닿은 위치로 보건데, 노발기 상태의 잦이가 상상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었다. 키를 봐선 작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 크기가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와···. 대물이잖아?'
노발기로 이 크기면 못해도 20cm는 훌쩍 넘는다는 뜻이었다.
장만석이라는 희대의 대물을 경험했던 혜진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바지에 뭘 넣어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아, 아니 그게···."
혜진이 일부러 한 번더 대물을 더듬었다.
그녀의 노골적인 수작을 지켜보며 도훈이 속으로 코웃음쳤다.
'이거 봐라? 자기가 먼저 나한테 들이대는데?'
[이건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닙니까?]
'글쎄. 아직은 정확한 마음을 모르겠어. 세뇌 때문에 다른 남자에겐 관심이 없는 게 맞지 않나? 어떻게 된 일이지? 단순히 시험하는 걸까?'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요?]
'뭐?'
[장만석의 세뇌가 조금 풀린 상태라면요?]
'뭐?'
[정보창에서 그랬잖습니까? 장만석이 그녀의 네토 성향을 개발시키기 위해 관전만 시킨다고요. 그래서 자위만 하고 있다고.]
'그랬지.'
[어쩌면 장만석도 주인님처럼 비슷한 스킬을 보유한 게 아닐까요? 섹스를 오랫동안 안하게 되면 세뇌가 풀리게 되는 종류로요.
주인님의 호감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듯이요.]
'아!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맞죠?]
'사실 장만석은 자신의 정액을 이용해 여자들을 세뇌시켰잖아.
근데 오랫동안 해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던 구혜진이라도···.'
[세뇌가 많이 풀린 상태겠죠.]
'이것 봐라? 잘하면 정말 견적이 나올 것 같은데?'
도훈은 일단 당황하는 척 연기했다.
"저, 저기 실장님 그건···."
"뭔대? 이상하게 바지 속에 들어있는데?"
"그겁니다."
"그거라니? 똑바로 말해야지."
"자···."
"응?"
"제 자집니다."
"아, 앗!"
뻔뻔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혜진이 화들짝 놀라 손을 빼며 도훈에게 사과했다.
"미, 미안. 난 설마했지."
"죄송합니다."
"아니야. 뭐가 또 죄송해. 멋대로 만진 건 내쪽인데."
"그래도···. 실장님 앞에서 상스러운 단어를···."
"괜찮아 괜찮아. 우리 교회에서 그 정도 단어를 쓰는 건. 그럼 잦이를 잦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 그렇긴 하지만."
"암튼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 혹시 수치심 느낀 거 아니지?"
"네?"
"아니, 그래도 내가 상급잔데···. 일부러 성추행한 것처럼 오해할까봐."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근데 좀 불편하긴 합니다."
"나랑 있는게 불편하다고?"
"그게 아니라···. 운전하기가."
"응?"
혜진이 슬쩍 도훈의 허벅지 사이를 쳐다보는데, 아깐 뭉툭 튀어 나와있던 정도의 잦이가 크게 부풀어 밑으로 쭉 내려와있었다.
마치 바지 안에 길쭉한 순대 하나를 숨겨둔 모습이었다.
"허, 헉! 어쩌다 그렇게 됐어? 설마 내가 만져서?"
"···예."
"이런, 정말 미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게···. 청년부 예배를 한동안 참석을 못 해서···. 죄송합니다."
"아."
혜진도 구원회의 장로니 만큼 청년부 예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집단으로 난교 파티를 벌인다는 것도.
"그랬구나. 많이 쌓여있구나."
"아, 아닙니다."
"괜찮아. 괜히 내 앞에서 태연한 척 할 필욘 없어. 특히나 그렇게 꼴린 모습으로 말이야."
"죄송합니다."
"자꾸 뭐가 죄송해.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도훈의 대물을 확인한 혜진은 점점 욕망이 커져갔다.
만약 그가 형편없는 좆을 가졌으면, 단순한 해프닝을 끝낼 생각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좆을 가진 청년이었던 것이다.
'하아, 진짜 갑자기 너무 당기네. 거기가 근질거린 게 언제적이었지?'
혜진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장로인 자신이 운전기사인 도훈에게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목사와의 관계 때문에 도저히 그 말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면 안 돼. 난 지금 중요한 일을 하러 가고 있잖아. 지금껏 잘 참아왔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어.'
혜진이 다시 한번 굳은 심지로 의지를 보였지만, 눈 앞에서 꿈 틀거리는 도훈의 대물이 너무나 탐스러워보였다. 바지 안에서 용트림을 하는 대물을 보자 그녀의 굳건했던 의지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