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 구원회-89-
"하악, 하악! 너, 너무 쎄!"
도훈은 말로만 엄포를 놓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야밤에 옥상에서 임예령을 개처럼 따먹었다.
상체를 일으켜 서서 뒤치기를 하던 도훈은, 그녀를 옥상 출입구 외벽에 밀쳐 벽치기를 시전했다. 상체가 완전히 짓눌린 임 집사는 마치 강간을 당하는 것 같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아, 뭐, 뭔데!"
"뭐긴 뭐야? 불쌍한 합숙소생들 강제퇴거한다고 협박해서 따먹던 소장 참교육하는 거지."
"너, 너 이 새끼 대체 어디까지 알고···. 헉!"
"새끼? 아직도 누가 갑인 줄을 모르네?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줘? 나한테 걸린 이상 당신 이제 좆된 거라고!"
도훈이 그녀를 벽으로 더욱 밀어 붙였다. 상체가 짓눌리다 못해, 압사 당할 것 같은 고통에 임 집사가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 가슴이 눌리면서 숨을 쉬기 곤란해진 것이었다.
"하, 하악, 사, 살려줘!"
"살리긴 뭘 살려? 누가 죽이기라도 한대? 빨아."
입을 크게 벌린 임 집사에게 도훈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녀는 굴욕감을 느끼며 도훈의 더러운 손가락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이제야 말을 좀 듣는군. 그래, 어린애들 협박해서 따먹을 땐 좋았지? 나이 먹은 년이 쪽팔린 줄도 모르고 말이야."
"흐읍, 읍읍!"
"잘 들어. 이제부터 넌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만 않으면, 네가 저지른 모든 부조리와 월권행위를 상부에 싹 다 까발리겠어. 성기사단장인 양권사님 정도면 말이 통하지 않을까?"
"흐읏!"
도훈이 손가락을 빼자 임 집사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안 돼. 제발 그것만은···."
"왜? 합숙소장에서 잘리면 이제 강남 본원에서 더 이상 갈 자리가 없나? 듣기론 권력다툼에 밀려서 한직만 떠돌고 있다고 하던데."
"네가 어떻게 그걸!"
"난 다 아는 수가 있어. 그리고 질문이 잘못 됐잖아. 넌 내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임 집사가 고개를 돌려 다시 도훈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도훈이 얼굴을 벽에 짓누르며 꼼짝 못하게 제압했다. 벽에 밀쳐진 예령의 얼굴이 짓눌리며 못 생긴 얼굴로 변했다. 그야말로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하악!"
"네가 살 길은 딱 하나야. 이제부터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협조하는 거."
"뭐, 뭐라고?"
"내가 시키는대로 따르라고. 좆되고 싶지 않으면."
도훈은 일부러 세게 한 방 대물을 쑤셔박았다.
자궁구까지 때리는 깊숙한 박음질에 임 집사가 또 한 번 자지러졌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도훈이 붙잡고 있어 쓰러질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선채로 강간당하는 셈이었다.
"나, 나한테 어째서!"
"왜? 내가 너 따먹으면 안 되냐? 어?"
도훈이 윽박지르며 잦이를 계속 찔러 넣었다.
공포와 쾌감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우악스럽게 힘이 센 도훈이 자신을 어떻게 해버릴 것 같은 공포감과 반대로, 자신을 멋대로 휘두르는 남자에게 복종하고 싶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숨을 헐떡이던 임 집사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만 마."
"그건 네가 하는 것에 따라 달렸지."
"······."
"몇년 전. 우리 부모님이 크게 사기를 당했어."
"?"
"종교 단체에 속아서 수십억이 넘는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자살, 아버지는 여전히 병원에 쓰러져 계시지.
혼자선 숟가락도 들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돼서 말이야."
"서, 설마···. 그 종교단체라는 게···."
"맞아. 바로 이곳 구원회에서 벌인 일이야. 집사 쯤 되는 네가 모른다고 잡아떼진 않겠지?"
임 집사 역시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교회 헌금이나, 교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제외하고도 별도로 캐시 카우를 위해 운영되는 사조직이 교회 내에 존재한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이는 극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아니고선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했으나, 구원회 초기부터 교주의 묵인하에 꾸준히 지속되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된 임 집사 역시 모를 수가 없었다.
"그, 그렇긴 하지만 그건 나와 관계없는 일이야. 난 그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난 그저 어린 신도들을 관리하는···."
"그래. 나도 벌써 충분히 조사했지. 너와 관련 없는 일이란 건 나도 알아. 권 권사 그년이 배후에 있더군."
"권···. 권미숙. 권 권사?"
"맞아. 나는 그년에게 복수하기 위해 내 인생을 걸고 구원회에 잠입했어.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아···."
"어때? 이제 좀 구미가 당기나? 듣자하니 너도 권권사에게 당한게 있다고 하던데, 어쩌면 우린 같은 상대를 노리는 게 아닐까?"
[거짓말이 어쩜 그렇게 능수능란 하십니까? 이 스토리는 김비서의 이야기 아닙니까?]
'맞아. 적당히 각색해서 내 이야기처럼 만들었지. 그래야 임 집사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로시 네가 그랬잖아.
적의 적과는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모든 게 빌드업이었군요. 정보창의 추천 멘트를 치기 위한.]
"어, 어떻게 그걸···."
"어때? 나를 도우면, 너의 복수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힘을 모아보는 건."
임 집사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처음엔 그저 좆만 큰 찐따새끼라고 생각했다.
얼굴은 그닥 취향이 아니었지만 당장 욕구를 풀고 싶었던 예령은, 여느때처럼 그를 성적으로 착취할 생각으로 협박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는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였고 더 깊이 들어가니 복수심에 불 타 구원회로 잠입한 미친놈이었다.
'이, 이게 뭐야. 완전히 똥 밟은 꼴이잖아?'
예령은 도훈의 제안이 무척이나 위험한 거래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구원회 내의 실권자인 권 권사를 잘못 건드리다 실패하는 날에는 자신의 비행이 드러나 합숙소장에서 잘리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의 인생을 망친 권권사를 제거하는데, 손 안대고 코풀 수 있는 있는 기회기도 했다. 대리복수도 복수는 복수니까.
"어, 어떻게 권 권사에게 복수하겠다는 거지? 네가 무슨 수로?"
"난 평생 단 하나의 신조를 가지고 살아왔지."
"그게 무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 부모님의 목숨값은 목숨으로 받아 낸다."
"서, 설마 살인이라도 저지르겠다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미, 미친···."
"그래. 난 미쳤어. 미치지 않고선 복수를 위해 구원회에 들어와 성기사단에 입단하는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어? 난 오늘만 보고 살아. 내일은 사치일 뿐."
임 집사가 볼 때 도훈은 침착하게 돌은 놈이었다. 그리고 이제껏 살면서 느낀 것은, 침착하게 미친 확신범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저 새끼 정말로 진심이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임 집사는 양자택일의 순간에 직면해 있었다.
어린 합숙소생들을 협박해 따먹은 죄로 징계를 받거나, 혹은 복수심에 불타는 미친놈에게 휘둘리는 것 뿐이었다.
다른 선택은 없었다.
전자는 최악의 경우에 파면.
후자의 경우는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할 수도 있었다.
권권사가 막강한 금권력을 바탕으로 암암리에 강력한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까.
임 집사가 고민하는 것을 본 도훈이 협박에서 회유로 작전을 변경했다.
"밤마다 견디기 힘들지?"
"···뭐, 뭐?"
"난 딱 보면 알아. 오죽하면 풋내나는 어린애들을 협박했을까?"
"무슨 말도 안되는···."
"만약 내 편이 되어주면, 나도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내가 원하는 것?"
"여기서 제일 좋은 방을 나에게 줘. 그리고 사감 허락없이 아무 때나 출입할 수 있는 프리패스 권한까지."
"무슨 말도 안되는···."
"대신, 원하면 내가 널 이렇게 한 번씩 따주지."
"뭐라고? 날 지금 그걸로 매수하려고···, 흡!"
"왜? 나랑 하는 게 그렇게 별로인가?"
"무슨, 흐읏, 흣, 아, 아아아!"
"윗 입보단 아랫입이 좀 더 솔직한 거 같은데?"
"흐으, 흐응, 하읏."
도훈은 일부러 잦이를 깊숙일 찔러주며 협박과 설득을 반복했다.
임 집사는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훈의 굵직한 대물이질 벽을 긁어줄 때마다 막혀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얼굴만 곱상하지 섹스라곤 좆도 못하는 풋내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도 없이 사용했던 딜도와 비교도 안되는 레알 잦이였다.
'아아, 너, 너무 잘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어쩌다 이런 놈에게···.'
"이봐, 내 인내심은 그렇게 길지 않아. 더 대답하지 않겠다면 거절로 이해하겠어."
도훈이 당장이라도 잦이를 빼려고 뒤로 물러나자, 임 집사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의 잦이는 하나의 세계였다.
잦이가 빠져나가는 것은, 세상의 절반을 잃는 슬픔이었다.
"자, 잠깐!"
잦이가 거의 빠져나가려고 할 때 임 집사가 다급하게 도훈을 멈춰세웠다.
"왜?"
"아, 아직 대답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당신 대답이 뭔데?"
"···하, 할게."
"진심으로?"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줄게. 나도 권미숙 그년에게 받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잘 생각했어."
임 집사가 얼굴을 붉히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섹스를 너무 잘하니까."
도훈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줌마도 내 취향은 아니거든?"
도훈이 다시 미친듯이 뒤치기를 시작했다.
* * *
다음날 아침.
도훈은 합숙소장 당직실에서 눈을 떴다.
닭장같던 일반 신도의 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사람같이 살 수 있는 사감의 방과도 비교가 되질 않았다. 그런 방들에 비하면 합숙소장의 당직실은 40평대 아파트처럼 넓었다. 애초에 두건물을 연결한 통로 가운데 널찍한 공간을 통째로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혹시 커피 좀 있어?"
"어? 자, 잠시만."
먼저 일어나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임 집사가 후다 닥 일어나 커피 포트에서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주었다.
그녀는 평소의 뚱한 표정이 아닌, 몹시 상기된 얼굴 표정이었다.
간밤의 격렬한 섹스가 그녀의 높았던 스트레스 지수를 완전히 낮춰주었기 때문이었다.
"여, 여기 있어."
"흐음, 향 좋네. 여긴 혼자 당직실로 쓰긴 너무 공간의 낭비가 심하군."
도훈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그게···. 초대 합숙소장이 만든 거라···."
"아니야. 임 집사 당신에게 뭐라고 하는 건. 아, 나 말 놔도 상관없지? 난 원래 내가 따먹은 여자한텐 반 말하거든."
평소 같으면 버릇이 없다고 길길이 날 뛸 임 집사였지만, 어제 밤새 도훈에게 신나게 따먹히며 극락을 맛 본 임 집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으, 응. 마음대로. 그래도 다른 청년부 신도 앞에서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게. 어? 근데 화장했어?"
"아···. 아니, 조금 일찍 일어나서···."
임 집사는 어제 밤 처음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무슨 일인지 얼굴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꾸며 놓고 나니 확실히 미인은 미인이었다. 게다가 맨날 찡그리고 있던 표정까지 풀어지자, 사람이 전혀 달라 보였다.
[아침에 보니까 임예령도 상당히 예쁘군요.]
'여자야 꾸미기 나름이니까. 원판이 부족한 편도 아니었고.'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나한테 잘 보이고 싶나보지.'
[주인님한테요?]
'임 집사는 외로운 여자였어. 그 외로움을 풀 방법이 없으니, 히스테리가 심해져 다른 신도들을 괴롭히던 것 뿐.'
[아···. 주인님이 원인을 제거했군요.]
'맞아. 내가 밤 새 뚫어주고 나니까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간 거지. 이제 그녀도 조금은 심신이 안정될거야.'
"보기 좋네. 20대 같아."
"어, 어···. 고, 고마워."
"그래. 아침 일정은 어떻게 되지?"
"나, 나? 그건 왜?"
"이제부터 나를 위해 일해줘야 하거든."
"무슨 일을 하면 되지?"
"내가 여기 있으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했는데, 구 장로와 접촉할 방법이 필요해,."
"구 장로? 구혜진 장로?"
"구혜진? 이름이 구혜진이야?"
"으, 응."
"그래. 아무튼 구혜진에게 접근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지?"
임 집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쉽지 않을텐데···."
"왜?"
"구 장로님은 지금 장목사님의 최측근이야."
"최측근?"
"응. 바로 옆에서 목사님을 수행하는 비서 역할을 하고 있어."
"장로가 돼가지고 수행비서 역을 한다고?"
"그게 그 여자가 초고속 승진한 이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