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75화 (1,855/2,000)

1875. 구원회-80-

평소 주일 예배를 올리는 장만석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이라면, 놀라 자빠질 만큼 초췌한 모습이었다.

피부 전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탄력이라곤 전혀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하얀 각질 같은 것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모습은, 곧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는 수만 신도 앞에서 설교할 때 분장과 조명을 이용해 최대한 숨겨왔음을 반증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가래 끓는 쇳소리가 듣기 싫게 섞여 나왔다.

"···진통제···. 어서 몰핀을···."

구 장로가 서둘러 조그만 클러치에서 주사기를 꺼내더니 다 죽어가는 장 목사의 팔에 바늘을 꽂아 넣었다. 팔에는 이미 수십 번이나 바늘로 찌른 흔적이 가득한 상태였다.

주사기에 든 액체가 끝까지 들어가자 장 목사가 "끄억-"하는 소리를 내더니 눈알을 하얗게 뒤집었다. 마치 독살을 하는 것처럼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정상적으로 눈을 뜬 장 목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크흠, 발작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만. 이번엔 정말로 위험할 뻔했어."

장 목사는 약빨에 힘입어 금세 기운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전쟁통에서 발목 지뢰에 의해 한 쪽 발이 잘린 사람도 남은 한 발로 껑충껑충 뛰게 했다고 전해질 만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 덕분이었다.

그만큼 약효가 세다는 의미기도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억지로 꺼져가는 생명을 붙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국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구 장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주인님. 지금이라도 양생 치료를 멈추심이···."

"뭐라?"

구 장로가 정중히 무릎을 꿇은 채 간청했지만, 장 목사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낄 뿐이었다.

"너 따위가 무얼 안다고 설치느냐? 넌 그저 내 명령만 충실히 따르면 될 일이야."

"하지만···. 주인님 몸 상태가 지난 몇 달 새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것은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압니다. 몰핀으로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가···."

"그 입 다물라고 했지!"

기운을 차린 장목사가 불같이 역정을 냈다.

불호령이 떨어지자 구 장로가 입을 꾹 다물었다.

"······."

"간호사 출신이라고 가까이 두고 예뻐해 줬더니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내 말 한마디면 너는 장로 자리는 고사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 버릴 수 있다는 걸 늘 명심하도록. 알겠나?"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구 장로는 이마를 바닥에 찧을 만큼 바짝 엎드렸다.

목사와 장로와의 관계라기보다, 폭군과 몸종보다 못한 사이 같았다. 특히 구원회 내에서 장로의 위상을 떠올리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이기도 했다.

'큰일이구나. 명석하던 장 목사님이 날이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으니…. 지속적인 몰핀 투여의 부작용일까? 아니면 역시나 기괴한 양생치료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구 장로는 간호대학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 미국 간호사자격증을 취득한 인물이었다.

졸업 후 병원에서 미국 생활을 적응해 가던 중 우연히 미국을 방문한 장만석과 만났고,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다시 국내로 재입국했다.

그 뒤 유학파라는 학벌과, 간호사 출신이라는 잇점을 활용, 구원회 내에서 승승장구. 최연소 집사와 권사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작년에는 장로 자리마저 일사천리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하는 그녀를 보고 장목사를 뒷배로 둔 낙하산이니, 간교한 꾀임으로 장목사의 눈을 흐리게 만들었느니 하고 흉을 보았지만, 실상 그녀를 그 자리까지 올려준 것은 오로지 장목사의 의지였다.

"잠자리는 준비되었나?"

잠자리를 준비하라는 뜻은, 처녀를 목욕 재계시켜 수청 들 채비를 갖추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현재 장만석의 개인 간호사이자 채 홍사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

"네. 갓 스물이 된 부산 지부 출신 여신도입니다. 저희 교회에 입회한지 4개월째이며···."

"쓸데없는 설명은 됐어. 그딴 건 궁금하지 않고 정말 처녀는 맞겠지? 지난번 처녀도 아닌 애를 데려와서 괜히 헛심만 뺐잖아?"

구 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변했다.

"처녀가 아닌 것은 아니옵고, 어린 시절 운동하다 처녀막이 파괴되어···."

"그거나그거나 나한테 어차피 똑같단 소리야. 장로가 되어가지고 그런 것도 제대로 준비 못 하나?"

"···죄송합니다."

"여봐, 구 장로."

"네, 네."

"설마 너도 내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개기는 건가?"

다 죽어가던 장만석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흉흉한 안광을 감히 쳐다볼 수 없던 구 장로가, 이마가 바닥에 찧으며 바짝 조아렸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주인님을···."

"왜? 내가 장로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도 모를 줄 알았어? 오늘도 석개 이 자식이 문안 인사를 왔더군."

"네. 아까 밖에서 마주쳤습니다."

"문안 인사는 얼어 죽을 문안 인사? 이 늙은이가 언제 뒈지나 그걸 제 눈으로 확인하러 오는 거지. 하여간 쓸모없는 자식 같으니."

"모, 목사님."

"쉰 소리 할 필요 없어. 난 다 알고 있으니까. 날 뒷방 늙은이 취급하고 너희 장로들끼리 차기 후계자 뒤에 줄 서서 아웅다웅 다 투는 꼴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

"그래서. 구 장로는 누굴 택할 거야? 내 동생과 내 아들놈 중에서 말이야. 다른 장로들보다 입지가 좁을 테니 최대한 신중해야 할 텐데?"

"추, 추호도 그런 생각 품은 적 없습니다. 저는 오직 주인님께만 충성을···."

"하면, 기꺼이 순장이라도 하겠다는 게야?"

"예, 예? 그게 무슨···."

"왜? 나 죽고 나면 함께 묻어달라는 소리 아니었어? 막상 같이 묻힌다니까 겁나나?"

"······."

구 장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 30대 초반인 자신을 순장조에 넣겠다는 장만석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농담이라도 굉장히 악질적이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총기가 너무 흐려지셨어.'

별 볼 일 없는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준 사람도 그였지만, 그 날개를 언제든 찢어버릴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장만석이었다.

적어도 그가 숨 쉬고 살아있는 순간까지는.

그 독재자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후후.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지금 죽어가는 게 아니야."

"···?"

"내가 예전에 분명 말했지? 나는 영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나는 결코 죽지 않아. 이젠 조금만 더 목표를 채우면···."

구 장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노망이 든 게 틀림없구나. 3년 전부터 저 소리를 계속하시더니 여태까지···.'

3년 전 어느 날.

당시 권사이던 구 장로를, 장만석이 따로 호출했다.

그때만 해도 장만석은 지금보다 훨씬 젊어 보였고 그가 지닌 특별한 힘으로 여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밀회를 즐기고 난 뒤 침대에 누워 있던 장만석이 갑자기 벽에 걸린 십자 가를 쳐다보더니 뜬금없는 소릴 지껄였다.

"···역시 난 죽고 싶지가 않단 말이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도 이렇게 정정하신데."

장만석에 의해 극락을 맛 본 구 장로가 늘어진 그의 대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 힘든 엄청난 정력이었다. 정액에 담긴 마법적인 힘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장만석과 한 번 자고 난 여자들은 그에게 무한한 경외심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난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거든.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권세를 누릴 수 있을까? 10년? 20년? 나중에 내 나이 80이 넘어서도 이렇게 잦이가 발딱발딱 설까?"

"충분하세요, 목사님. 제가 그때까지 목사님을 모실테니까요.

아시잖아요. 저 아직 어린 거."

구 장로가 엉덩이를 비비며 애교를 부려보았지만, 장만석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는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니지, 절대 아니지. 이래선 안 돼. 교회의 반석을 올리는데 내 평생과 젊음을 모두 허비했어. 그렇게 기껏 성령 충만한 왕국을 건설해 놨더니, 그 과실은 불효자 아들놈과 예전에 어울렸던 첩이 서로 붙어먹고선 홀랑 빼앗아 가려고 든단 말이지."

"모, 목사님···."

"그 꼴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절대 못 보지. 암, 용납할 수 없어."

장석개와 권미숙의 비화는 애첩인 구 장로도 이미 아는 사안이었다.

그녀는 그럴 바에야 두 사람을 깔끔하게 숙청하는 쪽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었지만, 만석의 입장은 무척 단호했다.

"그건 너무 시시한 복수지. 진정한 복수란 그렇게 하는 게 아니거든."

"그럼요?"

"희망을 목전에서 없애버리는 거야. 기다리면 자연히 자기것이 될 줄 알았던 후계자 자리가, 끝까지 자신에게 가지 못하고 애비보다 먼저 늙어 죽는 꼴을 웃으며 지켜보는 거지. 그게 진짜 복수야."

"아···."

"그러려면 이제부터 구순이 네가 날 위해 일을 좀 해줘야 하겠는데?"

아마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구순이, 즉 구 장로가 권력자의 애첩에서 채홍사로 변신한 날은.

그녀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기어코 자신을 장로까지 만들어준 장만석의 은혜는 어떤 식으로든 갚아야 했다.

장만석의 요구는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매일 밤 자신의 침소로 처녀를 들여라.

구 장로는 이를 죽음을 직감한 왕이, 죽기 직전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구 장로는 전국 각지 분원에 처녀란 처녀는 모두 체크해, 매주강남 본원으로 올려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강남 본원의 신도가 5만.

전국 분원까지 모두 합하면 거진 10만.

그중 여신도는 대략 5만이고, 처녀의 비율은 통계적으로 5%를 채 넘지 못했다.

그렇게 추려낸 숫자는 대략 2500명.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처녀를 지난 3년간 장목사가 혼자 해치운 것이었다.

매일 밤 새로운 처녀를 구해다 바쳐야 하는 피가 마르는 작업이었지만, 장목사는 구 장로에게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고 쓸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부여했다.

달란트면 달란트, 진급을 원하면 진급.

장로의 자리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다.

따라서 장목사와 하룻밤을 보낸 처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일종의 거래로 여겼다. 또한 교회 안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장목사의 성은까지 입을 수 있으니 손해볼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처녀의 숫자는 나날이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교세를 확장하지 않는 한 장만석의 엽색 행각도 조만간 끝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물론 그때까지 장목사가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크흠···. 오늘이 998명째였나? 미션을 완성할 날이 머지 않았군."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혼잣말이었어."

구 장로의 부축을 받아 침소로 이동하던 장목사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얼버무렸다. 그는 어느새 걸치고 있던 옷도 벗고 가운만 걸친 상태였다.

앙상한 두 다리는 부축 없이는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였으나, 밑으로 축 늘어진 양물만큼은 그가 한때 초대물의 소유자였음을 짐작케 하는 유일한 증거였다.

* * *

도훈은 본격적인 포섬에 시동을 걸었다.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여자 숙소 방의 한 가운데 섰다.

여자들도 허겁지겁 걸치고 있던 옷을 벗자, 순식간에 알몸의 향연이 펼쳐졌다.

도훈을 중심에 두고 세 여자가 원을 그리듯 포위하는 형세였다.

그중 둘은 도훈의 왼쪽 불알과 오른쪽 불알을 하나씩 차지했고, 나머지 한명은 도훈의 엉덩이에 코를 처박고 빨아댔다.

오랄과 똥까시의 자극이 동시에 밀려오자 도훈도 만족스러운 듯 신음을 토해냈다.

"흐음!"

[좋으십니까?]

'좋다기 보단 조건 반사 같은 거지. 혓바닥 세개가 동시에 밑을 빨아대는 데 안 꼴리고 배기겠어?'

[그나저나 저 셋은 막상 섹스가 시작되자 무척 저자세로군요.

주인님을 아주 잡아먹을 것처럼 굴더니, 서로 물고빨아 주려고 안달이 났는데요?]

'지금 당장은 그렇겠지.'

[네?]

'아직 본격적인 섹스가 시작되기 전이니 발톱을 숨긴 것뿐이라고. 자기가 먹을 것에 양념을 칠하는 중으로 여길걸? 사자가 먹잇감을 핥느 ㄴ이유가 귀여워서가 아닌 것처럼.'

[일단 꼴리게 해서 잡아먹겠다?]

'그렇다고 봐야지. 어으, 근데 수빈이라고 했나? 똥까시가 무슨 ···. 똥꼬 헐게 빨아대네 진짜.'

엉덩이 사이에 고개를 처박은 수빈이 똥꼬를 맛깔나게 빨아대는 동안, 잦이 쪽에 붙어 있던 정미가 갑자기 잦이로 하모니카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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