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 구원회-58-
* * *
후한 말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견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은) 짧고 굵게.
혹자는 '응, 자기소개'라고 오해하지만, 나는 그것이 일종의 스타일에 대한 정의임을 깨달았다.
'섹스는 짧고 굵게! 속전속결로 간다!'
[오오오오, 국성대 섹스 피스톨 출격하시는 겁니까아!]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야 하는 나로서는,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정확한 원점 타격으로 단숨에 상대의 급소를 노린다.
이른바 초가성비 섹스!
'···이쯤? 아니, 이쯤인가?'
극도로 예민해진 귀두 감각이 질 안쪽을 헤집으며 공략 지점을 정확히 찾아냈다. 찌르면 무너지는 곳. 그곳이 오늘의 승부처다.
'이곳이군!'
질 10cm 안쪽의 천장.
시오후키를 펼칠 때 꾹 눌러주는 자리였다.
나는 이곳을 조지기로 결심했다.
"으으으으!"
시작부터 강강강으로 밀어붙인다. 어찌나 뒤치기를 세게 하는지, 대물을 박을 때마다 승아의 두 다리가 공중으로 붕붕- 떠오른다.
"하악! 너, 너무 쌔!"
미안하지만 예열 따윈 없었다.
배기량 높은 스포츠카로 시작부터 풀악셀을 밟는 것처럼, 출발신호와 동시에 끝까지 박아버렸다.
"흐아아아아앙!"
승아에게서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나는 머신처럼 같은 곳을 반복해서 찌르며 쉼 없이 승아를 괴롭혔다. 인터벌도 없는 무한의 찌르기.
"흐앗, 핫, 으흣!"
끈적하고 질퍽한 섹스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지금의 나는 최대한 빠르고, 최고로 강렬한 섹스를 추구할 뿐이다. 짧고 굵게!
퍽퍽퍽퍽퍽-!
맹렬한 뒤치기에, 벽을 짚고 있던 승아의 팔꿈치가 점점 구부러 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세게 박는지, 허리를 앞으로 내밀 때마다 그녀의 몸이 벽을 향해 압착되기 시작한다.
"윽, 윽!"
결국 승아의 가슴과 얼굴이 벽면에 완전히 짓눌렸다. 문자 그대로 벽치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벽에 구멍을 낼 것처럼 박고 있는 데, 그 사이에 승아가 끼인 꼴이었다.
"하윽, 미, 민용아, 살살!"
견디다 못한 승아가 애원했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벽에 완전히 밀착시킨 자세로 봊이를 뚫어버릴 기세로 끝까지 몰아 붙였다.
퍽퍽퍽!!
"아흣!"
승아의 두 다리는 이미 후들후들 떨리며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기세였다. 오히려 내 잦이가 그녀의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으읏, 지금!'
[오오, 삽입 5분만에 절정까지 달리시는 겁니까?]
'나는야 속사의 승부사! 5분 컷으로 가버려엇!'
퍼억퍼억퍼억!
승아가 게거품을 물고 눈알이 뒤집히자, 그제야 그녀의 질 안에 가득 정액을 쏟아냈다. 오르가슴을 확인했다면 더 이상 미적거릴 필요가 없었다.
부와왘!
"하아···. 하아···."
잦이를 뽑아내고 결박을 풀자 승아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흐으으···. 뭐, 뭔데 이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섹스였다.
그래도 가성비를 추구한 덕에 마나 소모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다행이다.
* * *
"아, 진짜.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그런 식으로 후다닥 끝낼 줄이야!"
창고를 나오는 승아의 입술이 오리처럼 삐죽 튀어나왔다.
"미안. 오늘만 봐줘. 그래도 좋았지?"
도훈이 너스레를 떨며 승아를 달랬다. 짧은 섹스긴 했지만, 그래도 강렬한 절정을 느꼈던 승아는 들끓던 성욕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였다.
"···민용이 너 진짜 성기단에 입단만 해봐. 내가 매일 불러 따먹을 줄 알어!"
"알았어, 알았어. 얼마든지 그러라고. 근데 이제 어디로 가면 돼?"
승아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일단 양 권사님한테 가서 인사부터 드려야지.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둘러대면 될 거야."
승아가 도훈을 양 권사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도훈은 승아와 함께 교회 안을 거닐며 양 권사에 대해 물었다.
"근데, 양 권사님이 어쩌다 성기사단의 단장이 된 거야?"
"응?"
"아니, 양 권사님도 혹시 대물인가 해서."
성기사단-이라고 쓰고 대물창남단으로 읽는-을 이끄는 수장이 니만큼, 스스로도 대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도훈의 당연한 의문이었다.
"으음, 권사님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닌데···."
양 권사의 비서인 승아가 무심결에 대답을 하다가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뭐. 오래전에 본 거긴 하지만···."
승아는 도훈과 섹파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신이 과거 양 권사의 노리개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도훈은 딱히 신경쓰지 않고 계속 물었다.
"그래? 그런데 어떻게 성기사단을 맡게 된 거야?"
"전직이 좀 특이했던 걸로 알고 있어."
"전직이라니?"
"원래 양 권사님은 교인이 되기 전에는 프로게임단 코치를 했다고 하더라고."
"엥? 프로게임단?"
도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낯선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감독이나 코치는 선수보다 더 희귀한 편이었다.
상식 개변 때문에 섹파에게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아야 하는 승아는 자신이 아는 모든 걸 도훈에게 자백했다.
"양 권사님은 오래전에 유행했던 스타 어쩌고 하는 게임에서 준프로까지 갔었나 봐."
"준프로면 거의 프로 레벨이란 소리잖아?"
"응. 2군 생활을 오래하셨는데, 나중에 승부 조작으로 대회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데뷔도 못하고 꿈을 접으셨나 보더라고."
"저런···. 운이 되게 없었네. 그래서 코치로 전향하신 거야?"
"응. 어린 시절부터 매일 해오던 게 게임밖에 없었으니까, 관련직종으로 전직하신 셈이지. 게임은 달랐지만, 프로게임단 생활을 오래 하셔서 선수들 케어해주는 코치가 적성에 맞으셨나 보더라고."
"신기하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런 직업 가졌던 사람은."
"응, 나도 양 권사님이 예전에 말해줘서 알았어."
"양 권사님이 자기 과거 이야기를 너한테 해줬다고?"
도훈은 그녀를 양 권사의 노리개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깊은 사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승아의 대답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아니. 뭐라 해야 하지? 오래전 권사님이 교인들 앞에서 간증하신 적이 있거든. 자기가 어떻게 구원회의 신실한 신도로 거듭날수 있었는지."
"아, 간증."
간증이란 신앙인의 진솔한 자기고백을 뜻했다.
대부분 종교를 믿기 전 망나니 같았던 삶을 반추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양 권사가 자신의 특이한 이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암튼, 그 이력 때문인지 인력 관리를 무척 잘한다는 평이 많았어. 실제로 양 권사님이 성기사단을 맡게 된 이후로 성기사단이 예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
[신기하군요. 프로게임단을 코칭하고 관리했던 짬을 이용해, 대물 창남단을 관리하는 단장 역을 맡았다는 소리네요.]
'그러게. 하긴 어떻게 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구나. 소속 선수들을 트레이닝하고, 어디에 내보낼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실력있는 신입을 뽑아내는 안목까지. 선수단 관리랑 전혀 다를 게 없을 듯.'
[아무튼 일전에 만나본 바로는 양 권사는 굉장히 음흉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철두철미한 성격이기도 하고요.]
도훈은 다른 사람보다 양 권사를 좀 더 경계했다. 면접때도 그랬지만, 자신을 일부러 떠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권미숙에게 보낸 이유도,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입단 의도를 시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느새 양 권사의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승아가 도훈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널 모르는 척 할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응."
"권사님 앞에선 절대 우리 관계를 티 내면 안 돼. 내가 만약 성기사단 후보랑 사적인 관계라는 걸 들키게 되면 나도 그렇지만 너도 곤란하게 될 테니까."
"알았어. 명심할게."
승아에게서 단단히 주의를 받은 도훈은, 양 권사가 예상대로 무척 꼼꼼한 인물이라는 확신을 더 했다.
'승아가 저렇게 겁을 낼 정도면 아랫사람을 휘어잡는 통솔력이 생각보다 엄청난 모양이군.'
[그러니까요. 하지만 주인님의 정체를 간파할 순 없을 겁니다.]
집무실로 들어가자 승아가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권사님. 박민용 신도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네."
승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책상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방금전까지 창고에서 격렬하게 따먹히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된 태도에 도훈이 속으로 웃었다.
'시치미 뚝 떼는 거 봐. 하여간 여자들은 여우같은 구석이 있다니까?'
[그만큼 양 권사를 경계하는 것이겠죠.]
도훈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양 권사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다시 보니 반갑군."
"안녕하세요. 오늘 급히 찾으셨다고."
"어, 그래. 잠시 앉게나."
양 권사가 신문을 읽기 위해 쓰고 있던 돋보기 안경을 벗더니 도훈에게 말했다.
"시험 기간이라고?"
"네, 맞습니다."
"이상하구먼. 내가 알아본 바로는 성국대는 지난주에 시험이 끝났다고 하던데···."
도훈은 역시나 예상대로 만만치 않다고 감탄하며 급히 둘러댔다.
"네. 공식 시험 기간은 지난주였는데, 오늘 본 것은 추가 시험입니다."
"호오, 그래?"
여전히 양 권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도훈은 의도적으로 심장의 박동을 지연시키며 혈류량을 늦추었다.
너무나 태연한 반응에 도훈을 슬쩍 떠보던 양 권사도 껄껄 웃고 말았다.
"아무튼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양이군. 참으로 성실한 친구라니까?"
"아닙니다. 잘하지도 못 하는 걸요."
"오늘 급히 호출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난 번 입단 테스트 때문이네."
"네. 대충은 들었습니다."
"자네가 그때 만났던 분은 권 권사님이라네."
"그렇군요. 성함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권 권사님은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지. 기준도 높은 편이고."
"확실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별로면 거들 떠도 안 보는데 자네를 특별히 또 부른 이유가 뭘 것 같나?"
"예?"
'저 새끼가 지금 뭐하자는 거지?'
[주인님을 한 번 떠보는 걸까요?]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질문이 이상한 거 아니야?'
"아니, 권 권사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냐는 질문일세. 오늘 오전에 회의가 있었는데 나한테 그러시더라고. 자네를 꼭 한번만 다시 불러달라면서."
"아···."
"나랑은 좀 사이가 안 좋은 편이라 어지간해선 먼저 그런 부탁은 안 하거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자네가 알리가 없겠지. 나도 가끔 그 속을 모르겠으니까."
"네."
"해서 말인데···. 이리 가까이 와보게나."
양 권사가 갑자기 손가락을 까딱거리더니 도훈을 불렀다. 도훈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양 권사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자네 혹시 나랑 같이 일해볼 생각 없나?"
"네?"
"내 부탁을 들어주면 앞으로 자네의 앞날이 거룩한 영광으로 가득 찰 거란 소리네."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히 내 패를 까주지. 난 권 권사랑 차기 장로를 놓고 겨루는 사이라네."
"차기 장로요?"
"그렇지. 내년에 장로 자리가 하나 비게 되는데, 지금 거기에 오를 후보를 추리고 있거든. 그리고 나와 권 권사가 유력한 후보라네."
"아···."
"그런데 권 권사에게 성기사단을 몇 놈씩이나 붙여주었는데도, 금방 싫증을 내지 뭔가? 워낙 입맛이 까다로워야 말이지."
"전 아직 테스트도 통과를 못 했는데요?"
"아닐세. 내가 볼 땐 권 권사가 자넬 일부러 떨어뜨린 것 같아."
"일부러요? 왜···."
"그야, 또 보기 위해서지. 오늘처럼."
"아니···."
"게다가 지금 자네를 만난다고 피부과를 다녀온다더군. 원래 정기적으로 피부과 시술을 받긴 하지만,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서다녀올 정도로 자네를 의식하고 있다는 소리 아니겠나?"
"권 권사님이 저를 의식을···."
"무슨 연유지 모르지만 자네가 무척 마음에 든 게야. 그런 자네라면 왠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양 권사가 주인님에게 스파이 제안을 하는 것인가요?]
'그런 것 같은데? 둘이서 경쟁하는 관계라는 건 처음 듣는군.'
[은근히 구원회 내부도 권력다툼이 치열하군요.]
'대형 교회다 보니 뜯어 먹을 게 많은가 보지. 차기 장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라고 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으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내가 내년에 차기 장로가 되면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게나.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