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 구원회-56-
3일간 곡기를 중단한 사람처럼 승아가 게걸스럽게 달려들더니 잦이를 덥석 물었다. 그녀는 섹스에 미친 여자처럼 굴었다.
참다못한 도훈이 승아에게 소리쳤다.
"난 지금 너하고 섹스하고 싶지 않아. 섹스는 내가 원할 때만 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러나 승아가 보인 반응은 도훈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
"그딴 게 어딨어? 누구든 먼저 원하면 하는 거지. 말도 안되는 소릴!"
승아의 반응에 오히려 도훈이 역공을 당한 것처럼 주춤했다. 그사이 승아가 다시 잦이를 입에 물더니 딱따구리처럼 고개를 앞뒤로 거칠게 흔들며 오랄을 이어갔다.
졸지에 잦이를 빨리게 된 도훈은 멘붕에 빠진 것처럼 혼란스러워했다.
'이게 맞는 거야? 왜 상식개변이 통하지 않는 거지?'
도훈은 일전에 그녀를 내부 협조자로 만들기 위해 3가지 세뇌를 걸었다.
첫째, 섹파끼리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할 것.
둘째,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더라도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섹스는 남자가 먼저 요구할 때만 하는 것이었다.
상식 개변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을 모두 파괴하고 재정립하는 파괴적인 세뇌 스킬이었다. 즉, 사용자가 정한 규칙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원칙이 승아에게 전혀 통용되질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직접적인 명령조차 먹히질 않을 정도로 상식 개변 스킬이 파쇄되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내가 그때 스킬을 잘 못 걸었나?'
[아닙니다. 스킬은 전혀 이상 없었습니다. 조건에도 모순이 없었고요.]
조건의 모순이란 상식개변이 실패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였다.
앞에서 말한 조건과, 뒤에서 말하는 조건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이전에 걸었던 내용이 모순을 일으키면서 자동으로 상식 개변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가령 첫번째 조건에 "가진 돈 다 내놔!" 해놓고, 그다음 조건으로 "돈 같은 건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서로 상충되는 상식이 충돌하면 무효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훈이 걸었던 3가지 금제는 전혀 원칙에 위배되지 않았다.
도훈이 당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지? 설마 승아에게 걸었던 상식 개변이 자동으로 풀리기라도 했단 말이야?'
[그럴리가요. 일반인 중 상식 개변에 저항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희석되는 경우도 있지만, 승아양이 상식개변에 걸린 것은 불과 3일 전이었으니까요.]
물론 상식 개변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플레이어끼리는 거의 안 통하기도 하고, 일반인 중 오랫동안 정신수양을 한 사람의 경우엔 본인의 신념에 따라 스스로 거부하기도 한다.
가령 평생 순결을 지켜온 수녀에게 섹스를 요구한다거나, 고명한 스님에게 살생을 부추기는 등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승아는 이와 전혀 상관없었다.
그때 로시가 가능성 높은 추측을 제시했다.
[아아! 어쩌면, 장만석의 성수 때문이 아닐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장만석이 뿌리는 성수가 단순히 성욕을 끌어 올리고, 수치심을 없애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닐수 있다는 소립니다.]
'그럼?'
[성수를 마신 사람에게 일종의 세뇌 효과를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섹스에 환장하게 만드는 종류로요.]
'아니···. 이게 무슨···.'
[만일 그렇다면, 승아양은 이미 장만석에게 세뇌가 걸린 상황이기 때문에 주인님이 내건 조건과 서로 충돌을 일으키겠죠. 본인의 상식에선 섹스가 원할 땐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주인님이 거기에 제한 조건을 걸어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기존에 걸린 세뇌가 더 강력한 나머지 내 세뇌가 전혀 안 먹힌다는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게 추측됩니다. 그게 아니면 지금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와, 그렇다고 세뇌가 안 통하다니.' 도훈은 찐으로 당황했다.
이는 생각보다 위협적인 결과였다.
당장 눈앞의 승아뿐 아니라, 앞으로 구원회 신도들에게 본인의 세뇌 스킬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열심히 오랄을 하던 승아가 의뭉스러운 눈으로 도훈에게 물었다.
"뭐야? 설마 나 정도론 만족 못 하겠다는 건가?"
"으, 응?"
"왜 바짝 안 꼴리는데? 벌써 질린 건 아니지?"
"아니, 그건···."
도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그녀는 지난 면접을 통해 도훈의 사이즈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cm 이상의 대물만 입단할 수 있다는 성기사단의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해 당시 도훈은 커져라 여의봉 스킬로 대물을 더 늘렸다. 이 때문에 승아의 기억 속의 도훈의 풀발기 사이즈는 평소보다 훨씬 길었던 것이다.
"···칫, 실망이네."
[눈썰미도 좋군요. 살짝 모자란 정도인데 어떻게 바로 눈치챘을까요?]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네?]
'승아가 일전에 오랄을 해줬었잖아. 그때 입에 담은 크기보다 작으니 바로 눈치챈 것 같아. 젠장 다시 키워야 하나?'
[여기서 스킬을 가동하면 미숙을 상대할 때 힘이 달리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지금 승아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곤란해지는 건 역시 마찬가지야. 승아는 지금 완전히 발정나서 도무지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어. 상식 개변도 풀려 버린 상황이고. 혹시나 비밀 유지 조항마저 해제되었다면 애써 구원회 안에 잠입한 게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소리야.'
[진퇴양난이로군요.]
'어쩔 수 없어. 빠르게 끝내서 최대한 마나를 보존하는 전략으로 가는 수밖에.'
도훈이 결국 커져라 여의봉 스킬을 발휘해 면접을 볼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사이즈를 확장시켰다. 그제야 승아가 만족한 듯 씩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나 보네."
"하아, 너 진짜 후회하지마. 난 분명히 말렸어."
"후회는 무슨 후회?"
"이것 때문에 성기사단 면접에 떨어지면, 나중에 우리가 자주 못 볼 수도 있다는 소리야."
"몰라 난 그딴 거. 얼른 박아 주기나 해."
여전히 승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로지 도훈에게 박히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사람 같았다.
'미치겠군. 이건 무슨 섹무새도 아니고.'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도훈은 얼른 욕구를 풀어주고 지금의 상황을 마무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어서."
도훈의 명령에 승아가 설레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벽 짚고."
"왜 갑자기 명령조야?"
"내 맘이지."
도훈이 승아를 벽으로 밀어붙이더니, 허리를 두손으로 잡고 뒤로 확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벽 짚고 뒤치기 자세를 만든 도훈이, 빳빳하게 꼴린 대물을 승아의 뒤로 밀어넣었다.
'에이씨, 진짜 생각대로 되는 게 없네. 이놈의 교회는.'
[자중하십시오.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힘을 최대한 비축하셔야 합니다.]
'알았어.'
구멍을 정조준한 도훈이 그대로 대물을 밀어 넣었다.
단단한 도훈의 잦이가 구멍을 비집고 들어가자 그제야 승아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아, 아아···, 잦이 너무 좋아!"
도훈은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예쁜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음에도 도훈의 표정은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승아에게 상식 개변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여자 권사에게도 마찬가지란 뜻이겠지?'
[권미숙 말이군요. 아마도 그렇겠죠. 성수를 마셔도 그녀가 훨씬 오랜 기간 복용했을테니까요.]
'흐음, 이번에 만나게 되면 세뇌를 통해서라도 내 편으로 끌어 들일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망한 것 같은데.'
[너무 걱정마십시오.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역경이 있어도 주인님은 늘 방법을 찾으셨으니까요.]
로시의 격려에 도훈이 다시 용기를 냈다.
어차피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뛰어든 이상,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 수틀리면 확 다 엎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최악의 경우 도훈은 일신의 무력을 사용할 계획까지 고려했다.
장만석의 제거가 구원회의 붕괴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를 없애는 게 최우선 과제인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장만석이 마법의 정액 외에 또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아직 파악이 안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숙이 핵심이야. 장만석이 평범한 인간이었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를 최근거리에 지켜보았으니까. 미숙만 공략하면 분명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거야.'
[맞는 말이지만, 우선 눈 앞의 승아양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훈이 기계적으로 뒤치기를 하는 동안 승아는 격한 신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아, 미쳤어 잦이. 진짜 끝까지 들어와!"
점점 천박하게 변하는 승아를 보며 도훈은 성수의 위력이 이토록 사람을 극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며칠 만에 완전히 사람이 바뀌어버린 것 같군.'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면접 당시만 해도 승아양은 주인님을 의심할 정도로 냉철한 이성을 갖춘 사람이었는데요.]
'역시 호르몬 주기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일까? 배란기에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성욕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말이야.'
[성수가 기존의 성욕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그래서 평소엔 멀쩡한 것 같다가도, 호르몬 주기에 따라 완전히 미친 여자처럼 구는 거야.'
[일리 있는 의견입니다. 거기에 세뇌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사람들을 음탕하게 만들었던 거군요.]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 구원회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훨씬 문제겠어.'
[남자가 더 문제라뇨?]
'성수가 성욕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말이야. 20대의 경우는 아무래도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성욕이 강하니까.'
[아!]
'물론 여자들도 밝히는 여자들은 남자 못지않지만 비율로 따지면 그런 여자들은 소수란 말이야. 게다가 호르몬 영향을 많이 타서, 배란기나 생리직전이 되었을 때나 성욕이 차오르고.'
[그렇다면 남자는···.]
'1년 365일 발정기라고 봐야지. 2차성징 이후로 죽을 때까지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성욕이 왕성한 게 남자들이니까.'
[그럼 성수를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그 증세가 심해지겠군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군. 장만석이 교회 신도들을 대놓고 착취하며 범죄를 일삼는 데도, 내부 배신자 하나 없이 완벽하게 통제가 이루어지는 이유 말이야.'
[그게 무엇인가요?]
'장만석은 주기적인 성수를 주입해서 신도들을 성의 노예로 만들었어. 그리고 그것을 여러방식으로 풀게 해줌으로써, 교회에 충성심을 고취한 거야. 자기가 시키는대로 말만 잘 들으면 얼마든지 여자와 섹스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거지. 실제로 청년부가 딱 그런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렇군요.]
'대신 성욕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들에겐 달란트 같은 금전적 보상까지 곁들였지. 승아만 봐도 알겠지만, 매번 이렇게 섹스에 미쳐있진 않고 주기를 타게 되니까.'
[돈을 제법 많이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난교에 응하는 것은 좀 심하긴 합니다.]
'음,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떤 여자들은 근본적으로 창녀 기질을 타고 났다고 보면 돼. 오죽하면 무당과 더불어 창녀가 인류의 기원부터 존재했던 직업이라고 하겠어? 가랑이만 벌리고있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여자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라고.'
[정말이지 파면 팔수록 장만석의 음흉한 흉계는 치를 떨게 만드는군요.]
'참을 수 없이 역겨운 놈이야. 정액을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을 밑바닥까지 타락시켰어. 중독자를 양성해서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마약 카르텔과 다를 게 없어.'
도훈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뒤치기를 쉬지 않고 이어갔다. 체위자체가 워낙에 단순한 동작이기도 했지만, 현재 그는 생각과 행동을 각각 컨트롤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을 완벽하게 익힌 상태였다.
"아앙, 아아아앙! 너무 좋아, 더, 더 세게!"
반복된 리듬이 지겨웠는지 승아가 거친 박음질을 요구했다. 도훈이 기다렸다는 듯 내공을 끌어 올렸다.
'좋아. 여기서 승아를 보내버려야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마나는 아껴야 할 텐데요.]
'찔끔찔끔 흘리는 것보다, 한 방에 끝내는 게 더 효과적일 거야.
그리고 지금 승아 상태를 봐선 기절 시키지 않으면 계속 덤벼들게 분명해.'
도훈이 대물에 내공을 주입하자, 혈관이 부풀며 잦이가 쇳덩이처럼 단단해졌다.
진짜로 쇳덩이에 쑤셔지는 느낌에 승아가 눈을 부릅 떴다.
"허, 헉! 뭐, 뭐야 지금?"
"네 입으로 세게 해달라며? 어디 한 번 견뎌봐."
본격적인 자세를 잡은 도훈이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