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3. 구원회-48-
휴대폰이 진동으로 울리는 가운데 도훈이 전화기를 손에 쥔 채 받기를 망설였다.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안 받으십니까?]
'지금 생각하는 중이야.'
[생각이라뇨?]
'이렇게 계속 감시당하면서 일주일을 버틸 수 없다는 뜻이야.
손발이 완전히 묶인 상황이잖아.'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이참에 실험이나 한 번 해봐야겠군.'
[실험요?]
도훈은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잠시 후 또 한번 전화가 걸려왔다.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도훈은 여전히 전화를 무시하며 로시에게 물었다.
'여기서 호텔까지 얼마나 걸리지?'
[택시로 대략 15분 거리입니다.]
'오케이. 나래가 당장 방송국에서 출발해도 호텔까지 20분은 넘게 걸리는 거리니까 내가 먼저 도착할 수 있겠군.'
도훈은 끝내 부재중 전화를 남긴 채 택시를 잡았다.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뒤 출발하는데, 나래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강나래 : 어디야? 왜 연락이 안 돼?
-강나래 : 보면 답장 좀.
물론 도훈은 문자도 씹었다.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내가 연락이 안 될 때 강피디가 어떻게 나오는지 테스트해 보려는 거야.'
[테스트요?]
'느긋한 성격이라면 다시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지. 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진 않는 이상 답장이 느릴 수도 있는 거잖아. 진동을 못 들었을 수도 있고.'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래가 만약 곧바로 호텔로 달려온다면 앞으로 외출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
[호오. 집착 테스트 같은 거군요.]
'빙고.' 도훈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정체불명의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호텔 직원들에게 외출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do not disturb' 팻말을 걸어 두었기 때문인지, 방으론 누구도 들어온 흔적이 없었다. 도훈은 팻말을 치우고 룸으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았다.
대략 10여분이 지났을 때 누군가 호텔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똑!
"서준아, 안에 있어? 나야, 강피디."
노크 소리를 듣자마자 도훈이 허물벗듯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뛰어갔다. 이어 나래가 더 크게 소리쳤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노크 수준이 아니었다.
쾅쾅쾅!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나 지금 들어간다?"
여벌의 카드키를 가지고 있던 나래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도훈이 방 안에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곧장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누, 누구? 앗 깜짝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던 도훈이 놀란 척 연기를 했다. 도훈의 모습을 확인한 나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 연락이 계속 안돼서 놀랐잖아. 왜 전화를 안 받니?"
"전화라뇨? 전화하셨어요? 목욕한다고 폰을 침대에 두고 왔거든요. 진동이라 못 들었나 봐요."
"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퇴근하자마자 여기로 달려왔잖아."
"그랬어요? 호텔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무슨 일이 있으려고요?"
"그래도···. 혹시 경찰이 널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에이, 그럴리가 있겠어요? 근데 진짜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문은 분명히 잠겨있었을 텐데?"
"아, 여벌 카드키를 하나 더 주길래 혹시 몰라서 내가 챙겨놨었어."
"그랬구나."
도훈은 나래의 태도를 보고 확신했다.
'장난이 아니군. 연락이 안 된다 싶으니 방송국에서 단숨에 달려왔어.'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았습니까? 최초 연락에서부터 30분 가량 소요된 것 같은데요?]
'아마 퇴근 시간이라 길이 좀 막혔을 거야. 그리고 방송국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일할 땐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 나래의 반응을 봐선 외출이 쉽지 않겠군요. 저렇게 집요하게 감시를 한다면요.]
'다 방법은 있어.'
[무슨 방법이요?]
"누나 그럼 일은 다 끝나신 거예요?"
"응. 퇴근하자마자 너 혼자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온 거야."
"전 괜찮은데···."
"그래도···. 종일 혼자 있으니 심심했을 거 아니야?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아니에요. 폰 게임도 실컷하고 영화도 보고 좋았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도 기왕 오셨으니까 저랑 같이 목욕이나 하실래요?"
"모, 목욕을···, 같이?"
"왜요? 설마 아직도 부끄러워요?"
나래의 얼굴이 홍조로 가득했다. 그녀는 도훈에게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호텔을 찾아올 때 어느정도 기대한 부분도 있었다.
"···부끄러울 건 없지."
"그럼 얼른 들어와요. 좋은 호텔이라 그런지 욕조도 되게 넓고 좋아요."
도훈이 물을 첨벙거리며 나래를 유혹했다. 나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도훈 앞에서 곧바로 입고 있던 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했다.
[오우, 순진했던 나래양이 주인님 덕에 완전히 달라졌군요.]
'이제는 남자의 맛을 아는 여자가 된 거지.' 출근할 때 입은 복장을 하나 둘씩 풀어 헤친 나래는 욕실 수건 걸이에 하나씩 걸더니 금세 알몸으로 변했다.
나래의 벗은 몸은 굉장히 성숙한 편이었기 때문에 욕조 안에서 그녀의 스트립쇼를 구경하던 도훈은 매우 흡족해했다.
"얼른 와요, 누나. 물 온도 딱 좋아요."
"잠깐. 나 샤워부터 하고."
"무슨 샤워요? 어차피 목욕할 건데."
"그래도···."
곧바로 탕으로 들어가기 민망했는지 나래가 몸에 물을 뿌리며 샤워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나래양의 감시를 어떻게 따돌리겠다는 말씀이신지?]
'따돌리는 게 아니라, 아예 위치 추적기를 붙일 생각이야.'
[위치 추적기요?]
'응. 제주도에 있는 보미에게 설정해 놓은 거. 그거 동시에 5명까지 가능하다고 했지? 아직 여유가 남아있고.'
[네, 맞습니다.]
'나래가 어디 있는 줄만 알면 외출했다가 얼마든지 시간 맞춰 복귀할 수 있을 거야. 정 급해지면 마법의 문고리로 연결시켜서 순간이동을 해도 상관없고. 물론 연속해서 쓰긴 곤란하니까 신중 해야겠지만.'
[호오, 그런 방법이.]
'문제는 나래가 나한테 너무 푹 빠져 있어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을 것 같단 말이지···.'
[차라리 주인님이 섹스를 거부하면 나래양도 실망해서 발길이 뜸해지지 않을까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일걸?'
[반대라뇨?]
'만약 내가 오늘 안 한다고 쳐. 욕구불만에 휩싸인 나래가 내일 또 찾아오지 않겠어? 내일 안 해주면 모레도 또 오겠지.'
[하긴 쉽게 포기할 리 없겠네요.]
'차라리 화끈하게 풀어주면 조금은 진정될지도 몰라. 그래서 일부러 욕실에서 기다린 거고.'
[주인님도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샤워를 마친 나래가 욕조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밀었다.
"아, 뜨뜨."
두 팔로 가슴을 가린 나래가 천천히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도훈이 한켠으로 물러나 그녀가 앉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물 온도 괜찮죠?"
"으, 응···. 근데 왜 목욕하고 있었어?"
"왠지 누나가 퇴근하고 올 것 같았거든요. 목욕재계하고 기다리고 있으려고."
"아···."
도훈의 대답이 기쁜지 나래가 활짝 웃었다.
"나도 너 무지 보고 싶었어."
"저를요?"
"응, 직장에서 일하는데 하루 종일 네 생각만 나더라."
도훈은 속으로 뜨악했지만 겉으론 태연한 척 물었다.
"왜요? 잘생긴 얼굴이 보고 싶었나?"
"아니, 그것도 있고···. 어제 너무 좋았거든. 밤 새 뒤척였어.
여운이 너무 오래 가서."
"아···. 누나 엄청 좋았나 보구나."
"당연하지. 세 번이나 했는데. 넌 별로였어? 나랑 한 거."
"아뇨. 당연히 좋았죠. 제가 그랬잖아요. 누난 특별하다고."
"특별해?"
"네. 누나 거긴···. 음, 블랙홀 같아요."
"블랙홀이면···."
"남자 걸 쭉쭉 빨아들이는 블랙홀요."
"아앗, 창피하게."
"그러지 말고 제 쪽으로 등 돌리고 앉아봐요. 제가 마사지 해드릴게요."
"괘, 괜찮아."
"누난 하루종일 일하다 왔고, 저는 호텔에서 내내 쉬었잖아요.
그리고 저 마사지 잘해요."
도훈의 꼬드김에 나래가 빙글 몸을 돌리더니 도훈에게 등을 내밀었다.
"진짜로 괜찮은데···."
[말은 괜찮다고 하면서 주인님에게 바짝 붙는 군요.]
'지금 나래는 나랑 할 생각밖에 없다니까?'
도훈은 그녀를 뒤에서 포개 앉은 모습으로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바짝 붙였다. 아직은 말랑한 잦이가 등허리에 닿자, 나래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어깨가 많이 뭉친 것 같아요."
도훈은 천천히 나래의 어깨를 주무르며 애무를 시작했다. 뜨거운 물 온도에 긴장되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도훈은 힘 조절을 하면서 나래의 어깻죽지를 살살 주물렀다. 굳어있던 근육이 풀리면서 나래가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이고, 많이 뭉치셨네. 너무 열정적인 거 아니에요?"
"으, 응···. 일할 땐 정신없으니까."
어깨를 주무르던 도훈의 손이 천천히 목 뒤에서 나래의 윗가슴을 향해 미끄러졌다. 동시에 바짝 꼴린 대물이 물속에서 미꾸라지처럼 나래의 엉덩이골 사이를 파고 들었다.
"아, 아아···. 도, 도훈아. 마사지 해준다면서."
나래가 앓는 소리를 내자 도훈이 겨드랑이 사이로 두 팔을 집어넣어 나래의 커다란 가슴을 콱- 움켜쥐면서 음탕하게 지껄였다.
"마사지 맞아요. 육봉 마사지."
"아, 아아···."
"꼭지가 왜 이렇게 단단해졌어요?"
"그, 그건 네가 자꾸 자극하니까···."
"아닌데? 방금 잡았을 때 이미 딱딱해져 있던데요? 누나, 나한테 따먹히려고 온 거죠?"
"아, 아앙···."
도훈의 노골적인 질문에 나래는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할말이 없어진 나래가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도훈의 입술을 원했다. 도훈이 키스를 받아주자 두 사람이 욕조 안에서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도훈아. 나 하루종일 너랑 하는 상상 때문에 미칠 것 같았어. 나 완전히 너한테 중독되었나봐."
나래는 이미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뜨거운 물 속에서 미끄러운 피부를 서로 비비면서 감각이 예민해졌다.
참아왔던 성욕이 폭발하자 자기도 모르게 도훈을 먼저 덮치기 시작했다. 몸을 반대로 돌려 도훈을 위에서 끌어안은 나래가 도훈의 허벅지 위에서 다리를 벌리며 꿇어 앉았다.
"지금 해도 돼?"
"벌써요? 애무 안해도 되겠어요?"
"샤워 할 때 이미 다 젖어 있었어."
알고 보니 나래가 굳이 샤워를 하려고 한 것은 흠뻑 젖은 애액을 감추려는 이유였던 것이다.
나래는 말타기를 하는 것처럼 욕조 안에서 도훈의 위에 올라탔다. 스스로의 손으로 도훈의 좆을 잡고 구멍에 끼우는 동작이 무척 능숙했다.
'이야, 어제 3연전 치르고 나서는 완전히 색녀가 다 됐네.'
[근데 이렇게 계속 만족시켜주면 나래양이 도저히 주인님을 못벗어 날것 같은데요? 왠지 자승자박이 되는 기분입니다만.]
'심리학에서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 그중에 홍수법(Flooding)이란 게 있거든.'
[홍수법이요?]
'응. 일종의 과다노출 치료야.'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사실 모든 중독은 뇌에서 작용하는 도파민 호르몬 작용 때문이거든. 뇌내 마약이라 불리는 쾌락중추가 끊임없이 자극을 원하는 거야.'
[지금 나래양이 섹스 중독 상태인 것은 알겠습니다.]
'홍수법은 말 그대로 상대가 원하는 쾌락을 홍수처럼 몰아치는 거야. 가령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한테 담배가 보기 싫을 때까지 쉼 없이 피우게 하는 거지. 아무리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도 연속해서 계속 피우는 게 즐거운 건 아니거든. 암튼 그렇게 너무 많은 자극이 한 번에 들어가면 뇌에서 담배에 대해 혐오자극이 생겨서 오히려 담배를 싫어하게 되는 방식이야.'
[그렇다면 주인님은 홍수같은 자극으로 나래양이 섹스에 질리게 만드시겠다는 전략인가요?]
'그렇지. 뭐, 일시적이긴 하지만 질려서 나가 떨어질 정도로 조져 버리는 거지.'
[조, 조지다니 표현이 좀 과격하십니다.]
'아무튼, 오늘 아주 끝장을 볼 거야. 나랑 하는 섹스에 질려서 일주일 동안 생각도 못 하게끔.'
도훈이 그런 결심을 하는데 말타기 자세를 완성한 나래가 주저앉으면서 수중 말타기를 시작했다.
안 그래도 비좁은 구멍에 약간의 수압까지 더해지자 의외로 강력한 압박이 밀려왔다.
도훈은 간만에 호승심에 불타올랐다.
'좋아, 너도 만만치 않다 이거지? 어디 나도 한 번 전력을 다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