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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33화 (1,813/2,000)

1833. 구원회-38-

도훈은 빛나가 침대 위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혼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물이 머리에 닿자 곧바로 열기가 올라올 정도로 온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후우-. 더 이상은 때려 죽어도 못 하겠네."

5연속 섹스는 플레이어인 그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중간에 쉬는 텀이라도 있었다면 한결 나았겠지만, 한 숨도 쉬지 않고 발기가 되는 족족 섹스를 해댄 탓에 시쳇말로 잦이가 헐어버릴 지경이었다.

아무리 윤활제를 듬뿍 묻혔다고 한들 피부 일정 부위가 지속적인 마찰을 입다보면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열화상을 입기 마련.

그나마 그의 쿠퍼액에서 만능 윤활제가 나와준 덕에 간신히 상처입는 것을 면했다고 볼 수 있었다.

[주인님 몸이 넘치는 정력을 따라가질 못하는 군요.]

'정확히 말하면 몸이 아니라 피부 껍질이겠지. 중간중간 쉬면서 했으면 그나마 덜했을텐데, 쉬지도 않고 5연속 질싸는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군.'

[간만에 한계를 도전하셨군요.]

'보다 정진해야겠어. 저번에 일본 갔을 때 보니까 남자 AV배우가 좆사장이라는 걸 연마하던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다 피부 껍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련이었나 싶어. 그렇게 감각을 죽여 놓았으면, 10연속 섹스도 가능했을 텐데.'

[어휴, 그쯤 되면 정액이 말라서 아예 안 나오는 수준 아닙니까?]

'정액이 부족하면 마법의 팬티를 매일 입고 있으면 그만이지.' 마지막 사정 당시 정액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자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도훈이었다. 마치 땀복을 입고 열심히 운동을 했는 데, 생각만큼 땀을 못 흘린 기분이랄까? 특히 질싸까지 했는데, 평소보다 빈약한 사정량은 약간은 부끄럽기까지 했다.

'후우-. 그래도 냉수 마찰 하고 나니까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거 같네. 마지막에 너무 달리다 보니 정수리가 막 뜨거워지더라고.'

도훈이 샤워를 마치고 문을 여는데, 침대 위에서 빛나의 기묘한 자세를 목격하고는 돌처럼 몸이 굳고 말았다.

'뭐야? 빛나가 뭐하는 거지?'

[저게 무슨 해괴한 자세랍니까?]

'아니 왜, 몸을 거꾸로 뒤집어서···. 헉, 설마!'

[왜요? 뭐 짚이는 데라도 있으십니까?]

'그거잖아. 왕건과 오씨 부인의 이야기.'

[오씨 부인이라뇨?]

'왜, 오씨 부인이 처녀적에 왕건의 씨를 받으려고 질싸 후에 물구나무를 섰다는 이야기 몰라?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임신에 성공해서 태후가 되었다지 아마.'

[아···. 설마 빛나양이 주인님의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일부러 저런 자세를 취했다는 얘깁니까? 헐, 이건 좀.]

'맞구나. 임신 공격. 언제는 절대로 안에 싸지 말라더니 나 몰래 혼자 저러고 있었다니 허참.'

[질투심이 심한 빛나양이 주인님을 완전히 옭아매고 싶었나 봅니다. 쯧쯧. 저래봐야 아무 소용없을 텐데 말이죠.]

도훈의 무정자증 스킬을 모르는 빛나로서는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한 셈이지만, 이를 몰래 훔쳐보는 도훈은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괜스레 미안해 지네. 저런 모습까지 보니까.'

[미안하긴요? 주인님께 임신 공격을 하는 것을 보고도요? 이건 발목잡기나 다름 없습니다. 주인님을 기만하는 행위라고요.]

'오죽하면 그랬겠나 싶어서. 저렇게라도 안 하면 나를 영영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발버둥 치는 거잖아.'

[흠, 그렇게 볼 수 도 있겠군요.]

'분명 내가 훔쳐 봤다는 사실을 알면 쪽팔려서 죽고 싶을 거야.

그냥 못 본 척 해야겠다.'

빛나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것을 우려한 도훈이 조용히 다시 문을 닫더니 밖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누나, 혹시 밖에 수건 있어요? 안에 수건이 없네!"

도훈의 우렁찬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빛나가 거꾸로 누운 자세에서 헐레벌떡 뒷구르기로 몸을 일으켰다. 커다란 가슴에 비해 운동신경은 꽤 날렵한 편이었다. 형사를 지원하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았던 탓이다.

"어, 어? 방금 뭐라고?"

가랑이 사이에서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자 빛나가 당황하며 손바닥으로 밑을 틀어 막았다. 줄줄 흐르는 수도를 막는 것 같았다.

"밖에 수건 있냐고요."

"아, 수건? 잠시만!"

빛나는 손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정액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도 한심한 모습에 불쑥 현타가 밀려온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람? 이런 식으로 아직 대학도 졸업 안한 도훈이의 앞길을 막으려 하다니.'

욱하는 질투심에 임신 공격이라도 해버릴까 했지만, 빛나는 이 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멎을 바람기였으면 진작에 관뒀겠지. 괜히 쓸데 없는 짓 하지 말아야지.'

빛나는 임신 공격을 이내 포기하고는 밖에 있는 수건을 찾아 욕실로 다가갔다.

"여기 수건."

"고마워요."

도훈이 그제야 문을 열고 나오는 척 빛나에게서 수건을 전해 받았다.

"근데 안에 수건 없어? 무슨 호텔 욕실에 수건 한장이 없어?"

"아까 들어오자마자 씻느라고 다 써버렸거든요."

도훈은 앞서 강나래PD가 혼자 몽땅 수건을 썼다는 것을 알고 급히 둘러댔다.

"그랬구나."

"근데 누나 혼자 뭐하고 있었어요?"

"어? 우, 운동 했어. 몸이 좀 찌뿌둥하길래."

"이야, 체력도 좋네. 난 무리했는지 씻을 때 다리가 막 후들거리든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암튼 다 씻었지? 나 그럼 씻는다?"

"네."

도망치듯 욕실로 피신한 빛나의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도훈은 창가로 다가가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빛나도 참···. 거짓말이 너무 티난단 말이지? 난데없이 물구나무 서기 운동이라니.'

[의외로 순진한 편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형사가 저렇게 감정이 쉽게 드러나면 쓰나. 저렇게 순진해 보여선 범죄자들 상대하기도 벅찰것 같은데.'

[마약반인데 설마 흉악범을 상대하려고요? 강력계도 아니고.]

'아니지. 어떻게 생각하면 마약반이 더 무서울 걸?'

[네?]

'약에 취하면 멀쩡한 사람도 미친 놈처럼 만들어 버리는 게 마약이거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들이 뒤가 없는 것처럼 날뛰는 놈들이야. 딱 뽕쟁이들이지.'

[흐음, 듣고보니 그렇군요. 빛나양도 경찰 생활이 순탄치마는 않겠는데요.]

'당연하지. 여자 형사가 왜 드물겠어? 형사일 한다고 돈을 엄청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순직 확률은 곱절로 올라갈 텐데. 형사는 사명감 없이는 못 하는 일이야. 특히 여자한테 더 가혹한 조건이고.'

[그 말을 듣고보니 빛나양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자원해서 형사까지 되었으니까요.]

'후우- 그나저나 조태오 건은 빛나와 나래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해결 될 것 같은데, 구원회 건이 문제로군.'

[교주 장만석에게 접근할 방법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아직까진 모르겠어. 놈의 옛 정부였던 미숙을 통해 접근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그마저도 확실치는 않는단 말이지.'

[사실 미숙도 문젭니다. 이제껏 주인님이 상대한 여자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니까요. 과연 주인님의 뜻에 순순히 따라줄지 의문입니다.]

도훈은 미숙과 만난 1차전에서 끝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가 여자와의 섹투에서 먼저 꼬리를 내린건 플레이어가 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숙을 만족시키려면 24cm에 이르는 대물을 오랜시간 유지해야 했는데, 앞서 다른 여자들을 상대하느라 정작 미숙과 대치했을 때 마나가 달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스킬만 쓸 수 있었어도 미숙이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달리 말하면 주인님이 스킬 없인 상대하기 버겁다고 느낄만큼 강적이라는 말이기도 하죠.]

'다시 붙으면 절대로 안 져.'

[자신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민간인이던 장만석도 해낸 걸, 플레이어인 내가 못해낼까봐?'

[암튼, 구원회의 초기 멤버였던 미숙의 총애를 이용해 장만석에게 접근하는 것이 관건이군요.]

'그렇지. 구원회 안에서 미숙의 영향력이 막강하니 어떻게든 비빌 여지가 있을 거야.'

[역시, 신께서 내주신 미션이라 그런지 쉽지 않군요.]

'근데 장만석이 정말로 플레이어였을까?'

[아직까진 추정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점이 너무 많으니까요.]

'흐음. 그것도 나와 같은 대물 플레이어라니···. 마치 도플갱어를 보는 기분인데.'

[어쩌면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자일지도 모르죠. 그의 물건이 큰 것은 플레이어가 되기 전부터였으니까요. 애초에 타고난 대물입니다, 그는.]

'그게 아니면 더 끔직해서 말이야.'

[네?]

도훈은 전투 계열의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우연히 무공을 익혀 강해지긴 했지만, 전투 계통으로 고수의 반열에 오른 보미의 경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만에 하나 장만석이 전투 계열의 플레이어라면 상상이상으로 막강한 존재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맞상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보미양에게 도움을 청해보면 어떻습니까?]

'보미를 이번 일에 끌어들이자고?'

[보미양은 주인님에게 호의적인 플레이어잖습니까? 주인님보다 더 강하고요.]

'그렇긴 한데, 보미가 서울까지 올라와서 탈주자를 상대하는데 동의할 지 모르겠어. 자칫하면 PK단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수도 있으니까. 보미가 그것 때문에 몇년 동안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걸 잊은 건 아니지?'

[흐음···. 역시 무리일까요?]

 '게다가 보미는 '제주도 학살자'라고 불릴 정도로 PK단의 집요한 추적을 받고 있는 상태잖아. 만약 정체를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여기에 PK단까지 얽히게 될 걸? 그땐 진짜 난장판 되는 거야.'

[복잡한 문제군요. 보미양에게 부탁하기도 어렵고요.]

그때 도훈은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처럼 눈을 번쩍 떴다.

'가만, PK단이라고?'

[왜 그러십니까? 무슨 좋은 계책이 생각나신 겁니까?]

도훈이 한참 로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샤워를 마친 빛나가 나오면서 흐름이 끊어졌다.

"담배 피우고 있었어?"

"어. 누나 일찍 씻었네요?"

"응. 머린 안 감고 그냥 몸만 씻었어.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이 시간에 어딜요?"

"방금 광수대에서 문자 왔거든. 가용한 인원들 죄다 서로 튀어 오래."

"지금요? 퇴근 하신 거 아니였어요?"

"음···. 맞긴 한데. 형사는 원래 퇴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거든. 자다가도 호출 오면 튀어 나가는게 일상이야."

"그렇게 급한 일이예요?"

"조태오에게 물건을 대주던 공급책에 대한 단서를 잡은 모양이야."

'공급책이라고? 설마 구씨를 말하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건 기밀인데 조사 중인 조태오가 싹 다 불었나 보더라고. 자백하면 형량을 줄여 준다는 말에 술술 입을 열더라던데?"

"그래요?"

[조태오 이 작자는 참으로 입이 싸군요. 구씨는 분명 그때 주인님께 심하게 얻어맞고 수도권 내 마약 유통을 접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현장에 조태오도 함께 있었고요.]

'일을 접는다고 해도 과거의 잘못을 덮을 순 없겠지. 그나저나 이제 놈들끼리 서로 불면서 모두 잡혀가는 그림이 완성되는 건가?'

[결국엔 주인님 계획 대로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빛나가 서둘러 옷을 걸쳤다. 가죽 재킷까지 모두 걸치고 나니, 영락없는 여형사의 모습이었다.

"미안. 너 만난다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는데, 결국 다시 서로 불려가는 신세네. 밤낮없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 나만 안 갈수 없을것 같아. 파견 나온 주제에 농땡이 부리면, 믿고 보내준 반장님 얼굴 볼 낯이 없거든."

"아니에요. 나쁜놈 잡는 건데 당연히 가셔야죠. 전 괜찮아요.

몸 조심하시고요."

"응. 다음에 또 전할 소식 있으면 연락줄게. 근데 여긴 얼마나 숨어 있을 예정이야?"

"담당 PD님 말로는 일주일 안에 영장 실시 심사 통과하면 대충 정리가 될 거라더라고요."

"그렇구나. 하긴 그쯤이면 다른 증거랑 증인이 확보되서 굳이 너를 찾을 필요는 없을 거야. 조태오가 입을 여는 속도로 봐선 잘하면 일주일 내로 상선까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

"상선이요? 그게 뭔데요?"

"마약의 최초 공급책을 뜻하는 말이야. 마약 사업은 철저한 피라미드 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한 사람을 통상 상선이라고 불러. 다른 말론 윗대가리."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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