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 구원회-16-
퍼억, 퍼억!
도훈은 슬슬 한계가 오는 것을 느끼고 승아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퍽퍽퍽-!
"아앙, 하아아앙, 하아앙!"
'보, 봊이가 터질 것 같아!' 승아 역시 가빠지는 호흡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들박 자세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체력이 고갈되었다.
"쌀게요!"
"으,응 안에 싸도 돼."
구원회의 여신도들이 모두 피임 시술을 받았다는 걸 떠올린 도훈이 마지막까지 허리를 흔들더니 승아의 안에서 정액을 폭발시켰다.
부아악-!
양껏 정액을 터뜨린 도훈은 들박 자세로 한동안 승아를 껴안았다.
[아까보다 훨씬 많이 싸신 거 아십니까?]
'당연하지. 이서랑 승아랑 같아? 그나저나 오늘 포인트 폭발하겠는데? 난교를 즐기던 두 사람을 공략했으니 말이야. 얼마나 벌었어?'
[그게···. 아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포인트가 조금 이상합니다, 주인님.]
'뭐라고? 그걸 왜 지금 얘기해?'
[이서양과 관계를 마치자마자 이어서 양 권사랑 면접이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뭐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건데?'
[이서양에게서 얻은 포인트는 500, 승아양은 100포인트뿐입니다.]
'자, 잠깐 뭐라고? 5만도 아니고, 5천도 아니고 고작 500? 게다가 승아는 꼴랑 100? 그게 말이 돼? 이서는 평생 5번 미만을, 승아는 고작 한 번밖에 경험을 안 했다는 소리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난교를 할 때 돈 받고 한 것도 아닌···. 아!'
도훈은 그제야 자신의 착오를 깨달았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물질적이든 사회적이든 유무형의 이득을 얻기 위한, 즉 대가를 받는 섹스는 섹스 포인트로 환산되지 않는 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그렇구나. 이들은 공짜로 난교를 자청한 게 아니야. 난교를 통해 달란트든 승급이든 별도의 보상이 있으니 감수했던 거야. 그러니 화대랑 똑같이 취급될 수밖에.'
[듣고보니 그렇군요. 너무 아쉽게 됐습니다. 카운트가 인정만 됐어도 두당 수만 포인트까지 획득할 수 있었을 텐데요.]
솔직히 도훈의 입장에선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다.
매 주 파트너를 바꿔가며 난교를 즐기는 여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단 말인가? 그런 여자를 둘 씩이나 따먹은 것 치고 600포인트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젠장, 좋다 말았네. 엔젤이 화대만 안 받을 뿐 결국 구원회에 고용된 창녀나 마찬가지라는 걸 깜빡해버렸어.'
[기운 내십시오 주인님. 어쨌든 승아양을 공략하고 점수를 따는 데는 성공했으니까요.]
'그래. 일단 포인트는 차치하고 목적에만 충실하자. 미션이 먼저니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섹스를 마친 두 사람이 곧 사우나를 빠져 나왔다. 땀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온 몸이 흠뻑 젖은 두 사람은 샤워기 앞에서 달궈진 몸을 식혔다.
"하아-, 하아-. 쓰러질 뻔했어."
"괜찮으세요, 선배님?"
섹스가 막 끝난 직후라 그런지 승아의 얼굴 표정이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까칠하고 딱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한없이 나 긋나긋 해진 모습이었다.
"···선배는 무슨. 어차피 우리 동갑이잖아. 말 편하게 해도 돼."
"정말?"
"응. 대신 나랑 단둘이 있을 때만. 다른 신도 앞에서는 입조심하고."
"알았어."
[키하-. 아까와는 영 딴판인 반응이군요.]
'원래 떡 한번 치고 나면 나이는 의미 없는 법이니까. 하물며 원래 나이도 동갑이잖아.'
[면접 볼 때랑 비교하면 주인님을 대하는 승아양의 태도가 훨씬 유해진 분위깁니다.]
'섹스가 처음보는 사람하고 단기간에 친해지는 덴 최고지. 암튼호감도도 올렸겠다, 어디 본격적으로 공략을 시작해 볼까?'
"몸도 얼추 다 불린 것 같으니 등 미는 것 좀 부탁해도 돼?"
"아, 맞다. 등 밀어준다고 따라왔었지? 저쪽에 앉아."
샤워를 마친 도훈과 승아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았다. 도훈이 등을 내밀고 돌아서자, 승아가 뒤에서 때수건을 손에 끼운 채 등을 밀기 시작했다. 때는 미는 둥 마는 둥 하며 승아가 물었다.
"근데 넌 어쩜 그렇게 섹스를 잘해?"
승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떠 있었다.
아직까지 섹스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 것 같았다.
"나? 경험이 나름 있는 편이라."
"경험? 무슨 경험? 너 대학생 아니었어?"
"학생은 맞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만난 애들이랑 섹터디를 했거든."
"섹터디? 그게 뭔데?"
승아는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에 대해 무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도 다니지 않고 20살 이후로 쭉 구원회 안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다.
"음, 원래 스터디라고 시험 준비하는 애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 자주 하거든. 같이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하고, 아니면 인강을 공유하거나, 면접 대비 겸."
"그래서?"
"근데 공무원 시험이 여자들한테도 워낙에 인기가 많잖아. 오히려 여자들이 더 많이 보는 직렬도 있으니까. 스터디 구성원들보면 성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자가 많은 편이랄까."
"아···."
"처음엔 순수하게 시험을 위해서 뭉치다가도 나중 가면, 서로 친목 도모도 하게 되더라고. 차도 마시고, 술도 먹고. 그러다가 같이 자기도 하고."
"아하. 그래서 스터디가 섹터디로 변하는 거야?"
"응. 난 매년 공시를 준비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스터디도 쭉 하게됐고, 모임 때마다 계속 여자를 만나다보니···. 결국 그렇게 됐어."
"와, 그럼 이걸 쉬지도 않고 휘둘렀다는 소리네?"
뒤에서 때를 밀고 있던 승아가 갑자기 손을 밑으로 내리더니 도훈의 대물을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과감한 동작에 도훈이 흠칫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뭐하는 거야?"
"왜? 만지면 안 돼?"
"아니, 누가 보면 어쩌려고."
"다 망 보면서 하는 거거든?"
승아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와, 섹스 이후 승아양의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는데요?]
'그러게. 내가 완전히 마음에 든 모양이야.'
"흐음. 모르겠다. 걸리면 네가 책임지겠지."
"안 걸린다니까? 암튼 그래서 지금껏 몇명이랑 섹터디를 했는데?"
"몰라."
"몰라?"
"어떻게 그걸 세고 있어? 한 두 명도 아니고."
"그렇게 파트너가 많았단 말이야?"
승아는 등 뒤에 앉아 때는 안 밀고 계속 도훈의 잦이를 주무를 뿐이었다. 순식간에 끝난 섹스에 여전히 미련이 남은 것 같았다.
다시 꼴리게 만들어서 또 할 기세였다.
'보기보다 엄청 밝히네. 하긴 괜히 수호천사까지 올랐겠어?'
[네?]
'기본적으로 승아는 섹스를 즐기는 타입이라는 거지. 물론 처음부터 난교를 좋아하진 않았겠지. 그런 여자가 얼마나 되겠어?
하지만 오랜 시간 남자들과 섹스를 해오다 보니 섹스 자체를 즐기는 여자로 변해 버린 거야. 노력하는 사람은 절대로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기니까. 그러니 빠르게 승급도 가능했을 테고. 이서만 봐도, 승아가 나이에 비해 엄청 빠르게 올라간 걸 알 수 있잖아.'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 승아가 한동안 좆 맛을 못 보다가 간만에 느껴버린 거잖아. 한 번으로는 만족이 안 될 만도 해.'
[어쨌든 승아양이 주인님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군요.]
'슬슬 운도 띄웠겠다, 이제 세뇌를 걸어야 겠어.'
"그냥 한번도 여자가 끊긴 적은 없었어. 동시에 여럿 만날 때도 있었고."
"동시에? 그게 가능하다고?"
"섹터디에서 만난 애들하고 사귄 건 아닌데, 이상하게 원나잇으로는 안 끝나더라고. 그렇게 정리가 안 된 상태로 파트너가 자꾸 늘다보니까 일주일 내내 상대를 바꿔가면서 한 적도 있었어, 심할 땐."
"와···. 근데 충분히 그럴수도 있을 것 같아."
"왜?"
"민용이 넌 잘 모르겠지만, 너 엄청 잘하거든."
"내가 잘한다고?"
"응. 내 말은 신뢰해도 좋을 거야. 내가 정말 많은 남잘 만나봤으니까."
"그래? 어쨌든 듣기 좋은 칭찬이네."
"그래서 말인데···."
승아가 갑자기 등에 바짝 몸을 붙였다.
물컹한 가슴이 도훈의 등에서 눌리며 푹신한 촉감을 전달했다.
누군가 보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대범한 행동이었다. 승아는 점점 겁이 없어지고 있었다.
"괜찮으면 나랑 몰래 만나볼래?"
"···몰래?"
"응. 솔직히 말하면 나 요새 섹스리스거든."
"왜?"
"양 권사님 비서로 옮긴 뒤로 몇 달 째 그 상태야."
"그게 무슨···."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는데 암튼 상황이 그렇게 됐어. 근데 오늘 너랑 오랜만에 해보고 느꼈는데, 역시 난 남자 없이는 안 될 것 같아. 너도 솔직히 나랑 하고 싶지 않아?"
"흐음···."
갑작스러운 승아의 제안에 등 돌려 앉은 도훈이 씨익 웃었다.
'후후-. 미끼를 던지기도 전에 알아서 걸려들었군.'
[그러니까요. 좋은 징조입니다.]
'그럼 제안을 받아주는 척 하면서 몰래 상식 개변을 걸어야 겠다.'
"하고 싶지. 말했잖아. 면접 볼 때부터 너랑 하고 싶었다고."
"그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원래는 이러면 안 되지만, 기왕 해버렸으니까···. 어차피 성기사단에 들어가도 나처럼 젊은 여자랑하는 기회는 없을 거야."
"없어? 전혀?"
"뭐 운 좋으면 가끔? 거의 없다고 보면 돼. 그러니 너도 젊은 여자가 그리울 거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어때?"
승아는 사실상 섹파 제안을 하고 있었다.
도훈이 이에 조건을 덧붙였다.
"좋아."
"정말?"
"응, 근데 내 상식에 따르면···."
도훈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승아를 쳐다보면서 상식 개변스킬을 걸기 시작했다. 상식 개변의 시동어인 "내 상식에 따르면" 을 외치자 승아의 눈빛이 흐리멍텅하게 변했다.
"섹파끼리는 묻는 말에 모두 솔직하게 답해줘야 한대."
"아···."
세뇌에 걸린 승아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으, 응. 섹파끼리는 묻는 말에 솔직하게···."
"그리고 다른 상식에 따르면,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더라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해선 안 되고."
"발설하면 절대 안 되지."
"마지막으로 내 상식에 따르면 섹스는 남자가 요구할 때 무조건 하는 것으로."
"남자가 원할 때는···. 맞아. 그랬지."
3가지 암시를 건넨 도훈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온 승아가 도훈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 앞으로 몰래 만나는 거다?"
"응."
"맞다, 등 밀어줘야 하는데, 다시 돌아."
"그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또?"
"혹시 장만석 목사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어?"
상식개변에 걸린 상대는 암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된다. 이는 의지로도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최면 효과기 때문에, 승아는 자기도 모른 채 장만석에 대해 술술 불기 시작했다.
"우리 목사님은···. 예수님이셔."
"···뭐라고?"
"재림 예수. 2000년만에 다시 부활하신 예수님."
'뭐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거였어?'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상식 개변 때문에 절대 거짓을 말할 수는 없을텐데요?]
'혹시, 세뇌라도 당한 거 아니야?'
[세뇌요?]
'뭔가 수상한데?'
"그렇구나. 혹시 그럼 예수님을 직접 뵌 적은 있어? 가까이서."
"응. 난 그분의 성은을 입었어. 수호천사로 승급할 때."
[설마 성은이 그런 뜻일까요?]
'무슨 초야권도 아니고, 참나.'
도훈은 그녀가 승급 당시에 장만석에게 따먹혔다는 사실을 알고 속으로 몹시 분개했다. 구원회 내의 여신도가 수호천사로 오르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관문으로 보였다.
[어쩌면 주인님도 장만석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뭐라고?'
[성기사단에 정식으로 입단하면요. 성기사단은 수호천사와 같은 등급이니까요.]
'설마 장만석이 남색이라도 한다는 뜻이야?'
[그건 모르지만요. 한 번 물어나 보십시오.]
"그럼 나도 성기사가 되면 목사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는 거야?"
"성기사? 아니? 성기사단은 양 권사님이 지휘하는 걸로 아는데? 성은과 상관이 있나?"
"아. 그렇구나."
"왜? 너도 목사님을 만나보고 싶어?"
"응. 난 아직 한 번도 못 봤으니까."
"그렇구나. 원래 평신도들은 가까이서 뵙기가 쉽지 않아."
"왜?"
"말했지만 우리 교회에 신도가 너무 많아. 주일마다 예배를 주도하시는데, 맨 앞 열엔 간부들만 착석할 수 있어. 그 뒤로는 고액헌금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럼 수호천사는?"
"우리는 기껏해야 중간 쯤이야. 그래서 카메라로 촬영되는 영상을 시청하는 게 더 나을 거야. 너무 멀어서 목사님 얼굴이 잘 안보이니까."
"흐음···."
[주인님, 상식개변 된김에 그걸 물어보시죠.]
'뭐?'
[장만석 목사에게 성은을 입을 때 혹시 세뇌를 당한 적이 있냐고요.]
'그래. 그게 가장 확실하겠군.'
"혹시 목사님께 성은을 받을 당시에 세뇌같은 걸 당한 적이 있어?"
"세뇌라니?"
"아니 그러니까···. 뭔가 약을 먹인다거나, 아니면 암시를 건다거나."
"무슨 소린 줄 모르겠어. 아, 성은은 먹었지. 확실히."
"성은? 성은을 먹기도 해?"
"응. 성은은···. 목사님의 정액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