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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08화 (1,788/2,000)

1808. 구원회-13-

혼탕이라는 말에 도훈이 눈을 크게 떴다.

'오옷, 이건 정말 훌륭한 시스템인데?'

[네?]

'못 들었어? 사우나가 혼탕이라잖아. 이런 선진 시스템을 들여 오다니. 장 목사는 어쩌면 선지자가 아닐까?'

[그깟 혼탕 하나로 장 목사를 두둔하는 겁니까? 그 사이비 교주를?]

'아니. 그 부분에 있어선 선진적이라는 뜻이야. 사실 독일에도 있는 혼탕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게 말이 돼?'

[아아, 정말이지 주인님은···.]

"그, 그래도 되나요?"

"네? 뭐가요?"

"아니, 혼탕이면 아무래도···."

도훈의 의문에 승아가 모처럼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민용씨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목욕재계는 저희 교에선 성스러운 의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의 본능이라는 게···."

"네?"

"혹시라도 꼴리면 어떻게 해요, 그럼?"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혼탕이라고 해도 막상 가보면 별거없거든요."

"으음, 그렇군요."

"일단 오늘은 처음이시니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권사님 말씀도 있고 하니."

"네. 감사합니다."

"가실까요? 참회방에서 미리 대기하시려면 지금 바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밖에서 잠시 기다리세요. 이것만 정리하고 나갈게요."

도훈이 먼저 양 권사의 사무실을 나가자 승아가 거짓말 탐지기 가방을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참회방에 미리 연락을 해둬야 할 것같다는 생각에 무심결에 양 권사 방의 내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응? 왜 소리가···."

수화부를 들고 있던 승아는 신호음이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닫고 전화기를 살피다 전화선이 잘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이게 왜?"

분명 내선 전화로 양 권사가 자신을 불렀기 때문에, 불과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잘려 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화선이 잘릴 만한 사건은 없었다.

'이상하네? 내가 분명 계속 이 방에 같이 있었는데···.'

승아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설계에 따로 연락을 해둬야겠다고 기억한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 * *

"이쪽이 사우나 룸입니다."

"와···. 생각보다 크네요."

사우나 룸은 흔히 호텔 지하에 있는 시설처럼 고급스러웠다. 다만 특이한 것은 일반적인 사우나처럼 남녀로 나누어지는 출입구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네. 요금을 별도로 받는 것도 아니고 혼탕이니까요."

도훈은 승아의 손에 이끌려 사우나 로커룸 앞에 섰다. 넓은 크기에 비해 사람은 많이 없는지 탈의실에는 두 사람 뿐이었다.

"여기 옷을 넣고 로커키를 팔목에 차세요. 목욕재계를 마치고 나면, 밖에 있는 가운으로 갈아입으신 뒤 참회방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의식이 끝나고 나면 다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방식입니다."

"아, 참회방이 사우나랑 가까이 있나요?"

"내부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시면 참회방으로 연결됩니다."

"아, 그렇군요."

도훈은 흡사 목욕탕과 연결된 찜질방 구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씻고 나오세요."

혼탕을 기대했던 도훈으로서는 조금은 김빠진 결과였다.

'뭐야? 나 혼자 씻는 거였어?'

[뭘 기대하신 겁니까 대체?]

'이건 아니지. 어떻게든 꼬셔봐야겠다.'

"···저."

"네?"

"죄송한데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도훈은 그녀가 양 권사의 말에 꼼짝 못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분명 준비를 철저히 시키라고 명령했으니 승아가 그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좀 때가 많은 편입니다."

"뭐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안에 세신사가 있을까요?"

"세신사라뇨?"

"때밀이요."

"···그, 그런 게 있을 리가요. 여기 공중 목욕탕이 아닙니다."

"어떡하죠 그럼?"

"물론 때밀이 타올은 별도로 있습니다. 직접 미시면 되겠네요."

"등은요?"

"네?"

"아니 다른 곳은 상관없는데, 제가 등에 유독 때가 많아서."

[으윽. 정말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스스로를 어디까지 내려놓으실 생각입니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은 아무것도 아니야.'

"······."

"외람된 부탁이지만, 등 한 번만···."

"싫습니다."

승아가 단박에 거절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제가 실은 경험이 있어서 그렇거든요."

"무슨 경험이요?"

"몇 년 전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근데요?"

"저랑 엄청 잘 맞았거든요. 속궁합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만나면 무조건 하루 한 번은 하고, 컨디션 좋은 날엔 3번 4번씩도 하고···."

"그 얘기를 왜 저한테···."

"아니, 나중에 결국 차였는데 저한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

"오빤 다 좋은데 할 때 몸에서 때 나올 때마다 정떨어진다고."

"아, 아니···."

"한번은 걔가 너무 흥분해서 제 등을 쫙 긁었는데, 손톱에 때가 막···."

"그, 그만해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

"저는 좀 걱정이 돼요. 등의 때를 못 밀었는데, 혹시나 몸신공양을 하다가 그로 인해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시면 여간 실례가 아닌지라···."

도훈이 되지도 않는 썰을 풀며 승아를 압박했다. 승아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하아-. 대체 이 사람은···.'

세상에 몸에 때가 많아서 여자에게 차였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한 도시괴담같은 썰이었다.

하지만 장면을 상상해보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속궁합이 잘 맞아도 몸에서 때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하다가도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

'큰일이네. 스스로 저렇게 밝힐 정도면 대체 얼마나 때가 많은 거람? 양 권사님이 분명 준비 철저하게 시키라고 했는데···.'

"아닙니다. 제가 괜한 말씀을 드린 것 같네요. 어떻게든 혼자 해보겠습니다."

"혼자서 어떻게 등을 민다는 건데요?"

"일단 손 닿는 데까지···."

"···됐어요. 그냥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아앗. 감사합니다."

[이게 통한다고요? 정말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뭐가 안 돼. 결국 승아를 혼탕으로 끌어들였잖아.'

[아니. 주인님은 자존심도 없으십니까? 꼭 그렇게까지 다 가지 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뭐래?'

승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도훈의 로커에서한 칸 떨어진 곳을 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도훈은 탈의를 하는 척 힐끔거리며 승아의 몸매를 감상했다.

'수호천사 중에서도 에이스라고 불리는 몸매를 어디 한 번 구경해 볼까나?'

상의의 단추를 푸는 승아는 의외의 상황에 짜증이 나면서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뭐지? 평신도 앞에서 옷을 벗는 것 뿐이잖아.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승아 역시 지금의 이서가 하는 주일예배 난교를 수없이 거치며 승급한 인물이었다. 이는 엔젤 등급에서 수호천사까지 올라가려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기도 했다.

당연히 수많은 남자들에게 농락당했던 몸이라, 그만큼 닳고 닳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도훈의 앞에선 옷을 벗기 껄끄러웠다.

'이상해···.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단 말이지? 분명 오늘 처음 본 사인데 말이야.'

블라우스를 벗은 승아가 브라만 걸친 채 치마를 벗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이는데 브라에 담긴 그녀의 가슴이 훅 내려가며 깊은 가슴골을 만들었다.

곁눈길로 훔쳐보고 있던 도훈은 생각보다 묵직한(?) 볼륨에 놀랐다.

'오, 뭐야. C+ 였잖아?'

[네? 컴퓨터 언어 말씀이십니까?]

'아니. 가슴 사이즈 말이야. C컵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것 보단 좀 더 큰 것 같아서.'

[C면 C고 D면 D지 C+는 또 뭔가요?]

'쩜 오 쯤 되는 거지. 생리 때면 D컵 되고, 생리 끝나면 C컵 되는.'

[거참 사이즈 구별도 복잡하군요.]

도훈이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살짝 위화감을 느낀 승아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뭐 하세요? 옷 안 벗으세요?"

"아, 아 네네."

"······."

승아는 도훈이 자신에게 음흉한 마음을 품은 게 아닐까 의심했다.

'흐음. 신참에게 확실히 알려줘야겠군. 우리 교회 신자는 혼인을 할 게 아니면 자유연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실은 도훈이 몰랐던 사실이지만, 교회 안에서 공개적인 커플은 불가능했다.

만인을 위한 만인의 섹스.

구원회에서 추구하는 것은 구속받지 않는 섹스였고, 그것이 표방하는 궁극적인 지점이 바로 난교였던 것.

단, 유일하게 공개 연애를 하는 방법은, 혼인 서약을 통해 두 사람이 부부가 될 것을 '집사'이상에게 허락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양 권사도 도훈이 이서의 옆구리를 잡고 부축해서 왔을 때 두 사람의 혼인 서약 여부를 물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옷을 모두 벗고 서로 마주 보았다. 도훈은 여자와 함께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했지만, 경험이 많은 승아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네, 네."

[남자 앞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니.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거세된 사람 같습니다.]

'그러게. 이게 세뇌를 통해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거였나?'

[주인님 말대로 이곳이 누드비치 해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없죠.]

'근데 그건 특별한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일탈이잖아.

평소에 훌렁훌렁 옷을 벗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겠어? 나체촌도 아니고.'

[나체촌이 뭡니까?]

'있어. 극단적인 자연주의자들이랄까? 자기들끼리 마을 하나 만들어서 싹 다 홀딱 벗고 다니는 무리들. 근데 여긴 그렇다고 하기엔 평소엔 너무 말끔하게 다닌단 말이지. 밖에서 볼 때 전혀 이런 곳인 줄 모를 거 아니야.'

[흐음. 정말 이상하군요.]

'수상한 것 투성이야. 이 교회는 확실히 파헤쳐야겠어.'

[잘하고 계십니다.]

'원래 그냥 싹 다 박살내버릴까도 생각했거든? 근데 그렇게 하면 정의의 여신이 하사한 미션을 도저히 완수할 수가 없겠더라고.'

[미션을요?]

'응. 내가 지금 달려가서 교주 장만석의 뚝배기를 깨버린다고쳐. 그래도 제 2, 제 3의 교주가 계속 나타날 거란 말이지. 놈의 동생이고 아들이고. 그렇다고 5만명이 넘는 신도들을 일일이 뚝배기를 깨러 다닐 수도 없는 거잖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사이비 종교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정의의 여신이 내린 목표는 재림 예수 구원회의 완벽한 분쇄였는데요.]

'일단 장만석 부터 직접 대면해야 해. 놈이 어떤 방법으로 교인들을 세뇌했는지, 그 방법을 확인해 봐야겠어. 방법을 알면 세뇌를 깨뜨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도훈은 그런 마음을 품고 승아를 따라 혼탕 안으로 들어갔다.

탈의실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안에는 씻고 있는 남녀가 드문드문 보였다. 몇몇은 탕에 들어가 있거나, 또 일부는 샤워기 앞에서 비누 칠을 하기도 했다.

남녀가 발가벗고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전혀 어색함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이들은 정말로 이성 간에 옷을 벗는 행위 정도로는 흥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도훈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어우씨, 진짜로 여자들이 싹다 벗고 있네?'

도훈은 샤워를 하고 있는 여자들을 힐끔거리며 좆대가리를 껄떡거렸다.

원체 정력이 좋은 타입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자극만 와도 곧바로 반응을 했던 것이다. 도훈을 안내하던 승아가 이를 못 알아챈가운데 설명했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온탕에서 때를 좀 불리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네?"

"아니 그게 왜···."

뒤늦게 빨딱 선 대물을 확인한 승아는 어이가 없는지 쯧쯧 혀를 찼다.

"아니, 민용씨.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는 신성한 공간이라 ···."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건장해서···. 쉽지 않네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닙니다."

"흠흠···. 다른 신도 보기 민망하니까 좀 가리고 있으세요."

도훈이 두손으로 잦이를 가렸으나 이미 발기된 잦이는 두 손으로도 감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손 밖으로 삐져나온 좆대가리 때문에 더욱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이를 본 승아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왜 저러는 거야? 저런 것도 하나 통제 못 하고 ···.'

승아가 샤워기 앞에 섰다.

기왕 들어온 김에 깨끗하게 몸이라도 씻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샤워기 헤드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는데, 미끄덩한 무언가가 불쑥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응?"

실 눈을 떠보니 도훈이 손에 비누칠을 한 뒤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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