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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03화 (1,783/2,000)

1803. 구원회-8-

'난교를 통한 임신을 막기 위해 강제로 시술을 시켰나 보네.'

[아니, 그래도 하란다고 피임 시술을 하는 건 대체 무슨···.]

'그만큼 보상이 강렬했던 모양이야. 아니면 세뇌라도 시켰거나.'

[설마 여기 교회에 다니는 젊은 여성들은 오로지 저런 목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걸까요?]

'이용 당한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인지는 모르지. 어느 쪽이든 충격적이군.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미친 종교 집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그렇구나. 근데 아까 말한 건 뭐였어?"

이서가 옷을 입으며 대답했다.

"뭐요?"

"권사님이란 분에게 날 추천한다고 했던 거 말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어?"

"아···. 그거요? 어차피 오빠도 저희 교회 다니기로 했으니 다 말씀드릴게요."

"응."

"아시겠지만 저희는 전도를 할 때 무조건 다른 성별이 하도록 되어 있어요."

"다른 성별이라니?"

"남자 신도는 여자가, 여자 신도는 남자가 전도하는 게 원칙이에요."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

"목사님에 따르면 에덴 동산에 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원래 에덴동산에 있을 땐 모두가 발가벗고, 원하면 서로를 따먹는 게 자연스럽다고요."

[설마 저런 식으로 난교를 정당화 시킨 겁니까?]

'어처구니가 없는 개소리가 아닐 수 없군. 이걸 그냥 받아들인다고? 진짜 상식개변이라도 당한 건가?'

"암튼, 그래서 남자에겐 여자가, 여자에겐 남자가 붙는 거예요. 본능적으로 서로 끌리니까요."

"혹시 여기 다니는 남자들은 다 그런 식으로 전도되었던 거야?"

이서가 풉- 하고 웃었다.

"아뇨. 꼭 그렇진 않죠. 저희들끼린 이걸 '몸 전도'라고 부르는 데, 시작부터 몸 전도로 들어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왜?"

"보통은 오빠처럼 안 밝히니까요. 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요."

"잠깐, 그럼 여기 다니는 여신도들은 몸 전도에 대해 거부감 같은 건 전혀 없어?"

"네. 왜요?"

"아니.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어쨌든 처음 보는 사람이랑 하는 거잖아. 교회에 다니게 할 목적으로."

도훈은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해할 질문을 던졌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질문을 안 하는 편이 더 수상하다고 여길 지경이었다.

"후후. 물론 처음엔 어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빠도 막상 청년부에 들어가 보시면 몸 전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될 거예요."

"청년부? 거기에서 대체 뭘 하는데?"

도훈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이서도 적당히 끊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시고요. 시간 지나면 차차 알게 되실 테니."

도훈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이서가 의심할까봐 그쯤에서 멈췄다. 겨우 옷을 다시 입은 이서가 낑낑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 다리가 풀렸나 봐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네."

"괜찮겠어?"

"부축 좀 해주세요."

"응."

도훈이 옆구리를 잡고 받치자 이서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히잉, 제대로 걷지도 못 하겠어요. 오빠가 너무 세게 해서 그래요."

"난 네가 괜찮다고 하길래···."

"그렇게 거칠게 할 줄은 저도 몰랐죠. 근데 오빠 왜 그렇게 섹스를 잘해요?"

"나? 그냥 뭐···."

"혹시 공무원 준비 안 하고 여자만 만나고 다닌 거 아니에요?"

도훈이 뜨끔한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꼭 그건 아닌데···. 스터디를 어려개 하다 보니···."

"스터디가 왜요?"

"요샌 섹터디라고 부르잖아. 아무래도 맨날 골방에 틀어박혀서 공부만 하다보면, 남자건 여자건 엄청 굶주리게 되거든. 어차피 공시 준비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그런식으로 스터디 멤버끼리 친해지고 술 마시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몰래 만나게 되더라고."

"헐, 진짜요? 그래서 그렇게 잘하시는 거예요?"

"나랑 한 번 하고 나면 다들 그렇게 매달려. 자랑은 아닌데, 그것 때문에 나이에 비해 경험은 제법 많은 편이야."

도훈의 설명을 들은 이서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럼 오빠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시험에 못 붙었던 거네."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왜 굳이 해명을 하십니까?]

'이서 입장에선 당연히 나를 의심할 수도 있어. 평범한 찐따처럼 보이던 사람이 섹스만 너무 잘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아직 제대로 침투도 못 했는데 괜히 의심을 살 필욘 없지.'

"암튼 잘 됐어요. 오빤, 성기사단에 딱 어울릴 것 같아요."

"성기사단?"

"아까 말한 양 권사님이 이끄는 청년 단체의 공식 명칭이에요."

"단체 이름이 성기사단?"

"네, 영어로는 템플 나이트. 저희 교회 소속 전도단 중에서 유일하게 남자로만 이루어져 있죠."

"혹시 가입 조건이···."

"네. 맞아요. 오빠처럼 거기가 커야 선발될 수 있어요."

"그건 또 왜 그런 거야?"

"대충 짐작 가지 않아요? 저흰 몸 전도를 주로 하니까 그게 필요할 때가 있겠죠."

"흐음."

도훈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이서가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성기사단에 들어가는 건 남자 청년부원들이라면 제일 원하는 거예요."

"그건 또 왜?"

"청년부에 속한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되거든요. 대신 성기사단이 되면 계속 청년부에 머무를 수 있고요."

"그게 무슨···."

"거기다 성기사단부터는 매달 소정의 달란트를 받을 수도 있어요."

"달란트?"

"이건 좀 설명이 복잡한데, 암튼 일종의 쿠폰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쿠폰?"

"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일단 가면서 얘기해 드릴게요."

도훈은 이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교회 내부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이서가 제대로 걷지 못해 옆에서 부축을 해야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꼭 달라 붙은 모양새였다.

"그러니까, 달란트라는 건 교회 내에서 여러 용도로 쓰여요. 일종의 교환권 같은 건데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고···."

"현금? 그럼 돈이라는 뜻인가?"

"꼭 돈으로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꾸준히 모으면 승급하는 데 쓸수도 있죠."

"승급이라고?"

"저희 교회엔 승급 제도가 있어요."

이서의 설명에 따르면 구원회에서 가장 낮은 등급은 '어린 양'이었다.

양은 막 전도를 시작한 대상에서부터, 교회를 다닌 지 얼마 안된 신입 신도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양을 직접 전도한 '목자'가 멘토가 되어 한 두달 가량 교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다고 했다.

"양에서 진급하면 '목자'가 되요. 목자가 되면 다른 사람을 전도할 수 있게되죠."

"그럼 이서 너는 목자야?"

"네. 하지만 목자 안에서도 또 등급이 나뉘어요."

"또?"

목자는 집사나 권사 혹은 장로를 제외한 모든 평신도를 뭉뚱그리는 개념인데, 크게 3가지 등급이 존재했다.

"천사, 대천사, 수호천사. 이렇게요. 보통 엔젤 등급이라고 불러요."

"그렇구나."

"네. 여기 다니는 목자들 대부분은 엔젤 등급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엔젤 중에서 빼어난 전도력을 갖춘 사람이 대천사가 되는데, 대천사까지 올라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요."

"그럼 수호천사는 더 어렵겠네?"

"음, 수호천사는 살짝 다른 개념이긴 해요. 암튼 대천사랑 동급으로 쳐줘요. 참고로 아까 말한 성기사단도 수호천사 등급이고요."

"근데 승급을 하면 뭐가 좋아?"

"아까도 말했듯이 대천사 이상부터는 매달 달란트가 나오거든요. 달란트는 저희 교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설마 달란트라는 게 월급과 승급 가산점을 합친 개념인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보상책이 신기하군요. 왜 저런 방식을 쓰는 걸까요?]

'내 생각엔 전도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만든 거 같아.'

[전도요?]

'보통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직장에 다니면서 주일에만 교회 나가서 예배를 보잖아. 그러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고.'

[보통은 그렇죠.]

'근데 전도만 하고 다니더라도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금보상 시스템을 구축한 거지. 달란트라는 이름으로 위장해서. 일종의 전업 전도사 육성책같은?'

[아! 그걸 이용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신도를 늘릴 수 있었던 거군요.]

'맞아. 다른 일 않고 전도만 계속 하고다녀도 특별 수당에 달란 트라는 자체 현금을 지급하니까. 게다가 승급까지 하면 월급도 더 올려주고.'

[이거 완전···.]

'완벽한 다단계 시스템이야. 회원들을 등급제로 철저하게 구분해 위로 올라가게끔 만든 거지. 올라갈수록 그 혜택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해지다 보니, 다들 거기에 목숨을 거는 거야. 결국 주객이 전도돼서, 교회를 다니는 게 아니라 전도만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거지.'

[장만석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 돈이 아니겠어? 머릿수 자체가 돈이 되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도들을 끌어모으고, 또 그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신도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교세를 불려 나가는 거지.'

[너무 위험한 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단체가 아무 제재도 없이 운영될 수 있는 거죠? 진작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되었어야 할 대상 아닙니까?]

'분명 정관계 쪽으로 로비를 엄청나게 해댔을 거야. 돈과 여자.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는데, 장만석은 그 두개를 모두 가지고 있잖아.'

[허어-.]

'들으면 들을수록 미친놈인 건 확실해.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해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까 아주 가관이구먼.'

"그렇구나. 그럼 엔젤 등급에서 더 올라가면···."

"네. 그 위에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이렇게 있는데 사실 여기까지 올라간 평신도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간부님들 대부분은 목사님하고 개척교회 시절부터 함께 했던 분이거든요."

[지도부는 철저하게 자기 심복들로 꾸려놓았군요.]

'그렇겠지. 규모가 계속 커져도 배신하지 않을 자들로만.'

"신기하다. 난 교회는 처음이긴 한데, 이렇게 운영하는 곳은 처음 보는 것 같아."

"그쵸? 근데 막상 다녀보면 오빠도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예요. 다들 너무 만족하거든요."

"그래?"

"아, 저쪽이에요."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양 권사님한테 오빠 소개시켜 드리려고요."

"오늘 바로?"

"네. 왜요? 어차피 이제부터 다니신다고 하지 않았아요?"

"아직 예배도 안 해봤는데···."

"괜찮아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어차피 오빤 성기사단으로 바로 승급하실 분인데요."

도훈은 이서의 대답에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명목상 기독교 단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종교적 가르침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예배를 빠지거나, 혹은 성경책을 공부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 않는 느낌이었다.

겉으로만 교회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 일종의 변형된 다단계 사업체로 보아도 무방했다.

섹스를 무기로 약점을 잡거나, 아니면 중독시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 다음 끊임없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 심지어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새로운 신도를 모집하는데 재투자하면서 끊임없이 교세를 불리고 있었다. 마치 확장 그 자체만이 존재의 목표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또라이인데. 장만석이란 새끼.'

그때였다.

두 사람이 교육관이라 불리는 본관 건물 내부를 걷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말을 걸어왔다.

검은 정장 안에 목사나 신부들이 입는 로만 칼라 셔츠를 받쳐입은 중년 사내였다. 금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어딘가 음험한 인상을 풍겼다.

"오, 이게 누구야? 이서양 아닌가? 교육관엔 무슨 일로?"

"앗, 양 권사님. 안녕하세요. 마침 뵈러 가는 길이었는데."

양 권사라는 말에 도훈은 그의 정체를 파악했다.

'저자가 청년부를 맡고 있다는 양 권사란 작자인가?'

[무척 음침하게 생긴 인상이군요. 근데 목사도 아닌데 복장이 왜 저럴까요?]

'그러게. 자기가 무슨 목사라도 되는양 옷을 갖춰 입었네. 권사라는 게 보통 교회 오래다니면 적당히 내어주는 감투이긴 한데, 여기선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아.'

[목사에 준하는 권력자라는 뜻일까요?]

'음, 그것보단 목사가 목사가 아니고, 권사가 권사가 아닌거 겠지.'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사실상 일반 교회처럼 보이기 위해 목사라는 직책을 쓰긴 하지만 장만석은 종교단체의 교주에 해당하는 인물이잖아.'

[그렇죠.]

'그러니 장로나 권사, 혹은 집사 같은 사람들도 실제로는 일반교회에서 쓰이는 허울뿐인 직책보다 훨씬 높은 계급일 거란 말이야. 명예직이 아니고 실제로 권력을 가진 계층.'

[하긴 그렇겠군요. 평신도만 수만에 이르는 교회에서 권사 직위면···.]

'어디 한 번 놈이 어떤 개소리를 하는지 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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