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0. 빌드 업-125-
'알지. 근데 컨닝은 좀 치사하잖아. 난 살면서 비겁하게 시험 본적 단 한 번도 없어.'
[그렇게 따지면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공부하는 것도 방법만 다를 뿐 비겁하긴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 또한 플레이어의 능력을 활용하는 거니.]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러지 마시고 그냥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쉽게 가시죠? 벌여 놓은 일도 많으신데 고작 중간시험에 이렇게 매달려야 되겠습니까?]
'몰라. 아직까진 고민 중이야.'
[다른 일에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으시더니, 공부에 있어서는 정말 도덕군자가 따로 없군요.]
'아랫도리는 망나니라도, 머리는 씹선비거든. 아무리 나라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바꾸기 쉽지 않다고.'
도훈이 교재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소파 가죽을 닦던 김비서가 이번엔 도훈이 앉은 가죽 의자로 다가왔다.
"저기, 의자 좀."
"어, 그래."
김비서는 계속 도훈의 옆에서 서성거리며 그를 훔쳐보았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도훈이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모를 리 없었다.
'어우씨, 공부할 것도 많은데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드네. 확 그냥 따주고 치워버려?'
[자중하시죠. 오늘은 날이 아닙니다.]
"저···. 공부하시느라 피곤하시면···."
"응?"
"제가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앞치마를 걸친 김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젠 노골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김비서를 보고 도훈이 정중히 거절했다.
"괜찮아. 난 비서를 고용한 거지, 메이드를 고용한 게 아니거든."
"메이드가···. 아니었습니까?"
"응?"
김비서 걸레를 내려놓더니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집에 온 이상 회사에서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요."
"그게 무슨···."
"주말마다 도훈씨 댁에 방문해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안 일을 돕는 게 메이드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곤란한데···. 내가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 김비서가 딱히 날 도울 일이 없으니 집안일을 시킨 거잖아."
"그렇죠. 그러니 저 역시 맡기신 일에 충실할 생각이니, 너무 불편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설마 그래서 그거 입고 온 거야?"
"네?"
"앞치마 말이야. 집에서 가져온 거 맞지?"
"아···. 네. 일하다 보면 옷에 때가 묻을까 봐서···. 보기 불편하시면 벗을까요?"
앞치마를 벗는다는 말에 도훈이 장난으로 농을 건넸다.
"메이드의 상징인 앞치마를 왜 벗어? 앞치마만 남기고 다 벗으면 모를까."
"···네?"
"알몸 에이프런 말이야. 몰라?"
김비서가 맹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영어가 짧았기 때문에 에이프런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이었다.
"아냐. 됐어. 웃기려고 농담한 거야. 마사지는 괜찮아."
"네."
도훈이 다시 책을 보고 있는데, 김비서가 뒤에서 몰래 폰을 꺼내더니 도훈이 말한 단어를 검색했다.
'알몸 에이프런이 대체 뭐지?'
해당 단어와 관련된 이미지를 확인한 김비서가 화들짝 놀라더니 폰을 숨겼다.
'헉! 이, 이게 이런 뜻이었어?'
알몸 에이프런의 의미를 깨달은 김비서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 도훈씨가 이런 취향이었구나. 난 이제껏 그것도 모르고 ···.'
"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청소 다 끝났어?"
"아, 아니 잠시 화장실 좀."
"그런 것까지 나한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어."
"네."
김비서는 서재를 나서자마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닫고 화장실에 혼자 서서 거울을 보는데,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얼굴이 후끈 달아있었다.
'하아-. 도훈씨 앞에서 이런 촌스러운 얼굴이었다니. 오늘따라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되네.'
두 손으로 볼을 감싼 김비서는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이곳에서 도훈이 팬티를 내린 채 서 있던 장면이 불쑥 떠올랐다.
'아···. 또 그 생각이···.'
남성의 양물을 처음 본 것도 아니면서, 그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김비서였다.
'근데 되게 컸던 것 같은데···. 다 커진 모습인가?'
하지만 발기가 되었다기엔 코끼리 코처럼 축 늘어진 모양새였다. 그녀가 아는 발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세상에. 그럼 다 커지지 않은 상태로도 그렇게 크단 말이야?'
묵직한 도훈의 잦이가 계속 연상되는 통에 김비서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하아-. 이러면 곤란해. 난 일하러 온 거야. 여긴 내 직장이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은 김비서가 두르고 있던 앞 치마를 벗었다.
뒤에서 묶은 끈을 풀어 앞치마를 벗은 김비서가, 입고 온 블라 우스 단추를 끌렀다.
'이건 내 일이야. 난 도훈씨, 아니 이사님을 만족시켜드릴 책임이 있어. 도원 그룹에서 비서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알잖아.'
단추를 풀자 의상과 맞춘 하얀색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작지 않은 크기의 가슴이 순백의 브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흐음. 생리할 때가 돼서 그런가? 살짝 가슴이 커진 것 같기도.'
김비서는 평소엔 C컵을 유지하고 있다가 생리때가 다가오면 D 컵으로 변하는 사이즈였다. 한달 중 반은 C컵, 나머지 반은 D컵이라고 보면 얼추 맞았다.
D컵일 때는 컵 사이즈가 맞지 않아 브라에 가슴이 꽉 끼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랬다.
'후읍-. 괜찮아. 할 수 있어.'
혼자 거울을 보며 중얼거리던 김비서가 브라 후크를 마저 풀었다. 맞지 않은 사이즈 덕에 답답하게 갇혀있던 김비서의 젖가슴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연한 초코우유 색의 유륜에, 밝은 갈색의 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핑크색이었음 더 좋았으려나?'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이 핑두가 아닌 것이 내심 아쉬운지 몸을 좌우로 돌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그래도 모양은 나쁘지 않으니까.'
브래지어를 벗은 김비서가 이어서 치마를 벗었다. 깔맞춤으로 맞춘 흰 팬티만 남긴 김비서가 다시 한 번 전신을 거울을 통해 확인했다.
잘 빠진 늘씬한 몸.
딱히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타고나길 축복받은 몸매였다. 50kg도 안 나가는 몸무게에, 가슴과 엉덩이만 유독 컸다.
그래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오피스룩을 입고 출근하는 날에는, 지하철에서부터 사내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뎌야했다.
좆 달린 남자치고 자신을 힐끔거리지 않는 사내가 없었다고 자부할 만큼, 그녀의 몸매는 압도적이었다.
'아니지. 도훈씨는 나를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까···.'
관심 없는 사내 100명에게 인기 있어 봐야, 정작 마음에 드는 남자가 무관심하면 아무 의미 없었다.
김비서는 도훈이 자신을 귀찮아한다는 사실이 못내 섭섭했다.
'도훈씨 마음에 꼭 들고 말겠어. 알몸 에이프런인가 뭔가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결심을 굳힌 김비서가 이번엔 팬티를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팬티 가운데가 살짝 젖어 있었다.
'어? 이게 왜···.'
도훈의 집에 방문한 뒤로 화장실에 들른 적이 없으니, 이는 분명 소변이 아닌 다른 게 묻은 것이었다.
끈기가 느껴지는 물 자국을 손으로 만지던 김비서가 흠칫 놀랐다.
'서, 설마 이거···.'
그녀도 경험이 있는 성인이었기 때문에, 팬티에 지린 액체의 정체를 단숨에 깨달았다.
'애액을 흘렸다고? 내가?'
하지만 김비서가 놀랐던 건,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섹스를 할 때야 당연히 애액이 나왔지만, 하기도 전에 혼자서 흘릴 정도로 물이 많은 편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선천적으로 그곳이 건조한 쪽에 가까웠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난 그냥···. 그걸 하려는 게 아니라 알몸에이프런 복장을···.'
단지 도훈 앞에서 앞치마만 입는다는 생각만으로 흥분해 버린 것이었다.
'아아···. 이래선 곤란한데.'
급하게 휴지를 찾은 김비서가 촉촉하게 젖은 밑을 닦아냈다. 마음을 진정시킨 김비서가 알몸인 상태로 다시 앞치마를 둘렀다. 앞에서 보기엔 살짝 야한 정도였으나 옆이 휑하게 뚫려 옆 가슴이 훤히 다 드러나는 것과,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아무것도 가린 것이 없다는 점이 너무나 파격적인 의상이었다.
'정말 도훈씨는 이런 걸 좋아하는 걸까?'
순식간에 음란한 모습으로 변한 김비서가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했다. 그녀는 평소에 색을 밝히는 편도 아니었고, 살면서 이런 복장을 단 한 번도 입어 본 적 없었다.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닐까? 그냥 다시 입을까?'
문을 열지 못하고 몇 번이고 주저하던 김비서는 도훈의 얼굴을 떠올리더니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야. 나약해지지 말자. 도훈씨는 내가 모시는 상관이고, 난 상관의 명령이라면 이보다 더한 짓도 얼마든지 할 거야.'
김비서가 알몸 에이프런 상태로 다시 서재를 방문했다.
* * *
도훈은 간만에 시험 공부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처음엔 방대한 분량에 질리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복기를 하다보니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호오. 이건 분명 중간고사 나올만한 문젠데.'
도훈이 볼팬 끝을 입에 문 채 책을 보고 있는데, 서재 문이 다시 열렸다.
"어? 왜 다시···. 크흡!"
무심결에 고개를 들던 도훈은 순간 코피가 터질뻔했다. 김비서가 정말로 알몸에 앞치마만 두르고 나타난 것이다.
"아, 아니 옷은 왜···."
너무나 야한 복장에 도훈이 그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도훈씨가 이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아, 아니 그냥 농담한 거잖아. 정말로 그렇게 입고 오면 어떻게 해?"
도훈은 흥분하면 안 됐기 때문에 애써 김비서를 외면하며 소리쳤다.
김비서는 고개를 휙 돌리는 도훈을 보고 실망했으나, 여기서 물러서면 자기 꼴만 우습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어, 어쨌든 저는 이렇게 청소할 거예요."
김비서가 알몸 상태로 다시 걸레를 집어들고 도훈 근처로 다가와 의자를 닦기 시작했다. 도훈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막막했다.
'어우씨, 미치겠네. 농담 한마디 했다고 진짜로 저렇게 등장하면 어쩌자는 거야?'
[주인님이 실수하신 겁니다. 김비서에겐 주인님의 모든 말이 명령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간만에 공부에 집중이 잘 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도훈이 슬쩍 힐끔거리는 데 뒤돌아선 김비서의 뒤태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에 아슬아슬 묶인 끈을 제외하곤, 뒤쪽은 아무것도 가린 게 없었다. 잘 발달 된 둔부가 유독 튀어나온 모습에 도훈은 속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헉, 팬티까지 싹 다 벗었어?'
[김비서가 의외로 화끈한데요?]
'아오. 미치겠네. 그래도 팬티는 좀 입어야지. 뒤에서 보는데 밑으로 털이 다 보여.'
김비서 허벅지 사이 틈으로 거뭇거뭇한 털이 보이자 도훈은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이건 뭐 마음만 먹으면 바로 눕혀서 따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 먹잇감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아, 안 돼 여기서 꼴리면···.'
도훈이 참아보려 했지만 이성이 본능을 억누를 순 없었다. 좆끝에 힘이 들어가며 팬티를 밀어내자 또 다시 귀두가 쓰리게 아팠다.
'크흑-!'
[못 말리겠군요. 쳐다보지 마시라니까.]
'저걸 어떻게 안 보냐고. 완전히 홀딱 벗은 거나 마찬가진데!'
[어쨌든 가릴 곳은 다 가렸잖습니까.]
그때 김비서가 옆으로 몸을 돌렸다.
앞치마 사이로 젖가슴이 옆으로 삐져나왔는데, 꼭지 쪽이 융기 된 모습이 도훈의 상상력을 계속 자극했다.
'아흑, 이러다 나 죽어.'
[차라리 눈을 감는 게 어떻습니까? 이대론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게 낫겠네.'
도저히 알몸 에이프런 상태의 김비서를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던 도훈이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옆에서 묵묵히 걸레질을 하던 김비서는 도훈을 힐끔거리다 그가 아예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 걸까? 입으라고 해서 입었는데 왜 저러지?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
김비서는 도훈의 변덕을 원인으로 돌리기보다, 자신이 부족해서 그러는 거라고 오해하고 말았다.
'어쩌면 너무 가렸나? 사진에서 보니까 앞치마를 끈 나시처럼 걸친 것도 있던데···.'
김비서가 챙겨 온 앞치마는 살짝 투박한 형태였다. 어깨 끈도 너무 넓고, 전면에선 가슴골이 안 보일만큼 위로 올라와 있었다.
일반적인 앞치마라면 당연히 옷에 튀는 걸 방지하는 용도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도훈의 행동을 오해한 김비서는 더 과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부러 도훈의 정면에서 허리를 바짝 숙인 채 책상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