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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89화 (1,769/2,000)

1789. 빌드 업-124-

도훈은 일전에 심리학과 교수 방으로 위장했던 서재를 떠올렸다. 그곳엔 커다란 책상도 있고 앉기 편한 의자도 있었다.

'맞다. 거기가 딱이네. 소품까지 구비해놓고 사용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써먹어야겠다.'

도훈이 벌떡 일어나더니 공부할 교재와 노트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서재로 이동했다.

"난 저쪽 방에 가서 공부하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네, 도훈씨."

서재 방에 들어온 도훈은 오랜만에 심리학과 교수를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현직 대학교수 윤창흠을 연기한 도훈은 변태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한송이를 맛깔나게 따먹었다.

당시 신분 위장을 위해 서재 책장에 빼곡히 꽂아 놓았던 영어 원서로 된 심리학 서적을 보며 도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여자 한 명 따먹으려고 별 미친 짓을 다 했었구나.'

[그걸 이제 깨달으셨습니까? 주인님은 가끔보면 섹스에 인생을 건 사람 같이 굴 때가 있단 말이죠.]

'그런 내가 잦이가 아파 개점 휴업 상태니 얼마나 짜증 나겠냐?'

도훈이 잠시 책장에 꽂힌 소품을 보고 있는데 김비서가 서재를 노크했다.

똑똑-

"도훈씨,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어? 으응."

아까 화장실 앞에서 실수를 했던 게 마음에 걸렸는지 김비서가 조심스럽게 노크한 후 서재로 들어왔다.

"여기서 공부하실 거면 이쪽부터 먼저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엥?"

"저번에 시간이 없어서 여길 제대로 청소 못 했거든요. 오랫동안 방치해서인지 먼지가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도훈이 서재 선반 위를 손가락으로 훔치자 켜켜이 쌓인 먼지가 가득 묻어 나왔다.

'헐, 생각보다 먼지 구덩이였네.'

기껏 청소해 준다고 들어왔는데 쫓아낼 수 없었던 도훈은 하는 수 없이 의자에 앉아 김비서의 청소를 허락했다.

"알았어. 대신 되도록 빨리 끝내줘."

"네."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오피스룩 위에 앞치마를 두른 김비서가 먼지떨이를 들고 책장을 털어대기 시작했다. 도훈도 창문을 개방하며 환기를 도왔다.

'근데 왜 이상한 기분이 들지?'

[뭐가 말입니까?]

'김비서가 일부러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 말이야.

아까부터 계속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것 같지 않아?'

[기분 탓 아닙니까? 김비서는 진짜 청소하러 들어온 것 같은데요.]

'아니야. 계속 나를 힐끔거리는 것도 그렇고···. 혹시 나한테 진짜로 관심 있는 거 아닐까?'

[근데 관심이 있다고 한들 딱히 이상할 것도 없죠.]

'내가 잘해줘서?'

[김비서는 애초에 높은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스스로를 성상납하는 것마저 동의한 인물입니다. 당연히 자신이 모시는 상관에게 몸을 바치는 것을 꺼리지 않겠죠.]

'음, 그런 건 노잼인데.'

[노잼이라뇨?]

'난 남이 떠먹여 주는 밥은 딱히 당기지 않거든.'

[하긴 주인님은 여자를 공략하는 걸 좋아해서, 쉽게 넘어오는 상대에겐 흥미가 없긴 하죠.]

'나에게 진심으로 호감이 있어서 그러는 거면 모르지만, 사실 업무나 마찬가지잖아. 김비서 입장에선.'

[뭘 또 그렇게까지 표현을···.]

'그나저나 기왕 앞치마를 입을 거면 알몸 에이프런 정도는 해줘야 제대로 된 비서의 자세가 아닌가? 쯧쯧. 성의가 부족하네.'

[또 그러다 아프시려고요?]

'아차.'

최대한 야한 생각을 안 하려고 했지만 몸매가 잘 빠진 김비서가 눈앞에서 자꾸 알짱거리는 바람에 도훈도 점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장 꼴렸다간 고통이 가중될 게 뻔했으므로 도훈은 그녀를 내보내고 싶어졌다.

'하아-. 근데 다른 곳으로 옮기면 또 졸졸 따라다닐 거 아니야?'

[그냥 여기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근데 진심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 지는데?'

[정보창이라도 열어 드립니까?]

'어. 심심한데 한 번 열어봐. 저번하고 달라진 점 있는지 확인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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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김희진(비처녀, 일시 22세 5개월)

나이 : 24 #비서#백치미#순종적 성향

호감도 : 85/100

개방성 : C

성감대 : 성관계 경험이 부족하여 정보가 부족합니다.

*애무 포인트 : 키스만으로도 정신을 못 차립니다.

성욕지수 : 보통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깊은 호감이 있습니다.

*위 대상은 정의의 여신이 내린 '이단 심판관'미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도원 그룹에서 특별 선발한 비서 출신입니다.

-본래 최민수의 비서였으나, 그의 양도(?)로 인해 이도훈의 개인 비서격으로 파견 근무 중입니다.

-타고난 외모에 비해, 백치미가 과하게 넘치는 타입입니다.

-본래 부잣집 외동딸로 귀하게 자랐으나, 집 안이 망하면서 급격히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래전 사이비 종교에 빠졌습니다. 전 재산을 교주에게 빼앗긴 어머니가 억울함에 자살하자, 건실한 중소 기업을 이끌어가던 아버지 마저 충격으로 쓰러진 상태입니다.

-소녀 가장이 된 그녀는 학업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배운 기술도 학력도 부족했던 그녀는, 변변찮은 돈벌이로 아버지의 막대한 병원비를 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우연히 알고 지낸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의 권유로 도원 그룹 비서실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무조건적 충성을 강요하는 회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떻게든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에게 언제든 몸과 마음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최근 당신이 보인 호의에 감동하여 급격히 호감도가 높아졌습니다.

-직장 상사라기보다 한명의 남자로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추천행동 : 거두절미하고 덮치면 됩니다. 그녀는 당신이 강제로 따먹어도 거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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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은 지난 번과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일단 호감도가 70에서 85까지 늘었다.

평균적인 여성에게 호감도 70이란 스킨십을 허용하는 섹슈얼한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별다른 관계의 진전이 없는 호감도 85는 도훈을 몹시 짝사랑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헐. 지난 번에 학원비 준게 그렇게 감동이었나 본데? 그럼 결국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리 아냐?'

[돈보다는 주인님의 호의에 더 감동한게 아닐까요? 생면부지의 자신에게 다시 대학을 다니라고 권유한 부분에서요.]

'난 사실 귀찮아서 떨어내려고 한 건데.'

[어쨌든 김비서가 단단히 착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나이차도 거의 안 나니 맡은 업무를 떠나 이성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김비서가 나를 남자로 본다는 말이지?'

[정보창 설명으로는 그렇습니다.]

'흐음. 지금은 곤란한데.'

물론 도훈도 김비서가 싫지 않았다.

일단 비서실에 뽑힐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였고, 무엇보다 나이 역시 대학생이라고 무방할 만큼 어렸다.

오피스룩을 맵시있게 소화해 냈으며, 화장을 지우면 수수한 얼굴 덕에 20살로 오해받을 만큼 동안이었다.

무엇보다 은근히 색기 넘치는 몸매가 매력적이었다. 과하게 볼륨감이 있거나, 노출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사람을 흥분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마치 갸냘픈 사슴 같단 말이지.'

[사슴이요?]

'응. 물가에 나온 사슴. 금방이라도 잡아 먹힐 것처럼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사슴 말이야.'

[포식자인 주인님을 자극하나 보군요.]

'처음 봤을 때부터 확 덥치고 싶더라고. 강제로 그냥···. 윽!'

야한 상상을 이어가던 도훈은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고통에 미간을 찡그렸다. 귀두가 발기해서 팬티에 닿기만 해도 찌릿찌릿한 자극이 밀려왔다. 그것은 발기의 흥분을 감소시킬만큼 강렬했다.

'허윽, 씨. 그걸 떠나서 오늘은 안 돼. 다른 날이면 모를까, 오늘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지만 김비서는 점점 더 도훈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책장 맨 윗칸의 먼지를 털기 위해서 발꿈치를 높이 쳐들자, 치마 뒤로 엉덩이가 확연히 튀어나오며 유려한 곡선을 드러냈다.

"아···. 팔이 안 닿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김비서는 주변에 보이는 스툴을 가져와 받침대로 활용했다. 스툴은 서재에 소파를 놓으면서 보조의자로 함께 딸려온 것이었다.

스툴 위에 불안하게 올라선 김비서가 다시 먼지떨이를 흔들었다. 도훈이 가만히 지켜 보고 있으니,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금방이라도 옆으로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어어, 저러다 또 넘어질 것 같은데?'

[너무 자주 넘어지는 거 아닙니까?]

'균형 감각이 영 꽝인 것 같아.'

[주인님 주변의 후배들이 체육과 출신이라 더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 해도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건 맞아. 왜 그런 여자들 있잖아? 책상 모서리 같은데 정강이 자주 부딪히고, 맨날 팔꿈치 찧는 애들. 부주의 부분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둔해서 그런 거거든.'

[운동 신경이요?]

'자기 몸이 이렇게 움직이면 다른 곳에 부딪히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지. 공간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겉으론 전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정말 허술한 구석이 많은 여성이군요.]

'어, 어? 근데 저거···.'

도훈이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보고있는데 김비서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스툴은 그대로 있는데, 그 위에서 몸을 움직이다보니 균형이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뻔히 예상되었던 상황이 실제로 전개되자 도훈으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질 않네.'

"꺄아!"

'아이씨, 가만히 지켜볼 수도 없고.'

도훈이 전광석화처럼 뛰어나갔다. 재빠른 동작으로 공중에서 나자빠지는 김비서의 허리를 받쳐든 도훈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하마터면 바닥으로 나뒹굴뻔한 김비서를 도훈이 구해준 셈이었다.

"조심해야지. 그러다 다쳐."

"아···. 가.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제, 제가 좀 덤벙대는 편이라···."

김비서의 얼굴이 빨개졌다. 도훈과 너무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니 심장이 마구 떨려왔다.

'아···.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겼네. 민수 실장님도 미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실장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나.'

호감을 품은 남에게 보이는 여자의 눈빛은, 때론 남자보다 더 노골적인 경우가 있었다. 지금 김비서의 표정이 딱 그랬다. 말만 안 했지, 대놓고 도훈을 흠모하는 모습이었다.

'얼씨구. 이젠 대놓고 티를 내는데?'

[자기가 티 내는 줄도 모를 겁니다. 주인님에게 푹 빠진 상태라 서요.]

'거참, 이놈의 인기란.'

[주인님이 가진 마성의 매력이 여자들을 가만 있지 못 하게 만들긴 하죠.]

도훈은 계속 안고 있다간 큰 일을 치를 것 같은 예감에 김비서를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 접촉은 너무 위험했다.

"청소는 이제 그만해도 돼. 나 공부해야 하니까, 이만 나가 봐."

"아···. 아직 다 마무리를 못했는데···."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해."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그런 거 아니고, 내가 당장 다음 주가 시험이라서 마음이 급해서 그래."

도훈의 축객령에 김비서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실망하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너무 애처러웠기 때문에 도훈도 덩달아 마음이 약해졌다.

"음, 그럼 이제부터 난 신경 안 쓰고 공부할 테니까, 얼른 끝내라고."

"네, 도훈씨.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김비서는 물걸레를 들고 오더니 서재에 있는 소파를 닦기 시작했다. 도훈은 일부러 그녀를 외면하며 책을 펴놓고 집중했다.

최근 들어 외부 활동이 잦아 예습 복습을 등한시한 업보가 되돌아왔다. 분명 수업으로 들었던 내용인데 처음 본 것처럼 생소했다. 자신이 노트 필기를 했음에도, 언제 이런 내용을 썼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와, 씨 진짜로 이번엔 좆된 것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내 손으로 썼는데 머릿속에 전혀 기억이 없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대부분 학생들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옛날에는 한 번 보고 들으면 거의 안 까먹었단 말이야.'

[그때야 지능이 높았을 때고요. 아이템으로 지능을 살짝 높였다고 하나, 지금은 평균적인 수준이니까요.]

'큰일이네. 대충 진도를 살펴보니까 공부할 양이 산더미야. 주말 사이에 절대 못 끝내겠는데? 진짜로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도 입소해야 하나?'

[물론 더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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