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8. 빌드 업-123-
옆으로 슬라이드 하면서 사진을 넘기는데, 대부분이 혼자 셀카모드로 찍어 놓은 사진들이었다.
다만 웃긴 것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짱 각도로 볼을 빵빵하게 부풀어서 손가락을 V자로 만들었는데, 아마 사진 찍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취하는 김비서의 시그니처 포즈인 것 같았다.
"헐, 이건 맨 얼굴로 찍은 건가?"
"아··· 아. 네. 재수 학원 앞에서···."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보니 재수생으로 오해받았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색조 화장을 지워 놓은 모습을 보니, 너무나 수수한 얼굴의 자연미인이었다. 심지어 나이도 나보다 어려 보였다.
'확실히 어려 보이긴 하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막 재수하는 학생인 줄 알겠어.'
[옷도 추리닝을 입어서 그런지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군요.]
'근데 어쩜 포즈가 하나 같이 다 똑같담?'
의상이 계속 바뀌는 걸로 봐선 날마다 한 장씩 셀카를 찍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았다. 사진을 계속 넘기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김비서가 얼굴이 빨개진 채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핸드폰을 뺏고 싶지만, 차마 상관인 나에게 돌려달라는 말을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갑질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흠흠. 수학 문제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순 셀카뿐이구먼.
네가 직접 찾아."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자 김비서가 안도하는 모습으로 폰을 받았다. 그녀가 빠르게 사진을 넘기며 문제를 찾고 있는데 내가 물었다.
"혹시 셀카 찍는 게 취미인가?"
"아, 아닙니다. 그냥···. 일기 같은 거라."
"일기?"
"매일 일기는 쓰지 못 하지만 매일 사진을 남겨두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하루하루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아하. 그런 의미였구나. 그럼 오늘도 찍었어?"
"아, 아직···."
"그럼 나랑 찍을래?"
"저, 저랑 이사님하고요?"
"도훈씨라고 부르래도?"
"아···. 네."
"오늘 일기에 나도 같이 등장하면 좋잖아. 추억으로 남기게."
"추억···."
"말 나온 김에 지금 찍자. 이리 가까이 앉아봐."
김비서가 머뭇거리더니 엉덩이를 소파에 붙인 채 내 옆으로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에이, 그래선 얼굴이 한 컷에 같이 안 담기잖아. 더 가까이 붙어야지."
"더, 더 가까이요?"
김비서가 좀 더 옆으로 이동하자 나와 몸이 바짝 붙게 되었다.
그녀는 귀밑까지 빨개져 있었다. 생긴 것 답지않게 은근히 순진한 여자였다. 그래서 더 놀리는 맛이 있었다.
'장난 좀 쳐볼까?'
나는 일부러 그녀의 얼굴 가까이 볼을 바짝 들이댔다. 화장품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평소 대학생들에게선 느끼지 못한 어른의 냄새였다. 분냄새가 이렇게 향긋하게 느껴지긴 오랜만이었다.
"아, 아···."
김비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폰을 들어 올렸다. 핸드폰 화면에 담긴 그녀의 곤혹스러운 모습이 담기자 내가 말했다.
"혹시 집에 우환 있어? 표정이 영 별론데?"
"아, 아닙니다. 조금 긴장 되서."
"나랑 같이 사진 찍어서 긴장된다고? 왜?"
"그, 그게···."
"아이참, 자꾸 물러나면 앵글을 벗어나잖아."
나는 일부러 김비서의 허리에 손을 둘러 확 내쪽으로 끌어 당겼다. 개미처럼 가는 허리가 잡히자, 나도 모르게 성욕이 확 끌어 올랐다.
'어젯밤 그렇게 했는데, 또 반응이···.'
그때였다. 잦이에 힘이 들어가자 뻐근했던 좆 끝이 찌릿하고 아파 온 것이었다. 최근들어 고통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아윽!"
찰칵-!
그 순간 촬영이 되면서 사진이 찍혔다. 김비서는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하고, 나는 잦이의 통증으로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었다.
하필 최악의 상태로 박제가 된 것이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갑자기 배가 아파서."
"아···. 괜찮으세요?
"일단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
"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리는데, 귀두부근이 불그스름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뭐야, 이건?'
[음, 내부에서 실핏줄이 터진 거 같은데요.]
'뭐라고? 고작 그거 꼴렸다고?'
[아까도 말했지만, 어젯밤 주인님의 양물은 내구성의 한계에 근접했습니다. 나래양의 질경련을 그대로 받아내느라요.]
'그게 그렇게 충격을 주는 일이었단 말이야?'
[당연하죠. 다른 사람들 같으면 죽는 시늉하면서 그 즉시 응급 실행이었을 겁니다. 압착기로 양물을 쥐어짠 수준이니까요. 그나마 내공으로 버텨내서 그 정도인 거죠.]
'헐, 이게 무슨···.'
따끔거리는 귀두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하루 이상 개점 휴업을 해야 할 분위기였다. 참으로 난데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김비서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도훈씨 괜찮으세요?"
"어? 어."
"혹시 배탈이 나신 게 아닌가 걱정돼서···. 제가 지금 약국가서 약이라도 사 올까요?"
"아니야. 그럴 필욘 없어."
잦이를 꺼내놓고 쳐다보는 중 갑자기 문밖에서 김비서가 묻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어젯밤 처음보는 여자와 격정적인 섹스를 치르느라 귀두가 퉁퉁 부었다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아니면 제가···, 어, 어라?"
그 순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김비서가 몸으로 문을 밀었는 데, 잠그지 않은 문이 스륵 열려버린 것이었다.
팬티를 내린 채 거울 앞에 서 있던 나는 열린 문틈으로 김비서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니, 문을 왜···."
"죄송··· 꺄, 꺄악!"
늘어진 대물을 본 김비서가 놀라서 비명을 지르더니 뒷걸음질치다 혼자 자빠지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옷을 추스리고는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김비서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아코···."
짧은 치마를 입은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간 김비서의 팬티가 보였다.
'하얀색!'
[뭐하십니까?]
'흰 팬티라니. 역시 순수한 여자군.'
[아니, 지금 그게 할 소립니까?]
'맞다. 이럴 때가 아니지.'
"죄, 죄송해요. 일부러 보려던 게 아니라···.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괜찮아.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나저나 얼른 일어나라고, 팬티 보이니까."
"네? 꺄악!"
다리를 벌리고 있던 김비서가 그제야 자신의 자세를 깨닫고 황급히 다리를 오무렸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그녀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어쨌든 서로 봤으니까, 쌤쌤이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뭘 그런 거 가지고. 난 신경 안 써."
하지만 김비서는 무척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빨개져서 이후론 나랑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그럼 저는 청소를···."
도망치듯 물러난 김비서가 거실에서 청소도구를 꺼내더니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머쓱해진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남은 커피를 들이 키며 생각했다.
'아씨, 조금 꼴렸는데 되게 아프네. 거기가 벌겋게 부은 건 나도 처음 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셨을 땐 외관은 멀쩡해 보였는 데 말이죠.]
'발기가 이루어지면서 귀두에 피가 쏠리면서 다쳤던 부위의 실핏줄이 터진 것 같아. 조금만 꼴려도 잦이가 찌릿찌릿해.'
[오늘은 특별히 더 조심하셔야 겠습니다. 무리하면 상처가 덧날 수 있으니.]
'그래. 어차피 여자 만날 것도 아니니 집에서 시험 공부나 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나는 간만에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런 와중에 김비서는 혼자서 묵묵히 바닥을 걸레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하는 틈틈이 힐끔거리는 것이 자꾸 나를 의식하는 느낌이 들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 * *
김비서는 지금도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하아, 하아-. 뭐, 뭐였지 대체 내가 본 건?'
우연히 열린 화장실 문틈으로 도훈의 대물을 목격한 김비서는 머릿속에서 계속 그 장면이 재생되었다.
바지를 내린 채 서 있던 도훈은, 절대로 용변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면 세면대 앞이 아니라 양변기 앞에 서 있었을 테니까.
'뭐든 민망해 죽겠네. 일부러 훔쳐 보려고 한 것처럼 하필 그때 문이 열릴 건 뭐람?'
타이밍도 참 거지 같았다.
변태로 오해받아도 할 말 없었따.
남자 알몸이나 훔쳐보는 음란 마귀가 씌인 여자라고.
'하아-. 이사님한테 잘 보이고 싶었는데···.'
그녀가 오피스 룩 차림으로 도훈의 집을 방문한 것은 의도된 행동이었다. 청소를 하더라도, 기왕이면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도훈은 자신에게 너무나 친절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전의 상관이었던 민수가 자신에게 못 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지저분하고 변태 같은 다른 비서의 상사들보다야 훨씬 잘해주긴 했다. 다만, 냉정할 정도로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뿐이지.
'히잉, 어쩔 수 없지. 내가 잘하는 거라도 열심히 해서 차츰 인정받는 수밖에.'
김비서는 자신이 부족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겉보기엔 똑 부러진 성격에 뭐든 시키면 능숙하게 잘할 것처럼 생겼지만, 사실 무슨 일을 해도 덤벙대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는 둥 실수가 잦았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도 뇌가 청순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백지에 가까운 상식 부족은 자신이 봐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장점인 성실함을 극대화했다. 특히 몸으로 하는 단순 작업의 경우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청소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평소에도 깔끔한 것을 좋아해 어질러진 모습을 잘 못 참는 성격이었다. 민수의 비서로 근무할 때도 늘 사무실을 정리하고 치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집이 넓으니까 서둘러야겠어. 열심히 닦아야지.'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하는 도중에 김비서는 틈틈이 도훈을 몰래 훔쳐보았다. 거실에 나와 책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단순히 대학생이 시험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김비서에겐 그런 평범한 모습조차도 근사해 보였다.
건설 회사에서 비서 일을 할 땐 책을 보는 직원들이 거의 없었다.
민수에게 용무가 있는 사람들은, 양복만 걸쳤다 뿐이지, 못 배운 조폭들이었기 때문에 온몸에 무식이 철철 넘쳤다.
습관적으로 육두문자를 내뱉는 건 다반사고, 민수가 없는 날에는 음흉한 시선으로 자신의 몸매를 위아래로 훔쳐보는 등 사람 자체가 저질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그런 조폭들과 전혀 달랐다. 소문으로 듣기론 엄청 싸움을 잘한다고 하던데, 지금의 모습만 봐선 그냥 평범한 대학생으로만 느껴졌다.
'아니지. 평범한 학생이 그렇게 돈이 많을 수 없겠지.'
도훈이 차에서 현금 천 만원을 꺼내 주던 순간을, 김비서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런 거금이 차에 실려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것을 또 처음 보는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내주는 것도 충격이었다.
'이사님은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걸까? 또 무슨 수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을까?'
기존에 자주 보던 조폭들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도훈.
심지어 젊고 돈도 많았다.
비슷한 또래인 김비서가 도훈에게 이성적인 흥미를 품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도훈의 처지에서 볼 때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하찮아 보일 거라는 점도.
'후-.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수밖에 없어. 내주제에 어떻게 이사님 눈에 들겠어?'
김비서가 열심히 걸레질을 이어갔다.
한편 시험공부를 하고 있던 도훈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닦고 있는 김비서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아이씨, 왜 하필 히프를 이쪽으로 돌려 가지곤···.'
신경을 안 쓰려고 했지만, 젊은 처자가 치마를 입고 바닥을 닦고 있는데 시선이 안 갈 수 없었다. 더욱이 치마까지 짧았기 때문에 아슬아슬 팬티가 보일락 말락 했다.
차라리 대놓고 까는 것보다 그게 더 신경을 쓰게 만들고 있었다.
'아놔, 지금은 꼴리면 안 되는데. 진짜로 좆되는데.'
[주인님. 공부에나 집중하시죠. 시험이 바로 다음 줍니다.]
'집중이 되겠냐고. 눈 앞에서 김비서가 자꾸 알짱거리는데.'
[그냥 장소를 옮기시지, 그렇습니까?]
'장소를 옮기라니?'
[김비서 입장에서도 집안 일하고 있는데 주인님이 옆에 앉아있으면 감시받는 기분일 테니까요.]
'그럼 거실 말고 어디가 좋을까나.'
[서재는 어떻습니까?]
'서재 방?'